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했죠. 내가 이미 배준우의 동선을 확인했다고.”‘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했는데도 약속 때문에 나갔다고?’진정훈은 이를 악물며 말했지만 라 집사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본 다음 말했다.“도련님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시죠?”“뭐요?”“저희 대표님을 도련님께서 조사하셨다는 건가요? 사실 그대로 대표님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진정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아니 지금 이런 일로 시간을 끌 때야?’이 순간 진정훈은 너무 화가 나서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 이곳에 사람들은 전부 사람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지금 내 말을 알아듣긴 한 거야? 난 지금 당장 배준우를 만나야겠다고.’진정훈은 라 집사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 보며 말했다.“그럼 배준우를 만나지 않아도 되니까 그쪽 사모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지난번 고은영이 오해했던 일이 떠올린 진정훈은 원래 바로 고은영을 찾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이 다급했기에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라 집사가 말했다.“사모님은 대표님과 함께 계십니다.”“그렇다면 난 더욱 들어가 봐야겠어요.”같이 있다면 더 의심할 것도 없이 집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라 집사가 말했다.“도련님 마음대로 들어가시겠다는 건가요?”“내가 언제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빨리 가서 배준우한테 전하세요. 급한 일이 있으니까.”라 집사가 말했다.“만약 대표님을 꼭 만나셔야 한다면 다른 시간에 와주세요. 오늘은 안 됩니다.”“오늘은 왜 안 되는데요?”라 집사의 말에 진정훈은 배준우가 안에 있다는 것을 더욱 확신했고 조급해졌다.‘지금 시간을 정하고 오라는 거야? 아니 퇴근했는데 왜 만나지 못한다는 거야?’이 순간 란완리조트 안에서 고은영과 배준우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배준우는 정말 미친 것 같았다.결국 고은영은 지쳐서 쓰러졌고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게 내버려뒀다.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고은영은 배준우의 품에 꼭 안겨
배준우의 옷깃은 반쯤 열려있었고 목 부분에는 붉은 자국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손톱에 긁힌 자국인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본 진정훈의 얼굴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방금까지 뭘 한 거지?’진정훈은 순간 온몸이 자기도 모르게 굳어졌고 심지어 약간 뜨거워지기까지 했다.배준우는 긴 다리로 아래층에 내려왔다. 진정훈은 그를 지켜보며 몸을 똑바로 하고 지저분한 옷을 정리했다.만약 옆에 경호원들이 없고 그의 깔끔한 외모만 보면 아무도 그가 방금까지 얼마나 격렬하게 싸웠는지 모를 것이다.배준우가 그의 앞에 다가와 섰다.두 사람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배준우가 진정훈을 때릴까 봐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하지만 배준우는 주먹을 휘두르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진정훈을 바라보았다.“힘자랑할 곳이 없나 봐? 여기까지 와서 내 사람들을 때려?”진정훈은 굳은 얼굴로 눈을 감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고은영을 만나야겠어.”퍽하는 소리와 함께 배준우가 정말 진정훈에게 주먹을 날렸다.모두 숨을 죽이고서는 가슴을 졸이며 상황을 지켜보았다.‘지금 사모님을 만나겠다고? 미친 거 아니야?’진정훈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당신 미쳤어?”“진윤한테 전화해.”배준우가 날카롭게 말했다.라 집사는 고통을 참으며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이렇게 대답한 뒤 비틀 거리며 전화기 쪽으로 걸어갔다.진정훈은 또 진윤을 들먹이는 것을 보고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형을 왜 부르는 거야?”“지금 진씨 가문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그렇지 않으면 왜 아무도 널 통제하지 않는 거야?”“배준우. 지금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난 지금 반드시 고은영을 만나야겠다고.”퍽하는 소리와 함께 또 한 번 배준우의 주먹이 진정훈의 얼굴에 꽂혔다.옆에 있는 사람들은 순간 숨을 멈췄고 다들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진정훈의 호흡이 더욱 조급해졌다.그는 강렬하게 배준우를 째려보며 그에게 주먹을 휘둘러 반격하려고 했지만 배준우의 눈빛에 의해
이제 고은영은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다.그녀가 다급하게 나가보려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순간 한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내려다본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젠장. 왜 옷을 안 입혀 준 거야?’혜나는 고은영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은영의 목덜미부터 아래에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고은영의 모습에 혜나는 순간적으로 방금 배준우의 모습이 떠올랐다.‘사모님께서 너무 화가 나서 목덜미를 손톱으로 긁은 건가?’혜나는 정신을 차리고서는 얼른 고은영에게 옷을 건네주려고 했다.이 순간 고은영의 작은 얼굴은 사과처럼 빨개졌고 몸 전체가 화끈거렸다.“얼른 다 가릴 수 있는 옷으로 가져다줘.”그녀는 다급하게 말했다.아무리 아래층에서 진정훈이 맞아 죽는다고 해도 그녀는 먼저 옷을 제대로 입어야 했다.혜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얼른 고은영에게 잠옷을 건네주었다. 고은영은 아주 확실하게 몸을 가리고 침실 문을 나섰다.계단에 도착했을 때 진정훈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은영을 만나게 해줘.”그 말에 고은영은 깜짝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이 남자가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날 만나서 뭘 하겠다는 거지? 우리가 그렇게 친해?’전에 친자 검사를 하겠다고 소란을 피웠던 진정훈이 떠올라 고은영은 순간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다급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진정훈은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꼼짝 못 하고 붙잡혀 있었고 배준우는 직접 물 주전자를 들어 진정훈에게로 걸어갔다.주전자 안에 차가운 물인지 뜨거운 물인지 알 수 없었다.그 모습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긴장하게 했다.주전자에 물을 맞자 진정훈은 순간 조용해지더니 이내 배준우에게 욕을 퍼부었다.“배준우 너 미쳤어?”이렇게 화를 내는 진정훈의 모습은 경제 잡지 표지에서 보던 이미지와 전혀 달랐다.배준우가 말했다.“네 형이 오기 전에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네 입을 틀어막아 버릴 거니까.
고은영이 말했다.“난 지금 준우 씨를 걱정하는 거예요.”배준우를 걱정한다고?란완리조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모님이 이 정도로 대표님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서는 감동했다.그러나 진정훈은 폭발 직전이었다.맞은 사람은 그인데 고은영이 지금 틀린 사람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진정훈은 친자 검사를 해서 혈연관계가 밝혀지면 이 빌어먹을 계집애가 후회하길 바랐다.그는 마음속으로 정말 고은영이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잔인한 생각이 들었다.배준우는 그녀의 빨개진 작은 손을 보며 웃었다.“웃어?”그의 목소리에 유쾌함이 담겨 있는 것을 보니 고은영이 방금 그를 걱정한다고 했던 말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남자든지 여자든지 상대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배준우도 마찬가지로 고은영의 관심이 필요했다.고은영이 말했다.“아파요 엄청.”그렇게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그녀의 손바닥은 지금 불에 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배준우가 말했다.“아프면서 왜 직접 때렸어?”고은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떻게 안 때릴 수 있었겠어? 방금 진정훈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모두 날 모욕하는 말인데.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했으니 이제 나하고 진정훈 사이에 정말 뭐가 있는지 의심할 거야. 사실 나하고 진정훈은 아무 사이도 아닌데.’“난 진정훈 씨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뭐가 나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아직 확인도 못 했어. 이 빌어먹을 계집애야.”진정훈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저 빌어먹을 계집애가 날 무슨 늑대로 생각하는 거야? 친자 검사를 해보겠다는데 이렇게 겁먹을 필요까지 있어? 전에 아이와 내가 친자 검사를 한다는 걸로 오해한 것 같았는데.’여기까지 생각한 진정훈은 더욱 화가 났다. 그는 차라리 고은영의 머리를 직접 열어보고 싶었다.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들어 있길래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진정훈이 설명하려고 했지만 마침 진윤이 도착했다.“형.”진정훈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진정훈은 고은영을 잡아 먹어버리고 싶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 빌어먹을 계집애는 배준우의 옆에서 나쁜 것을 얼마나 많이 배웠을까?‘이게 한 여자아이가 할 수 있는 생각이야? 뭐가 죽고 안 죽는다는 거야? 설마 고은영은 내가 죽길 바라는 건가?’진정훈이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가 정말 오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사람이 죽길 바랐다면 왜 굳이 잠에서 깨 아래층으로 내려왔을까?이제 진윤도 왔으니 배준우는 고은영의 얇은 허리를 껴안으며 말했다.“안 졸려?”“졸려요.”“그럼 올라가서 계속 자.”그도 고은영이 지금 많이 피곤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모든 과정을 끝내기도 전에 잠에 들었는데 지금 이렇게 일어나서 얼마나 피곤할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배준우의 계속 올라가서 자라는 말에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배준우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왜?”“준우 씨 설마 저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는 건 아니죠?”저 사람은 진정훈을 가리켰다.진정훈은 원래 아파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방금 고은영의 말에 고통을 참으면서라도 말을 똑바로 하라고 고은영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다.하지만 진윤의 날카로운 눈빛에 그는 입술까지 나왔던 말을 어쩔 수 없이 삼키고서는 화가 잔뜩 난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배준우가 말했다.“걱정하지 마. 그럴 일은 없으니까.”“난 저 사람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준우 씨는 날 믿어줘야 해요.”“그래. 난 널 믿어. 어떻게 널 믿지 않을 수 있겠어?”다행히 고은영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이렇게 비몽사몽 깨어난 것도 차라리 다행이었다. 사람들은 가끔 너무 많은 것을 알아서 자신을 괴롭게 만들기도 했다.배준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그제야 안심했다.그녀는 정말 피곤했다.특히 혜나가 깨워서 일어났을 때 머리가 너무 무거웠다.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역시나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말했다.“또 때릴 건 아니죠?”“너.”“사실 난 남자가 뻔뻔하게 나올 때는 때려도 소용없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고은영과 량천옥의 친자 검사 보고서를 꺼내 진윤에게 직접 보여줬다.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전에 검사한 것이라면 그때는 왜 그렇게 대답을 망설였던 걸까?진윤이 묻기도 전에 배준우가 이어서 말했다.“전에 네가 와서 물었을 때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어.”정말 그런 걸까? 진윤은 믿지 않았다.진윤이 서류봉투를 꺼내기도 전에 진정훈이 먼저 서류봉투를 열고서는 안에 있는 보고서를 꺼내 가장 마지막 결과를 펼쳐보았다.진정훈은 그 결과를 보고서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고은영이 정말 량천옥의 딸이라니.’이 순간 진정훈의 얼굴에는 전례 없는 실망감이 드러났다.진윤은 진정훈의 표정을 보고서는 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아도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진정훈은 고개를 들고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이게 사실이야?” 그는 지금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었다.수년 동안 진정훈는 어머니가 죽기 전에 했던 말을 잊지 않고 계속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매일매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시간이 지나면 그도 잊을 수 있었겠지만 그날 밤 불빛 아래에서 어머니가 말했던 상처와 똑같은 상처가 고은영에게 있었던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 깊게 자리 잡았다.며칠 동안 그는 계속 생각하면서 아직 검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은영을 자신의 친여동생이라고 믿었다.그는 심지어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었다.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일까?진정훈은 손에 들린 보고서를 바라보다가 인정할 수 없어 찢어버렸다.배준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 서류봉투를 진정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못 믿겠으면 직접 가서 해 봐.”안에는 두 가지 샘플이 들어있었다.고은영의 머리카락과 량천옥의 혈액 샘플이었다.진정훈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배준우가 이 물건들을 그에게 건네주는 순간 진정훈은 결국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은영은 정말
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이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진정훈도 느낄 수 있는 일이었기에 의심할 여지도 없이 진윤도 분명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정훈이 이 일을 너무 과격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진윤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찌 됐든 이제부터 더 이상 배준우를 찾아가지 마.”“내 생각에는 우리도 반드시 고은영과 검사를 해야 해.”진정훈은 아주 강력하게 느끼고 있었다.정가마을에서 고은영을 만났을 때부터 그는 뭔가 고은영이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느낌을 아주 강렬하게 받았다.그 느낌은 마치 여자의 육감과도 비슷했다.그래서 방금 배준우가 보고서를 보여주며 말했을 때 진정훈은 실망했고 더욱더 혼란스러웠다.이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진정훈은 이 일이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진정훈이 친자 검사를 하겠다는 말에 진윤은 화를 내며 말했다.“아까 덜 맞았나 보네?”어떻게 진정훈은 먹은 음식은 기억해도 맞은 것은 기억하지 못할까?진윤은 점점 더 화가 났다.진전훈이 말했다.“급해서 그러지. 나도 얼른 이 일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그래.”만약 그들이 고은영과 검사를 해서 여동생이 아니라면 그도 완전히 미련을 버릴 것이다.앞으로는 고은영을 절대로 귀찮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 고은영과 량천옥의 친자 검사를 진정훈은 믿을 수 없었다.진윤은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내가 방금 널 데리러 가지 않았다면 배준우는 널 때려죽였을 거야.”진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말을 이렇게 잔인하게 해?’독하게 말하는 것도 고은영 그 계집애하고 똑같은데 어떻게 혈연관계가 아닐 수 있을까? 진정훈은 믿을 수 없었다.진윤은 진정훈이 머릿속으로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바로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진윤은 배준우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이전에 배준우가 진윤에게 아주 상세하게 이해관계에 대해 분석해 줬었다
진유경은 진정훈이 돌아온 것을 보고 바로 불만을 표시했다.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그녀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진정훈은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느끼며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오늘 일이 좀 많았어.”그렇게 말한 뒤 진유경을 바라보며 물었다.“좀 어때? 이제 걸을 수 있겠어?”한 달 동안 진정훈은 몇 번이고 병원에 가서 진유경의 회복 상태를 파악했기에 그도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진유경이 말했다.“걸을 때 조금 습관이 되지 않아. 넘어질까 봐 무서워.”진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잘 쉬어. 요즘에는 밖에 나가지 말고.”진유경은 순종적으로 응하고 대답하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정훈에게 물었다.“오빠는 어디 갔었어? 얼굴에 상처는 왜 이런 거야?”방금 모두 그가 왜 진유경을 데리러 가지 않았는지만 신경 쓰고 있었기에 그의 얼굴은 아무도 주의하지 않았다.지금 진유경의 말을 들은 진호영과 할머니는 눈을 크게 뜨며 뚫어져라 진정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진정훈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진유경은 바로 몸을 일으키더니 쩔뚝거리며 진정훈을 향해 걸어왔다. 걸음걸이가 조금 빠르긴 했지만 비틀거렸다.결국 그녀는 진정훈의 품에 바로 넘어졌다. 진정훈은 깜짝 놀라 심장이 철렁했다.진유경을 부축하며 말했다.“너 뭐 하는 거야? 방금 낳은 거 까먹었어? 또 부러지고 싶어?”“형 유경이한테 뭐라고 하지 마. 유경이는 형이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진정훈의 말투에 비난이 조금 담겨 있자 진호영이 말했다.눈치를 살피던 진유경이 바로 말했다.“난 괜찮아. 내가 더 조심할게. 둘째 오빠한테 뭐라고 하지 마.”그녀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웠고 이런 얌전한 모습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할머니는 진정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누구하고 싸웠니?’진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몸이 얼어붙었다.진유경과 진호영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