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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조용히 몇 분 정도가 흘렀을까, 허지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유야, 나와. 내가 모든 걸 말해줄게. 나도 사정이 있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울면서 말했다.

“나는 이제 널 믿을 수 없어. 허지호, 네가 먼저 말해봐. 만약 네가 정말 사정이 있다면 난 널 용서할 수 있어.”

이 말은 나조차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허지호는 조금 믿은 듯했다. 내가 도망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해서 그럴 수도 있었다.

그는 문에 기대어 있는 듯하며 나지막하게 말을 시작했다.

“좋아. 어차피 넌 도망칠 수 없어. 강지유, 넌 경계심이 너무 강해. 사실 난 연휴가 끝나고 너를 넘길 계획이었는데 어젯밤 아린과 너의 충돌 때문에 마음이 불안했어. 오늘 오전 네가 우리 삼촌 집에서 보였던 표정도 이상했어. 아니면 너도 몇 일 더 좋은 날들을 보낼 수 있었을 거야.”

허지호 어머니는 옆에서 뭔가 말리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허지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계획해왔는데. 이토록 미워했던 이유가 뭔지는 지유한테 말해줘야 하지 않겠어? 아니면 우리 노력은 다 풀거품이 될 거야. 얘 도망칠 수 없어. 그 여자도 처음엔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삼촌한테 잘 교육받아 삼촌 말을 순순히 따르고 있잖아.”

허지호의 목소리는 웃음이 섞여 있었지만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겨우 힘을 내어 몰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녹음 버튼을 눌렀다.

허지호는 어머니를 달래고 나서 또 다른 말투로 말했다.

“강지유, 너는 어릴 때부터 늘 안전하고 편하게 자라왔지. 세상에 악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너는 전혀 몰라.”

나는 울면서 허지호에게 소리쳤다.

“그래서 날 가르치려고 이런 거야?”

허지호는 내 말을 듣고 낮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 강지유, 사실 내 어머니도 여기로 팔려왔어. 누가 팔았는지 알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발끝에서부터 차가운 기운이 밀려왔다.

허지호는 잠시 멈칫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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