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은세집안의 살수들을 키우는 매의 둥지가 여기에 있다고 확신했다.그때 안개 속에 흐릿한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그는 부하들에게 흩어지라 명하고 본인은 신속하게 섬으로 올라가 기척도 없이 몇몇 경호원을 해치웠다.그리고 소부대를 이끌고 저들의 은신처로 향했다.가는 길에 꽤 많은 보초병을 제거해서야 등대가 세워진 섬에 도착했다.“전주님, 누가 다녀갔어요.”한 병사가 바닥에 누운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그 시체는 용국인이었다.“대열을 유지하고 각자 행동한다!”지시를 받은 소부대는 사방으로 흩어지고 염구준은 단독으로 움직였다.100미터도 가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영감, 30년이 지났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았어!”여우와 노인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여우, 네놈의 가장 큰 약점은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는 거야. 너야말로 30년이 지났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았구나!”노인은 중상을 입었는지 가까스로 기침을 참으며 말했다.“옥패의 힘이 없고 원소화가 되지 않아도 영감을 죽일 수 있어.”여우가 음험하게 웃었다.저들은 저런 말투와 태도가 이미 습관이 된 모양이었다.“팔황옥의 힘이 폭발하면 천신이 탄생한다고 내가 그랬지.”노인의 말이 염구준의 주의를 끌었다.천신이란 그의 딸 염희주를 말하는 것 같았다.“천신은 이미 각성했어. 바로 전신전 염구준의 딸내미야. 세상 일이란 참 모를 일이야. 영감.”여우는 태연하게 말했다.하마터면 천신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여우, 내 평생 후회하는 일은 그때 네놈들을 놓아준 것이다.”“낙성용을 죽인 것을 후회해야지. 영감이 감정을 내세우지 않았다면 우린 그자를 죽이지 못했어.”말을 마친 여우가 섬뜩하게 웃었다.낙성용을 제거하는 건 원래 계획 중의 일부분이었다.“낙성용이 죽지 않으면 천하는 세 갈래로 나뉘지 않고 오로지 용국만 성장했을 거다.”노인의 안타까운 말소리가 들렸다.염구준은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지금 그는 천하무적이지만 낙성용의 전성
노인이 도망치려 하자 여우가 불렀다.“한 놈도 도망칠 생각하지 마!”워낙 염구준에 비해 실력이 나약한데 그가 공격 속도를 가하니 여우는 힘이 달렸다.“어르신, 몇 가지 질문만 대답해 주시면 한 번에 보내드리죠.”염구준은 한 발로 여우의 무릎을 차고 그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 틈을 타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여우를 가볍게 쓰러트린 염구준이 빠른 걸음으로 노인에게 다가가 앞길을 막았다.비록 노인도 전신 이상의 고수지만 염구준은 어르신을 공격하는 습관이 없었다.“어르신, 이영은 내 손에 있어요. 진실을 말해준다면 살길을 드릴 수 있어요.”노인에 대한 말투는 훨씬 부드러웠다.지금은 진실만 알고 싶지 죽인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염구준, 넌 이미 은퇴해서 황가와 은세집안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게 좋아.”노인은 의미심장하게 말할 뿐 전혀 피할 마음이 없었다.“낙성용을 죽인 이유만 알고 싶어요. 그 외에 창용칠숙에 대해 간단하게 말해주시면 됩니다.”염구준이 솔직하게 말했다.비록 원한이 깊지 않지만 낙성용은 아무런 죄명이 없이 죽어서는 안되었다.“염구준, 보잘것없는 가문 출신인 녀석이 그 비밀을 알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여우가 냉소를 짓더니 말을 끝내자마자 피를 토하며 바닥에 엎어졌다.“하긴, 그때 은세집안에서 전신전을 끌어들여 해영국의 환심을 사려할 때, 성용 그 녀석은 애국심이 강해서 은세집안을 간첩이라…”낙성용을 언급하니 노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난 황가 제일 대가의 호위로서 흑풍과 운명이 비슷하여 가문에서 추방당했다.”“그래도 계속 은세가문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따르지 않았습니까?”염구준은 노인의 말에 앞뒤가 안 맞다고 생각했다.가문에서 추방당했는데 은세집안을 위해 살수를 키워줄 이유가 무엇인가?“황가와 적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긴 가문은 없다. 추방은 그저 속임수에 불과하지. 근데 흑풍은…”말끝을 흐린 노인이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흑풍은 은세집안의 살수가 되라는 제안을 거부했을 것이다.
염구준이 공격하려던 찰나, 인기척 소리가 들리더니 몇몇 그림자가 안개 속에서 뛰쳐나와 그를 막았다.“암영당 4대 전신 늦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네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그들은 얼굴색만 다를 뿐, 갑옷은 전신전의 4대 지존의 모습과 똑같았다.“흥, 짝퉁 전신전도 있었냐? 너희들 찾아갈 시간을 절약했구나.”염구준은 도적놈들이 전신이라 자칭하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었다.이것은 전신전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모욕이었다.“하하하. 영감은 살려두고 염구준은 죽여!”암영당 4대 전신이 나타나자 여우에게 역전승할 기회가 생겼다.“몇몇 애송이들이 나를 죽이겠다고?”염구준은 바로 암영당의 청룡과 백호를 쓰러트렸다.남은 두 전신은 노인을 잡으러 갔다.암영 전신도 전신 이상이라 실력을 따지면 흑풍보다 강할 뿐만 아니라 전신전의 4대 지존보다 한 단계 높았다.저들의 수법은 여우와 비슷하여 매우 민첩하기 때문에 염구준이 혼자서 두 전신을 상대하자니 조금 신중해졌다. 얼마 안 되어 노인이 잡혔다.여우는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바로 노인의 견갑골을 찔렀다.두 전신이 돌아와 염구준과 싸우는 데 합류했다.전신 4명을 상대하자니 염구준은 너무나 버거웠다.“영감, 나랑 흑주에 가자. 가서 창용칠숙의 비밀이 뭔지 천천히 얘기해 보자고!”섬뜩한 미소를 짓던 여우는 바닥난 체력으로 노인을 끌고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사상진법?”염구준은 그제야 4대 전신이 사용한 사상진법은 최고 고수한테만 적용하는 진법이라는 걸 깨달았다.“염구준, 너도 그때 사용한 적이 있었지!”암영청룡이 복화술로 말했다.왠지 염구준의 과거를 잘 아는 것 같았다.“여우, 네가 아는 비밀이 나보다 더 많을까?”염구준이 물어보려고 할 때 안개 속에서 허스키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영감, 허세 부리지 마. 최후의 발악에 불과해.”여우가 싸늘하게 내뱉었다. 이미 폐인이 된 노인은 비밀을 말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네 마리 짐승을 제물로 바치오니, 진정한 용을
번개 한 줄기가 전광석화 같이 전체 섬을 비추자 등나무 덤불이 미친듯이 자라는 것이 보였다.그리고 천둥소리와 함께 섬이 다시 어두워졌다.수많은 이들의 울음 소리와 비명 소리가 지옥에 빠진 것처럼 소름 끼치게 들렸다.갑자기 염구준의 몸이 아래로 추락했다.온 힘을 다해 평형을 찾았지만 힘을 지탱할 곳이 없었다.또 자색의 번개가 쳤다.그제야 암영 4대 전신과, 여우, 노인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윽!”염구준은 신음 소리를 내며 바닥에 세게 떨어졌다.이어서 암영 4대 전신이 착지했다.염구준이 일어서자 사방에 불꽃이 피어나며 주변을 밝게 비추었다.“여긴 어디야?”암영 전신과 염구준이 동시에 경악했다.석벽에 달린 초가 밝게 빛나자 발밑에 쫙 깔린 백골들이 눈에 띄었다.“상어 기름 촛불?”암영청룡이 복화술로 말하는 동시에 코와 입을 막았다.“용국 고대의 매장술인 상어 기름은 환각을 유발하지!”암영청룡이 설명했다.그 사람 외에 누구도 상어 기름의 작용을 모르는 것 같았다.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서로 싸울 겨를이 없었다.“청룡, 날 죽여! 방금 덤불에 독이 있었어!”맥없이 주저앉은 암영백호는 일어날 힘마저 없었다.염구준은 그의 얼굴에 핏발이 서고 콧구멍에서 검정색 피가 흘러나오는 걸 봤다.“우리 넷은 같이 죽고 같이 살아야 해!”암영청룡이 백호를 부축하며 출구를 찾으러 전방으로 갔다.주작과 현무도 각자 다른 방향으로 출구를 모색했다.“청룡, 이 독은 내 심지를 갉아먹고 있어. 더는 통제하지 못하겠어.”암영백호가 청룡을 밀치더니 검을 뽑아 자신의 목을 베려고 했다.그때 염구준이 신속하게 다가와 검을 차버리고 백호의 등에 점혈을 찍었다.그러자 백호가 비틀거리더니 이내 검정색 피를 토해냈다.“아주 흔한 시체독이야. 마음 단단히 먹어!”말을 마친 염구준은 백호의 가슴에 일장을 날렸다.뒷걸음을 치던 백호가 또 피를 흥건하게 토했다.혈액 색상이 벌건 색으로 돌아왔다.“염구준, 왜 우리를 돕는 것이냐?”남은 세 사람은 검
“강자의 힘이 서로 부딪히고 창용의 별자리가 안개가 자욱한 섬 위에 나타났을 때…”여우는 큰 소리로 웃으며 품 안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입으로는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흑주 사람의 주문!”염구준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여우가 흑주 상왕묘를 찾았으니, 이런 주문을 외울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주문을 외우자, 염구준은 자신의 몸속에서 어떤 힘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이 힘은 염희주한테 봉인 당한 줄 알았는데…”염구준은 몸속의 힘이 거대한 고래가 남긴 힘이라는 것이 느껴졌고, 상왕묘에서 얻은 힘도 깨어날 기미가 보였다.“고래 한 마리가 죽으면 만물이 살 수 있다!”염구준은 갑자기 이 말의 깊은 뜻을 깨달았다. 힘의 이끌림 하에, 그도 흑인이 남긴 주문을 외웠다.어둠 지존이 두 주문 사이에 끼어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냈다. 여우의 몸에는 검은 기운이 감돌았고, 염구준의 몸에서는 초록색 불빛이 나오기 시작했다.“위대한 이상을 위해, 너희들의 죽음은 가치가 있다!”여우는 점점 더 흥분했다. 어둠의 등나무는 주문에 이끌려 돌 벽의 촛불을 피해 아래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염구준의 몸 안에서 방출된 초록색 불빛은 서서히 공간 전체를 채워, 4대 지존도 초록색 불빛에 둘러싸였다. 그들을 향해 뻗어나가다가 초록색 불빛에 닿자, 감전된 것처럼 움츠러들었다.“윽!”여우도 끙끙거리며 몸을 떨었다. 분명 염구준의 초록색 불빛에 되려 당한 것이다.“생명의 빛!”그림자 용과 여우는 동시에 놀라 소리쳤다. 여우는 마치 이 힘이 아주 두려운 듯 뒤돌아 도망가려 했다.“죽어. 흐흐…”또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어두운 곳에서 튀어나와 짧은 칼로 여우의 가슴을 찔렀다.“늙은이, 당신…”여우는 깜짝 놀라 커진 두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가슴에 있는 칼을 보고는 다시 늙은이를 보았다.“이게 어떻게?”염구준도 믿을 수 없었다. 날개뼈를 관통 당한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여우, 내가 너희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너
“더러운 것!”미친 듯이 자라난 등나무는 염구준을 화나게 했다. 그는 훌쩍 뛰어올라 맨손으로 어둠 지존을 감싼 검은 기운을 끊어냈다.속박에서 벗어난 어둠 지존은 또다시 여우를 구하러 가려 했지만, 여우는 이미 무수한 등나무에 몸을 관통당한 채 시체로 굳어있었다.“늙은이, 나쁜 짓을 많이 하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법이야!”염구준은 늙은이에게 많은 비밀들을 묻고 싶었지만, 극도로 흥분한 등나무를 피해 늙은이의 어깨를 잡았다.하지만 늙은이는 전혀 감사히 생각하지 않고 염구준을 향해 손에 있던 단검을 휘둘렀다.“염구준, 창용칠숙이 다시 나타날 때, 여기가 네 무덤이다!”늙은이는 말이 끝나자 머리 위를 보았다. 자욱하던 안개는 벌써 흩어져 갔고, 하늘에는 길게 늘어선 별들이 보였다.“이게 바로 창용칠숙?”염구준은 구불구불한 별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확실히 용과 비슷했다.“창용칠숙!”그림자 용도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는 용국의 현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염구준은 그를 자신의 아래에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탁- 탁-갈라진 틈 양쪽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같았는데, 그중에는 뼈가 부딪히는 소리도 있었다.“이건…”늙은이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등나무에게 원기를 모두 빨렸다. 가시가 달린 덤불이 그의 몸을 휘감고 그의 피를 빨아먹기 시작했다.두 정상급 고수들이 의미 없는 것들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다니.염구준은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늙은이도 등나무의 비료가 되었고, 가시덤불이 그의 눈에서 나오자 염구준은 자신의 추측에 확신이 생겼다.발자국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양쪽을 한 번씩 보았다. 사람의 그림자는 하나도 없었는데, 소리는 점점 더 또렷해졌다.“청룡, 야수의 포효 소리가 더 가까워졌어!”한 암영 지존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염구준도 깜짝 놀랐지만, 포효 소리 같은 건 전혀 들리지 않았다.“아니, 용국 고대 무녀의
등나무는 백골을 타고 올라갔고, 해골의 머리는 등나무 줄기에 의해 몸과 분리되었다.해골 머리라는 장애물이 없어지자, 염구준의 눈앞에는 커다란 벌레 무리가 그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이 각도로? 안 돼!”염구준은 벌레를 정면으로 보고 있었고, 그는 문득 자신이 서있는 것이 아니라 땅에 엎드려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이 해골들은 일어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시선에 변화가 생긴 것뿐이었다.“다들 조심해. 심해 동물이다!”그림자 용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염구준은 그제야 그들도 똑같이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빨리 일어나!”염구준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몸속의 진실한 감정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훨씬 정신이 맑아졌다.그는 땅바닥을 냅다 밀어내 반동을 이용해 벌떡 일어섰다. 그의 손바닥에서 나온 충격파 한 줄기가 사방으로 빠르게 흩어졌다.염구준의 공격이 거대한 고래의 생명의 빛을 융합시켰다. 에너지가 닿는 곳마다 심해 동물들이 모두 타버려 초록색 불꽃을 일으켰다.염구준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이 심해 동물들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초록색 빛이 어둠의 등나무를 쫓아버렸지만, 효과적으로 심해 동물까지 쫓아내지는 못했다.“구천의 용령이시어, 제게 위엄을 주시옵소서, 사나운 불길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고, 보라색 전기는 무시무시한 천둥과 같으니!”그림자 용은 염구준의 도움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 용국 먼 옛날의 주문을 외웠다.“퇴마사였구나!”염구준은 순간 깨달았다. 퇴마사는 사라져가는 직업이고, 알려진 바로는 자연의 힘을 빌릴 수 있다고 했다.보라색 전기가 하늘을 찢는 듯 내리쳤고, 어둠의 등나무는 전기에 맞아 보라색 불꽃을 내며 타들어갔다.심해 동물도 불길 속에서 ‘타닥타닥’ 소리를 냈다. 염구준은 입이 떡 벌어졌다. 번개를 컨트롤하는 사람은 살면서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이게 다가 아니었다. 보라색 전기가 지나간 뒤, 바닥에서 불길이 이글이글거리며 모든 틈새를 가득
그림자 용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염구준도 그녀가 혼잣말을 하는 건지 그와 대화를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림자 용은 곁눈질로 염구준을 흘끗 보았는데,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 선배…”그림자 호랑이는 시험 삼아 그녀를 불렀다. 그녀 역시 자신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든 듯했다.“또 여자야?!”염구준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림자 호랑이를 흘끗 보았다.염구준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설마 암영당의 4대 지존이 다 여자라고?“주작, 현무, 사상진법의 주문 아직 기억하지?”그림자 용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마치 시크한 한 송이 장미 같았다.“선배, 이건 뼛속까지 새겨뒀죠!”주작도 여자였다. 염구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왜 한숨을 내쉬었는지 몰랐다.이제 현무만 남았다. 그는 말을 하지 않았고, 두 손은 계속 결인을 하고 있었다. 아마 죽을 힘을 다해 예전의 지식을 보충하고 있을 것이다.염구준은 현무가 딱 한 글자라도 좋으니 말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갈라진 틈의 끝까지 갈 때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런 거였군!”그림자 용은 두 갈래의 길을 보고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예상 밖의 일인 것 같았다.“영험한 뱀이시어 길을 찾아주소서!”현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역시 여자였다. 염구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얀 뱀 한 마리가 허공에 나타났다. 현무의 힘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작은 뱀은 다시 두 마리로 나눠져 각각 두 갈래 길로 들어갔고, 남은 사람들은 모두 현무의 탐색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아!”현무가 살짝 놀란 듯 뒤로 물러섰다.“무슨 일이야?”그림자 용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녀도 예감이 좋지 않은 듯했다.“거대한 두 눈에서 붉은빛이 나오고, 뱀의 영혼을 통해 나랑 시선을 마주하고 있어…”현무는 겁을 먹은 듯 말했다. 염구준은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