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제약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소채은의 안색이 달라졌다.SK 제약은 소씨 일가의 핵심 산업이었는데 소채은이 독에 당한 뒤로 소청하가 회사를 관리했다.그런데 갑자기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니. 소채은은 서둘러 물었다.“아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소청하가 수화기 너머로 말했다.“경동 제약이 갑자기 우리 항생제가 자기 회사의 것을 카피했다고 하면서 우리를 고소할 거라고 했어.”“경동 제약이요?”그 이름에 소채은은 당황했다.“그래. 채은아, 얼른 와 봐. 경동 제약이 네가 오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고소할 거라고 했어.”소채은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말했다.“알겠어요, 아빠. 지금 당장 갈게요.”전화를 끊은 뒤 소채은은 고개를 돌려 윤구주에게 말했다.“구주야, 미안해. 회사 쪽에 문제가 생겨서 오늘은 같이 있을 수 없겠어.”“무슨 일이야?”윤구주가 물었다.“경동 제약이라는 곳에서 우리 회사가 자기네 회사 항생제를 카피했다면서 우리를 고소할 거래.”소채은은 가방을 들면서 말했다.윤구주가 말했다.“나랑 같이 회사에 가자.”“너도 가려고?”소채은은 멈칫했다.“응, 어차피 나 지금 할 일도 없거든. 같이 가자.”“그래, 내가 운전할게.”소채은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외출해서 운전했다.곧 윤구주와 소채은은 차에 타서 SK 제약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윤구주가 물었다.“채은아, 경동 제약을 알고 있어?”“들어 봤어. 다국적 제약 회사인데 규모가 클 거야. 자금도 많고.”소채은이 말했다.“그렇다면 너희 회사에서 그 회사 약을 카피한 적이 있어?”윤구주가 다시 물었고 소채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불가능해. 우리 SK 제약은 아주 정규적인 제약 회사야. 출시한 제품들도 전부 심사를 거친 것들인 데다가 항생제 쪽은 거의 손도 안 대. 틀림없이 오해일 거야.”윤구주는 더 묻지 않았다.30분 뒤, 소채은의 차가 SK 제약공장에 도착했다.공장에 도착한 뒤 소채은은 곧바로 윤구주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커다란 공장 안에서
안으로 들어간 뒤 소청하는 곧바로 장경동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채은아, 바로 저 사람들이야.”소채은은 아름다운 눈으로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전 SK 제약의 책임자예요. 경동 제약의 대표는 누구시죠?”“안녕하세요, 접니다.”소채은은 눈앞의 머리숱이 적은 남자를 보았다.“당신은 누구시죠?”“저희 경동 제약의 회장님 장경동 회장님이십니다.”장경동 옆에 서 있던 안경을 낀 남자가 거만한 태도로 앞으로 나섰다.“장 회장님이시군요. 반가워요! 그런데 무슨 일로 갑자기 저희 SK 제약을 찾으신 거죠?”소채은이 물었다.안경을 낀 남자가 말했다.“SK 제약은 우리 경동 제약이 만든 항생제를 카피해서 우리의 권리를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사적으로 생산했으니까요.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하하, 장 회장님. 말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에요. 이렇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누명을 씌운다면 법적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소채은이 말했다.“하하하하!”안경을 쓴 남자가 크게 웃었다.“법적 책임이요? 저는 강성의 법무법인 명인의 변호사예요. 제 앞에서 지금 법을 논하시는 건가요? 우리 경동 제약의 제품을 모조한 것만으로도 SK 제약은 파산할 수 있어요.”자기가 변호사라는 안경을 낀 남자는 거만하게 말했다.소청하는 그 말을 듣자 겁을 먹어 안색이 어두워졌다.법무법인 명인은 강성의 가장 유명한 로펌이었다.강성의 거의 모든 금융 관련 문제는 명인에서 책임졌다. 그리고 그들은 매번 승소했다.안경을 낀 남자가 SK 제약을 고소하겠다고 하니 소청하는 당연히 두려웠다.소채은은 두려워하지 않고 말했다.“당신이 변호사면 뭐가 달라지나요? 저희 SK 제약은 그쪽 제품을 카피한 적 없습니다. 카피한 적이 있다면 아마도 누군가 저희를 모함하려고 꾸민 짓이겠죠. 고소하고 싶으면 하세요.”“SK 제약 따위가 감히 우리 경동 제약의 항생제를 카피해 놓고 이렇게 거만을 떨어? 미친 X, 두고 봐. SK 제약은 곧 파산하게 될 테니까!”변호사가 말을 마치자마자 뒤에서 갑자기 목
장경동은 말을 마친 뒤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소채은 씨, 조금 전에는 제 사람이 잘못했습니다. 제가 사과드리죠.”장경동은 그렇게 말하면서 소채은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소채은은 살짝 당황했다.그녀가 알기로 경동 제약은 다국적 대기업이었고 자금도 많았다.그런데 그런 경동 제약의 회장이 자신을 향해 사과할 줄은 몰랐다.“소채은 씨, 전 사업하는 사람입니다. 이번 항생제 건은 저희가 제대로 조사하겠습니다. 만약 경동 제약이 정말로 소채은 씨를 오해한 거라면 제가 직접 찾아와서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SK 제약이 정말로 저희 제품을 카피했다면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소채은은 장경동의 말을 듣고 말했다.“편하게 조사해 주세요. 정말로 저희 SK 제약이 경동 제약의 제품을 카피했다면 법적 책임을 지겠습니다.”“소채은 씨를 믿겠습니다.”장경동이 말했다.“그러면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장경동은 뒤에 있던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그는 떠나기 전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힐끔 보았다.경동 제약의 사람들이 떠나자 소청하는 기쁜 얼굴로 나서며 말했다.“채은아, 저 장 회장님 사람이 꽤 좋은데? 부하들보다 훨씬 나아.”소채은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장경동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아뇨, 틀렸어요. 저 장경동이라는 사람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윤구주가 갑자기 나섰다.‘응?’“구주야, 그게 무슨 말이야? 장 회장님 꽤 예의 있으시잖아.”소청하는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로 윤구주에게 물었다.윤구주는 경동 제약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조금 전 사람 중 반 이상이 우리 화진 사람이 아닐 거야.”“뭐라고? 화진 사람이 아니라고?”소청하와 소채은은 깜짝 놀랐다.“그래. 내 짐작이 옳다면 아마 부성국 사람들일 거야. 그리고 모두 무인이야.”‘뭐?’윤구주가 장경동 일행이 부성국 사람이며 무인이라고 하자 소청하는 경악했다.윤구주는 경동 제약 사람들을 본 순간, 그들에게서 사무라이의 기운을 느꼈다.윤구주
윤구주는 소채은을 집에 데려다준 뒤 곧바로 택시를 타고 용인 빌리지로 돌아갔다.윤구주는 용인 빌리지에 도착하자마자 뒤 첫 번째로 한 일은 정태웅을 불렀다.“저하, 절 찾으셨습니까?”잠시 뒤 정태웅이 홀에 도착했다.“정태웅, 암부 사람들에게 강성의 경동 제약이라는 다국적 기업을 조사해 보라고 해.”윤구주가 말했다.‘응?’“갑자기 다국적 제약 회사는 왜 조사합니까?”정태웅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물었다.“그 제약 회사는 해외 세력이 우리 화진에 심은 사람들일지도 몰라.”윤구주가 말했다.‘뭐라고?’“감히 저희 화진에 사람을 심어둔다고요? 젠장, 빌어먹을 놈들. 아직도 죽고 싶은 놈이 많은가 보네요.”당시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윤구주는 직접 진두지휘하여 화진에 잠복한 첩보원들을 참수했다.그 일로 수만 명의 첩보원이 죽었고 그 일이 있었던 뒤로 10개국의 첩보 조직은 엄청난 트라우마가 생겨 감히 화진에 사람을 심지 못했다.정태웅은 감히 화진에 잠복한 해외 세력이 있다는 걸 알고 매우 노여워했다.“경동 제약이 저번 참수 때 우리가 빠뜨린 세력일 수 있어.”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정태웅이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당장 암부 사람들에게 경동 제약의 상황을 전부 조사하라고 하겠습니다. 젠장, 경동 제약이 정말로 해외 세력이라면 바로 죽여버릴 거예요.”정태웅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하더니 그제야 홀을 떠났다.윤구주는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한 채로 중얼거렸다.“부성국!”...강성.호화로운 건물 안에는 수십 명의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그들은 하나같이 차가운 표정에 사무라이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화진 사람이 아니라 부성국의 사무라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건물 제일 안쪽에는 화진에 잠복해 있는 장경동이 정중한 태도로 기모노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에게 상황을 보고 하고 있었다.여자는 품에 검은 고양이를 안고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 있었고, 그녀의 옆에는 검을 든 남자가 있었다.“노아 씨
윤구주가 나타났다는 말에 노아의 뒤에 있던 검을 든 남자가 나섰다.“노아 씨, 제가 지금 그를 죽이러 갈까요?”노아는 고개를 저었다.“만약 정말로 그가 무사시 사형을 죽인 놈이라면 다카야 씨 실력으로 그를 죽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나요?”그 말에 검을 든 남자는 침묵했다.무사시는 기타가와 신사의 가장 유명한 살인왕이었다.그조차 윤구주의 손에 죽었는데 검을 든 남자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아 씨, 이제 어떡할까요?”옆에 있던 장경동이 물었다.노아는 검은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로 갑자기 말했다.“그놈은 아직 당신이 첩보원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죠?”“네, 절대 모를 겁니다. 전 화진에 수년 동안 잠복해 있으면서 예전의 모든 정보를 말소했습니다. 그래서 화진 사람들은 절대 제 정보를 알아낼 수 없을 겁니다.”장경동은 자신만만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모리 렌 씨, 날 위해 우리 무사시 사형을 죽인 범인을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드세요.”노아가 윤구주를 만나려고 하자 장경동은 흠칫했다.“노아 씨, 그놈을 만날 생각입니까?”“네, 우리 무사시 사형도 죽인 놈이 어떤 놈인지 궁금하네요!”노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장경동이 대답했다.“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장경동은 물러났다....용인 빌리지.암부에서는 빠르게 경동 제약의 모든 상황을 조사해 냈다.“저하, 조사했습니다! 제기랄, 경동 제약의 주주는 부성국 사람이 맞았습니다! 그리고 저하 말씀대로 그들은 부성국이 저희 화진에 심어둔 첩보원들이 맞았습니다.”정태웅은 그렇게 말하면서 윤구주의 앞에 산처럼 쌓인 서류를 내려놓았다.윤구주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마치 모든 걸 예상했다는 듯 말이다.“그 회사 회장은?”윤구주가 물었다.그가 물은 건 경동 제약의 회장 장경동이었다.“저하, 장경동은 저번에 참수 리스트에서 빠진 첩보원이었습니다. 그 자식 저희를 피하려고 국적까지 화진 국적으로 바꿨어요. 그래서 그동안 저희 화진에 잠복해 있는데도 발견하지 못
그래서 지난 이틀 동안, 소채은은 계속 항생제를 억제하는 물질의 출처를 찾고 있었다.드디어 둘째 날 오전, 창고관리원이 단서를 찾아냈다.“소 대표님, 드디어 찾았습니다! 알고 보니 이 항생제는 저희 SK 제약공장에서 만든것이 아니라 교외의 한 작업장에서 저희 제품으로 속여서 만든 거였습니다. 저희가 제품의 공급원뿐만 아니라 SK그룹 것과 똑같이 만든 짝퉁 약병도 찾아냈습니다.”창고관리원은 이렇게 말하며 SK그룹의 약병과 똑같이 만든 약병 등 증거를 꺼냈다.소채은과 소청하는 짝퉁 약품들을 본 뒤,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너무 잘됐네. 대영 씨, 이번에 우리 SK를 위해 큰 공을 세웠어요!”“대표님, 과찬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유대영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이 증거들이 있으니 더 이상 경동제약에서 고소한다 해도 두렵지 않게 됐어!”소청하는 기쁨에 겨워 말하며 옆에 있던 창고관리원을 바라봤다.“대영 씨, 짝퉁을 만들던 작업장은 찾았어요?”유대영이 대답했다. “이미 찾았습니다. 저희 경비원들이 이미 그 사람들을 잡고 있습니다.”“아주 잘됐네!”“대영 씨, 앞장서요. 우리 그 자식들과 결판을 내러 갑시다. 그 작업장 사람들이 도대체 왜 우리 SK로 속여 경동 제약의 항생제를 만들었는지 물어봐야겠어요.”소청하의 말에 따라 이들은 외곽에 있는 작업장으로 향했다.잠시 후, 소청하가 소채은과 창고 관리원을 차에 태우고 도심과 멀리 떨어진 교외에 왔다.이곳은 재개발 구역이었다.사람이 거의 없었다.낡은 건물 몇 채만 있을 뿐, 황무지와 다를 바 없었다.차에서 내린 유대영이 앞에 있는 낡은 공장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표님, 저깁니다.”소청하가 힐끗 보고 대답했다. “가봅시다!”세 사람이 공장 건물 입구에 도착하자,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풍겨왔다.소채은은 저도 모르게 코를 막고 미간을 찌푸리며 안을 들여다봤다.공장 내부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텅 비어있었다.“대영 씨, 사람들은요?”공장 안으
작업장의 증인들이 모두 죽은 후, SK제약은 진퇴양난에 빠졌다.만약 경동 제약에서 진짜 고소한다면, 소채은 쪽 사람들은 골치 아프게 생겼다.소 씨 가족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입구에 고급 차량 세 대가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경동 제약 사람들이 내렸다.맨 앞에 선 사람은 경동 제약 회장, 장경동이었다.그의 뒤에는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소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경동 제약 사람들이 왔어요.”하인이 달려와서 마당에 있는 소청하에게 말했다.“뭐? 경동 제약?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야?” 소청하는 두려워하며 말했다.“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경동 제약 사람들이 아가씨를 찾고 있습니다!” 하인이 말했다.“망했구나!”“경동 제약 사람들이 진짜로 우리를 고소하려고 작정했구나!” 소청하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이때, 소채은이 마당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소채은을 본 소청하가 얼른 뛰어오며 말했다. “채은아,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안 돼! 너 조금 있다가 경동 제약 사람들이랑 잘 얘기해 봐. 우리가 이미 짝퉁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을 찾았으니, 우리를 고소하지 말아 달라고 말이야.”소채은이 짧게 대답했다.“아빠, 시름 놓으세요.”말을 마친 소채은이 밖으로 나갔다.대문 입구.국내에 잠복해 있는 부성국 간첩이 부하들을 데리고 입구에 서 있었다.소채은이 걸어나오자, 장경동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아가씨, 혹시 실례가 되지는 않았는지요?”소채은이 대답했다. “장 회장님,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대표님 회사의 항생제를 따라 만든 작업장을 저희 SK가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저희보다 먼저 이들의 목숨을 끊어 입을 막았습니다. 그러니 장 회장님, 그래도 저희를 고소하시겠다면, 저희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소채은의 말이 끝나자 소청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망했어! 쟤가 왜 저렇게 강하게 나가는 거야?)그런데 예상외로 경동 제약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농담도 참.
저녁 여덟 시.소채은이 약속 시간에 맞춰 한해 호텔에 도착했다.이 호텔은 중식, 양식, 일식이 있었다.장경동은 부성국의 일식을 준비했다.소채은은 차에서 내려 호텔 입구에서 윤구주를 기다렸다.오늘 저녁, 약속 자리에 온 사람은 그녀와 윤구주뿐이었다.잠시 후, 뒤에서 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고개를 돌려보니 잘생긴 얼굴의 윤구주가 서 있었다.“구주야, 드디어 왔네. 난 또 네가 안 오는 줄 알았잖아!” 소채은이 얼른 뛰어와서 윤구주의 팔을 감싸안았다.“바보, 내가 왜 안 오겠어?”“히히, 네가 옆에 있으니까 마음이 놓이네!” 소채은이 신이 나서 말했다.윤구주가 한해 레스토랑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들어가자. 가서 한 번 만나보지 뭐.”“그래!”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한해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호텔 입구에 도착한 두 사람이 웨이터에게 룸 번호를 알려주자, 웨이터가 윤구주를 데리고 일식당 쪽으로 걸어갔다.“미친! 왜 부성국의 음식을 먹는 거야?”소채은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 사람들이 부성국 사람들이니까 그렇지!” 윤구주가 담담하게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텐데!”비록 소채은이 부성국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미 온 뒤라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얼마 후, 웨이터가 두 사람을 데리고 커다란 룸 앞에 섰다.윤구주는 주위를 둘러본 뒤, 룸 곳곳에 매복해 있는 10도 무인의 기운을 느꼈다.하지만 그는 그저 차갑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객님, 두 분께서 식사하실 룸입니다.”웨이터가 예의 있게 얘기한 뒤, 룸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경동 제약 회장, 장경동이 보였다.그의 뒤에는 10여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다.“아가씨, 드디어 오셨군요. 어서 앉으세요!”소채은과 윤구주를 보자 장경동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들을 반겼다.하여 윤구주와 소채은은 그의 맞은 켠 자리에 앉았다.“아가씨, 이분이 남자 친구분이신가요? 역시 인물이 뛰어나시군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래서 그가 처음부터 고수했던 길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인가? 특히 그가 희망을 걸었던 두 장로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임정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혈액이 거꾸로 솟구쳐 올라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그 자리에서 곧장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각 서울 왕실 피난처. 왕실 일행을 지하 피난처로 호위하던 이홍연은 갑자기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지?” “저기! 아버지는 어디 계셔? 아버지가 곧 온다고 하지 않았나? 어디에 계신 거지?” 이홍연은 왕실의 한 전장 장수를 붙잡고 추궁했다. “전하, 소인도 알지 못합니다. 전하를 피난처로 호송하라는 조서만 받았을 뿐 그 외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공주에게 급하게 질문을 받자 전장 장수는 당황한 나머지 실수로 입을 열었다. “뭐라고? 나를 피난처로 호송한다고?” 이홍연은 경악했다. 그녀가 받은 조서는 분명 왕실 구성원들을 호송하라는 내용이었다. “뭔가 일이 생겼구나.” 이홍연은 상황을 깨닫고 즉시 이곳을 떠나려 했다.“전하!” 수천 명의 금위군이 이홍연을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다들 물러가라.” 이홍연은 강제로 뚫고 나갈 수 없었고 명령도 듣지 않자 그 자리에서 칼을 빼어 사람을 처치하려 했다. “누가 내 길을 막으면 죽여버리겠다.” 금위군의 병사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홍연을 여기 남겨두는 것이었다. 여섯 번째 공주가 이런 것에 신경 쓸 리 없었다. 바로 칼을 휘둘러 병사들을 베었지만 병사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막혀서 안 되자 이홍연은 더욱 단호하게 행동하려 했다. 길을 열지 않으면 피의 길을 열어야 했다. “화진 여섯 번째 공주, 명령을 받들라.”이때 한 명의 전장이 국주가 미리 준비해 놓은 성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종문 동맹은 우리 화진을 삼천 년간 어지럽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종문 동맹은 끊임없이 여론을 조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화진 역사상 가장 강하다고 불리던 국주 임정설이 단 한 합 만에 패색이 짙어졌다. ‘구구제일 그 경지가 이토록 압도적인 것이었던가.’ 애초에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임정설은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도망칠 시간은 충분했지만 그는 왕궁에 남아 맞서기로 했다. 그는 화진의 국주이기 때문이다. 화진 백성의 신념을 계승한 자이자 백성들이 인정한 왕이며 대통일의 이상을 실현할 자이다. ‘이런 내가 어떻게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선비도 기개를 지키거늘. 하물며 국주라면 당연한 일이지.” “하하. 내가 바로 그걸 노린 거다.” “임정설, 너는 네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 거다.” “하지만 나는 널 죽이지 않겠다. 우리와 손을 잡아라. 화진에는 진정한 왕이 존재한 적이 없다. 영웅이란 것은 단지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허상일 뿐. 그리고 이야기는 승자가 써나가는 법이지.” “세상의 본질은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것이다. 고통을 견디는 것만으로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거냐?”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목소리를 낮췄다. “장수 하나가 패왕이 되려면 수만의 목숨이 희생되는 법. 하나의 통일이란 것은 수많은 시체 위에서 이루어진다.” “오직 분열과 균형만이 화진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백성? 하하. 천하의 흥망이 백성의 뜻에 달렸다고 믿는 거냐?” “화진의 왕이여, 나에게 무릎을 꿇어라.”해청현은 손바닥을 아래로 내리찍었다. 굉음과 함께 강대한 위압이 폭발하며 임정설을 짓눌렀다. “건방진 놈! 화진의 국가는 백성이 있기에 존재하는 법이다. 대나무는 불에 타도 그 절개를 잃지 않으며 옥은 깨져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나더러 너희 같은 반역자들에게 굴복하라고? 어림도 없다.” 임정설의 외침이 금전 안을 울렸다. “설령 너희가 역사를 조작할 수 있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반드시 누군가는 오늘 내가 세운 업적을
“너의 근위가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아예 그들을 철수시키고 온 거군?”“그런데 왜 너는 떠나지 않았지? 지하 궁전에 숨으면 나조차도 쉽게 찾을 수 없을 텐데.”해청현은 손을 뒤로 모은 채 천천히 국주 앞에 다가갔다. 금계단에 가까워지자 멈춰 서서 의도적으로 국주에게 경례를 올리며 말했다.왕좌에 앉아 있던 임정설은 서서히 일어나며 그와 동시에 헌원검이 검집을 벗어났다.“왕실 근위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무용지물이다.”“내가 왜 도망가지 않냐고? 하하. 네 놈은 내가 왕궁을 떠날 리 없다는 걸 확신했기에 나를 찾으러 온 거 아닐까?” 임정설은 차분히 입을 열며 말했다.금계단 위에서 양손으로 헌원검을 잡고 서 있는 임정설은 마치 태산처럼 해청현 앞에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그 자체로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그래? 나한테 이렇게 압박을 줄 수 있다니. 역시 화진의 국주답군. 정말 강한 기세를 지닌 자로구나.” 해청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해청현은 말하며 금전을 천천히 훑었다. “이게 바로 화진의 왕궁인가? 이 궁전은 천 년을 자랑하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 세 번의 왕조가 교체되었지만 여전히 서울에 우뚝 서 있는 이 궁전은 대단한 상징이지.” “화진의 국주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사람의 의지가 수억 명의 생사를 좌지우지하고 온 나라의 재물이 그 사람의 보물이 된다니. 그야말로 즐겁지 않겠어?”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이 생애에 화진의 왕이 될 수 없어. 그래도 두 주를 차지하고 작은 나라의 왕이라도 되는 건 문제없겠지.” 해청현은 자부심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 속에는 종문 동맹의 의도 즉 국토를 분할하고 토를 나누자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화진을 다시 삼국시대처럼 만들어 각지의 제후들이 패권을 다투는 시대를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쿵.” 해청현의 말에 임정설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원래 태산처럼 흔들림 없던 그는 해청현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
경고음이 폭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암부 삼대 거두는 모두 잠시 멈추어 서며 당황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무언가가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레이더에서 아예 사라졌어” “레이더 출력을 강화해.” 통신에서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위 전투기가 이미 배치되어 수송기를 위한 미사일 방어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이게 뭐야? 종문 동맹의 자식들이 미사일까지 가지고 있다고? 이런 상황이면 군부 고위직들은 모두 총살감이야.” 정태웅이 격분하며 욕을 내뱉었다. “진정해. 국주가 없다고 생각해? 군부 대원들은 은용위의 감시를 받고 있어.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어.” “종문 동맹이라기보다는 외부 세력이 관련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화진의 중심에 있어. 그들이 어떤 무기를 써서 위성 감시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령 다른 나라의 땅에서 한 나라의 중요 인물을 암살하려 한다면 그건 국가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 천현수가 차분히 분석했다. 민규현은 이미 조사를 시작했고 국토 방어 부서에서는 아무런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당황하지 마라. 이건 종문 동맹이나 외부 세력과는 아무 상관없다.” 윤구주가 차분하게 말했다. “뭐라고요? 저하, 그럼 저 자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죠?” 정태웅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 자는 내가 불러온 무기다. 다만 아쉽게도 이번 한 번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윤구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바로 그때 구름 속에서 천둥이 울려 퍼지며 한 인물이 번개를 가르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인물은 불꽃과 번개를 뒤로하며 서울을 향해 날아갔다. “훔!” 정태웅과 다른 두 사람은 그 장면을 보고 눈이 저절로 커지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게 사람이야?’ ‘뭐야! 사람이 맞잖아.’ “세상에! 저하, 구구제일이 이렇게 괴물 같습니까? 우리는 지금 만 미터 고공에 있잖습니까.” 정태웅은 혀를 찼다. 이 장면은 인
멀리서 전투기 편대의 굉음이 점점 다가왔다. 그 소리를 들은 현문 시조, 구구제일 해청현마저도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이곳의 병사들을 손쉽게 도륙낼 수 있을지언정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대와 강철같은 전력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날 전략 미사일이 현문을 폭격하던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만약 그때 그가 빠르게 달아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재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다행히 서울이 바로 코앞이군. 너희가 감히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무기를 쓸 깡이라도 있겠느냐?” 해청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현기를 발동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울 왕궁. 임정설은 해청현의 행방이 포착되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받았다. “현재 방위군이 총력을 다해 저지하고 있지만 최신 정보에 따르면 그 자는 기갑 합성 부대를 전멸시킨 후 행방을 감췄습니다.” “전문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죠. 암부와 은용위가 이미 출동했습니다...” 아래에서 보고하던 육도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바보가 아니면 정면으로 맞서지 않겠지. 해청현은 구구제일. 나타날 때는 그림자처럼, 사라질 때는 흔적도 없이. 강철 대군과 정면으로 싸울 이유가 뭐가 있겠어.’ “암부와 은용위로는 역부족이다. 그 자를 찾는다 해도 목숨을 내놓는 것밖에 안 되겠지.” “강철 대군을 동원하는 건 더 말도 안 돼. 저 늙은 여우는 이미 우리 약점을 다 파악하고 있어. 우리가 서울에서 함부로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임정설은 천천히 일어나 용포를 떨쳐내고 그 아래의 황금 용갑을 드러냈다. “휘익!” 금검이 날카롭게 뽑히자 검의 기운이 퍼지며 왕궁이 강렬한 검의 압박감에 휘청였다. “헌원검.” “그 검은 국주께서 구주왕에게 하사하지 않으셨습니까?” 육도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하. 내가 언제 구주에게 이 검을 줬다고 했나? 그저 잠시 맡겨둔 것뿐
서울에서 삼백 리 떨어진 황량한 산자락. 이름조차 없는 이 산자락에는 은용위와 암부원 백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엄숙했고 어떤 이는 비통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이를 악문 채 피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들 앞에 선 이는 다름 아닌 견배영. 윤구주는 떠나기 전 서울에 남는 암부를 모두 견배영에게 맡겼다. 윤구주가 견배영에게 남긴 명령은 단 하나. 국주를 지키는 것. 견배영은 그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국주가 서울에 남은 이유는 서울을 지키고 윤구주의 남은 혈육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도망친 현문 시조. 지난 사흘간 암부와 은용위는 힘을 합쳐 현문 시조의 행방을 쫓아 밤낮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흔적을 쫓아 도달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견지휘사님, 저희 왕께서 이전에 현문 시조 추격을 중지하라고 명령하셨으나 형제들이 그 명을 어겼습니다...”옆에 있던 한 암부 대장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곳에 모인 은용위와 암부원들이 이렇게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구주왕의 명령을 어긴 형제들이 이곳까지 추적해 현문 시조의 행방을 알아냈지만 그들이 겨우 소식을 전한 순간 불행히도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백여 명의 은용위와 암부원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모두 전사했다. 각각의 암부와 은용위 대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서에 입대할 때부터 언제든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다졌다. 나라를 위해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죽음은 반드시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두 부서의 대원들이 분노에 치를 떨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형제들이 죽기 전에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이었다. 백여 명의 형제들이 시체로 나뒹굴며 그들의 몸은 이곳에 처참하게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인 자는 다름 아닌 현문 시조였다. 당초 십만 대군이 출동했으나 각종 중무장 대살기조차 현문 시조를 어찌할 수 없었다. 하물
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임정설을 향해 예를 갖추었고 이내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구주야.”윤구주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임정설은 눈가가 촉촉해졌다.두 사람은 단순히 군신의 관계가 아니었다. 임정설은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윤구주를 아들처럼 여겼다.이때 임정설의 뒤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임정설은 손을 움직여 신식을 차단할 수 있는 법기를 치웠다. 그곳에 숨어 있던 소채은의 모습이 드러났다.이때 소채은의 뺨은 눈물로 잔뜩 젖어 있었다.그녀는 윤구주가 출정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진의 평화를 위한 싸움인데 이런 때일수록 그녀의 존재가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됐기에 반드시 충동을 참아야 했다.“국주님, 구주를 알지 못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전 너무 소용없어요. 구주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구주의 발목만 잡으니까요. 그리고 저 때문에 국주님도 서울에 있어야 하잖아요.”소채은은 목 놓아 울었다.윤구주의 곁에 있는 다른 여자들과 비교했을 때 그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채은아, 내 제자야. 나는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많은 것들을 깨달았단다. 지금의 너는 아마 알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때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거다. 사랑 때문에 가끔 거사가 지체될 때가 있기는 해. 하지만 생각을 달리 해본다면, 만약 네가 없었다면, 구주가 너처럼 착하고 선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구주는 어떻게 됐을까? 구주는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야. 적을 상대할 때는 심지어 잔인할 정도지. 가장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전우들은 구주 때문에 박해를 받다가 비참하게 죽어갔어. 네가 없었더라면 구주는 정말로 매정하고 무자비한 사람이 됐을 거야. 네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구주를 죽였을지도 몰라. 왕실과 구주왕이 싸우는 것, 그것이 문씨 일가가 가장 처음 계획했던 일이야. 문아름은 교활하지만 너 같은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을 거야. 너의 존재가 문아름의 계획들을 망친 거야.”임정설이 많은 말을
하지만 심각한 사안이었기에 윤구주는 반드시 상황을 완벽히 장악해야 했다. 이 일에 그의 휘하에 있는 수많은 병사들의 생사가 달려 있었고, 화진 백성들의 존망이 달려 있었기에 절대 경솔하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몇백만 명의 백성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국주님, 이제야 국주님이 왜 그동안 매일 수심 가득한 얼굴을 했는지 알 것 같네요. 이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윤구주가 진국왕이 되는 걸 거절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구주왕은 정무에 관여하지 않고 싸움만 했다.예전에는 국주가 배후에서 많은 걸 계산하고 획책해 주면 그는 싸움만 했다.그러나 진국왕으로서 병권을 손에 쥐게 된 그는 수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했고 그 생각만 하면 윤구주는 머리가 아팠다.다른 한편, 서울 왕궁.임정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줄곧 윤구주 쪽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비록 궁 안에 있었지만 화진, 그리고 해외의 일부 상황까지 그는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그러나 갑자기 소식이 멈춰서 천옥을 공격한 건지, 안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서울의 삼십만 병사들도 각 주둔지에서 초조하게 명령을 기다렸다.“구주야, 네 판단이 맞아. 이럴 때일수록 조급해해서는 안 돼. 충분히 고려한 뒤 결정을 내려야 해. 이 결정을 내리는 건 아주 어려울 거야. 나라고 해도 그 정도의 박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 임씨 일가는 널 전폭적으로 지지할 거야.”비는 계속 내렸고 임정설은 그렇게 왕좌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을 때쯤 육도진이 새로운 소식을 안고 대전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국주님! 구주왕께서 천옥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저희는 곤륜을 적으로 돌렸습니다!”육도진은 매우 당황했다. 예로부터 각 종문, 심지어 왕실까지 곤륜을 언급할 때는 조심스러웠다.곤륜은 전 세계와 대항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왕실이라고 해도 감히 그들을 적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그 말을 듣자 미리
“저하!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길 서요산은 칠수방과 연합하여 자운각을 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운각의 시조가 서요산 검종 종주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서부 대군이 현문을 함락했습니다. 하지만 현문 시조가 너무 막강했습니다. 현문 시조는 홀로 서부 대군의 포위를 뚫고 도망쳤고 은용위와 암부 쪽에서 사람을 보내 현문 시조를 추격하고 있다고 합니다.”밖에 있던 암부 구성원이 보고했다.“알겠어. 각 종문의 시조들은 대부분 최소 반폭 지존 경지니까 이해해. 은용위와 암부에 추격하러 간 부하들을 철수시키라고 해. 그들로는 그 늙은 괴물들을 잡을 수가 없어.”윤구주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저하, 그리고 은용위 지휘사 견배영이 천옥을 공격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쪽은 곤륜과 인연이 있기 때문에 저하께서 명령을 내리셔야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암부 구성원이 또 물었다.“조급해할 것 없어. 내가 직접 나설 테니까.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 미리 통지할 거야.”윤구주가 대답했다.윤씨 일가의 저택. 윤구주는 선조들의 위패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조금 전 그것이 우연이었을지 아니면 암시였을지 알 수 없었다.“윤상, 우리 윤씨 일가의 시조로 천 년 전 화진 무도의 최강자였지. 심지어 몇 년 연속 무도 도주였어. 윤씨 일가의 기록에 따르면 조상님께서 화진의 무도를 주름잡았을 때 종문 동맹은 무척이나 얌전했다고 했어. 하지만 조상님께서는 도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종문 동맹을 감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그들을 귀순시킬 수 있을 거로 생각하셨지.”“조상님, 어떤 이들은 영원히 개과천선할 수 없어요. 죽이는 게 답이에요.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뒤에 다시 손을 쓴다면 너무 늦어요.”윤구주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당시 손을 썼더라면 지금 같은 일들이 없었을 것이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당시 윤상이 무도 도주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홀로 성전을 찾으러 서역으로 향했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다.윤상의 실종으로 윤씨 일가는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