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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5년 전에 원서윤이 죽을 만큼 사랑한 사람은 여승재였는데 지금의 여승재는 온 힘을 다해 민예원을 감싸고 돌 듯이 사랑은 그렇게 부질없는 것이었다.

“누나, 이리 와, 빨리 나 따라와!”

방이연은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앉아있으면 이유 모를 두려움이 몰려와 원서윤은 아까부터 무릎을 세운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방이연이 눈앞에서 힘차게 뛰어다녔지만 원서윤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 따라가진 않았다.

그때 옥상 난간 쪽으로 다가간 방이연이 허공에 대고 힘껏 소리를 질렀다.

“여승재, 이 나쁜 놈아! 넌 진짜 쓰레기 같은 놈이야! 머리통이 문틈에 끼인 거냐, 어떻게 네 사람도 못 지켜!”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온 병원의 사람들이 다 들을 것 같아 원서윤이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자 방이연은 뒤로 돌며 몸을 난간에 기댄 채 익살스럽게 웃어 보였다.

“누나, 여기 CCTV는 내가 진작에 망가뜨렸으니까 아무도 우리가 누군지 몰라. 그러니까 누나도 여승재 그 개자식 욕 해도 돼.”

“방이연, 그만해. 민예원이 이 병원에 있을 수도 있어.”

자리에서 일어난 원서윤이 방이연을 끌어오려고 했지만 방이연은 오히려 원서윤을 품 안에 가두며 허공에 대고 다시 소리를 질렀다.

“여승재, 눈부터 똑바로 뜨고 다녀! 민예원은 불쌍한 척 연기할 줄밖에 모르는 허영심에 찌든 바보 멍청이라고!”

“방이연!”

사실 원서윤도 속이 시원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이성은 여기서 멈추라고 경고를 하고 있었기에 원서윤은 방이연을 말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원서윤의 목을 잡으며 말했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데 누나는 왜 아직도 가면을 쓰고 있는 거야? 이럴 때는 누나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소리쳐도 돼.”

“이연아, 나는...”

난처해하는 원서윤에 방이연이 그녀를 자극할 만한 말만 골라서 했다.

“그럼 설마 아직도 여승재를 사랑해서 욕도 못 하는 거야?”

“아니야!”

고민할 가치도 없는 질문에 원서윤이 바로 대답하자 그걸 노렸던 방이연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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