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순식간에 폭발하는 걸로 설계해. 하지만, 아쉽게도 다음이라는 게 없을 것 같네."염구준은 말하며 중년 남자에게 다가갔다."이럴 리가 없어. 가슴 부분은 초고밀도 합금을 덧씌웠는데 어떻게 뚫릴 수가 있지?"중년 남자는 충격적인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염구준이 이렇게까지 강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완전 괴물이잖아!'"나이를 보니 소문의 그 과학 괴짜는 아닌 것 같은데?" 염구준이 남자를 살짝 떠봤다.배후의 사람까지 알아내 한 번에 뿌리를 뽑을 수 있으면 그야말로 좋았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에 남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하하. 선생님께서는 대학살 무기를 연구하고 있는데, 그게 완성되는 날 너희는 모두 죽을 거야. 선생님께서 공을 세우시는 날이 바로 용하국이 멸망하는 날일 거다."사회에 보복하는 상상을 하며 미친듯이 웃는 모습을 보면 이 중년 남자는 아무리 봐도 정상인이 아니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네.'"그럼, 그냥 죽어라."염구준은 그가 버튼을 누르려는 걸 보고 바로 죽여 버렸다. 참으려 했지만 또 문제가 생겨서는 안되니깐 말이다. 하지만 중년 남자는 마지막까지도 뻔뻔하게 웃으면서 아주 편안하게 죽었다. 연구 데이터를 이미 업로드한 뒤였기 때문에 그가 죽더라도 누군가는 그의 위대한 계획을 계속 완성해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모퉁이에 앉아있는 지천만을 보며 물었다."한패인가요?""아니... 아니야."몸에서 부품이 떨어지는 사람은 그 역시 처음 봤기 때문에 지금 매우 놀란 상태였다."그럼 왜 이 호수로 도망온 거죠?" 염구준이 계속 물었다.거위 호수 쪽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이쪽으로 도망치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도 같았다. "집에서 나온 후, 호숫가로 도망치면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났었어.. 참, 그 검은 옷에는 검은 단풍이 수놓아져 있었어."지천만은 방금 전의 일을 회상하며 살기 위해 전부 털어놓았다.
손자 역시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어떻게 돌을 던진 걸로 이렇게나 큰 물보라를 일으킬 수 있는지 던진 자기마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호수에서 다시 물보라가 일더니 곧이어 염구준이 뭍으로 올라왔다."쯧. 짜증나네."그저 단순한 계획이었는데 남의 속임수에 넘어가 버렸으니 기분이 좋지 않은게 당연했다. 그러나 흑풍 존주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짧은 시간 내에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을 다 짜낸 뒤였다. "할아버지, 저 알았어요. 저 사람이 한 것 같애요."손자가 염구준을 가리켰다. 구체적인 상황은 중요하지 않으니 우선 남한테 덮어씌우는 게 급선무였다. "물건 정리하고 이만 돌아가세요. 여기는 곧 수사 지역이 될 테니까요."말을 마친 후 염구준은 휴대폰을 꺼내 현지의 주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렇게 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가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거위 호수의 물귀신마저 그에게 잡힐 줄 누가 알았겠나! "존주님, 염구준이 뭍으로 올라왔는데, 조금도 다치지 않았습니다!"10여킬로메터 떨어진 고층건물에서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한 남자가 망원경을 보고는 놀라며 보고했다. "상관없어. 그냥 바둑알일 뿐인걸."흑풍 존주는 가볍게 말했지만 눈에는 살짝 실망감이 어려있었다. 매번 염구준을 잡으려는 계획을 실시할 때마다 사실 속으로 이길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부하가 물었다."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고씨 가문부터 봐야 해. 이 일은 신경 쓸 필요 없어."흑풍 존주는 말을 마치고 힘없이 의자에 기대었다.염구준과 같은 강대한 적수를 상대로 정말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옥패를 가지기 위해서라면 싸우는 방법밖에 없었다.사실 속으로는 매우 모순적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말이다. … 그날 밤, 손씨 그룹 경비실.염구준은 책상 옆에 앉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입꼬리가 올라가 있네요. 성과가 좋은가 보죠? 그럼
사람들은 알겠다고 한 후 염구준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염구준이 해야 할 일은 다 큰일이기에 그들도 감히 막지 않았다.수안 등이 떠난 후 염구준은 문 밖을 보고 싱겁다는 듯 말했다."왔으면 왔지, 굳이 뭘 숨는 거지?"'역시 예민하네. 이것도 다 발견할 수 있다니.'문밖의 사람은 놀라면서 어둠 속에서 나와 경비실로 들어오자마자 재빨리 문을 닫았다."고대영?"그가 아직 살아 있을 줄은 몰랐던 터라 염구준은 잠시 놀랐다."맞아, 바로 나야."고대영은 염구준의 앞에 와서 의자를 옮겨 앉았는데 표정은 역시나 담담했다."싸우러 온 거야, 아니면 이야기를 나누려고 온 거야?" 염구준은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 물었다. 만약 상대방이 정말 싸우러 왔다면 시간 낭비 말고 그냥 붙으면 된다. "오해하지 마. 나는 싸울 생각 없어."고대영은 손을 저으며 해명했다. 그는 갈등을 더 빚고 싶지 않았다. "그럼 먼저 말해봐. 길에서 습격당한 일부터."염구준은 그 일에 대해 줄곧 신경 쓰고 있었다."하. 다 그 개자식들 짓이었어…”고대영은 이를 갈며 씩씩대다가 감정을 추스린 뒤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그는 말할수록 더욱 흥분해서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눈이 붉어지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잠시 후 이야기가 끝나자 그의 눈에는 원한이 가득 어려있었다."역시 흑풍 존주였군."염구준은 오히려 담담하게 계속 수중의 자료를 찾아 보았다. 이전에 추측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은 고씨 가문 사람들이 어리석어 이렇게 명백한 함정조차 알아보지 못한 걸 탓해야 했다.파견된 사람들 중 고황호만 살아돌아간 건 너무 불합리 했다. 습격 당했으면 당연히 전멸해야 하는 게 아닌가! 아니면, 고씨 가문에서는 이미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 기회를 빌어 옥패를 빼앗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염구준의 마음속에는 이미 몇가지 추측이 있었는데, 어느 쪽인지 확정할 수는 없었다.한편, 고대영은 염구준의 표정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어둠의 원소군.'그가 반보 천인에 들어가며 깨우친 것은 가장 기괴한 어둠의 원소의 힘이었다 매우 깊게 깨우친 터라 불과 며칠 만에 이미 이 힘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뒤로 왔네."염구준은 발끝을 가볍게 하고 앞으로 뛰어올라 여러 번 점프해서 그림자 공격을 피했다. "어떻게 내 공격 궤적을 알아맞힐 수가 있지?" 고대영은 몸을 드러내고는 신기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가 깨우친 건 어두운 원소였기에 이 먹구름이 잔뜩 낀 밤에 특히나 우세를 차지했다.'그런데도 염구준의 옷자락조차 건드리지 못했어.'"이 정도 실력이면 그냥 비무를 끝내도 될 것 같네."하지만 염구준은 실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특수한 특성을 깨우친 반보천인을 만나면 통쾌하게 한 번 싸울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고대영의 실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얕보지 마. 이 수법은 나 자신조차도 통제할 수 없으니까."고대영의 손에는 아직 묘수가 더 있었지만 사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졌다."마음대로 써. 죽으면 어차피 내 탓이니까."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싸우기 위해 몸을 약간 움직였다. 고대영이 말한 묘수가 대체 무엇일지 그는 매우 궁금했다. "허. 암야 입체!"고대영이 힘껏 외치자 몸에 강한 흡인력이 생기며 주변의 어두운 원소를 모두 체내로 흡입했다. 서서히 어두운 원소가 밀려들면서 고대영의 피부는 점차 검은색으로 변하였고 나중에는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하였다.블랙 시저? "몸이 어둠에 물들면 마음도 어둠에 침식 돼서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워."염구준은 옛날 책들을 많이 본 탓에 어둠의 원소에 대해 적지 않게 알고 있었다. '이제 내가 상대해야 할 건 미친 악마겠지.'"죽어!"고대영이 기세를 올리고 소리를 지르자 그 주위의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무척 강한 에너지네.'곧이어 고대영은 몸을 흔들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순식간에 염구준의 앞에 나타났다.쾅!순식간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에 염구준은 한 대 맞아 버렸고 그가 있던 자리는 아래층
쾅!큰 소리와 함께 고대영의 몸은 높이 튕겨나가 천장을 뚫고 계류장에 떨어지고 말았다.염구준은 발끝을 가볍게 튕기고 윗층에 올라갔는데. 고대영의 몸을 덮었던 검은색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그는 전투가 끝났음을 직감했다.이번 전투는 썩 괜찮았지만 금방 끝나 별로 즐기지는 못했다. '고대영이 좀 더 강했으면 좋았을 텐데.'"커헉…!"고대영은 몸을 돌려 바닥에 반쯤 엎드린 채 피를 토해냈는데, 중상을 입은 것 같아 보였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반보 천인이 첫 전투에 이렇게 완패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력을 다한 것아냐…?" 고대영이 고개를 들어 묻자 염구준은 힘을 거두고 정중하게 말했다. "전력에 가까웠어. 비무일 뿐이니 죽일 각오로 할 필요는 없으니까."두 사람 사이에 비록 불화가 있었긴 했지만 고대영은 존중할 만한 대상이였다.누구나 한 번쯤은 잘못할 수 있으니, 잘못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래도 좋은 사람이다. "반보천인은 역시 만만치 않군.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 고대영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중얼거렸다. "응, 하지만 그 힘은 적게 쓰는 게 좋겠어. 완전히 어둠에 빠지면 자아를 잃게 되고 돌아올 수 없을 테니까."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인 후 살짝 일깨워 주었다. 고대영이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였다. "고맙네. 나도 정도는 알아."고대영은 포권을 하며 감사를 표한 뒤 한마디 더 물었다."고황호가 죽을 때, 고통스러워 했나?""아니. 고황호는 '인제' 를 쓴 탓에 생명력이 사라져서 자연스레 죽었어. 안락사와 비슷하지."염구준이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 만약 그가 복수를 원한다 해도 얼마든지 상대해줄 수 있었다. "머리가 조금 나쁜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재능있는 아이었는데." 고대영은 탄식하며 매우 완곡하게 말했다.물론 고대영은 복수할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고씨 가문과 손씨 그룹의 싸움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해 굳이 싸움을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잠시 침묵을 한 후 고대영은 포권을 하고 다
”응, 힘을 통제 못 했어.”염구준이 인정했다.하지만 당시 현장을 사실대로 말할 용기는 없어서 대충 둘러댔다.“휴, 당신들 세계는 엄청 버라이어티 하구나?”손가을은 긴 한숨을 내쉬며 염구준의 품에 안겼다.따지는 것이 아닌, 남편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물어본 것이였다.염구준은 손가을이 말하는 그 세계가 강호를 가리킨다는 걸 알아차렸다. 를 통해 손가을은 점점 더 많은 강호 인사들과 접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예를 들자면 원종, 정경림을 만나면서 강호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다 비슷해. 버라이어티한 정도까지는 아니고, 강호보다 난 가족들과 사는 게 더 좋아.”자신의 아내가 마음을 열어놓고 얘기하니 염구준도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럼 나한테 다 말해줄 수 있어?”손가을은 더 알고 싶었다.“알았어.”염구준은 기묘한 강호 이야기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강호는 우리 생활 속에 존재하면서 우리 삶에 영향을 주지만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이야기는 밤늦게 손가을이 잠들 때까지 계속했다.이튿날, 그녀가 회사의 옥상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랐다.두 사람이 싸워서 남긴 흔적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대외에는 운석이 충돌하여 파괴되었다고 주장했다.…한 편, 청해 교외 어느 별장.“누구야?”소파에 앉은 노인이 놀라더니 몸의 기운을 모아 공격 준비를 했다.“형, 나야.”노인을 부르는 동시에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바로 고대영이었다!“둘째야, 안 죽었구나.”노인이 벌떡 일어나 고대영의 어깨를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잃고 나서 다시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어려운 일인가?“형님.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어요..”고대영도 눈물을 글썽거렸다.“하하하. 그래. 염구준의 손에서 살아났으니 대단한 거야.”고대강은 그의 등을 툭툭 치며 기뻐했다.“형님, 염구준이 아니라 흑풍이 벌인 일이예요.”고대영은 일전에 발생했던 일들에 대해 다 털어 놓았다. “흑풍, 이 원한은 고씨 가문에서 꼭 갚을 것이다.”고대강은 듣자마자 대
”그럼 먼저 데려올게.”고대영은 더는 말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별장에서 나왔다.그가 가자마자 고대강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에휴. 바보 같은 대영아. 매사에 원칙을 지켜서 뭐 하냐?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어.”고씨 가문의 부가주가 되려면 실력 외에 독특한 수단도 있어야 했다.“여봐라!”“부가주님, 부르셨습니까.”“청해에 있는 고씨 가문의 모든 고수들을 불러오거라.”“네.”고대강은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서 다른 계획을 세웠다.한 시간 뒤, 염구준은 고대영을 따라 별장으로 가고 있었다.“네 형이 나랑 손을 잡겠다고 했다고?”염구준은 믿기지 않았다. 비록 고대강과 본 적은 없었지만, 최근 그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절대 타협할 사람이 아니었다. 일처리가 악랄하며 항상 사람을 이용해 여지를 두지 않는 편이었다.“그래. 형이 직접 대답했으니 거짓말이 아니야.”고대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형이 자신은 속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나와 네 형이 붙으면, 누구 편을 들 거야?”하지만 염구준은 수상쩍었다.“그럴 리가 없어. 형님은 한 번 알겠다고 하면 절대 공격하지 않아.”고대영은 질문을 피했다.솔직히 말해서 그도 자신의 형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몰랐다. 그러자 염구준은 더는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만약 나까지 말리면 너를 바로 죽여버릴 거야.”처음부터 고대영을 좋게 보았지만 본인을 죽이려 든다면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세력 간의 싸움은 이렇게 잔혹했다. 우정 따위 없다. “알았어.”고대영은 운전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염구준의 말도 일리가 있는 듯 했다.솔직히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필요한 경우 직면해야 했다.끼이익!큰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별장 앞에 차를 주차한 후 두 사람은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별장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수상한 점을 발견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살해할 목적으로 초대했다면 그럴 능력이 있는지나 보
”당연히 3개죠.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됩니다.”고대강이 단번에 대답했다.역시 고씨 가문은 옥패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게 맞았다.“하하하, 그렇게나 많은 옥패를 어디 무덤에 가져가시려고요?”염구준이 못마땅하게 말했다.그의 옥패를 노리는 자들은 대부분 다 죽었고 흑풍이 그나마 오래 버티고 있었는데 감히어딜 넘 보는지 한심했다.“둘째, 봤지? 염구준이 원하지 않으니 내 탓 하지 말거라.”고대강은 더는 염구준과 상의하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섰다.“앞으로 각자 능력을 발휘해서 누가 먼저 죽는지 지켜봅시다.”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자 염구준도 자리에서 일어섰다.“그게…”안색이 굳어진 두 사람을 보며 고대영은 다소 실망했다. 어렵게 성사시킨 자리가 이렇게 무산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여기까지 왔는데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당신 같은 수준으로 날 막을 수나 있겠어?”염구준은 살의가 가득 찬 눈빛으로 고대강을 노려봤다.“형님, 제가 데리고 온 사람입니다. 여기서 싸우시면 안 돼요.”고대영이 재빨리 나서서 그들을 막았다.정말 염구준의 말처럼 그런 상황이 온 것 같아서 당황스러웠다.“가문을 위해서 네 마음대로 할 수 없어.”고대강은 싸늘하게 말을 내뱉으며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았다. 이미 화살을 당겼으니 오늘 반드시 염구준을 제거해야 했다.염구준 또한 지지않고 그 자리에 서서 경계태세를 취했다.“그럼 시작하지.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이따가 우리 딸 하원시켜야 하거든.”상대가 어떤 판을 짰는지 한번 놀아보고 싶었다.”“하하하. 미쳤구나. 그럼 네가 어떻게 죽는지 똑똑히 봐라. 쳐라!”고대강이 명령을 내리자 별장 곳곳에 숨었던 부하들이 작살을 들고 나타났다.염구준은 이들을 보자마자 호수 밑에서 봤던 놈들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다.스스슥!그때, 부하들이 염구준과 고대영을 향해 무자비로 작살을 던졌다.“형님, 저까지 죽이려고 그러십니까..?”고대영은 납득할 수 없었다.형제끼리 서로 죽이려고 들다니 얼마나 가슴이 찢어
“진정하세요. 많지도 않습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게 많지 않다니 두 사람은 경악했다.최근 청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땅값이 점점 올라 제일 저렴한 별장도 20억 이상이었다.“염 선생님, 그쪽과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오백하가 못마땅 해하며 물었다.손씨 그룹이 끼어들면 그는 뒷배인 회사를 내세워도 대항할 수 없었다.“용필 형, 나를 뭐라고 부르죠?”염구준이 옆을 보며 물었다.“내 매제지.”용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들었어요? 나랑 상관 있죠?”염구준이 되물었다.상대방이 기어코 끼어들겠다고 하니 오백하는 심란하여 계속 머릿속을 굴렸다.‘어떡하지, 어떡하지?...’돈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52억은 있어야 상대방과 싸울 수 있었다.평소 그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즐겼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억압당할 줄은 몰랐다.인과로 보복을 당하니 매우 불쾌했다.“저기요. 왜 예물값을 올리지 않나요?”염구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주의를 주었다.‘올리긴 뭘 올려?’오백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겉으로 애써 웃었다.돈으로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면으로 능력을 보여서 자신의 우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저 멍청한 놈은 윤나를 지킬 자격이 없어요. 두 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오백하가 갑자기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그게…”하동철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조건 가격을 올리라는 속셈이었다.“주먹다짐을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되죠.”염구준이 분명하게 말했다.종사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녀석이 감히 용필 앞에서 나대다니 속으로 우스웠다.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안 돼.”갑자기 하윤나가 용필을 부둥켜안으면서 싸우지 못하게 붙잡았다.하지만 오백하의 눈에는 그녀가 용필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펄쩍 뛰었다.“남자라면 나랑 겨루자. 지면 알아서
“아씨, 저 새끼가 내 물건을 훔쳤어. 다음에 눈에 띄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목소리에서 상대방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도련님, 어서 오세요.”하윤나의 부모님은 목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했다.염구준은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방금 용필이 들어올 때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당당한 사람이 되는 게 좋지 않은가?“네.”오백하는 한 글자로 답하고 당연하듯이 주석에 앉아 거만하게 행동했다.그리고 눈에 불을 켜고 용필과 하윤나를 노려보았다.염구준 부부도 봤지만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도련님, 무슨 일로 늦게 오셨어요?”하동철이 차를 따르면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말도 마세요. 오는 길에 미친놈을 만났는데 내가 윤나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을 도둑맞았어요. 차로 뒤쫓아도 잡지 못했어요.”오백하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무슨 인간이 그렇게 빨리 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초상비.’염구준과 용필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챘다.‘의리 있는 사람이네. 앞으로 잘 지내야겠어.’용필 입장에서 초상비가 오백하를 죽이지 않고 그냥 방해한 것만으로도 형제로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분명 비싼 물건이겠죠.”하동철의 관심은 언제나 돈이었다.“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2억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에요.”오백하가 허풍을 떨기 시작했다.어쨌든 물건을 찾아오지 못했으니 가격을 20억, 200억을 불러도 누구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아쉽게 됐네요. 제가 경찰에 신고할까요?”하동철이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됐어요. 이따가 가서 다시 살게요.”오백하는 손을 들어 하동철을 제지시켰다.그는 허풍이 들통나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솔직히 하윤나와 연인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귀한 물건을 선물할 리가 없었다.“됐어요. 허풍은 그만 떨고 본론으로 갑시다.”염구준은 귀가 썩을 것 같아서 대화를 끊어버렸다.오늘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될 텐데 체면을 줄 필요도 없었다.
하윤나는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나중에 부모님들에게 말하려고 했다.그런데 부모님들이 눈치를 챘는지 자꾸 방해를 하는 것이다.보다 못한 김연주가 나서서 말렸다.“됐어. 그만 싸워. 이따가 두 사람 다 오니까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해.”듣기에 공평한 것 같지만 실은 오백하를 두둔하고 있었다.용필의 상황으로는 경쟁할 가치도 없고 그냥 망신만 주려고 생각한 것이다.똑똑!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염구준 일행이 들어왔다.방금 세 식구가 한 말을 밖에서 다 들은 것이다.용필의 안색이 퍼렇게 질려서 보기 흉했다.“들어오세요.”하동철이 이내 표정을 바꾸고 반갑게 맞이했다.지금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만약 오백하라면 추태를 보여주지 않았나 은근 걱정이 되었다.끼익!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용필이 들어오면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아버님, 어머님. 제가 왔습니다.”그를 본 하동철의 웃던 얼굴이 바로 굳어져버졌다.“앉아.”모든 말이 얼굴에 써져 있었다.“오빠, 이쪽으로 와서 앉아.”하윤나는 앞으로 다가가 용필의 팔을 잡아당겨 자기 옆에 앉혔다.두 사람은 깨알이 쏟아질 정도로 다정했다.그 장면을 본 하동철은 혈압이 슬슬 올라왔다.“형님, 안목이 있네요.”염구준이 장난을 치며 손가을과 함께 룸으로 들어왔다.병원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가까이서 봤더니 하윤나의 외모는 경국지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뻤다.“어머, 손 대표님, 염 선생님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어서 앉으세요.”하동철은 얼른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했다.얼굴 표정이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적응되지 않았다.“편하게 말씀하세요.”염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아내와 함께 용필의 옆자리에 앉았다.세력과 재부에 눈이 멀어 아부하는 소인배를 용필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하하하.”하동철은 뻘쭘해서 헛웃음을 지었다.돈만 준다면 그를 어떻게 대해도 기꺼이 참을 수 있었다.세 사람이
“지금 윤나 부모님들도 이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근데 나 돈이 없잖아. 어르신이 오후에 글로리 호텔에서 만나면 답변을 준댔어. 말로는 오백하도 온대.”용필은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감히 어머니에게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건장한 몸으로 반보천인 고수와 싸울 수 있지만 돈 앞에서 한결 작아졌다.하지만 돈은 확실히 만능인 물건이었다.“간단해. 내가 가서 오백하 놈을 죽여버릴게. 그럼 누구도 방해하지 않아.”초상비가 화끈한 제안을 했다.그는 강호에서 여러 해를 굴러먹어서인지 겁이 없고 수법이 거칠었다.“안 돼. 윤나가 폭력으로 해결하지 말랬어.”용필은 고개를 저으며 입구를 막았다.혹시나 방심한 사이에 초상비가 뛰쳐나갈까 봐 미리 방지한 것이다.보안실 경호원들 중에서 실력이 가장 약한 초상비도 정신지상 실력이니,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염구준이 잠시 중얼거리더니 계속 물었다.“그 외에 다른 조건이 있어요?”용필은 생각하면서 말했다.“그리고 연봉이 높은 직장을 찾으래.”지금 그는 매달 월급 300만으로 청해시에서 수입이 중상 레벨이지만 부잣집 자식들과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일도 아니죠.”염구준이 일어나더니 용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돈에 눈이 어두운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경고를 줄 필요가 있었다.아니면 앞으로 용필만 힘들게 될 것이다.“무슨 뜻이야?”돈이 없는 용필은 어리둥절했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낼게요. 호텔에 나와 가을도 함께 갈게요.”염구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정말이야?”갑작스러운 행복에 용필은 어쩔 줄 몰랐다.“정말이죠. 거짓이겠어요?”그가 엄숙하게 대답했다.글로리 호텔 입구에 핑크색 포르쉐가 멈추더니 염구준 일행이 내렸다.“손 대표님, 저한테 맡기세요. 안전하게 주차하겠습니다.”입구에 있던 종업원은 거물이 오자 바로 달려왔다.“수고하세요.”손가을은 한마디하면서 팁으로 현금까지 쥐어 주었다.그리고 세 사람은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용필은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
“아이를 상대로 사기라도 치는 거야? 아님, 이런 최상급 진주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야?”“전 40억을 제시하겠습니다.”이때, 또 다른 중년 여성이 다가와 염구준 가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본래는 남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주의 유혹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선 거였다.염희주는 진주를 다시 상자에 넣고 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생각했지만 다 세지 못했다. “우와, 그럼 맛있는 걸 많이 살 수 있겠네요!”그녀는 말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허락을 구했다.사실, 원칙적으로는 그녀에게 준 선물이니 그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었다.이에 염구준은 웃으면서 말했다.“이 진주는 황지영이 너한테 선물로 준 거야. 팔지, 안 팔지는 네 결정에 달렸어.”“지영 언니...”염희주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진주를 품에 안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팔래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안 팔 거예요.”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특히 우정과 같은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두 명의 보석 업계 거물은 크게 아쉬워 했지만 어쩔 수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수를 써볼 수 있었겠지만, 이 가족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두 분, 이제 돌아가주시죠.”염구준이 공손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경솔했네요.”두 사람은 염구준이 지금 자신들이 떠났으면 하는 걸 알아차리고는,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아무리 진주가 탐나더라도 손씨 그룹을 적으로 돌리는 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방금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레스토랑 안의 손님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40억에도 안 판다고? 정말 돈이 필요 없는 집안인가 봐.”“염구준은 딸에게 정말 잘해주네. 저렇게 큰 스케일의 선물도 주다니.”“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진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그러나 염구준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대화를 나눴다.“그럼 결국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염구준은 아내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물었다.“가을아, 아까 말한 그 깜짝 선물, 이제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은데?”“헤헤.”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조개를 드러내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었다. 우웅.한순간에 그녀의 손바닥이 떨리더니,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화진 종사가 된 것이다.이정도 경지로는 강호에서 고수라고 하기엔 부족했지만, 자기 방어용으로는 충분했다.염구준은 그녀가 종사경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았다.“종사경에 오른 것을 축하해!”그는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까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알아챘지?”손가을은 와인잔을 들며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지 못 한 것 같아 약간 아쉬워했다.“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을 거야. 어머니의 호신 옥팔찌가 네 기운을 완벽히 감춰줬으니까.”염구준은 솔직하게 답했다.한편, 염희주는 엄마,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음식을 먹는 데 열중했다.어른들의 일에 함부로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있어서였다. “구준 씨도 줄 선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손가을은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있지!”그는 웃으면서 비밀 은장갑 한 쌍을 꺼내 아내에게 건넸다.“응?”전에 남편에게 받은 선물은 많았지만, 장갑은 처음이었다.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갑을 착용했다.그리고 장갑을 끼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믿기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였다.장갑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 찬 것처럼 손끝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마음에 들어?”염구준은 아내의 반응을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응, 진짜 마음에 들어. 이건 병기지?”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기뻐하며 물었다.“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보검도 하나 준비했는데, 이런 공공장소에서는 꺼내기 좀 그래서 이따가 줄게.”염구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구준 씨, 항상 날 신경 써줘서 고마워.”그
청해시에 들어서자마자 염구준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마치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는데, 손가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구준 씨, 청해시에 도착했어?”사실 염구준도 막 상륙하자마자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려던 참이었다.“방금 시내에 들어왔어. 조금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것 같아.”염구준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체리 뮤직 레스토랑으로 와. 구준 씨한테 줄 깜짝 선물이 있어.”손가을은 담백한 목소리로 신비롭게 말했다. “좋네, 나도 줄 선물이 있었는데.”염구준은 흔쾌히 동의했다.아내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라니, 무엇일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무척 기대했다.왜,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나?체리 뮤직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우아한 분위기로,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염구준은 차를 도로변에 주차한 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손님, 저희 레스토랑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입구에 있던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예약했어요. 제 아내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직원의 태도가 좋았기에 염구준은 좋게 얘기했다. 직원이 예약 정보를 확인하려는 찰나,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서둘러 달려 나와 허리를 숙이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염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사장님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염구준 부부는 청해시에서도 알아주는 거물들이었기에, 레스토랑 측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극진하게 모셨다.“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대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밥 먹으러 온 거니까요.”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레스토랑 안에서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안에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정장을 갖춰 입어 특히 우아해 보였다.그에 비해 캐주얼한 옷차림의 염구준은 이곳에 맞지 않아 보였다. 청해시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온 거라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캐주얼한 옷차림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에는
“하, 원래는 모두가 함께 돌파하길 기다리려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필요 없겠네.”우웅. 청룡이 몸을 떨자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며 기파가 주위로 전파되었다. 그 역시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사실은 몇 달 전부터 이미 돌파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충격을 줄까 봐 지금껏 경지를 억눌러왔던 것이었다. 청룡의 이 숨겨진 실력은 보통 사람이라면 전혀 알아채지 못할 터였으나, 염구준은 알고있었다.“괴물들이네, 정말.”붉은 장미는 이 장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사대 전존의 자리는 실력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 또한 극도로 까다롭게 요구했다.“못 살겠다. 다들... 도대체 뭔데 이렇게 쉽게 돌파 해?”주작은 이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룡이 돌파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로 돌파했으니까 말이다.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이로써 사대 전존 중 두 명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전신전의 전력은 또 한 단계 상승한 셈이었다.“돌아가면 무공 수련에 집중해. 너희 둘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염구준은 남은 두 사람을 격려했다.사실 이 모든 것은 옥패 덕분이었다. 옥패에 담긴 무공을 본 후로, 다들 무공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뿌우우!염구준이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더니 곧 한 함대가 공해에서 다가왔다.국기를 보니 그건 동양에서 온 함대였다.“주상, 저들을 제거할까요?”청룡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용하 해역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봐주지 말고 쏴버려.”염구준은 원래부터 동양인들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기에 지금 제 앞에 나타난 그들을 보며 인내심이 바닥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국주가 전쟁이 확대될까 봐 걱정이 되어 동양과의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염구준은 이미 동양을 정벌했을 것이다.“우리는 동양 호위 함대다. 그대들은 즉시 분쟁 해역에서 떠나라!”이때, 동양 함대가 무전을 통해 외쳤다.‘분쟁 해역?’“청룡, 기다릴 필요 없어. 공격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