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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지유야, 너희들 무슨 얘기하고 있어?”

허지호가 웃으며 다가와 물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인사하려고 했는데 나를 무시하네.”

허지호는 그 소녀를 슬쩍 쳐다보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얘 말 못해.”

나는 잠시 멈칫하고 동정 어린 눈빛으로 그 소녀를 바라봤다.

그 소녀는 말이 끝나자 고개를 들고 우리를 힐끗 쳐다봤다가 잠시 후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허지호를 쳐다봤다.

허지호는 그 소녀의 눈빛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내 손을 잡고 들어가자고 했다.

나는 잠시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호야, 쟤 누구야?”

허지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 동생이야. 어릴 때부터 좀 이상해. 신경 쓰지 마. 우리 들어가자. 어머니가 나보고 돕지 말고 너랑 같이 있으라고 했어.”

나는 큰 충격으로 받았다.

‘동생이라고?’

처음에는 그들이 무관심한 태도로 보였기에 그냥 이웃이나 관계가 별로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

허지호의 태도를 보니 내 마음 속 의문이 점점 커져만 갔다.

나는 허지호가 항상 부드럽고 인내심 많으며, 밝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어서 나와 모든 게 맞는 그런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허지호가 여동생에게 보여주는 태도가 내 마음속의 차가운 기운을 불러일으켰다.

그 순간, 허지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생각은 그만 하고 내가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할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지호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아린은...음...내 동생 이름이 아린이야. 어렸을 땐 이러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프고 나서 머리가 잘못됐어. 말도 할 수 없게 되고. 병이 나은 후에도 많이 달라졌어. 말도 안 듣고, 혼자서 도망가거나 사람을 때리기도 했어.”

“내가 학교에 가야 하니까 어머니 혼자서는 돌볼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에 가두거나 묶어 놓기도 했어.”

“그 후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지금처럼 변한 거야. 정말...”

허지호는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보니 내가 허지호를 오해하였다. 그와 그의 어머니도 참 힘든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린은 참 안타까웠다.

밥 먹을 때 허지호의 어머니는 아린이를 테이블에 앉히지 않았다.

밥상 자리에서 실례할까 봐 기분 잡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이집 손님으로서 말하지 않기로 했다.

피곤했던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나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서 식사를 무미건조하게 마쳤다.

식사 후, 허지호의 어머니는 큰 소리로 아린에게 설거지를 하라고 했다.

처음으로 남자친구 집에 와서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니 입을 열지 않았다.

허지호의 어머니는 허지호와 함께 앉아서 이것저것 내게 물었다.

나는 잠시 앉아 있다가 아린이가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편해져 일어섰다.

그리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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