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훈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동생이 강현석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매번 강현석에게 끌린다는 걸 그도 이미 알아차렸다.그런데도 이런 일을 벌였으니 그의 실책이었다. 도제훈은 재빨리 수아 뒤를 따라가 동생의 팔을 잡았다.“수아야 그렇게 함부로 도망가면 어떡해. 엄마가 걱정하시잖아. 엄마가 아픈데 수아까지 걱정 끼치면 엄마 병 낫지 않을 거야.”그 말에 수아는 끝내 자리에 우뚝 섰다.하지만 눈은 오롯이 강현석을 향해 있었고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시선을 거두었다.동생의 그런 모습을 눈에 고스란히 담은 도제훈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옆에 놓인 손을 그러쥐었다.강현석이 그들 친아빠일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하지만 한꺼번에 두 여자를 임신하게 한 걸 보면 아버지의 자격이 없다는 걸 보아낼 수 있다. 그런 그를 아빠로 생각하면 할수록 동생이 받을 상처도 더욱 컸다.그는 엄마가 다치는 것도 동생이 다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하루빨리 어른이 되어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링거를 맞은 덕분인지 도예나는 그새 많이 회복됐다. 하지만 머리가 여전히 무겁고 어지러워 내일 퇴원할 생각이었다.다행히 두 아이는 내내 떼를 쓰지 않았고 오빠인 도제훈이 잘 돌본 덕에 수아도 어느새 다른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그때 설민준이 침대 끝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내가 사람을 시켜 조사해 봤는데 그 사람들 도 씨 가문의 사주를 받고 움직인 것 같아.”“알아. 지우 오빠가 아까 경찰서 다녀와서 말해줬어. 그 범인들 얼굴도 봤다더라고. 그런데 끝까지 누가 시켰는지는 말하지 않았대. 게다가 목숨이 아니라 몸만 노린 거라고 하며 형벌도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었대.”“도 씨 가문에서도 상대가 대신 비밀 지켜줄 거란 자신이 있어서 벌인 짓이겠지. 그런데 상대가 이미 이렇게 더럽게 나왔다면 우리도 가만있을 필요 없지 않아?”설민준은 싸늘하게 말하며 뒤에서 서류 묶음을 꺼내 도예나에게 건넸다.“이건 도 씨 그룹 고객 명단이야. 지금 협력 얘기가 오가는 고객들도 있어. 한번 봐봐.
집에 도착하기 바쁘게 도예나는 도 씨 그룹으로 향했다.이건 그녀가 귀국한 뒤 처음 회사에 발을 디디는 거였다.5년 전과 같은 위치에 있는 회사는 이미 새로 인테리어한 듯했다. 회사 외벽의 파란색 유리에 하늘과 구름이 비쳐 웅장한 분위기를 형성했다.도예나는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회사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녀가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다.도 씨 가문의 첫째 아가씨, 성남 제일 미녀, 어떠한 타이틀이든지 모두 직원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저 사람 도예나 아니에요? 회사엔 무슨 일이지?”“어제 뉴스 못 봤어요? 도예나가 도 씨 그룹 3대 주주가 되었잖아요. 오늘 마침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이니 당연히 왔겠죠.”“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 5 년 정도 자리를 비웠는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어요?”“모르면 말도 마요. 이번에 이렇게 나타났다는 건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서일 걸요. 경영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니 꼭 알 필요도 없죠.”“왠지 회사에 전쟁 날 것 같지 않아요?”“저도 왠지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사람들이 수군대는 틈에 도예나는 여전히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걸어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바로 최고층을 눌렀다.18살 때 그녀는 이곳에 온 적이 있다. 어머니가 남겨준 유산을 물려받으려고 말이다.하지만 유산을 물려받은지 하루 만에 그런 일이 벌어졌고 오랜만에 다시 오니 모든 게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런데 그때 비서의 연락을 받은 도진호가 한달음에 달려왔다.“여긴 왜 왔어?”딸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말투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복도에서 마주친 두 부녀는 마치 원수라도 만난 듯 눈에서 스파크가 튀어나왔고 조용한 공기에 화약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도예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제가 도 씨 그룹 대주주인데 못 올 데 왔어요?”“너 MBA 과정도 거치지 않았으면서 회사 일을 어떻게 안다고 여길 와? 네가 주주총회 참가한다 한들 아무 의미 없어. 차 준비해 줄 테니까
“저를 쫓아내도 도 씨 그룹이 제 어머니가 일궈낸 회사라는 사실은 변함없어요.”흔들림 없는 표정과 가벼운 말투는 버럭버럭 화를 내는 도진화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복도에 있던 몇몇 비서는 너무 놀란 나머지 숨소리도 내지 않고 구석에 숨었다.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될 때, 도예나는 정적을 깨트리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도진호를 빤히 보는 순간 흔들림 없던 그녀의 눈빛이 끝내 미세하게 흔들렸다.“아버지, 저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는 없어요?”“네가 4년 전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간 순간부터 난 너라는 딸을 내 마음속에서 지웠다.”“만약 제가 불을 지른 게 아니라면 믿어주실 건가요?”도진호의 눈은 순간 어두워졌다. “네가 지른 게 아니라도 너 때문에 일어난 사고야. 넌 살아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네, 아버지 뜻 잘 알겠어요.”도예나는 끝내 포기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끝내 두 사람 사이에 남아있던 부녀 사이의 정도 말끔히 사라졌다.그렇다면 그녀도 앞으로 우려할 것이 없었다.그런데 그때.“아빠, 언니, 그만들 싸워요…….”도설혜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다급히 달려오더니 마치 중재에 나선 듯 두 사람을 말렸다.“곧 있으면 주주총회가 시작돼요. 다른 분들 이미 회의실에서 기다리시는데 이렇게 싸우면 집안 망신이잖아요. 게다가 식구끼리 서로 얼굴 붉힐 필요가 없잖아요!”하지만 도예나는 오히려 싸늘한 눈빛으로 도설혜를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지분 때문에 날 죽이려고까지 할 필요는 있고?”도설혜는 멈칫하더니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모른다고 발뺌해도 상관없어. 그런데 이것만은 기억해 둬. 내가 만약 증거를 잡으면 너를 내 손으로 직접 감방에 처넣을 거란 걸.”도예나는 도설혜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이고는 긴 다리를 내뻗으며 회의실로 걸어갔다.그 말을 들은 도설혜는 말없이 주먹을 그러쥐었고 도진호 역시 화가 잔뜩 난 듯 중얼거렸다.“저런 애가 내 자식이라니…….”“아빠, 도예나
도준호는 퇴로가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퇴로조차 없었다.때문에 모든 사실이 탄로 나면 그녀와 어머니를 기다리는 건 처참한 최후뿐이었다…….도설혜는 숨을 크게 들이켜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아빠, 주주총회 시작했어요. 우리도 얼른 가요.”도 씨 그룹의 대부분 지분은 도 씨 가문 손에 있다. 도진호가 35퍼센트, 그리고 도설혜와 도예나가 각각 25퍼센트, 나머지는 다른 주주들.원래 상황이라면 도설혜가 최대주주였겠지만 절반의 지분을 도예나에게 주면서 공동 2위로 내려앉았고 도진호가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1퍼센트를 넘겨준 덕에 그녀가 2대 주주, 도예나가 3대 주주가 된 거다.그리고 현재, 큰 회의실 안. 주인의 자리에 앉은 도진호 양옆으로 도설혜와 도예나가 앉아있다.주주총회에 참가한 주주들은 당연히 지분 변동에 대해 들은 적 있는 사람들이었고 모두 도진호와 함께 지금껏 회사를 일궈오던 사람들이다. 때문에 도 씨 가문의 일데 대해 다들 알고 있는 데다 도설혜와 전에 단독으로 얘기한 적이 있은지라 모두 마음속으로 답을 갖고 이 자리에 앉았다.“보아하니 네가 도 씨 가문 첫째 딸이구나. 그런데 자기소개도 하지 않는다니.”4대 주주 여민석이 먼저 정적을 깼다. 하지만 그 말투에는 가시가 박혀 있었다.그걸 읽어낸 도예나는 눈썹을 치켜뜨더니 예쁜 눈을 접으며 당당한 태도로 맞섰다.“여 이사님, 안녕하세요. 전에 뵌 적도 있는데 자기소개가 필요한가요?”“여자는 자라면 열 번도 넘게 변한다는데 소개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알아볼리가 없잖니. 게다가 지난 4년간 뭘 하다 왔는지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 앉아있을 자격이 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 아니니.”그 말에 옆에 있던 장기태도 끼어들었다.“그러게 말이다. 우리가 분기마다 주주총회를 열어 분기 목표를 정하는데, 넌 그런 방면의 재능이 없는 것 같으니 회의실에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이윽고 다른 주주들도 너나없이 빨리 나가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하지만 그들의 이런 반응을 도예나는 이미 짐작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 비즈니스 계에서 수십 년을 구른 베터랑들이다. 때문이 강 씨 그룹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챘다.두 그룹 사이에 친분이 없다고 하자니 도 씨 그룹이 가장 위태로울 때 손을 내밀어 준 게 강 씨 그룹이었고, 그렇다고 친분이 있다고 하자니 수익도 없는 프로젝트를 제안해온 거다.그때 장기태가 입을 열었다.“어떻든 간에 프로젝트만 놓고 보면 장기적으로 회사에 유리한 건 맞지 않는가. 3년 뒤에 시공을 시작한다면 3년 뒤에 다시 의논하면 되지. 이 건은 이대로 넘어가고 둘째 아가씨가 회사에서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건 어떤가? 우리도 알고는 있어야 하니.”그의 말에 도설혜가 서류를 펼치며 다급히 보고를 시작했다.“도 씨 그룹이 현재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는 도합 세개인데 그중 두 개는 이미 완공됐고 하나는 시공 중입니다. 그 외에 회사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또 준비하고 있는데…….”그런데 그때 여민석이 심각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그렇다는 건 회사에서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고작 하나란 말인가? 이렇게 큰 회사에서 프로젝트 하나만 운행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하반기 재부 보고서가 아주 가관이겠네. 그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프로젝트를 더 추가해야 할 거야!”“회사에서도 현재 노력 중입니다.”도설혜는 갑자기 화를 내는 여민석의 모습에 여리여리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태도에도 여민석은 표정을 구겼다.“현재 얘기가 오가고 있는 고객이 누군지 읊어 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게.”“죄송해요, 여 이사님. 고객 명단을 가져오지 않았어요. 회의가 끝나가 제가 따로 메일로 보내드릴게요.”도설혜는 며칠간 도예나에게 시달리는 바람에 회사 일을 관여하지 않는지 한참이 돼간다. 때문에 회사에서 교섭하고 있는 고객이 누구이고 어떤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는지도 몰랐다…….도진호는 그런 딸애의 상황을 알았기에 대신 대답했다.“현재 교섭하고 있는 고객은 모두 세 명인데 그중 한 명은
예쁘장한 얼굴과 시원시원한 말투 그리고 옅은 미소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확실히 그 고객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옆에서 듣고 있던 주주들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그리고 여민석이 가장 먼저 표정을 풀며 입을 열었다.“네가 알고 있는 게 있으면 한번 말해 봐.”“솔직히 권 씨 그룹과 임 씨 그룹보다 태성 그룹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남이 대형 기계 도시로 된 것도 솔직히 태성 그룹 덕이잖아요. 우리 회사에서 태성 그룹에 제공할 수 있는 부품이 얼마나 많을지 여러분들도 아시리라 믿습니다.”도예나의 유창한 보고에 도설혜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언니가 태성 그룹을 알고 있는 걸 봐서는 지난 4년간 도 씨 그룹을 계속 눈여겨본 건 맞는것 같네. 그런데 태성 그룹이 국내 회사와 합작하지 않는다는 건 모르나 봐?”여민석도 콧방귀를 뀌며 다시 표정을 구겼다.“네가 무슨 좋은 수가 있는 줄 알았더니 그저 탁상공론이었네.”“태성 그룹이 국내 그룹과 합작한다고 한들 우리한테 기회가 올 것 같아?”장기태마저 아니꼬운 듯한 마디 하자 다른 주주들도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다들 태성 그룹은 불가능하다며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그런데 그때 도예나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만약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태성 그룹 책임자를 안다고 하면요?”그녀의 말에 회의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비즈니스 업계에서 인맥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를 알고 있다면 합작은 이미 반 성공한 셈이니.여민석과 장기태는 서로 눈빛을 고환하더니 도예나에게 물었다.“네가 정말 태성 그룹 책임자를 안다고?”도예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제가 이런 일로 거짓말할 필요는 없잖아요.”일이 잘 돌아가는 느낌에 안도하는 주주들과는 달리 도설혜의 눈빛은 어두워졌다.그녀는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회의 시작 전 그녀는 주주들에게 몇 번이고 부탁했었다. 도예나에게 본대를 보여주라고,
태성 그룹의 이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수완을 좀 부린다면, 예를 들어 고위층과 하룻밤 잠을 잔다면 그 손이 느슨해져 계약서에 서명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이 프로젝트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도설혜는 태성 그룹과 합작하지 않을지 언정 도예나가 도씨 그룹에 입사하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도예나는 마치 굶주린 늑대 같았다. 만약 도예나를 회사에 입사 시킨다면 도씨 집안에 평탄한 날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언니, 태성 그룹은 까다롭기로 소문나서, 시간 낭비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언니가 진짜 도씨 그룹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면 권 사장을 만나 보세요…….”도설혜가 말했다.도예나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권씨 집안이랑 임씨 집안 프로젝트 10개가 있어도 태성 그룹 프로젝트 하나보다 못해. 사흘 내에 태성 그룹이 계약서에 사인하게 만들 거야.”그녀의 말투에는 약간의 오만함도 담겨있었다.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도예나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희망의 끈은 놓고 싶지 않았다.만약 정말 태성 그룹과 협력하게 된다면, 앞으로 반년 동안 도씨 그룹은 사업 파트너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여민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3일은 너무 성급해요, 한달이면 모를까.”“도예나 씨가 정말 태성 그룹에서 사인을 받아온다면 도예나 씨가 확실히 능력이 있다는 뜻이겠죠.”이어 장기태도 말했다.“이런 큰 고객을 잡기만 한다면 도예나 씨는 부사장도 충분히 가능해요.”이렇게 된 이상 도설혜 역시 더 이상 반대만 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말했다.“언니, 사업 협상은 장난이 아니에요. 잘 생각해 보고 결정했으면 좋겠어요.”도설혜는 도예나가 그룹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아예 주기 싫었다!0.1%의 확률이라도 있다면 완전히 밟아 없앨 것이다.“만약 3일 안에 태성 그룹을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 주총에 참석하지 않겠습니다.”도예나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도예나가 말했다. “말해 봐.”“제가 1억을 더 얹어서 드릴게요. 대신 돈 받으면 성남시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데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세요.”말을 하면서도 도설혜는 피눈물이 흘릴 것만 같았다.그녀의 계좌에는 이렇게 많은 돈이 없었다. 은행 대출을 받아야 겨우 돈을 모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강세훈이 그녀에게 사람을 붙여 감시하고 있었다. 도예나를 암살할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그리고 만약 그녀의 손에 묻은 피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그녀는 영원히 강씨 집안에 시집갈 수 없을 것이다.만약 돈을 좀 쓰더라도 도예나를 없앨 수만 있다면, 그녀는 이를 악물고서라도 돈을 끌어 모을 것이다.돈이야 없어지면 다시 벌면 되지만, 일이 탄로난다면 더 이상 반전의 여지가 없게 된다…….도예나는 도설혜의 표정을 주시하며 가볍게 웃었다.“설혜야, 너는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지. 누가 너에게서 약간의 이득만 취해도 너는 10배를 돌려받지 못해 안달이잖아. 근데 오늘은 왜 밑지는 장사를 하려는 거야? 네 목적은 주식이 아니라 나를 성남시에서 떠나게 하려는 거지?”도설혜는 얼굴이 굳어지면서 부인했다.“저는 언니가 도씨 가문에 들어와서 나와 경영권 때문에 싸우는 걸 원하지 않아요.”“그런데 너는 분명 두려워하고 있어…….”도예나가 도설혜 곁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내가 도씨 집안에 들어가는데, 네가 왜 두려워? 설혜야, 너는 도대체 뭘 두려워하고 하는 거니?”“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제가 왜 언니를 무서워해요!”도설혜는 큰소리로 부인했다.“저는 그냥 언니가 보고 싶지 않아요. 내 구역에 언니가 있는 것도 보기 싫어요. 그냥 부탁이니까 제발 여기서 멀리 떠나요!”도예나는 그런 도설혜를 비웃었다.정말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면 좋을 터이지만, 아쉽게도 그렇지가 못했다.단지 도예나를 보고 싶지 않은 거라면 방법은 많이 있었다. 구태여 암살까지 할 필요는 전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