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이 말했다.“난 지금 준우 씨를 걱정하는 거예요.”배준우를 걱정한다고?란완리조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모님이 이 정도로 대표님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서는 감동했다.그러나 진정훈은 폭발 직전이었다.맞은 사람은 그인데 고은영이 지금 틀린 사람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진정훈은 친자 검사를 해서 혈연관계가 밝혀지면 이 빌어먹을 계집애가 후회하길 바랐다.그는 마음속으로 정말 고은영이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잔인한 생각이 들었다.배준우는 그녀의 빨개진 작은 손을 보며 웃었다.“웃어?”그의 목소리에 유쾌함이 담겨 있는 것을 보니 고은영이 방금 그를 걱정한다고 했던 말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남자든지 여자든지 상대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배준우도 마찬가지로 고은영의 관심이 필요했다.고은영이 말했다.“아파요 엄청.”그렇게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그녀의 손바닥은 지금 불에 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배준우가 말했다.“아프면서 왜 직접 때렸어?”고은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떻게 안 때릴 수 있었겠어? 방금 진정훈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모두 날 모욕하는 말인데.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했으니 이제 나하고 진정훈 사이에 정말 뭐가 있는지 의심할 거야. 사실 나하고 진정훈은 아무 사이도 아닌데.’“난 진정훈 씨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뭐가 나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아직 확인도 못 했어. 이 빌어먹을 계집애야.”진정훈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저 빌어먹을 계집애가 날 무슨 늑대로 생각하는 거야? 친자 검사를 해보겠다는데 이렇게 겁먹을 필요까지 있어? 전에 아이와 내가 친자 검사를 한다는 걸로 오해한 것 같았는데.’여기까지 생각한 진정훈은 더욱 화가 났다. 그는 차라리 고은영의 머리를 직접 열어보고 싶었다.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들어 있길래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진정훈이 설명하려고 했지만 마침 진윤이 도착했다.“형.”진정훈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진정훈은 고은영을 잡아 먹어버리고 싶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 빌어먹을 계집애는 배준우의 옆에서 나쁜 것을 얼마나 많이 배웠을까?‘이게 한 여자아이가 할 수 있는 생각이야? 뭐가 죽고 안 죽는다는 거야? 설마 고은영은 내가 죽길 바라는 건가?’진정훈이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가 정말 오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사람이 죽길 바랐다면 왜 굳이 잠에서 깨 아래층으로 내려왔을까?이제 진윤도 왔으니 배준우는 고은영의 얇은 허리를 껴안으며 말했다.“안 졸려?”“졸려요.”“그럼 올라가서 계속 자.”그도 고은영이 지금 많이 피곤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모든 과정을 끝내기도 전에 잠에 들었는데 지금 이렇게 일어나서 얼마나 피곤할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배준우의 계속 올라가서 자라는 말에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배준우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왜?”“준우 씨 설마 저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는 건 아니죠?”저 사람은 진정훈을 가리켰다.진정훈은 원래 아파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방금 고은영의 말에 고통을 참으면서라도 말을 똑바로 하라고 고은영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다.하지만 진윤의 날카로운 눈빛에 그는 입술까지 나왔던 말을 어쩔 수 없이 삼키고서는 화가 잔뜩 난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배준우가 말했다.“걱정하지 마. 그럴 일은 없으니까.”“난 저 사람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준우 씨는 날 믿어줘야 해요.”“그래. 난 널 믿어. 어떻게 널 믿지 않을 수 있겠어?”다행히 고은영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이렇게 비몽사몽 깨어난 것도 차라리 다행이었다. 사람들은 가끔 너무 많은 것을 알아서 자신을 괴롭게 만들기도 했다.배준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그제야 안심했다.그녀는 정말 피곤했다.특히 혜나가 깨워서 일어났을 때 머리가 너무 무거웠다.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역시나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말했다.“또 때릴 건 아니죠?”“너.”“사실 난 남자가 뻔뻔하게 나올 때는 때려도 소용없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고은영과 량천옥의 친자 검사 보고서를 꺼내 진윤에게 직접 보여줬다.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전에 검사한 것이라면 그때는 왜 그렇게 대답을 망설였던 걸까?진윤이 묻기도 전에 배준우가 이어서 말했다.“전에 네가 와서 물었을 때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어.”정말 그런 걸까? 진윤은 믿지 않았다.진윤이 서류봉투를 꺼내기도 전에 진정훈이 먼저 서류봉투를 열고서는 안에 있는 보고서를 꺼내 가장 마지막 결과를 펼쳐보았다.진정훈은 그 결과를 보고서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고은영이 정말 량천옥의 딸이라니.’이 순간 진정훈의 얼굴에는 전례 없는 실망감이 드러났다.진윤은 진정훈의 표정을 보고서는 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아도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진정훈은 고개를 들고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이게 사실이야?” 그는 지금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었다.수년 동안 진정훈는 어머니가 죽기 전에 했던 말을 잊지 않고 계속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매일매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시간이 지나면 그도 잊을 수 있었겠지만 그날 밤 불빛 아래에서 어머니가 말했던 상처와 똑같은 상처가 고은영에게 있었던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 깊게 자리 잡았다.며칠 동안 그는 계속 생각하면서 아직 검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은영을 자신의 친여동생이라고 믿었다.그는 심지어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었다.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일까?진정훈은 손에 들린 보고서를 바라보다가 인정할 수 없어 찢어버렸다.배준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 서류봉투를 진정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못 믿겠으면 직접 가서 해 봐.”안에는 두 가지 샘플이 들어있었다.고은영의 머리카락과 량천옥의 혈액 샘플이었다.진정훈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배준우가 이 물건들을 그에게 건네주는 순간 진정훈은 결국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은영은 정말
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이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진정훈도 느낄 수 있는 일이었기에 의심할 여지도 없이 진윤도 분명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정훈이 이 일을 너무 과격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진윤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찌 됐든 이제부터 더 이상 배준우를 찾아가지 마.”“내 생각에는 우리도 반드시 고은영과 검사를 해야 해.”진정훈은 아주 강력하게 느끼고 있었다.정가마을에서 고은영을 만났을 때부터 그는 뭔가 고은영이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느낌을 아주 강렬하게 받았다.그 느낌은 마치 여자의 육감과도 비슷했다.그래서 방금 배준우가 보고서를 보여주며 말했을 때 진정훈은 실망했고 더욱더 혼란스러웠다.이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진정훈은 이 일이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진정훈이 친자 검사를 하겠다는 말에 진윤은 화를 내며 말했다.“아까 덜 맞았나 보네?”어떻게 진정훈은 먹은 음식은 기억해도 맞은 것은 기억하지 못할까?진윤은 점점 더 화가 났다.진전훈이 말했다.“급해서 그러지. 나도 얼른 이 일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그래.”만약 그들이 고은영과 검사를 해서 여동생이 아니라면 그도 완전히 미련을 버릴 것이다.앞으로는 고은영을 절대로 귀찮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 고은영과 량천옥의 친자 검사를 진정훈은 믿을 수 없었다.진윤은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내가 방금 널 데리러 가지 않았다면 배준우는 널 때려죽였을 거야.”진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말을 이렇게 잔인하게 해?’독하게 말하는 것도 고은영 그 계집애하고 똑같은데 어떻게 혈연관계가 아닐 수 있을까? 진정훈은 믿을 수 없었다.진윤은 진정훈이 머릿속으로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바로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진윤은 배준우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이전에 배준우가 진윤에게 아주 상세하게 이해관계에 대해 분석해 줬었다
진유경은 진정훈이 돌아온 것을 보고 바로 불만을 표시했다.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그녀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진정훈은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느끼며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오늘 일이 좀 많았어.”그렇게 말한 뒤 진유경을 바라보며 물었다.“좀 어때? 이제 걸을 수 있겠어?”한 달 동안 진정훈은 몇 번이고 병원에 가서 진유경의 회복 상태를 파악했기에 그도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진유경이 말했다.“걸을 때 조금 습관이 되지 않아. 넘어질까 봐 무서워.”진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잘 쉬어. 요즘에는 밖에 나가지 말고.”진유경은 순종적으로 응하고 대답하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정훈에게 물었다.“오빠는 어디 갔었어? 얼굴에 상처는 왜 이런 거야?”방금 모두 그가 왜 진유경을 데리러 가지 않았는지만 신경 쓰고 있었기에 그의 얼굴은 아무도 주의하지 않았다.지금 진유경의 말을 들은 진호영과 할머니는 눈을 크게 뜨며 뚫어져라 진정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진정훈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진유경은 바로 몸을 일으키더니 쩔뚝거리며 진정훈을 향해 걸어왔다. 걸음걸이가 조금 빠르긴 했지만 비틀거렸다.결국 그녀는 진정훈의 품에 바로 넘어졌다. 진정훈은 깜짝 놀라 심장이 철렁했다.진유경을 부축하며 말했다.“너 뭐 하는 거야? 방금 낳은 거 까먹었어? 또 부러지고 싶어?”“형 유경이한테 뭐라고 하지 마. 유경이는 형이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진정훈의 말투에 비난이 조금 담겨 있자 진호영이 말했다.눈치를 살피던 진유경이 바로 말했다.“난 괜찮아. 내가 더 조심할게. 둘째 오빠한테 뭐라고 하지 마.”그녀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웠고 이런 얌전한 모습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할머니는 진정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누구하고 싸웠니?’진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몸이 얼어붙었다.진유경과 진호영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
진호영은 인내심을 갖고 진유경을 달랜 뒤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주려고 했다.진유경은 집으로 돌아온 뒤 계속 할머니 옆에 있었고 한 달 동안 그녀를 보지 못한 할머니도 그녀를 매우 그리워했다.할머니는 진유경을 손을 끌어당기며 놓아주기 아쉬워하셨다.진유경이 방으로 돌아가자 할머니가 진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넌 가서 정훈이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봐.”할머니가 생각하기에 둘째 손주가 가장 어른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았다.진윤처럼 가족들에게 무심하지도 않았고 진호영처럼 바람둥이도 아니었다.진윤을 떠올리지 않았을 때는 괜찮았지만 진윤을 떠올리자 할머니의 안색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올해 그녀의 생일 파티에도 진윤은 참석하지 않았다.그녀도 도대체 진윤의 원망이 무슨 이유로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렸을 때 그녀가 조금 편애했다고 해도 큰 다음에 잘해준 것으로는 용서가 안 되는 걸까?여기까지 생각한 할머니는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제가 가볼게요.”그렇게 말한 뒤 밖으로 향했다.진정훈이 마침 샤워를 마쳤을 때 진호영이 들어와서 그의 얼굴에 난 상처를 살폈다.진호영이 말했다.“도대체 누가 형을 때린 거야? 내가 친구들 데려가서 복수해 줄까?”이렇게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진호영의 입에서 친구라는 말이 나오자 진정훈은 그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진호영은 그의 강렬한 눈빛에 바로 꼬리를 내리고 얌전해지더니 마른기침을 뱉어내며 말했다.“도대체 누가 형을 이렇게 때린 거야?”‘강성에서 둘째 형하고 싸울 상대가 있다니 정말 믿을 수 없네.’진정훈이 대답했다.“오늘 네가 유경이 데리러 갔었어?”진정훈은 진호영의 질문에 지금은 대답하고 싶지 않아 다른 질문을 던졌고 진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병원에 도착해서 형한테 전화했었는데 형이 전화를 안 받더라고. 유경이 많이 삐졌을 거야. 형이 내일 선물이라도 사주면서 달래줘.”진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의
어쩔 수 없이 고희주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엄마가 오늘 밤에 감기 걸렸으니까 옮지 않도록 오늘 희주 혼자 잘 수 있겠어?”“엄마 감기 걸렸어?’이 순간 의사가 준 만화책을 보고 있던 고희주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으며 의자에서 내려와 곧장 고은지에게 다가가더니 발끝을 들고서 작은 손을 뻗어 고은지의 이마를 짚었다.고은지는 고희주의 행동을 보고서는 엄마로서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굽혔다.어린 희주는 고은지의 이마가 뜨거운 것을 보고 순간 다급해졌다.“내가 가서 약 가져올게.”일반적인 감기약은 모두 집에 있었지만 모두 어린이용이었고 어른용은 없었다.희주가 방을 뛰어나가려는 것을 보고 고은지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집에 어른용 약은 없어.”고은지는 예전에 자주 아프지 않아서 집에 아예 어른용 약을 사두지 않았었다.하지만 다행히도 그린빌 입구에 약국이 있었고 금방 달려가서 사 올 수 있었다.“그럼 어떻게 해?”“엄마가 나가서 약 사올 테니까 희주 집에 있을 수 있어?”고은지가 물었다.희주가 아픈 이후로 그녀는 매일 희주의 옆을 지켰고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지금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고은지는 그래도 희주를 혼자 집안에 두는 것이 불안했다.지난번 그 순간이 고은지의 마음속에도 무거운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고희주는 원래도 철이 일찍 든 아이였기에 한 달도 안 돼서 상태가 호전됐다. 이 순간 아픈 고은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나 혼자 있을 수 있어.”“그럼 집에 있어. 엄마 10분이면 돌아올 거야.”“알겠어.”희주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에 고은지는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고은지는 열이 나니 몸이 추워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갔다.아직도 비가 오고 있었지만 오후에 비해 지금은 부슬부슬 작게 내리고 있었다.하지만 고은지는 우산을 들고나왔다.지금 그와 고희주 둘만 살았기에 정말 아프거나 쓰러질 수 없었다.약을 산 뒤 고은지는 다급하게 돌아갔다. 10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1
말하지 않아도 이건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은지는 손에 들린 핑크색 우산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아무리 생각해도 항상 진지하기만 하던 나태현 대표가 직접 우산을 전해 주러 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그녀는 무거운 머리 때문에 더 생각하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희주는 거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고은지의 손에 들려있는 우산을 보고 순간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엄마가 찾아온 거야?”희주는 고은지의 앞으로 달려와 기쁜 표정으로 그녀의 손에서 작은 핑크색 우산을 뺏어 들었다.고은지는 희주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 온몸이 긴장되고 호흡이 가빠졌다.이 우산은 고은지도 아주 익숙했다.조영수가 희주에게 사준 유일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그때 조영수가 고은지를 도와 비 오는 날 희주를 데리러 갔을 때 집에 들렀다 가는 것이 귀찮아 아무거나 밖에서 산 우산이었다.편의점에서 파는 싸구려 우산이었지만 희주는 이 순간 그 우산을 보물처럼 여겼다.그렇다면 희주에게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묻지 않았지만 고은지는 순간 마음속으로 깨달았다.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엄마 정말 대단해. 사랑해 엄마.”희주는 마치 보물을 되찾은 듯이 고은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하지만 그 모습에 고은지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조영수가 사준 우산을 희주가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사실 고희주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조영수가 자기의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믿고 싶지 않았던 걸까?이렇게 수년 동안 아빠라고 불렀는데 어떻게 갑자기 아빠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고희주는 자기에게 아빠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그날 밤 고은지는 졸리는 감기약을 먹었지만 여전히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전부 우산을 들고 들어왔을 때 고희주의 반응이었다.고은지는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고은영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고은영은 이미 배준우와 함께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