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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밤은 먹처럼 어두웠다.

드문드문 비치는 달빛은 베란다에 떨어졌는데, 그 남자의 그림자는 우뚝 솟아 있으면서도 훤칠했다.

도예나는 이불을 젖히고 가볍게 침대에서 내려 서랍에 숨긴 비수를 손에 쥐었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베란다에 있는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는 즉시 베란다 문을 열고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서 한 손으로 남자의 팔을 제압했고, 다음 순간 비수는 남자의 목에 가로놓여 있었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돌렸고, 달빛이 이 얼굴에 떨어지자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흐릿했다…….

“현석 씨, 당, 당신이 왜 베란다에 서 있는 거예요?”

도예나는 황급히 그를 풀어주었고 비수도 그녀에 의해 베란다의 다탁에 던져졌다.

그녀는 희미한 달빛을 빌려 앞에 있는 남자를 훑어보았다.

그의 이목구비는 달빛 아래서 음산해 보였고 미간도 차가워 온몸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니, 지금 이 남자는 처음 봤을 때보다 냉기가 더 심했다.

도예나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 사당 화재는 어떻게 된 일이에요? 무슨 단서를 찾았어요?”

남자는 이렇게 그녀를 바라보다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 그녀의 얼굴을 받들었다.

“방금 나를 뭐라고 불렀어요?”

“현석 씨라고요.”

도예나는 이 말을 꺼내자마자 갑자기 쑥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결혼 며칠 전, 그들은 매일 함께 붙어다녔고, 이 남자는 뻔뻔스럽게 그녀를 여보라고 불렀는데, 또 굳이 그녀더러 그를 여보라고 부르게 했다.

그녀는 결혼식이 끝난 후에 바로 호칭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얼렁뚱땅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이 남자가 기억하고 있었다니.

그녀는 기침을 하며 말했다.

“여보라고 부를게요, 됐죠?”

그녀의 귓가와 볼은 달빛 아래에서 홍조를 띠며 소녀의 애교와 수줍음을 드러냈다.

남자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고, 그의 손은 여자의 어깨 위에 올려져 천천히 주무르고 있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의 신혼 첫날 밤이에요.”

이 말을 듣자 도예나는 그가 무엇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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