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석이 회사의 큰 고객을 그녀에게 소개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이건 자기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게 분명해!여기까지 생각한 도설혜의 얼굴에 더욱 찬란한 웃음기가 돌았다.“백 대표님 머리숱이 좀 적기는 하지만 여전히 잘생기고 정정하세요!”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아첨하는 그녀의 말에, 백 대표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 그녀의 잘생겼다는 칭찬에 겸손하게 대답했다.“설혜씨야말로 진정한 미인이십니다. 성남시에서 그렇게 많은 연회에 참가하면서도 이렇게 하늘의 별과 달보다 아름다운 미인을 본 건 처음이예요…….”도설혜는 눈을 반달처럼 구부리며 웃었다. 어떤 여자가 이런 성공한 사람에게 칭찬받는 걸 좋아하지 않겠는가?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오므린 그녀의 교만한 모습을 보고, 강현석은 잔에 든 술을 반쯤 마시고 담담하게 말했다.“설혜 씨가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불편하니 백 대표가 저를 대신해서 좀 돌봐주시죠.”그의 말에 백원범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강 대표님, 안심하세요. 제가 반드시 설혜씨를 잘 돌볼게요!”도설혜는 약간 이상함을 감지하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그래도 현석씨가 나를 돌봐줘야…….”“나는 화장실에 가야 해서 그럴 시간이 없어.”강현석이 자신의 팔을 꺼내 몸을 돌려 가버리자, 입술을 깨문 도설혜의 마음속 불길한 예감은 갈수록 강해졌다.“설혜씨, 저기 가서 얘기합시다.”백 대표가 정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도씨 가문에 중공업이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도씨 가문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어요.”이 말을 듣고, 도설혜는 얼른 마음 속의 불길한 예감을 억눌렀다.만약 백씨 집안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그녀의 도씨 그룹 주주회에서의 나쁜 이미지도 조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백 대표를 따라 옆의 쉼터로 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그때, 멀리서 도예나는 이 장면을 한눈에 보고 있었다.“강현석과 도설혜는 도대체 어떤 관계야?”서지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강현석 같은
강현석이 밖에서 한 바퀴 돌고 연회장으로 돌아오자, 수많은 남자들이 한 여자를 에워싸고 있는 것을 보았다.등불이 그녀의 얼굴에 떨어져 하얀 피부를 옅은 분홍색으로 번지게 했고, 붉은 입술에는 윤기가 흐르고 있다. 심플한 흰색 드레스가 가슴,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며 완벽한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가늘고 하얀 두 다리는 하이힐 위에서 고운 자태를 뽐낸다.강현석은 왜 갑자기 사람들이 이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알게 되었다. 확실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그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어렵게 시선을 거두었지만, 도예나가 7~8명 정도의 남자들과 밝고 아름답게 웃는 것을 보고 알 수 없는 감정이 고조되었다.그리고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도예나의 앞에 서 있었다.강현석은 타고난 카리스마가 있었고, 특히 침착한 얼굴로 말을 하지 않을 때 이 카리스마는 더욱 심해졌다. 그의 등장에 원래 도예나를 둘러싸고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은 왠지 등이 싸늘해지는 걸 느꼈다.“강 대표님.”도예나는 여전히 미소 짓는 얼굴로 강현석을 향해 잔을 들었다.“정말 성남시 제일의 미인 답네요. 등장하자마자 수많은 남자들이 와서 허리를 굽히다니.”강현석이 웃으며 비꼬는 듯한 말을 던지자, 주변 남자들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그리고 도예나는 조금의 온기도 없는 얼굴로 말했다.“저한테 그렇게 말할 처지가 아니신 것 같은데요. 뒤를 보세요.”강현석이 의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자, 뒤쪽 쉼터에서 마침 도설혜와 백 대표가 보였다.술을 많이 마신 백도범이 추태를 보이며 결국 많은 사람들 앞에서 도설혜의 손을 잡았고, 아마 그의 신분을 의식해서인지 도설혜도 힘껏 뿌리치지 않고 뭔가 말을 한 후에야 살며시 손을 빼냈다.이 장면을 본 강현석의 입이 약간 올라갔다.보아하니 도설혜도 백 대표가 싫지는 않은 것 같고, 그도 강세훈에게 설명할 면목이 생긴 것이다.하지만 옆에서 보던 도예나는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도
“???”도예나의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도설혜는 분명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여자다. 만약 백 대표가 조금 더 잘생겼다면, 강현석의 말을 믿을 수 있었을 텐데.그러나 그녀가 아는 도설혜는 결코 저 대머리 남자에게 관심이 있을 리 없다.강현석은 도예나의 눈에 경멸이 갈수록 깊어지는 것을 보고,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과감하게 화제를 돌렸다.“수아는 좀 어때요?”저번에 그녀가 아이를 데려간 후, 전화 한 번 없었기에 그도 수아가 걱정되었다.도예나는 당신과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번에 이 남자가 수아를 데리고 가서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 입혀 주는 등 보살펴준 건 확실한 사실이었다.새빨간 입술을 오므린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아동의 자폐증을 치료하는 전문의를 알고 있는데, 수아를 보내 보시겠어요?”강현석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수아가 이제 막 입을 열었는데, 자폐증 치료에 희망이 보이는 걸지도 몰라요. 이 시기에 빨리 치료해야 해요.”“뭐라고요?”도예나가 놀라가 눈을 치켜떴다.“수아가 말을 할 줄 안다고요?”그녀의 물음에 강현석의 턱이 굳어졌다.“당신 딸이 말할 줄 아는 것도 모릅니까?”가시가 가득한 이 말에 도예나는 눈살을 찌푸렸다.“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말한 적 없어요.”그녀의 모습은 거짓이 아닌 것 같다. 그래, 아무리 바빠도 딸이 말을 못하는 걸 모를 리가 없지.그 말은 즉, 어제는 수아가 처음으로 말한 날일 가능성이 높다.아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앞에서 입을 열다니, 강현석은 왠지 모를 성취감을 느꼈다.“어제 제가 아이를 사무실로 데려와 비서에게 목욕을 시키라고 했는데, 싫다는 말을 아주 크게 했어요. 제가 잘못 들었을 리가 없습니다.”그 말에 도예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강 대표님, 저를 속이시는 건 아니죠?”“제가 어떻게 아이 일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속여도 아무런 이득도 없는 걸요.”강현석의 담담한 말에, 도예나는 갑자기 연회에 참가할 마음이 없어졌고 바
“예나 아줌마, 보고 싶었어요…….”강세윤이 울면서 도예나의 목을 꼭 껴안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쉬지 않고 흐느꼈다. 그러자 울음소리를 듣고 나온 도제훈이 강세윤을 보고는 차가운 눈빛을 했다.“너 왜 아직 안 갔어?”강세윤을 안은 도예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제가 예나 아줌마를 찾으러 왔는데, 들어오지 말라고 하면서 쫓아냈어요…….”강세윤이 흐느끼며 말했다.“저는 예나 아줌마랑 수아가 보고 싶었어요. 그냥 보고 싶어서 온 거예요. 나쁜 사람 아니예요…….”그 말을 듣는 도제훈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한 시간 전에 강세윤이 문을 두드리며 기어코 집으로 뛰어들려고 할 때, 이미 보좌관은 돌아간 후고 방 안에는 그와 수아 두 사람 뿐이었는데, 어떻게 영문도 모르는 사람을 들어오게 할 수 있겠는가?문을 세게 닫은 도제훈은 당연히 강세윤이 눈치를 보다가 떠난 줄 알았다.뜻밖에도 문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엄마 앞에서 이렇게 말해버리다니…….도예나도 머리가 아팠다. 이 지독한 부잣집 도련님이, 한밤중에 왜 자신의 집에 온 건지……. 그녀가 두 시간 앞당겨 연회에서 돌아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작은 아이가 화단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동안 감기에 걸렸을 게 분명하다.한숨을 쉰 도예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자, 됐어, 울지 말고 일단 가서 세수부터 하자.”그녀가 강세윤을 안고 거실로 들어가자, 강세윤은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몰래 혀를 내밀어 도제훈을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도제훈은 이 나쁜 놈이 자신에게 호의가 없다는 걸 알고 들어가서 담담하게 말했다.“엄마, 분명히 몰래 뛰어나왔을 거예요. 세윤이 가족이 지금 여기저기 찾고 다니고 있을 걸요?”“…….”강세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아직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도예나는 강세윤이 처음으로 집에서 뛰쳐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일단 강세윤을 소파 위에 놓고 휴대폰을 꺼내 강현석에
세윤이가 왜 자꾸 자신을 귀찮게 하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도예나는 세윤이의 불쌍한 작은 얼굴을 보다가, 갑자기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수아는 강현석을 찾기 위해 유치원에서 몰래 뛰어나갔고, 세윤이는 자신을 찾기 위해 몰래 집에서 뛰쳐나오다니…….다들 대체 왜 이러는 거야?머리가 깨질 듯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었다.강세윤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그녀는 머리 속에서 화단의 썩은 잎과 먼지들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안아들었다.“네 아버지는 20분이나 지나야 도착할 거야. 내가 일단 씻겨줄게.”강현석도 수아를 돌보면서 씻겨 주었으니, 그녀도 세윤이를 씻겨준다면 서로 빚을 갚는 거나 마찬가지다.하지만 그녀가 일어나자마자 도제훈이 따라와 담담하게 말했다.“엄마, 얘도 4살이니까 스스로 씻을 수 있어요.”강세윤은 도예나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으며 품에서 조금도 떨어지기 아쉬워했다.“저는 씻을 줄 몰라요, 옷도 벗을 줄 몰라요! 예나 아줌마가 도와주세요!”“남녀칠세부동석인데, 제가 도와주는 게 나을 것 같아요.”도제훈이 입을 열어 말하자, 도예나도 동의하고 강세윤을 내려놓은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세윤아, 너도 네 살이 되었으니 어떻게 혼자 씻는지 배워야 해. 제훈이 형이 너를 데리고 가서 가르쳐 줄 거야.”“싫어요!”강세윤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고집스럽게 말했다.“그리고 제가 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을 거예요, 제가 형이라구요!”그 말을 들은 도제훈은 눈꺼풀을 가볍게 젖혔다.“너 몇 살이야?”“네 살!”강세윤은 자신만만하게 턱을 들어 올리며 계속 말했다.“너는 겨우 세 살 반 밖에 안 됐겠지!”하지만 도제훈도 지지 않고 계속 물었다.“몇 월에 태어났어?”그 물음에 강세윤이 머리카락을 꼬며 말했다.“잘 기억이 안 나. 어차피 나는 분명히 너보다 나이가 많을 거야!”“네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씻을 줄 모르면, 지능이 낮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도제훈의 말에 강세윤이 두 뺨을 불룩하게 내밀고 손을 허리에
“누가 너를 괴롭혔다는 거야?”도제훈이 차갑게 웃으며 계속 말했다.“물도 못 트는 게 내 탓이야?”그는 도예나를 비롯한 다른 어른들 앞에서는 줄곧 얌전하고 철 든 아이였지만, 지금 표정은 강현석과 비슷했다.냉혹한 웃음에, 미간에 섞인 비웃음까지.지금까지 하늘도 땅도 두려워하지 않던 강세윤이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히게 만들다니.그는 예나 아줌마를 찾아온 거지, 이런 업신여김을 당하러 온 게 아니었다.강씨 집안 도련님으로 마음대로 자라 온 그는 여태껏 남에게 이런 업신여김을 당한 적이 없었다.욕조에서 걸어 나와 재빨리 욕실 문을 당기는 그의 앞을 도제훈이 가로막았다.“네가 한 가지 일을 승낙하면, 내가 나가게 해 주지.”강세윤은 화가 나서 한 판 싸우고 싶었지만, 맨 몸인 상태에서는 뭘 해도 위엄이 없어 보인다.화가 난 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렇게 부드러운 예나 아줌마한테서 어떻게 너처럼 밉살스러운 아이가 나왔을까!”도제훈이 비웃었다.그렇다, 그는 밉살스럽고 얄미운 사람이었다.깜찍함과 철든 모습으로 자신을 위장하여 모든 사람의 눈에 착한 아이로 보이지만, 자신은 얼마나 비열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삼촌을 쫓아내고, 수아가 강현석을 찾아가는 걸 막고, 심지어 욕심에서 한 아이를 괴롭히기까지.도제훈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며, 욕실 문을 손으로 받치고 또박또박 말했다.“만약 네가 한번만 더 우리 엄마를 귀찮게 하면, 내가 창문에서 던져 버릴 거야.”음산한 그 목소리에, 강세윤은 마치 독사 한 마리가 자신의 반들반들한 종아리에서 기어오르는 듯한 섬뜩함을 느끼며 더 이상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제하지 못하고 무너져 울었다.“우앙! 예나 아줌마, 도제훈이 저를 괴롭혀요!”그가 힘껏 천지를 뒤흔들 듯 울자, 도제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성남시에서 잘 나가는 강현석 아들이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는데,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부잣집 사람들이 엄마한테 접근하는 건 절대 허락할 수 없어. 엄마한테 아빠가 다른 여자랑 아이까지 낳았다는 걸 알려주면
도제훈의 손가락이 꽉 쥐어졌다.그의 기억에 따르면 엄마는 지금 생전 처음으로 자신에게 책망하는 말투로 말했다.다 강세윤 때문이야.고개를 숙인 그는 잘못을 인정했다.“엄마,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제훈아, 너는 내려가서 여동생이랑 얘기 좀 하고 있어. 내가 세윤이를 씻길게.”도예나가 강세윤을 안고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자, 그 문을 한참 쳐다보던 도제훈은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10분 후, 도예나가 목욕을 마친 강세윤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제훈아, 내가 세윤이한테 네 옷 입혀도 되지?”그 말을 들은 도제훈이 영리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세윤아, 너한테 이 옷이 어울려! 사과의 의미로 선물로 줄게.”강세윤은 고개를 돌렸다.그는 도제훈의 옷을 전혀 입고 싶지 않았지만, 입지 않으면 맨 엉덩이를 드러내거나 수아의 치마를 입을 수밖에 없다.그러자 도예나가 그의 작은 머리를 두드렸다.“제훈이 형이 너한테 사과했는데, 그럼 너는 무슨 말을 해야 하지?”그녀의 말을 듣고도 강세윤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전혀 괜찮지 않아!하지만 2분 후.도예나의 비난 가득한 눈빛 아래, 그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괜찮아, 하지만 다음에는 나한테 그러면 안 돼!”도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때 이미 네가 따뜻한 물을 못 틀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다음에는 도와줄게.”“…….”그가 말한 건 이 일에 관한 게 아니었다.도제훈은 정말 약아빠진 게 예나 아줌마의 아들 같지가 않다. 역시 수아가 훨씬 귀엽다고 생각한 강세윤이 삽살개처럼 수아의 곁에 가서 몸을 비볐다.그리고 도예나는 도제훈의 곁에 살며시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제훈아, 엄마도 네가 세윤이를 좋아하지 않는 거 다 알아.”“저는…….”도제훈의 말이 바로 도예나에 의해 중단되었다.“나는 네 엄마야.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어. 세윤이는 단순해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애가 아니야. 게다가 수아를 아주 좋아하고 수아도 세윤이를 밀어내지 않잖아.
강현석이 별장 밖에 서 있었다.그는 마침 서 있는 각도에서 거실을 볼 수 있었고, 어두운 간접등 아래에서 세 사이가 매트에 앉아 함께 퍼즐을 맞추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그리고 도예나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며 수시로 고개를 들어 세 아이를 살펴보며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 따뜻한 장면에, 강현석은 차마 바로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고 잠시 고민하다 눌렀다.‘딩동!’도예나가 고개를 들어 노트북을 내려놓고 와서 문을 연 뒤 앞에 선 차가운 표정의 남자를 보고 잠시 멈추었다.“강 대표님, 이번에 아드님께서 두 번째로 저를 찾아왔네요.”강현석은 말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벌써 일곱여덟 번은 됐겠지. 몇 번은 양집사에게 가로막히고, 몇 번은 이 녀석이 찾아와도 집에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이 말을 그녀에게 할 수는 없었다.입구에 선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강세윤, 이리 와.”이미 초인종이 울렸을 때 강세윤은 책상 밑에 숨어있었다. 책상다리를 안은 그가 고집스럽고 억울한 말투로 외쳤다.“안 갈 거예요!”‘가까스로 집에서 몰래 뛰쳐나와 예나 아줌마를 찾아왔는데, 다시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야!’아버지가 화가 나서 그를 때려도 절대 굴복하지 않을 기세였다. 강세윤은 심지어 이미 한바탕 얻어맞을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하지만 누가 예상했겠는가. 강현석은 화를 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20분만 더 줄게. 시간이 되면 집에 갈 거야.”20분은 짧지만 그냥 떠나는 것보단 나아!강세윤의 얼굴에 마침내 약간의 기쁨이 생겼다. 그가 책상 밑에서 나와서 경계하는 눈으로 집으로 들어오는 강현석을 주시하자, 도예나도 어쩔 수 없이 말했다.“세윤아, 너 저쪽에 가서 동생 수아랑 제훈이 형이랑 같이 놀아.”이 말을 한 그녀는 좀 우습다고 느꼈다. 도제훈은 수아보다 몇 분 더 나이가 많을 뿐인데, 이렇게 계산한다면 수아는 세윤이보다 나이가 많은 셈이 된다.하지만 수아는 조산의 과정과 여자 아이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3살 반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