이 강성에서 량천옥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할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지금까지 친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량천옥이 그만큼 고은영이 본인의 딸이라고 확신한다는 의미였다.그리고 진유경과 배준우의 일을 이제 진씨 가문에서도 반대하는데 량천옥이 이렇게 잔인한 방법까지 써가며 고은영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까?량천옥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점점 더 차가워졌다.“미안하지만 도련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못 알아듣겠는데요? 도련님 무슨 뜻이에요?”“당신.”진정훈은 화가 나서 무의식적으로 두 손에 주먹을 꽉 쥐었다.량천옥은 일어나서 진정훈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들었다.“그 계집애가 내가 일부러 차로 쳤다고 하던가요?”“그럼 아닙니까?”진정훈은 차갑게 비웃음을 날렸다.량천옥도 비웃음을 날렸고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무거우면서도 서로를 조롱하는 분위기로 가득 찼다.이어서 량천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진유경이 이 정도 이해력은 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이 차 사고로 진유경이 제대로 교훈을 얻는다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인정하는 건가요?”진정훈의 말투가 위험하게 울려 퍼졌다.량천옥이 말했다.“뭘 인정해요? 진유경이 차를 너무 빨리 몰아서 난 실수로 부딪혔어요. 게다가 난 제일 먼저 경찰에 신고해서 진유경을 병원에 데려다줬어요. 난 모든 절차를 합법적으로 진행했고 도덕적으로도 사고가 난 진유경을 그저 지켜보고 있지만 않았어요.”순간 진정훈은 할 말을 잃었다.‘이 여자가 정말.’량천옥은 몸을 돌려 다시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녀는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더욱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교통경찰이 확인하더니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하던데 그래도 진유경이 다쳤으니까 난 더 이상 진유경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진유경의 병원비 전부를 부담했어요. 그런데도 도련님은 만족하지 못하는 건가요?”진정훈은 말문이 막힌 채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량천옥을 바라보았다.량천옥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진정훈이 반응하기도 전에 진윤은 그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차는 부앙 소리를 내며 량천옥의 집 앞을 다급하게 떠나갔고 이곳에서 아무런 충돌도 없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사라졌다.진정훈은 입가에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습하고 신음을 냈다. 그는 화가 나서 운전하고 있는 진윤에게 소리를 질렀다.“형 미쳤어?”‘이 형이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야?’그 순간 차는 매우 빠른 속도로 급회전하며 바로 중심 거리로 달려갔다.진정훈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관성으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고 머리가 차 유리창에 부딪혀 갑자기 큰 충격을 받았다.진정훈은 마음속의 분노가 더욱더 불타올랐다.진윤은 그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내가 전에 너한테 한 말은 그냥 흘려버린 거야?”“내가 오늘 온 건 그 계집애 때문이 아니라고.”진정훈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더니 방금 맞은 자리에서 더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그리고 현재 량천옥도 고은영이 정말 자신의 딸인지 검사를 하지 않았고 그들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그런데 진정훈이 고은영 때문에 량천옥을 찾아갈 이유가 있을까? 량천옥을 찾아가서 뭐라고 할까?그 미친 여자에게 진정훈이 알아듣게 말할 수나 있을까?진윤이 말했다.“그럼 뭐 때문인데?”고은영 때문에 량천옥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는 말에 진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진정훈이 말했다.“량천옥이 차로 유경이를 치었어.”진정훈은 화를 참으며 말했다.“형은 내가 고은영 때문에 량천옥한테 따지러 갔다고 생각해? 내가 따질 게 뭐가 있어?”그는 량천옥과 말다툼하느라 입이 아팠는데 진윤에게 맞아 더 아팠고 화가 났다.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정훈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 분노는 아까보다 조금 가라앉았다.진윤은 량천옥이 고은영에 대한 마음을 알게 된 뒤로 뭔가 실수할까 봐 두려웠다.이 민감한 시기에 진씨 가문과 량천옥은 만남을 갖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다.그래서 진윤은 진정훈이 량천옥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나오라고 했다.그는 진유경
고은영은 배준우의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아주 여유롭게 지냈다.배준우가 하루에 여섯 끼씩 밥을 먹였기에 고은영은 산후조리를 하며 점점 더 피부가 하얘지고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얼굴이 좋아졌다.그동안 량천옥은 사람을 보내 아기 물건과 고은영의 보약을 계속 가져왔다.하지만 고은영은 아무것도 몰랐다.이른 아침 고은영을 위해 주방에서는 몸보신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했다.고은영도 그런 것들에 대해 몰랐기에 그냥 주방에서 해주는 대로 맛있게 먹었고 얼마나 진귀한 음식들인지 몰랐다.한 달 동안 배준우는 란완리조트에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오늘은 고은영의 산후조리가 끝나는 날이었기에 배준우는 그녀를 데리고 회사에 가고 싶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아기를 데리고 가도 돼요?”배준우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태어난 지 한 달 된 아기를 밖에 데리고 나가도 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는 순간 잠자리를 두고 싸우던 날이 떠올랐다.고은영은 아기가 보고 싶어 밤에 배준우가 잘 때면 몰래 일어나서 아기를 안아 침대로 왔다.배준우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안 돼.”“그럼 나도 안 갈래요.”배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 계집애가 정말.’배준우는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사모님. 대표님하고 함께 병원에 다녀오세요. 지금 모유 수유도 안 하는데 굳이 아기를 데리고 갈 필요는 없어요.”고은영은 보름 동안 계속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모유가 줄어들더니 결국 없어졌다.고은영은 배준우를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바라보며 말했다.“한 달 동안 준우 씨하고 있었으니까 아기하고 같이 있으면 안 돼요?”배준우와 옆에 있던 도우미들은 할 말을 잃었다.‘분명 대표님께서 집에서 사모님과 함께 있어 준 건데?’눈을 뜨고 거짓말을 하는 건 고은영을 이길 사람이 없었다.고은영은 중얼거리며 배준우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은 더욱 초롱초롱하게 빛났다.배준우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그럼 데리고 가자.”이제부터 배준우에게는
배준우는 서류봉투를 직접 열어 안에 있는 서류를 꺼냈다. 단 몇 페이지에 불과한 서류들이었지만 량천옥이 배씨 가문에 들어오기 전에 일어난 모든 과거가 아주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나태웅이 떠나기 전에 데려온 진청아는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진청아는 지난 수년 동안의 모든 과거를 아주 자세하게 조사했다.서류를 전부 읽은 뒤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진청아를 바라보았다.“그러니까 량천옥하고 그 남편은 결혼하지 않은 거야?”진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당시 량일 여사님께서 상대가 가난한 화가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대하셨습니다.”반대한 이유까지 찾았다니 진청아는 정말 치밀한 사람이었다.“그 남자는?”진청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류에는 적히지 정확하게 적혀있지 않았지만 그 남자의 말이 나왔을 때 제3자의 관점에 있는 진청아는 뭔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량천옥 여사님께서 임신 5개월째에 량일 여사님이 데려가셨고 그 뒤로 량천옥과 그 남자분은 다시 만나지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계속 량천옥 여사님을 찾으셨고 마침 찾은 그날 량천옥 여사님께서 배씨 가문에 시집을 오셨습니다. 그 남자분은.”여기까지 말한 진청아는 멈칫하며 어두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봤고 진청아는 고개를 숙이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남자분은 배씨 가문 저택 문 앞에서 돌아가셨습니다.”배준우는 진청아의 말을 듣고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그의 차가운 분위기가 잠시 깨졌다.진청아가 말을 이었다.“이 사실들을 량천옥 여사님은 모르고 계십니다. 하지만 량일이 아이를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계셔서 그동안 량일과 자주 트러블이 었었다고 합니다.”‘트러블이 있었다고?’배준우는 순간 머릿속에 당시 집에서 자주 싸우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 떠올랐다.모두 량천옥과 량일이 언쟁하는 목소리였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애정이 깊은 모녀 사이로 비쳤지만 사실 집에서 어떤 사이인지 배준우는 그 누구보다
“꼭 계량해서 먹여요. 틀리지 말고.”량천옥은 걱정하며 당부했고 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명심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량천옥은 몇 가지를 더 당부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고은영이 나타나서 도우미가 들고 있던 물건을 뺏어 들었다.그런 다음 물건을 다시 량천옥의 품에 던져줬다.원래는 평화롭고 조용하던 복도가 갑자기 폭발한 듯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뿜어냈다.고은영이 나타난 것을 보고 량천옥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도우미도 깜짝 놀랐다.“사모님.”그 당황한 말투가 고은영을 더욱 자극했고 결국 그녀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고은영은 량천옥에게 분노했지만 너무 화가 나서 말을 할 수 없었다.량천옥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은영과 두 눈이 마주치는 찰나에 고은영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바로 느낄 수 있었다.원래도 가슴이 철렁했는데 그 눈빛을 마주하자 이제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다.“은영아.”“그건 뭐죠?”고은영은 차갑게 물었다.량천옥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고은영은 직접 겪었고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은영은 량천옥이 뭔가를 도우미에게 전해주는 것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이 여자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고은영의 방어적인 질문을 들은 량천옥은 심장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예전에 그녀가 고은영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했던 것만큼 지금은 뼈가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꼈다.량천옥은 깊은 한숨을 쉬더니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말했다.“내가 널 해치려고 한다고 생각하니?”량천옥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이에 경계하고 있던 고은영은 어리둥절했다.‘아니 지금 이게 뭐야? 꼭 내가 량천옥을 괴롭히는 것 같잖아? 무슨 뜻이지? 지금은 또 수단을 바꾼 건가? 이건 너무 이상한데? 자지가 나쁜 사람이면서 날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하려고?’오랫동안 참아온 량천옥은 고은영이 계속 자기를 두려워하는 태도에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 이렇게 눈앞에서 보니 그
한편 안지영은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번 플라자 온천에서 휴식을 하고 돌아온 뒤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의심할 여지도 없이 바로 나태웅 때문이었다.안지영의 말에 따르면 나태웅은 인간다운 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이때 안지영은 고은영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회의실에서 나오며 고은영에게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다.고은영의 말을 들은 안지영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네 말은 량천옥이 널 또 해치려고 했는데 잡히니까 눈물을 흘렸다고? 네가 말한 사람이 량천옥이 맞긴 한 거야?”량천옥이 고은영을 해치려고 했다는 것은 안지영도 믿었다.하지만 안지영은 량천옥이 울었다는 고은영의 말은 믿을 수 없었다. 량천옥은 배씨 가문에서 쫓겨나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미친 듯이 배항준에게 복수했던 사람이었다.그런 사림이 지금 고은영이 몇 마디 했다고 눈물을 흘린다고?그렇다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우는 것일까? 배준우에게? 고은영을 정말 괴롭히려고 했다면 배준우가 정말 량천옥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이건 자신의 발등을 찍는 일이었다.고은영이 말했다.“량천옥이 맞아. 넌 내가 방금 얼마나 놀랐는지 모를 거야. 꼭 내가 량천옥을 괴롭힌 것 같았다니까?”이에 고은영은 정말 어이가 없었고 안지영도 마찬가지였다.안지영은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럼 너 조심해야 해. 그 여자 속셈을 알 수가 없잖아.”안지영은 너무 바빠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당시 고은영이 강성을 떠나기 전에도 말했었지만 량천옥이 그린빌 문 앞까지 쫓아왔었다고 했다. 고은영은 량천옥이 자기를 해치려고 하는 줄 알았지만 량천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돌아갔다고 했었다.하지만 지금 안지영은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기에 고은영의 말을 듣고도 분석할 여력이 없었다.고은영은 핸드폰을 손에 든 채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도 조심할 거야.”량천옥을 경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였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말하다가 안지영이 너무 바빠서 전화를
현재 하늘 그룹은 예전 장부뿐만 아니라 현재의 장부도 모두 심사 단계에 들어갔다.심사 단계에서 나태웅이 이기게 되면 안지영은 정말 비참해졌다. 그녀는 거액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나태웅과 더 깊게 얽히게 될 수도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안지영은 호흡이 불규칙해졌다.나태웅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응 나도 알고 있어. 네가 지금 하늘 그룹의 대표니까 당연히 너겠지.”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이를 악물며 그를 째려봤다.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몇 년 동안 그녀는 동영그룹에서 유일하게 법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다 배웠다.하지만 나태웅은 지금 그녀와 법으로 싸우고 있었다.안지영은 이번에 장선명의 장난이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바랐다.나태웅은 말이 없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고소를 취하해주길 원해?”안지영이 물었다.“그렇게 해줄 거예요?”안지영은 나태웅이 이렇게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나태웅은 응이라고 대답하고서는 말을 이었다.“불가능하진 않아.”이 말을 들은 안지영은 순간 두 눈이 빛났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안지영은 나태웅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전체적으로 봤을 때 나태웅은 정말 떨어지지 않는 껌 같은 존재였다.나태웅은 안지영이 가슴 아파하는 표정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장선명하고 파혼해. 그럼 널 놔줄게.”그 말에 안지영은 바로 차가운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나태웅이 이렇게 착할 리가 없다는 것을 이미 예상했다.이 말은 완전히 그녀를 화로에서 다른 화로로 뛰어들게 만드는 것과 같았다.그녀가 파혼하자고 해도 장선명이 그녀를 놓아줄까?누구를 자극하면 안 되는지 안지영은 마음속으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이 순간 나태웅이 말하지 않아도 이런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았기에 너무나 그가 미웠다.그녀와 장선명의 사이는 비록 지금 장선명이 그녀에게 잘해주고 있었지만 그녀는 장선명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
플라자 온천에서 돌아온 뒤 나태웅은 그녀를 고소했고 더는 그녀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안지영은 이번에는 나태웅이 법을 사용해서 관계를 정리하려는 줄 알았다.그런데 오늘 나태웅이 찾아와서 만난 뒤에 안지영은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장선명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태연하게 물었다.“나태웅이 뭐라고 했어?”안지영이 화를 내는 것에 비해 장선명은 나태웅의 온갖 수단에 항상 태연했다.그녀는 화를 내며 말했다.“뭐라고 하겠어요? 날 고소한다고 하죠.”“이미 고소한 거 아니야? 너한테 알려주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안지영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그러니까 말이다.고소장을 받은 뒤 그녀가 아직 나태웅을 찾아가지도 않았는데 나태웅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다.비록 고소장을 받은 그녀는 장선명의 앞에서 그를 탓하진 않았지만 장선명은 은연중에 안지영이 뭘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장선명은 가냘픈 그녀의 손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응?”“이건 걱정하는 게 아니라 화가 나서 그래요.”그녀는 정말 화가 났다. 어떻게 나태웅을 만나서 지금까지 매듭이 풀리지 않는 걸까?지난번에는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태웅은 안지영이 그를 무시하면 할수록 더욱 그녀에게 빠져들 줄 알았을까? 도대체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너무 머리가 아팠고 쉽게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장선명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정말 걱정 안 해?”“안열 씨가 말했어요. 선명 씨는 이미 이런 상황까지 다 예상하고 처리했을 거라고.”장선명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이 정도로 날 믿는 거야?”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에게는 지금 장선명을 믿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비록 장선명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그녀를 달랬지만 그녀는 여전히 화가 났다.피그스에서 있었던 일도 그녀는 아직 나태웅에게 복수하지 않았다. 그녀는 피그스에거 돌아온 뒤로 하늘그룹의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나태웅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