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안지영은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번 플라자 온천에서 휴식을 하고 돌아온 뒤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의심할 여지도 없이 바로 나태웅 때문이었다.안지영의 말에 따르면 나태웅은 인간다운 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이때 안지영은 고은영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회의실에서 나오며 고은영에게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다.고은영의 말을 들은 안지영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네 말은 량천옥이 널 또 해치려고 했는데 잡히니까 눈물을 흘렸다고? 네가 말한 사람이 량천옥이 맞긴 한 거야?”량천옥이 고은영을 해치려고 했다는 것은 안지영도 믿었다.하지만 안지영은 량천옥이 울었다는 고은영의 말은 믿을 수 없었다. 량천옥은 배씨 가문에서 쫓겨나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미친 듯이 배항준에게 복수했던 사람이었다.그런 사림이 지금 고은영이 몇 마디 했다고 눈물을 흘린다고?그렇다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우는 것일까? 배준우에게? 고은영을 정말 괴롭히려고 했다면 배준우가 정말 량천옥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이건 자신의 발등을 찍는 일이었다.고은영이 말했다.“량천옥이 맞아. 넌 내가 방금 얼마나 놀랐는지 모를 거야. 꼭 내가 량천옥을 괴롭힌 것 같았다니까?”이에 고은영은 정말 어이가 없었고 안지영도 마찬가지였다.안지영은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럼 너 조심해야 해. 그 여자 속셈을 알 수가 없잖아.”안지영은 너무 바빠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당시 고은영이 강성을 떠나기 전에도 말했었지만 량천옥이 그린빌 문 앞까지 쫓아왔었다고 했다. 고은영은 량천옥이 자기를 해치려고 하는 줄 알았지만 량천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돌아갔다고 했었다.하지만 지금 안지영은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기에 고은영의 말을 듣고도 분석할 여력이 없었다.고은영은 핸드폰을 손에 든 채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도 조심할 거야.”량천옥을 경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였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말하다가 안지영이 너무 바빠서 전화를
현재 하늘 그룹은 예전 장부뿐만 아니라 현재의 장부도 모두 심사 단계에 들어갔다.심사 단계에서 나태웅이 이기게 되면 안지영은 정말 비참해졌다. 그녀는 거액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나태웅과 더 깊게 얽히게 될 수도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안지영은 호흡이 불규칙해졌다.나태웅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응 나도 알고 있어. 네가 지금 하늘 그룹의 대표니까 당연히 너겠지.”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이를 악물며 그를 째려봤다.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몇 년 동안 그녀는 동영그룹에서 유일하게 법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다 배웠다.하지만 나태웅은 지금 그녀와 법으로 싸우고 있었다.안지영은 이번에 장선명의 장난이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바랐다.나태웅은 말이 없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고소를 취하해주길 원해?”안지영이 물었다.“그렇게 해줄 거예요?”안지영은 나태웅이 이렇게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나태웅은 응이라고 대답하고서는 말을 이었다.“불가능하진 않아.”이 말을 들은 안지영은 순간 두 눈이 빛났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안지영은 나태웅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전체적으로 봤을 때 나태웅은 정말 떨어지지 않는 껌 같은 존재였다.나태웅은 안지영이 가슴 아파하는 표정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장선명하고 파혼해. 그럼 널 놔줄게.”그 말에 안지영은 바로 차가운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나태웅이 이렇게 착할 리가 없다는 것을 이미 예상했다.이 말은 완전히 그녀를 화로에서 다른 화로로 뛰어들게 만드는 것과 같았다.그녀가 파혼하자고 해도 장선명이 그녀를 놓아줄까?누구를 자극하면 안 되는지 안지영은 마음속으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이 순간 나태웅이 말하지 않아도 이런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았기에 너무나 그가 미웠다.그녀와 장선명의 사이는 비록 지금 장선명이 그녀에게 잘해주고 있었지만 그녀는 장선명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
플라자 온천에서 돌아온 뒤 나태웅은 그녀를 고소했고 더는 그녀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안지영은 이번에는 나태웅이 법을 사용해서 관계를 정리하려는 줄 알았다.그런데 오늘 나태웅이 찾아와서 만난 뒤에 안지영은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장선명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태연하게 물었다.“나태웅이 뭐라고 했어?”안지영이 화를 내는 것에 비해 장선명은 나태웅의 온갖 수단에 항상 태연했다.그녀는 화를 내며 말했다.“뭐라고 하겠어요? 날 고소한다고 하죠.”“이미 고소한 거 아니야? 너한테 알려주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안지영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그러니까 말이다.고소장을 받은 뒤 그녀가 아직 나태웅을 찾아가지도 않았는데 나태웅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다.비록 고소장을 받은 그녀는 장선명의 앞에서 그를 탓하진 않았지만 장선명은 은연중에 안지영이 뭘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장선명은 가냘픈 그녀의 손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응?”“이건 걱정하는 게 아니라 화가 나서 그래요.”그녀는 정말 화가 났다. 어떻게 나태웅을 만나서 지금까지 매듭이 풀리지 않는 걸까?지난번에는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태웅은 안지영이 그를 무시하면 할수록 더욱 그녀에게 빠져들 줄 알았을까? 도대체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너무 머리가 아팠고 쉽게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장선명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정말 걱정 안 해?”“안열 씨가 말했어요. 선명 씨는 이미 이런 상황까지 다 예상하고 처리했을 거라고.”장선명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이 정도로 날 믿는 거야?”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에게는 지금 장선명을 믿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비록 장선명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그녀를 달랬지만 그녀는 여전히 화가 났다.피그스에서 있었던 일도 그녀는 아직 나태웅에게 복수하지 않았다. 그녀는 피그스에거 돌아온 뒤로 하늘그룹의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나태웅
이지훈은 습하고 소리를 낸 뒤 말을 이었다.“나태웅 대표님을 만나러 왔다고 합니다.”“태웅이가 또 무슨 사고 쳤어?”나태현의 말투는 바로 차가워졌고 순간 머리가 아파졌다.나태웅은 정말 동영그룹에서 돌아온 뒤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았다.예전의 진중했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찾아볼 수 없었고 지금 나태웅이 하는 일들은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정확히 말하면 나태현은 나태웅이 뒤늦게 반항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16살 때도 하지 않던 반항을 지금 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이 나이에 반항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이지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오늘 오전에 하늘그룹에 다녀오셨는데 이번에는 안지영 아가씨께서 나태웅 대표님을 고소했습니다.”“태웅이를 고소했다고? 설마 성폭행이야?”나태현은 무의식적으로 목소리가 높아졌다.이 순간 그는 정말 나태웅을 때려버리고 싶었다.플라자 온천에서 돌아온 뒤로 나태웅은 안지영을 만나지 않았다. 이에 나태현은 드디어 나태웅이 마음을 접은 줄 알았다.그런데 결국 나태웅은 오전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하늘그룹에 다녀온 것이었다.제발 짐승보다 더 나쁜 짓을 저지르진 않았길 바랐다. 만약 그렇다면 나태현도 더 이상 나태웅을 관리할 수 없었다.지금도 통제할 수 없는 놈을 겨우 통제하고 있었다.성폭행이라는 단어에 이지훈은 깜짝 놀랐다.나태현은 몸을 일으켜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태웅이 어디 있어?”“안 계십니다.”이지훈이 나태현의 뒤를 따르며 이어서 말했다.“오전에 하늘그룹에 가셨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이런 사고를 쳐놓고 숨어?’나태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머리가 아팠고 이미 마음속으로 어떻게 나태웅을 찾아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다른 한편 응접실에서는 왕여가 경찰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는 나태웅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이에 나태웅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왕여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왕여는 나태현이 온 것을 보고 마치 구세주를 본 것 같은
고은지는 오늘 외출할 때 일기 예보를 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아침에 밖에 나왔을 때는 아직 해가 쨍쨍하게 빛나고 있었기에 고은지는 딸을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원래는 의사 선생님만 뵙고 돌아가려고 했지만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백화점을 지나다가 고희주가 인형뽑기 기계 안에 들어 있는 토끼 인형을 갖고 싶어 했다.고은지는 고희주가 토끼 인형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결국 그녀는 공을 들여 토끼 인형을 뽑아주었다.고희주가 핑크색 토끼 인형을 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본 고은지는 마음속으로 죄책감이 들었다.예전에 조씨 가문에 있을 때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장난감은 말할 것도 없고 외식도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그녀가 독립해서 어렵게 나왔는데 오늘은 딸과 함께 제대로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싶었다.그런데 밥을 다 먹고 나와보니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두 사람 다 그저 비를 맞고 있을 뿐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희주의 작은 얼굴에 보기 드문 미소가 번졌다.고은지는 화가 나서 품에 안긴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흠뻑 젖었는데 아직도 웃고 있어?”고희주는 작은 손을 들어 엄마의 머리를 막아주며 말했다.“이렇게 하면 엄마가 안 젖겠지?”고은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엄마와 딸이 이렇게 지낸 지가 얼마 만일까?조영수와 이혼한 뒤로 고희주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고 다시는 고은지를 향해 웃지 않았다.이 순간 고희주의 따뜻한 행동에 고은지는 있는 힘껏 딸을 꽉 안아줬다.“엄마는 비 맞는 거 안 무서워.”“근데 난 엄마가 감기 걸릴까 봐 무서워.”감기라는 말에 고은지는 얼른 딸을 안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뛰어갔다.비가 내릴 때는 택시를 잡기 어려웠기에 고은지도 희망을 품지 않았다.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누군가 고은지의 발을 밟았고 그녀는 발끝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이내 참으면서 다시 똑바로 섰다.고희주는 예민한 아이였기에 금방 고은지의
“그건 신경 쓰지 않았는데 조사해 볼까요?”나태현은 눈을 뜨고서는 앞에 놓인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모습에 이지훈의 마음도 복잡해졌다.순간 이지훈은 나태현이 마음속으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나태웅과 안지영이 서로 물고 뜯고 싸워도 안지영은 무서워하지 않았다.장선명이 이미 모두 준비했다는 걸 안 뒤로 그녀는 더욱 나태웅을 코너로 몰고 싶었고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나태웅이 돈을 손해 본 것도 결국 그가 자초한 일이었기 때문이다.한편 동영그룹.배준우가 사무실에 돌아온 뒤로 고은영은 계속 그의 눈치를 살폈다.그녀의 티 나는 눈빛에 배준우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오전부터 오후까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배준우는 마침내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이리 와봐.”비록 고은영은 지금 배준우를 무서워하진 않았지만 그가 자기를 부르자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다가가서 순종적으로 품에 안겼다.그녀의 순종적인 태도에 배준우는 자기도 모르게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녀의 턱을 잡고 키스했다.‘이 앙큼한 계집애.’고은영은 신음을 내뱉으며 배준우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움직이지 마.”“안 돼요.”“왜 안 돼?”“여긴 사무실이잖아요.”배준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내가 여기가 사무실이라는 걸 몰라?’ 고은영의 호흡이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고 배준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겁을 먹어?”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고은영은 아직도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고은영은 투덜거리며 말했다.“예전에 사무실에서 연애하면 안 된다면서요?”그럼 지금 이렇게 키스하면서 포옹하는 것도 안 되는 거 아닐까?배준우는 그녀의 말에 흠칫했다.그는 고개를 숙여 작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그런 말을 했었어?”고은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말
진정훈은 집에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향했다.집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유경이는 좀 어때? 집에 돌아올 수 있는 거야?”진정훈이 말했다.“네. 걸을 수 있으니까 금방 돌아올 거예요.”그 말을 끝으로 할머니가 더 묻기 전에 그는 곧바로 위층으로 달려갔다.한 달 전과 비교하면 현재 진성택의 얼굴과 에너지는 확실히 약해졌다.진정훈이 돌아온 것을 본 진성택은 돋보기를 벗으며 물었다.“유경이는 어때?”“붕대는 풀었는데 걸을 때면 통증이 조금 있대요.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요.”원래는 진유경을 집으로 데려와 재활 치료를 받게 할까 했지만 진정훈이 요즘 너무 바빠서 차라리 진유경을 병원에 계속 있게 하는 것이 마음이 놓였다.진성택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더 묻지 않고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진정훈은 그의 한숨을 듣고 마음속으로 살짝 당황했다.“아버지 오늘 병원에 가셨어요?”진성택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널 오라고 한 건 그 아이의 일에 대해 묻고 싶어서야. 한 달이 지났는데 확인은 한 거니?”아버지였기에 자신의 아이를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특히 이제는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기에 죽기 전에 아이를 더욱 보고 싶고 결과가 좋든 나쁘든 꼭 아이를 만나고 싶어 했다.그 아이가 진씨 가문에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는 더 걱정할 것이 없었다.진성택이 그 아이에 관해 묻자 진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직 확인하지 못했어요.”“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확인하지 못했다는 말에 진성택의 목소리에는 실망이 가득했다.진성택의 실망스러운 목소리에 진정훈은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진정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문제가 좀 생겼는데 빨리 해결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진성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빨리 그래. 최대한 빨리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야 해.”맞다면 당연히 최고의 결과겠지만 아니라면 그들도 더 이상 이 일에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진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정훈은 할머니의 욕이 안 들리는 척하며 곧바로 집을 떠났다. 차 안에서 그는 고민하고 또 하다가 결국 진윤에게 전화를 걸었고 진윤은 바로 받았다.“왜?”진정훈이 말했다.“배준우를 만나러 가야겠어.”“또 무슨 미친 짓을 하는 거야?”진윤은 바로 말투가 차가워지며 짜증을 냈다.진정훈은 머릿속에 진성택의 창백한 모습이 떠오르자 호흡이 가빠졌다.아버지에 대해 진정훈은 진윤과 달랐다. 그는 항상 아버지를 존경했고 불쌍하게 생각했다.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수년 동안 아버지는 재혼도 하지 않고 계속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았다.아버지는 남은 삶 동안 잃어버린 딸을 찾는 일에 대부분의 노력을 기울였다.진정훈은 아버지가 잃어버린 딸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시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형이 왜 그렇게 아버지를 미워하는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떠난 지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아버지는 늘 혼자 계셨어.”“혼자였다고?”진윤은 차가운 비웃음을 날렸다. 그 비웃음에는 분명 조롱의 뜻이 담겨 있었다.진정훈은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입을 열기 전에 진윤이 이어서 말했다.“인과응보라고 알아? 모르면 공부를 좀 해보지 그래?’“아니. 형 도대체 무슨 뜻이야?”진정훈은 화를 내며 말했다.‘뭐가 인과응보라는 거야?’매번 진윤과 아버지의 일에 대해 말할 때면 그는 항상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했다.진정훈은 직감적으로 그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일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지? 이렇게 형이 아버지를 미워하는 걸 보면 분명 큰일이겠지? 그렇다면 내가 하나도 모를 수 없을 텐데. 아무리 내가 모르는 일이 있었다고 해도 이 정도로 아버지를 미워하는 게 말이 돼?’진정훈은 이미 진윤의 태도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이제 그는 고은영이 그들의 친여동생인지 빨리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맞다면 결과를 빨리 아버지가 안심하실 수 있도록 알려드리고 싶었고 만약 아니라면 그들은 얼른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는 무슨 일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