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만은 그의 사악한 미소를 보면서 마치 죽음이 자시을 향해 손짓하는 것처럼 끔찍하게 느껴졌다."내가 잘못했어.. 이 일은 나와 관계 없는 일이야. 그냥 내가 돈에 눈이 멀었었나 봐." 지천만은 결국 무릎을 꿇고 앉아서 계속 사죄를 했지만 염구준은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외쳤다."3초 줄 테니까 이 일과 무관한 사람은 전부 꺼져."그의 말에 저택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입구로 나가거나 창문으로 뛰어내리거나 모두 급하게 도망치기 바빴다. 3초 후 큰 저택은 이내 텅텅 비었다. "가문에서 당신을 상대하려고 강자를 보냈는데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고황호는 일어서서 원망 어린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지난번에 한쪽 팔이 상대방에 의해 불구가 된 것을 그는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었다."한 팔만 남았는데도 가만히 있지 못하네?" 염구준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는 다섯 번이나 고황호를 놓아주었는데,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더욱 설치고 다녔다. "감히 내 앞에서 팔 이야기를 꺼내?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 죽어 버려!"고황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고 염구준을 공격했다.지금의 그는 분노로 뒤덮여 아이큐가 0이 되어 버렸다.팍!그러나 고황호는 몇 걸음 다가가지도 못하고 염구준에 의해 목이 잡혔다.또 목이 잡힌 것이다!염구준이 그에게 여러번 써먹은 수법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피하지 못했다."이거 놔! 능력 있으면 둘이 붙어! 난 오늘 당신한테 도전할 거니까."그는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아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도전이라니까 이젠 봐주지 않을게."염구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는 상대가 누구던지 늘 도전을 신성하게 생각했고 신중하게 대했다. "당신이 봐주지 않아도 나는 당신을 죽일 수 있어!" 고황호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살기를 방출했다."이미 그러기로 결정했으면 그냥 덤벼."염구준은 그를 한쪽으로 집어던진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상
고황호는 머리가 똑똑하지 못하니 자기가 총알받이인지도 모르고 평생 이용 당하며 살아왔다.염구준은 전투가 끝나자 고개를 돌려 한 쪽을 바라보았는데, 지천만은 이미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하여튼 타이밍 한 번 잘 고른다니까.' "어디 한 번 죽을 힘을 다해 발버둥 쳐봐. 네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두고 보자꾸나!”염구준은 혼잣말을 하다가 바닥의 흔적을 따라 쫓아갔다. 그의 미행 기술로 일반인을 쫓는 것은 완전히 문제가 없었다.'응? 없어?'염구준은 계속 미행하다가 거위 호수까지 이르렀지만 지천만의 그림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하늘이 아니면 호수 아래에 있겠지.'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지만 구름 한 점도 없이 아무런 비행설비 흔적도 없었다. 풍덩.염구준은 지천만이 하늘로 도망간 건 아니라고 판단을 내려 증거를 찾기 위해 일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 호수에 뛰어들자마자 그는 깜짝 놀랐다. 물 아래에 정말 무언가 있었던 것이다! 전방의 멀지 않은 곳에서 몇 사람들이 잠수 장비를 입고 호수 아래로 잠수해 있었다. 호수 아래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그가 다이빙을 한 탓에 그들을 놀라게 했고, 모두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주시했다. 그들은 빠르게 손짓을 하더니 두 사람을 제외하고 전부 손에 작살을 든 채로 염구준을 향해 헤엄쳐 왔다.염구준의 첫 인상 속 그들은 모두 그냥 평범한 사람들처럼 보였다.하지만 점점 더 가까워지자 그들 손에 들고 있는 작살들이 전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아니, 사실 그를 향해 오고 있는 것들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눈에서 짙은 녹색 빛을 반짝이는 것도 모자라 생명 징후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슉슉!그것들은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작살을 날렸지만 물 속이라 저항으로 인해 다행히 속도가 매우 느렸다.그와 반면 염구준은 물속에 있지만 속도가 빨랐기에 작살들을 피하는 건 전혀 문제 없었다.작살은 완벽하게 피했지만 다른 변고가 생겨 버렸다.
바로 이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아래에 있던 철판이 합쳐지더니 구멍난 곳을 막기 시작했다. 아마 이곳의 응급 시스템이 작동한 것 같았다."괜찮은 디자인이네." 이 모습을 본 염구준은 당황했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우웅!"경보. 경보. 적의 침입이 있으니 모든 경비원들은 A구역으로 가서 적을 섬멸하기 바람."통로 안에서 앞을 비추던 조명이 갑자기 꺼지더니 대신 적색 경보등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쯧. 들어오자마자 발각되다니.'잠시 후 멀지 않은 곳에서 무거운 발자국 소리들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매 개의 몸무게가 정상인의 3배 정도인가?'"공격해라!"곧 통로 양쪽이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그들은 모두 기계적인 소리를 내며 그를 공격했다.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전부 전멸하고 말았다.염구준의 눈에 그들은 그저 시간을 낭비할 뿐, 아무 쓸모도 없었다. 마음대로 왔다갔다 해도 전부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 떨어진 건 대부분이 금속 부품이었는데, 마치 로봇 개조인간인 것 같았다.염구준은 불현듯 막 전신전에 들어갔을 때 들었던 용하국의 미친 과학자 얘기가 떠올랐다. 그는 산 사람을 로봇으로 개조 하려고 했는데 사람의 뇌와 강철의 몸이 있는 강력한 전쟁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는 했다. 이에 국주는 당연히 동의하지 않았고 그를 밖으로 추방시켜 버렸다."설마 다시 돌아온 건가?"염구준은 의혹을 품은 채로 건물들을 누비며 총통제실을 찾아 다녔다. 이런 인간성을 없애려는 옛 과학자는 가만히 남겨둘 수 없었다. 한편, 총통제실에서 CCTV를 보고 있던 한 중년 남자가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벽에 주먹을 날렸다."흑풍 이 나쁜 놈이 화연 종사를 해결해주면 된다더니, 저게 어디 종사의 실력이야?""나쁜 놈, 나쁜 놈 같으니라고! 감히 날 함정에 빠뜨려?"상대방은 방호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뒤에는 잎사귀 그림이 있었다. 조직의 표식인 것 같았다."1번, 2번, 가서 해결하고 필요하면 그냥 자폭해." 한 중년 남자
"다음에는 순식간에 폭발하는 걸로 설계해. 하지만, 아쉽게도 다음이라는 게 없을 것 같네."염구준은 말하며 중년 남자에게 다가갔다."이럴 리가 없어. 가슴 부분은 초고밀도 합금을 덧씌웠는데 어떻게 뚫릴 수가 있지?"중년 남자는 충격적인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염구준이 이렇게까지 강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완전 괴물이잖아!'"나이를 보니 소문의 그 과학 괴짜는 아닌 것 같은데?" 염구준이 남자를 살짝 떠봤다.배후의 사람까지 알아내 한 번에 뿌리를 뽑을 수 있으면 그야말로 좋았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에 남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하하. 선생님께서는 대학살 무기를 연구하고 있는데, 그게 완성되는 날 너희는 모두 죽을 거야. 선생님께서 공을 세우시는 날이 바로 용하국이 멸망하는 날일 거다."사회에 보복하는 상상을 하며 미친듯이 웃는 모습을 보면 이 중년 남자는 아무리 봐도 정상인이 아니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네.'"그럼, 그냥 죽어라."염구준은 그가 버튼을 누르려는 걸 보고 바로 죽여 버렸다. 참으려 했지만 또 문제가 생겨서는 안되니깐 말이다. 하지만 중년 남자는 마지막까지도 뻔뻔하게 웃으면서 아주 편안하게 죽었다. 연구 데이터를 이미 업로드한 뒤였기 때문에 그가 죽더라도 누군가는 그의 위대한 계획을 계속 완성해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모퉁이에 앉아있는 지천만을 보며 물었다."한패인가요?""아니... 아니야."몸에서 부품이 떨어지는 사람은 그 역시 처음 봤기 때문에 지금 매우 놀란 상태였다."그럼 왜 이 호수로 도망온 거죠?" 염구준이 계속 물었다.거위 호수 쪽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이쪽으로 도망치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도 같았다. "집에서 나온 후, 호숫가로 도망치면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났었어.. 참, 그 검은 옷에는 검은 단풍이 수놓아져 있었어."지천만은 방금 전의 일을 회상하며 살기 위해 전부 털어놓았다.
손자 역시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어떻게 돌을 던진 걸로 이렇게나 큰 물보라를 일으킬 수 있는지 던진 자기마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호수에서 다시 물보라가 일더니 곧이어 염구준이 뭍으로 올라왔다."쯧. 짜증나네."그저 단순한 계획이었는데 남의 속임수에 넘어가 버렸으니 기분이 좋지 않은게 당연했다. 그러나 흑풍 존주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짧은 시간 내에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을 다 짜낸 뒤였다. "할아버지, 저 알았어요. 저 사람이 한 것 같애요."손자가 염구준을 가리켰다. 구체적인 상황은 중요하지 않으니 우선 남한테 덮어씌우는 게 급선무였다. "물건 정리하고 이만 돌아가세요. 여기는 곧 수사 지역이 될 테니까요."말을 마친 후 염구준은 휴대폰을 꺼내 현지의 주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렇게 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가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거위 호수의 물귀신마저 그에게 잡힐 줄 누가 알았겠나! "존주님, 염구준이 뭍으로 올라왔는데, 조금도 다치지 않았습니다!"10여킬로메터 떨어진 고층건물에서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한 남자가 망원경을 보고는 놀라며 보고했다. "상관없어. 그냥 바둑알일 뿐인걸."흑풍 존주는 가볍게 말했지만 눈에는 살짝 실망감이 어려있었다. 매번 염구준을 잡으려는 계획을 실시할 때마다 사실 속으로 이길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부하가 물었다."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고씨 가문부터 봐야 해. 이 일은 신경 쓸 필요 없어."흑풍 존주는 말을 마치고 힘없이 의자에 기대었다.염구준과 같은 강대한 적수를 상대로 정말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옥패를 가지기 위해서라면 싸우는 방법밖에 없었다.사실 속으로는 매우 모순적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말이다. … 그날 밤, 손씨 그룹 경비실.염구준은 책상 옆에 앉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입꼬리가 올라가 있네요. 성과가 좋은가 보죠? 그럼
사람들은 알겠다고 한 후 염구준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염구준이 해야 할 일은 다 큰일이기에 그들도 감히 막지 않았다.수안 등이 떠난 후 염구준은 문 밖을 보고 싱겁다는 듯 말했다."왔으면 왔지, 굳이 뭘 숨는 거지?"'역시 예민하네. 이것도 다 발견할 수 있다니.'문밖의 사람은 놀라면서 어둠 속에서 나와 경비실로 들어오자마자 재빨리 문을 닫았다."고대영?"그가 아직 살아 있을 줄은 몰랐던 터라 염구준은 잠시 놀랐다."맞아, 바로 나야."고대영은 염구준의 앞에 와서 의자를 옮겨 앉았는데 표정은 역시나 담담했다."싸우러 온 거야, 아니면 이야기를 나누려고 온 거야?" 염구준은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 물었다. 만약 상대방이 정말 싸우러 왔다면 시간 낭비 말고 그냥 붙으면 된다. "오해하지 마. 나는 싸울 생각 없어."고대영은 손을 저으며 해명했다. 그는 갈등을 더 빚고 싶지 않았다. "그럼 먼저 말해봐. 길에서 습격당한 일부터."염구준은 그 일에 대해 줄곧 신경 쓰고 있었다."하. 다 그 개자식들 짓이었어…”고대영은 이를 갈며 씩씩대다가 감정을 추스린 뒤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그는 말할수록 더욱 흥분해서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눈이 붉어지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잠시 후 이야기가 끝나자 그의 눈에는 원한이 가득 어려있었다."역시 흑풍 존주였군."염구준은 오히려 담담하게 계속 수중의 자료를 찾아 보았다. 이전에 추측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은 고씨 가문 사람들이 어리석어 이렇게 명백한 함정조차 알아보지 못한 걸 탓해야 했다.파견된 사람들 중 고황호만 살아돌아간 건 너무 불합리 했다. 습격 당했으면 당연히 전멸해야 하는 게 아닌가! 아니면, 고씨 가문에서는 이미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 기회를 빌어 옥패를 빼앗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염구준의 마음속에는 이미 몇가지 추측이 있었는데, 어느 쪽인지 확정할 수는 없었다.한편, 고대영은 염구준의 표정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어둠의 원소군.'그가 반보 천인에 들어가며 깨우친 것은 가장 기괴한 어둠의 원소의 힘이었다 매우 깊게 깨우친 터라 불과 며칠 만에 이미 이 힘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뒤로 왔네."염구준은 발끝을 가볍게 하고 앞으로 뛰어올라 여러 번 점프해서 그림자 공격을 피했다. "어떻게 내 공격 궤적을 알아맞힐 수가 있지?" 고대영은 몸을 드러내고는 신기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가 깨우친 건 어두운 원소였기에 이 먹구름이 잔뜩 낀 밤에 특히나 우세를 차지했다.'그런데도 염구준의 옷자락조차 건드리지 못했어.'"이 정도 실력이면 그냥 비무를 끝내도 될 것 같네."하지만 염구준은 실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특수한 특성을 깨우친 반보천인을 만나면 통쾌하게 한 번 싸울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고대영의 실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얕보지 마. 이 수법은 나 자신조차도 통제할 수 없으니까."고대영의 손에는 아직 묘수가 더 있었지만 사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졌다."마음대로 써. 죽으면 어차피 내 탓이니까."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싸우기 위해 몸을 약간 움직였다. 고대영이 말한 묘수가 대체 무엇일지 그는 매우 궁금했다. "허. 암야 입체!"고대영이 힘껏 외치자 몸에 강한 흡인력이 생기며 주변의 어두운 원소를 모두 체내로 흡입했다. 서서히 어두운 원소가 밀려들면서 고대영의 피부는 점차 검은색으로 변하였고 나중에는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하였다.블랙 시저? "몸이 어둠에 물들면 마음도 어둠에 침식 돼서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워."염구준은 옛날 책들을 많이 본 탓에 어둠의 원소에 대해 적지 않게 알고 있었다. '이제 내가 상대해야 할 건 미친 악마겠지.'"죽어!"고대영이 기세를 올리고 소리를 지르자 그 주위의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무척 강한 에너지네.'곧이어 고대영은 몸을 흔들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순식간에 염구준의 앞에 나타났다.쾅!순식간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에 염구준은 한 대 맞아 버렸고 그가 있던 자리는 아래층
쾅!큰 소리와 함께 고대영의 몸은 높이 튕겨나가 천장을 뚫고 계류장에 떨어지고 말았다.염구준은 발끝을 가볍게 튕기고 윗층에 올라갔는데. 고대영의 몸을 덮었던 검은색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그는 전투가 끝났음을 직감했다.이번 전투는 썩 괜찮았지만 금방 끝나 별로 즐기지는 못했다. '고대영이 좀 더 강했으면 좋았을 텐데.'"커헉…!"고대영은 몸을 돌려 바닥에 반쯤 엎드린 채 피를 토해냈는데, 중상을 입은 것 같아 보였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반보 천인이 첫 전투에 이렇게 완패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력을 다한 것아냐…?" 고대영이 고개를 들어 묻자 염구준은 힘을 거두고 정중하게 말했다. "전력에 가까웠어. 비무일 뿐이니 죽일 각오로 할 필요는 없으니까."두 사람 사이에 비록 불화가 있었긴 했지만 고대영은 존중할 만한 대상이였다.누구나 한 번쯤은 잘못할 수 있으니, 잘못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래도 좋은 사람이다. "반보천인은 역시 만만치 않군.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 고대영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중얼거렸다. "응, 하지만 그 힘은 적게 쓰는 게 좋겠어. 완전히 어둠에 빠지면 자아를 잃게 되고 돌아올 수 없을 테니까."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인 후 살짝 일깨워 주었다. 고대영이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였다. "고맙네. 나도 정도는 알아."고대영은 포권을 하며 감사를 표한 뒤 한마디 더 물었다."고황호가 죽을 때, 고통스러워 했나?""아니. 고황호는 '인제' 를 쓴 탓에 생명력이 사라져서 자연스레 죽었어. 안락사와 비슷하지."염구준이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 만약 그가 복수를 원한다 해도 얼마든지 상대해줄 수 있었다. "머리가 조금 나쁜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재능있는 아이었는데." 고대영은 탄식하며 매우 완곡하게 말했다.물론 고대영은 복수할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고씨 가문과 손씨 그룹의 싸움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해 굳이 싸움을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잠시 침묵을 한 후 고대영은 포권을 하고 다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