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소우연은 약들을 서랍 안에 잘 정리해둔 뒤, 의서 한 권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이때, 창문이 바람에 흔들렸고 방 안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 들자 소우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굳게 닫았다.“왕비님, 혹시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밖에 한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고 소우연이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다.”의서를 내려놓은 소우연은 그제야 날이 어두워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육진은 어디 갔지? 왜 아직도 안 돌아오지?’소우연이 방 문을 열자 밖에 서있던 어린 시녀 한 명이 소우연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왕비님.”“저기… 왕야께서 오늘 외출하셨느냐?”“왕야께서는 현재 서재에 계십니다.”하긴, 다리가 불편한 이육진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거의 외출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품을 하던 소우연은 방으로 돌아가 겉옷을 걸치고는 다시 방을 나섰다.“네 이름은 무엇이냐?”“소인 명심이라고 합니다.”“명심이 네가 길을 좀 안내하거라. 왕야께 겉옷을 가져다주려고 한다.”소우연의 말에 흠칫하던 명심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왕비님, 소인이 일단 물어보고 나서 안내해드리겠습니다.”“물어본다니? 누구한테 물어본다는 것이냐?”이 저택에서 소우연이 도망치지 않는다고 해도 그저 그 어떤 행동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꼭두각시일 뿐이다.숨을 깊이 들이마신 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가서 물어보거라.”“네, 왕비님.”명심은 이내 곁채로 향했고 마침 한 여인이 곁채 안에서 걸어 나왔다.“정연 언니, 왕비님께서 왕야께 겉옷을 드리러 가시고 싶다고 하십니다.”명심의 말에 정연은 본채를 힐끗 쳐다보고는 빠르게 다가와 소우연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소인, 왕비님께 인사를 올립니다.”“날씨가 많이 추운 것 같은데 혹시 내가 왕야께 겉옷을 드리러 가도 되겠느냐?”소우연의 말에 정연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예전에 이 관저에 시집온 여인들은 하나같이 나쁜 꿍꿍이를 품고 있었으며 의도를 가지고 회남왕에게 접근했기에 결국 이튿날 싸늘한 주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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