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진을 보자마자 나인들이 서둘러 예를 올리려 했으나, 그가 손가락을 들어 작은 소리로 막았다.“태자빈은 아직 자고 있느냐?”정연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 시각까지 일어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평소 소우연은 잠이 많긴 했지만, 이렇게 정오까지 자는 일은 없었다.정연이 어젯밤 소우연이 갑자기 놀라 깬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전했다.이육진은 순간 말이 없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음식을 정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부엌에 가져가 따뜻하게 데워두거라.”“예, 전하.”이육진은 가볍게 방문을 밀고 들어갔다.그는 침상 위에서 잠든 소우연을 깨우지 않으려 발걸음마저 조심스러웠다.어젯밤, 황제는 그를 궁에 남게 하고는 한 가지 약속을 요구했다.장차 그가 황제가 되면, 덕빈을 태후로 책봉해서는 안 되며, 오직 태비로만 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이육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누구나 황제가 덕빈을 가장 아낀다는 것을 아는데, 어째서 태후의 자리를 덕빈에게 주지 않는 것일까.심지어 앞으로 그가 황위에 오르더라도, 결코 덕빈을 태후로 삼아서는 안 된다니.황제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그를 어서 결단을 내리라며 어서 돌아가도 좋다고 하였다.이육진은 밤새도록 이 문제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날이 환히 밝았고, 이미 조회도 한참 전에 시작된 뒤였다.그에게 과연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황제의 말을 따른다면 온 상운국 백성들이 그를 욕할 것이고, 따르지 않는다면 황제의 명을 어기게 되니,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그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소우연의 아름다운 얼굴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그녀는 늘 소우희와 이민수가 자신을 해칠까 두려워했다. 심지어 꿈에서도 늘 불안해하는 아이였다.그때 문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태자 전하께서는 아직 서재에 계십니까?”덕빈 곁에 있는 기 나인의 목소리였다.문밖의 내시가 바로 대답했다. “예, 아직 계십니다.”기 나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태자 전하, 덕빈 마마께서 전하를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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