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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조유진은 배현수가 다시 자기를 유승태에게 돌려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재떨이로 유승태의 머리를 박살 냈는데 이 상황에서 다시 유승태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유승태는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는 사람으로 서주시에서 아주 유명하다.

조유진이 입고 있던 원피스는 이미 유승태에게 갈기갈기 찢어졌고 새하얀 어깨와 쇄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조유진은 배현수의 다리 위에 앉아 두 손으로 배현수의 목을 끌어안고 뜨겁게 키스했다.

배현수가 조유진의 팔을 잡아 조유진을 밀어내려 했다.

“나 두고 가지 말아요...”

조유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눈물이 배현수의 입술을 타고 내려 짠맛이 났다.

배현수는 조유진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당연히 쾌감을 느껴야 하는데 오히려 씁쓸한 감정이 몰려와 가슴이 저도 모르게 아팠다.

“똑똑!”

누군가 차창을 두드렸다.

창문을 내린 강이찬은 눈썹을 찡그리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누가 감히 배 대표님 차를 두드려?”

“강 대표님, 죄송합니다! 방금 조유진 씨가 이 차에 타는 것을 봤습니다. 조유진 씨가 방금 승태 도련님의 머리를 물건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도련님이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습니다. 저희 보고 조유진 씨를 꼭 데려오라고 해서요.”

강이찬은 차 밖을 보며 말했다.

“아, 그래. 나는 방금 조유진 씨가 저 앞으로 뛰어가는 것을 봤는데 빨리 쫓아가 봐.”

강이찬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자 경호원은 그 자리에 선 채 멍해졌다.

“강 사장님, 제가 분명히 봤는데…”

“배 대표가 지금 바빠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 자리를 좀 비켜줄래?”

강이찬이 창문을 닫았다.

뒷좌석에 앉아있는 조유진은 찢어진 원피스를 여민 채 손을 꼭 움켜쥐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떨고 있었다. 조유진의 피부가 배현수의 검은 셔츠와 대비되어 더 하얘 보였다.

조유진이 배현수 무릎에 앉아 있었다. 조유진이 위에 있고 배현수가 조유진 몸 아래에 있었다.

좁고 폐쇄된 공간에 두 사람의 숨결만 느껴졌고 조유진의 글썽이는 빨간 눈동자가 배현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조유진은 감히 숨소리도 못 내고 있었다.

조유진의 촉촉한 눈가는 도와 달라는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찢어진 블라우스를 움켜쥔 손은 계속 떨고 있었다.

유승태의 경호원 두 명이 강이찬 말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나서야 조유진도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갑자기, 배현수가 조유진을 좌석 시트로 팽개쳤고 어느 순간 조유진이 아래에, 배현수가 그 위에 있었다.

배현수의 넓은 어깨가 조유진을 감쌌고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감히 나를 이용해서 유승태를 피해? 나를 이용한 대가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고?”

이렇게 협박하는 배현수 모습이 너무 낯설어 조유진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협소한 차 안의 공간은 조유진을 도망칠 수 없게 만들었다.

조유진 위에 있는 배현수의 몸이 점점 아래로 가까이 내려왔다.

조유진은 방금 유승태가 탄 약 때문에 숨이 가빠졌고 심장이 심하게 뛰었다.

찢어진 원피스가 엎치락 뒤차락 하는 사이 천 쪼가리만 대충 걸쳐져 있었다.

가로등의 따뜻한 주황빛이 차창을 뚫고 들어와 어두운 차 안을 희미하게 비쳤다.

검은색과 흰색 그림자가 겹쳐져 하나로 되었고 가로등 불빛이 탄탄한 근육을 더 선명하게 보여 줬다.

조유진은 두 손을 배현수의 가슴에 대고 얼굴을 붉히며 최대한 이성을 유지했다.

“현수 씨, 여기서 이러지 말아요. 제발요.”

호텔을 가더라도 여기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강이찬은 여전히 앞에서 운전하고 있었다.

조유진은 아는 사람 앞에서 더는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배현수는 차갑게 웃었으며 긴 손가락으로 조유진의 턱을 움켜쥐었다. 배현수는 몸을 숙인 채 조유진의 귓가에 대고 가장 부드러운 말투로 제일 비꼬는 말을 했다.

“유진아, 제 발로 여길 들어와 놓고 조신한 척을 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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