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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고은지는 오늘 외출할 때 일기 예보를 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아침에 밖에 나왔을 때는 아직 해가 쨍쨍하게 빛나고 있었기에 고은지는 딸을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원래는 의사 선생님만 뵙고 돌아가려고 했지만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백화점을 지나다가 고희주가 인형뽑기 기계 안에 들어 있는 토끼 인형을 갖고 싶어 했다.

고은지는 고희주가 토끼 인형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

결국 그녀는 공을 들여 토끼 인형을 뽑아주었다.

고희주가 핑크색 토끼 인형을 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본 고은지는 마음속으로 죄책감이 들었다.

예전에 조씨 가문에 있을 때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장난감은 말할 것도 없고 외식도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독립해서 어렵게 나왔는데 오늘은 딸과 함께 제대로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싶었다.

그런데 밥을 다 먹고 나와보니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두 사람 다 그저 비를 맞고 있을 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고희주의 작은 얼굴에 보기 드문 미소가 번졌다.

고은지는 화가 나서 품에 안긴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흠뻑 젖었는데 아직도 웃고 있어?”

고희주는 작은 손을 들어 엄마의 머리를 막아주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엄마가 안 젖겠지?”

고은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엄마와 딸이 이렇게 지낸 지가 얼마 만일까?

조영수와 이혼한 뒤로 고희주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고 다시는 고은지를 향해 웃지 않았다.

이 순간 고희주의 따뜻한 행동에 고은지는 있는 힘껏 딸을 꽉 안아줬다.

“엄마는 비 맞는 거 안 무서워.”

“근데 난 엄마가 감기 걸릴까 봐 무서워.”

감기라는 말에 고은지는 얼른 딸을 안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뛰어갔다.

비가 내릴 때는 택시를 잡기 어려웠기에 고은지도 희망을 품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누군가 고은지의 발을 밟았고 그녀는 발끝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이내 참으면서 다시 똑바로 섰다.

고희주는 예민한 아이였기에 금방 고은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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