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훈의 결혼은 오늘부터 3년 뒤였다. 인상을 찌푸리며 불만을 가득 표하는 제훈과는 달리 송예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예은에게 천천히 적응할 시간이 주어졌다. 갑자기 결혼이라니,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형제 중 가장 의견이 큰 사람은 수아였다.분명히 네 쌍둥이로 같은 날에 태어났지만 결혼 순서는 네 번째로 미뤄졌다. 그래서 수아는 한껏 뾰로통 해냈다.수아와 안택도 오랜 세월 함께했었다. 그전에는 수아가 미처 제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해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냈었다.이제 사랑이 뭔지 제대로 알아버린 수아는 안택과 하루빨리 결혼해 그동안 못 해준 걸 갚아주고 싶었다.그게 바로 무대에서 프러포즈한 이유였다.하지만 이렇게 미뤄지자 늘 침착하던 수아가 평정심을 잃어버렸다.수아가 대놓고 부모님께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거절이었다.다행히 안택이 중요한 시점에 나타나 수아를 다독여 분위기가 얼어붙지 않게 했다.이에 도예나가 안택에게 물었다. 강현석의 결정에 속상하지 않은지를.하지만 안택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평생 수아 선배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서로 사랑을 하는 사이가 되다니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만약 저와 수아 선배가 결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건 하나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그러니 조금 빠르든 늦든 시간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안택의 대답은 도예나의 마음에 아주 들었다.수아는 늘 이성적이고 침착했으며 쉽게 곁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수아의 엄마로서 도예나는 수아가 사실 감정에 아주 연약한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평생 지켰다.그리고 다행히 안택은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언니와 오빠들의 일이 어느새 자리 잡히고 가장 속상해하는 건 강연이었다.“5년, 앞으로 5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니. 그것도 내가 연기로 정상까지 찍어야 결혼이 가능하다고 그러잖아. 자기야, 우리 이번 생에 결혼할 수 있을까?”“걱정하지 마.”서안이
강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이란이 말했다.“강세윤이 그랬는데 이번 오디션에 떨어진다면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반드시 배역을 따내게 해주겠다고 했어. 200억이나 준비했다고 했으니까 언제든지 네 든든한 스폰서가 되어줄 거야.”“...”‘이게 바로 날 절대적으로 믿는다는 의미인 거야?’‘뇌물 자금까지 준비했다니.’강연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때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연?”고개를 돌린 강연이 상대를 발견하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혹시... 이연수 언니?”이연수는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 촬영 당시 안면을 튼 배우였다. 강연과 찍는 씬이 많기도 했고 나이도 비슷해 꽤 친하게 지냈었다.하지만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톡방에서 말을 몇 번 주고받았을 뿐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았다.강연의 신분이 공개된 후로 이연수는 강연에게 따로 연락했었다.하지만 연락하지 않은 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이곳에서 아는 얼굴을 만날 줄 몰랐던 강연은 의외이기도 기쁘기도 한 마음이 들었다.“혹시 어느 배역 오디션 보러 온 거야?”연수의 물음에 강연이 대답했다.“스파이에서 이가을 역이요.”이가을은 영화 여자 주인공 역이었다.강연의 말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이연수는 살풋 웃더니 말했다.“넌 반드시 따낼 거야.”강연은 미소를 살짝 지우고 말했다.“따낼 수 있는지 없는지는 오디션에 달렸죠, 안 그래요?”강연의 말은 자신의 신분과 배경의 영향을 지우고 실력으로 따내겠다는 결심을 보였다.이연수는 옅은 감탄을 자아냈고, “이가을” 역을 원하는 다른 배우들도 안심했다.‘배경으로 따내는 게 아니라니 다행이야.’다른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다면 믿지 않았을 테지만 강연처럼 대단한 가문의 공주님의 말은 믿음이 갔다. 배경으로 따낼 수 있는 배역이었다면 강연이 직접 오디션을 보러 올 리가 없었을 테니.또한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강연은 겸손하고 바른 사람이었으며 자신의 신분으로 갑질을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그 시절, 우리는” 촬영에서도 많은 고생을
강연은 언뜻 보아도 미녀의 아우라가 풍겼는데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작은 얼굴형, 청순하고 활발한 성격이 아주 매력적이었다.실물로 보아도 예쁜데 카메라로 보니 더 예뻤다. 이런 얼굴은 배우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송우형은 강연의 예쁜 눈망울을 잠시 지켜보다가 덤덤하게 말했다.“자기소개부터 하세요.”화면 밖의 서안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그러자 김성재가 옆에서 물었다.“도련님, 송우형 감독님께 연락할까요?”“그럴 필요 없어요.”서안이 점차 인상을 풀며 말했다.그래서 김성재도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평등하게 모두가 받는 질문에 강연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을 시작했다.반듯한 자세와 예의 바른 말투가 들려왔다.“송우형 감독님, 그리고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강연이라고 합니다. 신인 배우이고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에서 백연주 역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 오디션 기회가 주어져서...”강연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나긋해 아주 듣기 좋았다.자신의 신분은 숨기고 바로 연기 경력을 말하는 강연의 모습에 스태프들이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보였다.자기소개가 끝나고 송우형이 물었다.“강연 씨는 왜 굳이 연예계 일을 하고 싶은 건가요?”옆의 조감독이 깜짝 놀라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송 감독이 직설적으로 물어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다들 모르는척하면 넘어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저는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기를 좋아하고 실력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제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강연은 당당하고 침착했다.역시 대가문의 공주님다운 우아한 기풍이 넘쳤다. 다른 일반인이 이런 말을 했다면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빈다는 말이나 들었을 것이다.하지만 강연에게는 믿음이 갔다.마치 강연이 해낸다고 한 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해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송우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하게 말했다.“그러면 준비하고 연기를 시작해 주세요.”그 말
강연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조감독이 식은땀을 흘리며 송우형 감독을 오늘 오디션에 참석시키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강연이 고집을 부려 가장 어려운 대본으로 오디션을 봤다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실패라도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조감독은 강연이 쉬운 대본을 선택하기를 간절히 빌었다.그리고 강연은 빠르게 선택을 내렸다.“저는 이 대본으로 하겠습니다.”손에 쥔 대본을 팔랑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이미 저한테 주셨으니 제 대본은 정해졌습니다. 바꿀 생각은 없으며, 송 감독님과 조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송우형은 전혀 놀라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무뚝뚝하던 그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좋아요, 그렇게 하죠.”외유내강인 여자만이 서안과 어울리는 상대였으며 그러니 서안이 온 마음을 다해 쏟아붓는 것이라 송우형은 생각했다.‘역시 서안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강연은 이런 송우형의 마음은 전혀 읽지 못하고 묵묵히 오디션 준비를 했다.3분 안에 모든 대사를 외우고 감정까지 입혀야 했다.3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연기가 시작되었다.세상에 배신당하고 살 희망을 잃어버린 여자의 마음속 깊숙한 어둠과 원한은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까?그리고 강연은 또 어떻게 이 캐릭터를 풀 것인가?조명이 켜지고 카메라가 스탠바이를 했다.강연은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숙였으며 헝클어진 머리에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날 찾아와서 뭐 하는데요? 난 쓸모없는 기생일 뿐이에요.”부드럽고 나긋하던 목소리가 갑자기 가시가 걸린 것처럼 갈라졌다. 그 순간의 변화에 사람들이 시선을 집중했다.“복수요? 허, 누구한테 복수를 해야 하는데요?”강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먼지로 뒤덮인 얼굴에 세월의 풍파를 겪은 여자의 모습이 겹쳤다. 텅 빈 눈동자와 비아냥거리는 말투, 그 모든 것에서 한기가 느껴졌다.“그 남자는 죽었어요. 문을 나서자마자 죽어버려서 5만 원에 날 팔아버린 돈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마차에 치여 죽었대요.”“날 팔아버린 돈은 그렇게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이 빌어먹을 세상, 짓밟아 버릴 거예요!”“부시고 짓밟고 찢어버릴 거야!”“날 건드린 모든 사람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그 더러운 남자들을 다 죽여버릴 거예요!”허공을 대고 읊는 대사는 분풀이 같기도, 선언하는 것 같기도 했다.그리고 상대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강연은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 모습은 마치 눈앞의 사람과 그 어떤 협의를 달성한 것 같았다.이어 강연은 천천히 감정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절망에 가득 찬 여자는 이미 죽고, 증오와 원한으로 가득 찬 킬러로 다시 태어났다.상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강연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가느다란 몸은 처음에는 훈련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엉성한 폼이었지만 점차 늘어나는 실력에 단번에 상대의 목숨을 앗을 수 있게 되었다.그렇게 주인공은 자포자기했던 기생으로부터 타인을 죽이는 길을 걸게 되었다.그리고 화면이 바뀌고 강연이 걸음을 멈췄다.귀를 살짝 기울이며 스파이가 가져야 할 경계심을 보였다.이어 원한을 가득 품은 그 눈빛으로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상대가 완전히 떠난 걸 알아차린 후 가늘게 눈을 뜨며 감정을 지웠다.강연의 표정 변화도 아주 생생했다. 미션 중인 스파이 신분의 그녀는 아주 당당하고 자신이 넘쳤다.이러한 변화를 강연은 30초 안으로 녹여냈다.그리고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강연이 몸을 돌려서 다시 직진했다.이 길은 주인공의 운명을 바꾸는 길이었다.카메라에 담긴 강연의 움직임은 생생하고 몰입감이 넘쳤다.현장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보다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띄엄띄엄 들리던 박수 소리가 점점 커지고 현장을 가득 채웠다.굳은 얼굴의 감독이 점차 환하게 미소를 짓더니 가장 먼저 몸을 일으켜 세웠다.“아주 훌륭해!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 하하하, 정말 몰입감도 개성도 넘치는 배우야!”조감독은 손목이 부러질 것처럼 박수를 쳤다.“강연 씨, 정말 대단하세요! 정말 저희가 생각해 온 ‘이가을’
조감독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벅차 엉엉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어이 조감독, 진정하시게.”송 감독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나이가 몇인데 소리 내어 울다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상관하지 마세요! 이 감정도 없는 냉철한 사람이라고는!”조감독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송 감독을 부둥켜안고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송 감독의 어깨는 조감독의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버렸다.송 감독는 너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주변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강연도 슬그머니 따라 웃었다. 얼굴은 분장으로 더러워졌지만, 배역에서 나온 강연은 평소의 공주님 같았다.“강연 씨, 이리로 와보세요.”송 감독은 겨우 조감독을 떼어내고 휴지로 어깨를 닦아낸 후에 강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강연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앞으로 걸어갔다.“이가을의 감정 변화를 아주 잘 녹여냈다고 생각해요.”송 감독이 말을 이었다.“앞으로도 이 컨디션을 유지해 주세요. 이가을을 많은 사람들한테 각인시켜 보자고요.”그 말인즉슨 강연이 이 배역을 따냈다는 의미로 들렸다.현장 사람들은 강연을 보며 환호했다.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강연이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 송 감독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배역을 따내는 것에 성공했으므로 가장 큰 산을 하나 넘어섰다.강연은 제 실력으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이건 첫걸음이자 아주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이로써 전서안과의 결혼과 한 걸음 가까워졌다.기분이 좋아진 강연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배역에 관한 내용은 촬영팀이 매니저를 통해 전달할 겁니다. 대본도 빠른 시일내로 보내드릴 테니 먼저 읽어보시고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바로 저한테 연락하세요. 아니, 직접 서안 씨를 찾아도 될 거예요. 서안 씨는 아주 흔쾌히 도울 겁니다.”“네, 감사합니다, 감독님.”강연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그래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 봐요.”송 감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얘기가 길어지면 저 카메라 뒤에서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은 전서안이 모른 척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카메라 너머로 남자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니겠는가?“맞아, 나 지켜보고 있었어.”그 목소리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 차갑고 곁을 주지 않기로 한 전서안이 아닌가? 정말 믿을 수 없어!’‘전서안이 강씨 가문 공주님을 아주 좋아하나 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 티를 내다니.’다른 사람들과는 강연은 아주 덤덤해 보였다. 마치 아주 평범한 일상인 것처럼 굴었다.강연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일은 다 끝난 거야? 지금 찾으러 갈까?”강연의 물음에 현장 사람들은 이미 답을 예상한 듯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서안은 무조건 일이 끝났다고 할 것이다. 강연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강연을 기다리게 할 리가 없었다.그리고 예상은 엇나가지 않았다.“끝났어. 지금 너한테로 갈게.”“그럴 필요 없어!”강연은 한껏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서안 오빠가 기다려. 나 금방 도착할 거야.”서안과의 얘기를 마치고 강연은 뒤를 돌아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눈을 예쁘게 접은 강연은 햇살과 같은 미소를 지었고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 모두 감사합니다.”인사를 마치고 강연이 자리를 떠났다. 현장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환호 소리를 터뜨렸다.“세상에, 너무 보기 좋은 커플이잖아요!”서른 살은 넘긴 여 피디가 흥분에 겨워 말했다.조감독은 그보다 더 흥분한 모습이었다.“방금 장면을 찍으신 분 있으세요? 카메라! 찍었어요?”스태프가 대답했다.“전부 찍었습니다.”조감독이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빨리 저장해서 온라인에 올리세요! 모든 사람들이 이 커플을 축하해줄 거예요!”“그래요. 그리고 강연 씨가 이가을 역을 맡게 된다는 소식도 함께 전하세요! 큰 소동이 일어날 겁니다.”“맞아요. 전서안의 이름을 빌려 무료로 홍보 효과까지 볼 수 있고 아주 좋아요!”
강연은 제 마음을 꾹꾹 숨긴 채로 서안의 일에 방해가 되지 않게 살금살금 전서안의 사무실을 나왔다.이어 휴게실로 들어간 강연이 문을 닫고 아버지 강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이 통화는 거의 30 여분 동안 이어졌다.강씨 형제들은 동생 강연이 아버지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으나, 저녁 식사 시간 아버지의 얼굴이 굳은 걸 발견했다. 어머니 도예나가 옆에서 몇 번이고 달래 겨우 굳은 표정을 풀었다.하지만 강현석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세훈이 몰래 강연에게 물었으나 대답은 없었다.강연은 세훈의 메시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오빠한테 당연히 알려주지 않을 거야. 나랑 서안 오빠가 먼저 약혼할 거거든. 이 소식을 아는 사람이 적어야 방해꾼이 줄어드는 게 아니겠어?’하지만 약혼하는 것도 일단 작은 성과라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절대 보배 딸을 시집보내지 않으려고 할 것이었다.그래서 강연은 이 영화로 입상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세웠다.이를 달성하기 위해 연기 공부도 더 많은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서안은 일을 마치고 서둘러 휴게실의 강연을 찾아갔다.눈앞에 강연이 보이고 마음의 평안이 찾아왔다.“오늘 연기 너무 완벽했어, 내 예상보다도 훨씬 잘했는걸.”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표현을 아끼지 않는 것, 이게 서안이 사랑하는 방법이었다.그리고 강연의 연기는 콩깍지가 씐 게 아니라 정말 대단했다.강연은 정말 재능이 있는 배우였고 태어나길 배우 하려고 태어난 듯싶었다.화려한 외모는 귀엽기도 했지만 성숙한 연기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었고,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배역은 찾을 수가 없었다.더구나 연기 공부를 스펀지처럼 쏙쏙 빨아들였는데 이런 쪽으로는 천재라고 할 수 있었다.몇 초 만에 빠르게 몰입하고 캐릭터에 동화되었다. 다른 배우들은 “연기”를 할지 몰라도, 강연은 몰입해 그 순간만큼은 캐릭터가 되어 움직였다.재벌가 공주에게 있어 배우라는 직업은 절대 쉬운 직업이 아니었다.가끔 상황에 따라 더럽고 힘든 스타일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