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아.배현수가 조유진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따뜻한 말투로 귀에 가장 거슬리는 말을 했다.조유진은 얼굴을 붉혔고 그저 웃음이 났다. 배현수는 시선을 내려 고개를 위로 젖히고 있는 조유진을 보았다. 조유진은 배현수의 조롱 섞인 눈빛이 그대로 느껴졌다. “만약 오늘 밤, 내가 스스로 도망치지 못했다면, 당신 마음이 조금은 약해졌을까요?”조유진은 배현수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호텔 룸으로 다시 갔을지가 궁금해졌다.구할 생각이라도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배현수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깊고 차가운 까만 눈동자는 조유진을 노려보며 오랫동안 침묵을 이어갔다.조유진은 왠지 답을 찾은 것 같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고 조유진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현수 씨, 답을 듣고 싶어요.”구하러 갔는지 아니면 아예 생각이 없었는지 정확히 알고 싶었다. 그래야 조유진도 배현수라는 사람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단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배현수가 갑자기 말했다.“조유진, 그거 알아? 나는 이미 한번 죽었던 사람이야. 정확히 얘기하자면 두 번 죽었지. 어떻게 두 번 죽었는지 알아?”6년 전, 조유진이 법정에서 배현수를 배신했을 때가 첫 번째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그리고 또 한 번은 조유진도 잘 모르는 듯한 얼굴이었다. 배현수는 조유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에는 네가 법정에서 나를 배신했을 때이고, 두 번째는 감옥 안에서 심장을 찔릴 뻔했을 때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어.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나은 날들을 살고 싶지는 않아.”더 황당한 것은, 당시 배현수를 칼로 찌르라고 한 것은 조범이 시킨 것이었다. 그때 육지율은 육씨 가문의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배현수를 수술할 병원에 알아봤고, 구사일생으로 겨우 살았을 때도 배현수는 잠꼬대로 조유진 이름만 불렀다고 했다. 6년 전, 조유진은 배현수의 심장을 감싼 넝쿨과 같았다.그때 배현수는 감옥에 있으면서 심장을 감싸고 있는 넝쿨을 한 가닥, 한 가닥
조유진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기도 전에 이불이 젖혀졌다.사늘한 기운이 느껴졌고 고막을 찌르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 대표님을 꼬시러 온 거야? 꼴은 그럴 것 같지만 당신 같은 사람들은 그저 한 번 쓰고 버리는 냅킨 같아. 당신 같은 여자들 많이 봤지.”조유진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베개로 몸을 가리며 물었다. “누구세요?”여자는 옆에 있는 가죽 소파에 앉아 금방 한 것 같은 네일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조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 “나는 배현수 대표님의 약혼녀 송인아.”어젯밤, 배현수가 한 여자와 같이 호텔에 들어간 것이 파파라치에게 찍혔다.그래서 오늘 아침 그 스캔들이 온 세상에 퍼졌다.송인아는 배현수 명의상의 약혼녀로서 오늘 갑자기 터진 스캔들에 체면이 구겨졌다. 그래서 호텔을 찾아와 모든 분노를 조유진에게 쏟고 있었다. 송인아는 너무 의아했다. 배현수는 낯선 사람을 절대 가까이하지 못하게 한다. 평소에도 송인아가 배현수의 팔을 조금이라도 건드리기만 하면 배현수는 무자비하게 뿌리쳤다. 그러나 왜 하필 조유진은 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이힐을 신은 송인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침대 옆에 걸어와 기세등등한 태도로 조유진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얼마면 돼? 얼마면 잠자코 있을 거야?”조유진은 옷을 입고 나서 설명했다. “어제 현수 씨와 아무 일도 없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질척대지 않아요.”“하! 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송인아가 조유진 옷깃을 잡아 벗기려 하자 조유진은 뒤로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왜 이러세요!”“내가 바보로 보여? 네 목에 키스 마크들 보고도 그저 손만 잡고 잤다고 할 거야? 침대에서 손 잡고 얘기만 했다고?”송인아는 조금 짜증이 났다. 조유진이 조신한 척을 하는 것은 더 큰 야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충분히 설명드렸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못 믿으시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송인아는 조유진과 배현수가 이미 6년 전부터 같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그게 무슨 이유든 유씨 집안 도련님의 머리를 때린 것 자체가 잘못이야! 다행히 도련님이 대인배셔서 안 따지고 그냥 넘어가는 거야. 조유진, 너 당장 서주시로 돌아와서 도련님께 사과해!”사과? 조유진은 왜 본인이 사과를 해야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밤새도록 억눌렀던 감정이 조범의 무분별한 질책 앞에서 터지고 말았다. “서주시로 돌아가요? 아버지, 잊으셨어요? 애초에 서주시에서 저를 쫓아낸 게 아버지예요. 그리고 지금은 나보고 서주시로 돌아가 유승태에게 사과하라고요? 유승태가 진짜 나를 강간이라도 했다면 그것도 내가 사과해야 하겠네요?”조범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이내 다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말했다. “유진아. 네가 오해하는 게 있는데 유 도련님은 너를 좋아해서 한순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것뿐이야. 유 도련님이 오늘 아침에도 우리 집으로 와서 혼담 얘기를 꺼냈어. 그리고 꼭 너와 결혼하겠다고 했어. 다른 사람은 안 된대. 유 도련님이 너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네 복이야. 그러니까 빨리 집으로 와. 참, 그리고 그 양아치는 절대 데리고 오지마. 혹시라도 유 도련님이 보면 이 혼사가 또 깨질까 봐 두려우니까.”조유진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런 복은 다른 사람이나 주라고 해요. 나는 누리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자꾸 그 사람에게 양아치라고 하지 마세요. 저는 절대 유승태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유씨 집안과 관계를 맺고 싶으면 아버지가 결혼하세요.”말이 끝나자마자 조유진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6년 전, 조유진이 직접 유승태와의 혼인을 망쳤다. 그때 조범은 홧김에 조유진을 집에서 쫓아냈다.지난 6년 동안 친아버지인 조범은 조유진에게 한 번도 관심을 주지 않았고, 6년 만에 처음으로 걸려온 전화는 조유진을 괴롭힌 악마에게 사과하라는 것이었다.조유진을 호랑이 굴로 보내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가끔 조범이 진짜 친아버지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그게 아니면 조유진을 이렇게까지 모질게 대하는 게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배현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송인아라는 세글자가 떠 있었다. 배현수는 멀리 있지 않은 웃고 떠드는 남녀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배 대표님, 어젯밤에 대표님을 귀찮게 했던 그 여자는 제가 이미 대표님을 대신해서 떨어뜨려 놨습니다. 이제 더 이상 대표님을 귀찮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 스캔들은 제가 이미 연희 언니를 시켜 해결했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어? 어떻게 떨어뜨려 놨는데?”배현수가 귀를 기울이는 척하며 물었다. 송인아는 자신이 한 일에 배현수가 만족해하는 것으로 알고 우쭐대며 말했다. “그 여자는 그저 돈에 눈이 먼 여자예요. 2억을 주니까 다시는 대표님에게 매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배 대표님, 조유진같이 눈치 없는 여자는 상대할 필요가 없어요.”배현수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그는 이를 악물며 송인아에게 말했다. “잘했어.”송인아는 배현수의 칭찬을 듣고 더욱 기뻐하며 말했다. “배 대표님, 오늘 밤 우리...”송인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현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배현수의 눈빛에 험악함이 스쳐 지나갔다. 2억이면 조유진을 떠나게 할 수 있다는 말... 배현수는 자신이 조유진 마음속에서 이렇게 싸구려일 줄은 몰랐다. 6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배현수는 조유진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존재였다. …“신 선생님, 제가 선유에게 감자 갈비 조림을 만드는 김에 맛 좀 보시라고 갖고 왔습니다. 요 며칠 동안 선유를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신준우는 웃으며 보온병을 받았다. “어차피 진찰하는 김에 선유를 돌본 것뿐이에요. 하지만 이 갈비는 맛 보고 싶네요. 저는 이만 또 검진하러 가봐야 해서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주세요.”“감사합니다.” 신준우가 자리를 떠나자 조유진은 병실로 돌아가려고 복도 입구로 걸어왔다. 그 순간 갑자기 거센 팔 힘에 의해 복도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그녀의 등이 갑자기 벽에 부딪혔고 뼈가 부서지는 것처럼 아팠다.거센
선유가 한 걸음 한 걸음 조유진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복도 안은 어두컴컴했고 조유진이 고개를 들어 배현수와 눈이 마주치자 조유진은 갑자기 발등을 들어 남자의 얇은 입술에 키스했다.배현수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조유진은 두 손으로 배현수의 얼굴을 움켜쥐고, 더 어두운 곳으로 기울이며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선유는 문 쪽으로 머리를 들고 힘겹게 안을 몇 번 둘러보았고, 구석에 있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가버렸다.그제야 조유진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조유진의 저돌적인 키스에 배현수도 멍해졌다.배현수는 조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또 어떤 수작을 부리려는지 지켜보고 있는 눈빛이었다.똑똑한 배현수가 혹시라도 알아챌까 봐 조유진은 이왕 한 김에 끝까지 연기하기로 했다.조유진은 빨간 입술로 다시 배현수의 귀에 입 맞춘 후 귓가에 입김을 불며 말했다. “배 대표님 왜 이렇게 그 남자 의사를 신경 쓰시는데요? 혹시 질투라도 하는 건가요? 6년이나 지났는데 설마 아직도 저를 못 잊었나요?”조유진은 일부러 더 경박한 말투로 얘기했다.배현수는 조유진의 입술을 쳐다보며 비웃는 듯이 말했다. “너무 자신만만하네!”예상대로 배현수는 조유진을 밀어냈다.배현수의 동작은 부드럽지 않았고 심지어 거칠기까지 했다.조유진의 등이 또다시 벽에 부딪혔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등이 아파왔다.배현수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조유진은 강한 척하던 모습도 순식간에 무너진 채 눈시울이 붉어졌다.조유진은 배현수가 과거에 빠져 진흙투성이가 되지 말고 진짜로 다시 시작하길 바랐다. 조유진이 혼자 과거라는 흙탕물에 빠져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조유진이 병실로 돌아와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은행 문자메시지에 송인아가 2억을 입금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메시지에 조유진은 머리가 아팠고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초윤아, 혹시 송인아 씨 연락처를 알고 있어?]메시지를 받은 남초윤이 흥분해서 물었다.[왜? 라이벌을 찾아가 한판 붙으려고? ]
잠시 후, 다시 문자가 왔다.[아저씨, 왜 저를 무시해요! 내가 아저씨 번호만 기억하면 아저씨에게 최고의 미인을 소개해 드려도 된다고 했잖아요?]“...”이렇게 끊임없이 문자 한 이유가 고작 이것 때문이라 배현수는 더더욱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이 문자는 아이의 엄마가 시켜서 보낸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 몇 년간 명예를 추구하는 곳에서 이런 여자들을 배현수는 너무 많이 봐왔기에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휴대전화를 다시 옆에 두고 배현수는 운전하고 있는 서정호에게 물었다. “내가 알아보라고 했던 것은 어떻게 됐어?”“아, 그 남자 의사요. 이름은 신준우, 호흡기과 의사예요. 무엇 때문에 그러세요? 배 대표님, 혹시… 대표님을 건드렸습니까?”서정호는 일부러 백미러로 배현수의 안색을 살폈다.여전히 냉랭한 모습, 얼굴에는 아무런 희로애락도 보이지 않았다.“그런 거 아니야. 좋아”단지, 배현수는 신준우가 조유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대제주시에 계속 있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다. 배현수의 대답에 서정호는 의아한 눈으로 배현수를 바라봤고 방금 좋다고 말한 게 신 의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분명히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배 대표님, 송 아가씨가 아까부터 계속 전화가 왔었는데 반얀트리에 룸을 예약했으니 분위기 있게 저녁 드시라고 했습니다.”배현수는 무표정으로 셔츠 옷 소매에 달린 다이아몬드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한 쪽 입술을 삐쭉 위로 한번 올리더니 말했다. “본인이 진짜 사모님이라도 된 줄 아나 보네.”설사 연극을 하더라도 배 사모님 자리는... 예전에 조유진의 것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조유진도 어울리지 않거니와 다른 사람들은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다음 날 아침 일찍, 조유진은 대제주시의 요양원에 갔다.안정희는 기색이 좋아 보였다. 조유진은 날씨가 화창한 것을 보고, 안정희를 휠체어에 앉혀 따뜻한 햇볕이 비치고 있는 정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다.조유진이 허리를 굽혀 안정희의 다리
조유진은 황급히 병원으로 돌아왔다.남초윤은 조유진을 만나자마자 말했다. “선유가 요구르트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아래층 편의점에 데려가 요구르트를 사고 있었어. 내가 금방 돈을 내고 고개를 돌렸는데 선유가 안 보였어!”조유진은 침착하게 말했다.“우리 우선 편의점에 가서 CCTV를 확인해보자”편의점 주인은 좋은 사람이었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얘기에 두말없이 CCTV를 보여줬다. 화면 속, 양복 차림의 한 남자가 선유를 빼앗아갔다...“유진아, 이 사람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아니면 우리 경찰에 신고하자! 혹시 배현수 쪽 사람 아니야?”조유진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 사람... 조범의 조수야. 조범의 짓이 틀림없어!”조유진은 조범이 안정희를 찾아 자신을 위협할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유씨 가문과 관계를 맺기 위해 여섯 살짜리 아이까지 납치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조유진은 바로 조범에게 전화를 걸었고 실성한 듯 고함을 질렀다. “조범, 도대체 왜 선유를 납치해!” 전화기 너머의 조범은 침착했고 혀를 내두르며 대답했다. “유진아,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나는 사람을 보내서 선유를 서주시로 데려와서 놀게 한 것뿐이야. 어쨌든 나도 선유의 외할아버지 아니니? 내 손녀가 보고 싶은데 보는 것도 안 돼?”“조범, 더 이상 가식 떨지 마! 당신이 이렇게 하면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어린 선유는 조유진의 약점이다. 그래서 이 어린애를 잡고 있으면 조유진의 치명적인 약점을 잡은 것과 같다.조범은 이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유진아, 집에도 좀 와보고 그래. 6년 동안이나 집에 오지 않았어. 요 몇 년 동안 아빠는 여전히 네가 그리웠어.”조유진은 휴대전화를 잡은 손을 있는 힘껏 쥐었고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을 떨고 있었다.허위적인 부성애가 조유진을 너무 역겹게 했다....남초윤은 두 시간 동안 운전하여 조유진을 서주시에 있는 조가네 별장까지 데려다줬다.조가네 별장 입구에 서 있는
조유진은 차가운 얼굴로 비웃으며 말했다.“자신의 손녀까지 납치하는 것은 또 무슨 짓이에요!”“너!”조범도 화가 나서 얼굴이 점점 파렇게 질리고 있었다.그때 조영훈이 입을 열었다. “누나, 먹는 것은 함부로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아빠가 왜 선유를 납치해. 선유도 이제 여섯 살인데 누나가 한 번도 집에 데리고 오지 않으니까 아빠가 보고 싶어서 그렇지.”“6년 전에 나를 조씨 집안에서 내쫓고 나서부터 저는 이미 조씨 집안과 관계를 끊었어요. 지금은 또 어느 집안과 혼실을 맺고 싶은 거예요?”조범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조유진을 바라보며 훈계하듯 말했다. “혈연관계가 네가 끊는다고 하면 끊어지는 거야? 서주시 법원에 가서 부녀 관계를 끊었다는 말이 있는지 한번 물어봐.”조유진은 입술을 꼭 깨물며 비웃었다. “서주시 법원은 당신 말 듣잖아요. 조영훈이 사람을 치어 죽여도 배현수가 죄를 뒤집어썼잖아요.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게 당신이 가장 잘하는 짓인데 왜 나에게 물어요?”“퍽!”조범이 조유진의 얼굴을 향해 거침없이 뺨을 한 대 내리쳤다.“못 된 년!”조유진의 입가에 피가 흘렀지만, 조유진은 울지 않았다. 그저 얼굴을 붉힌 채 조범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씩 뱉어냈다. “선유를 만나겠어요!”“먼저 유가네 집에 가서 사과해.”조범이 조유진의 소매를 잡아당기자 조유진은 조범의 손을 뿌리쳤다.조유진은 미친 듯이 자기 주장을 내세웠다. 조유진은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으며 말했다. “선유 만나기 전에는 아무 데도 안 가요!”조범은 조유진에게 짜증 내며 말했다. “유가네에서 특별히 너를 위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는데 늦으면 안 되지.”“조 시장님, 귀가 안 들리세요? 말했잖아요. 저는 선유를 봐야겠다고. 선유를 만나기 전에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예요!”조유진의 두 눈은 빨갛게 되었지만, 눈빛이 매우 차가웠다.몇 초만 더 있으면 조유진의 인내심이 완전히 닳아 없어질 것 같았다. 좀 더 극단적으로 가면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