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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부엌에서 아린이가 팔꿈치를 걷어 올리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내가 조용히 물었다.

“도와줄까?”

아린은 놀란 듯이 손에 쥔 그릇을 물에 떨어뜨렸다. 물이 퍼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필요 없다고 말했다.

내가 다가가자 아린은 두 걸음 물러섰다.

내 시선은 그녀의 팔꿈치로 향했다.

옷소매를 걷어 올린 그녀의 팔에 깊고 얕은 붉은 자국들이 보였다.

내 표정이 어두워지며 그녀의 손을 잡고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그때 허지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지유, 뭐 하고 있어?”

내 몸이 굳어졌다.

아린은 재빨리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부드럽게 고개를 흔들며 다시 소매를 내려 붉은 자국을 가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설거지를 계속했다.

내 눈에서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났다.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걸 삼키고 허지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아린이 혼자 설거지하는 걸 봐서 도와줄까 했는데 내가 놀라게 한 것 같아.”

이때 아린이가 몸을 움츠리고 등을 구부린 채 허지호를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허지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괜찮아. 얘 혼자도 할 수 있어. 살다 보면 뭔가는 해야 해.”

그 말이 끝나자 허지호는 내 손을 잡고, 힘껏 부엌에서 끌어냈다.

나는 돌아서서 아린을 한 번 더 봤다. 그녀의 눈 속에 깃든 두려움이 여전히 선명했다.

나는 눈을 내리깔며 마음이 불안해졌다.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려 나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 날 늦게 일어났다.

마당은 조용하고 고요했다.

나는 안방으로 걸어갔다.

“그쪽과는 연락이 됐어?”

“응, 설 지나고 데려가기로 했어.”

“그래, 그럼 조심해서 잘 지켜.”

나는 문을 열다 말고 멈췄다.

내 마음속의 의문과 불안이 다시 깊어졌다.

무의식적으로 허지호의 이름을 불렀다.

방 안이 잠시 고요해졌고, 곧 이어서 허지호 어머니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X발, 걷는데 왜 소리가 없어!”

문이 열리면서 허지호의 굳어진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났다.

“언제 왔어?”

나는 불안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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