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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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그러니 이육진이 어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가 애써 외면했던 아픔을 명심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놓고 사람들 앞에서 얘기했는데 어찌 명심에게 벌을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당시 태자의 성격대로 벌을 내렸다면 명심은 겨우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고 해도 어느 외진 마을에 팔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알면 됐어. 앞으로 말 조심하고 분위기 파악하면서 태자빈 마마를 잘 모셔. 그럼 아무도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네, 명심하겠습니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던 이때, 복도에 간석의 모습이 보였다.간석은 오늘 태자 저하와 함께 궁에 가지 않은 건가?“간 태감님, 어쩐 일로 돌아오셨습니까?”정연의 물음에 간석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아직 날도 안 밝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느냐?”“무슨 일이 벌어졌는데요?”정연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간석이 말을 이어갔다.“소씨 부인께서 태자부 앞에서 태자 저하를 기다리고 있었어. 태자 저하를 보자마자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소우희와 소한준 그자를 제발 살려달라고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네.”“그자들은 참 겁도 없네요.”정연이 입을 떡 벌렸다. 예전의 태자 저하였다면 그들이 무릎을 꿇기도 전에 모가지가 날아가거나 어디 먼 곳으로 추방됐을 것이다.간석은 이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대꾸했다.“그래도 명색이 태자빈 마마의 친정 사람들이지 않느냐? 나중에 태자빈 마마께서 깨시면 전해드리거라. 태자 저하께서 소씨 부인을 곁채에서 기다리라고 명하였다.”“그 분은 대체 뭐 하려고 이러는 겁니까?”명심은 씩씩거리며 말을 하는 와중에 진심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태자빈의 친정 사람들이 태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되레 제일 큰 걸림돌이었다.정연이 언짢은 표정으로 명심을 힐끗 쳐다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간석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간 태감님. 나중에 마마께서 깨시면 소인들이 바로 말씀을 전하겠습니다.”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또한 태자 저하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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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한참 뒤.젓가락을 내려놓은 소우연은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나뭇가지에 앉아 청아하게 우는 새소리까지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오늘 뭐 특별한 일 없느냐? 진우는 어디 있어?”소우연이 물었다. 소한준의 다리가 부러졌고 소우희는 공갈과 협박까지 당했는데 그들 성격에 이렇게 조용하게 있을 리가 없다.어쩌면 진우가 뭔가를 알고 있을 수도 있다.이때, 정연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말했다.“안 그래도 소인 마마께 드릴 말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태자 저하께서 아침 일찍 날이 밝기도 전에 조정에 가시려고 집을 나섰다가 저택 앞에서 소씨 부인을 마주쳤다고 합니다. 태자 저하는 그자가 태자빈 마마의 친정 가족이어서 차마 매정하게 돌려보내지는 못하시고 곁채에서 기다리라고 명하셨습니다. 마마께서 아침 진지를 드시고 임씨 부인을 어떻게 처리하든 마음대로 하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소우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아침 일찍 날이 밝기도 전에 임진숙이 감히 태자부에 찾아왔다고?한편, 소우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리가 없는 정연은 간석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간 태감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으로 보면 소씨 부인은 소 장군님과 평춘 왕비 일로 마마께 부탁하러 오신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어디 한번 만나봐야지.”말을 하던 소우연은 명심이 들고 온 대야에 손을 깨끗하게 씻은 뒤, 정연이 건넨 수건으로 손을 쓱 닦고는 수건을 곁에 있는 바구니 안에 툭 던졌다.“네, 알겠습니다.”소우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마당으로 향하자 정연은 명심에게 방 안을 깔끔하게 청소하라고 당부한 뒤, 빠른 걸음으로 태자빈의 뒤를 따랐다.한편, 곁채에서.조급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소씨 부인은 소우연을 보자마자 미간을 확 찌푸리며 소우연을 아니꼽게 쳐다보았다.“너 이제 태자빈이 됐다고 이 어미도 모른 척하는 것이냐?”소씨 부인의 말에 정연이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무엄하옵니다! 태자빈 마마를 보셨으면 인사부터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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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입술을 오므리고 있는 임진숙은 귀찮고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소우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소우연과 소우희는 똑같이 그녀의 자식이지만 쌍둥이인 두 아이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도대체 왜!소우연의 이목구비는 소씨 가문의 그 늙은이를 훨씬 많이 닮았다!분명 쌍둥이인데 소우연을 낳을 때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쳤고 임진숙은 극심한 통증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이와 반대로, 소우희를 낳을 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고 햇빛이 따스하게 비추었다.그리고 생김새로 보면 소우연은 갓 태어났을 때 얼굴이 쭈글쭈글한 게 한눈에 봐도 소씨 가문 할망구와 거의 똑같았다.그것도 모자라 하루 종일 울어대서 임진숙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소홍범에게 시집을 가고 나서 지금까지 소씨 가문 노부인이 이 집을 관리하고 있었기에 명문 가문 규수 출신인 임진숙은 이런저런 능력이 뛰어났지만 단 한번도 실권을 손에 쥐여본 적이 없었다.그러니 어찌 원망스럽지 않겠는가!하지만 소우희는 달랐다. 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얼굴도 통통하고 눈도 말똥말똥한 게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났다.그때 당시 소홍범은 이런 말을 했었다.“우연이가 어머니를 많이 닮았습니다. 아주 복덩이가 따로 없습니다.”소씨 가문 노부인도 환하게 웃으며 소홍범의 말에 동의하는 눈치였다.“이 아이는 나중에 나라에 소문난 미인이 될 것이다. 내가 보기엔 너를 많이 닮았구나. 무조건 지혜롭고 선한 아이로 클 것이야.”그렇게 칭찬을 금치 못하던 노부인은 소우희를 보자마자 미간을 확 찌푸렸다.“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생김새는 왜 이렇게 다른 지 모르겠네. 우희는 진숙이를 더 많이 닮았구나.”딸이 어미를 닮은 게 뭐 잘못되었단 말인가!소우희와 소우연은 한 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소우희는 임진숙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노부인의 예쁨을 받지 못했다.임진숙은 지금 생각해도 분하고 억울했다!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임진숙은 심지어 자신에게 자식이 소우희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되었으며 소우연은 쳐다보는 것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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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소씨 부인 당신뿐만 아니라 소홍범 장군, 소현우 장군, 소현준 장군 그리고 소한준 장군, 심지어 소씨 노부인까지 그깟 사기꾼 점쟁이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저를 소외하고 미워하고 괴롭히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조제한 약을 소씨 노부인께 드려도 노부인은 쳐다보지도 않고 저에게 던지고 가셨지요.”소우연은 이런 질문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소우희가 약을 드렸을 땐 달랐습니다. 노부인께서는 심지어 의심조차 하지 않고 바로 쓰셨지요. 너무하다는 생각이 안 드십니까?”말을 하던 소우연은 미간을 확 찌푸린 채 표정이 막연했다. 슬프거나 화가 난 게 아니라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똑같은 소씨 가문 딸인데 왜 소씨 가문 사람들은 유독 그녀만 미워하고 홀시한 걸까?“왜 그런 건지 아직도 모르는 겁니까?”냉랭하고 담담한 표정을 짓던 임진숙은 소우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마마는 소씨 가문의 저주받은 존재이기 때문이지요.”그 말에 소우연은 허허 웃었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단아하게 앉아있는 임진숙 입에서 나온 말은 더할 나위 없이 차갑고 냉정했다.“하긴, 왜 그랬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도 관심이 없거든요. 하지만 소씨 부인께서 오늘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는지 잊으신 건 아니지요?”정신을 번쩍 차린 임진숙은 그제야 냉랭하던 표정이 확 풀리더니 소우연을 쳐다보며 말했다.“예전의 일들은 다 지나갔으니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태자빈 마마께서 우리 한준이와 우희를 도와준다면 진원장군 관저는 여전히 마마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겁니다.”임진숙이 소우연을 아무리 싫어하고 아니꼽게 생각한다고 해도 소홍범과 나머지 소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소우연을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한편, 소우연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이자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아직도 과거에 살고 있는 건가?’진원장군 관저는 예전에도, 앞으로도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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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결국 또 소우연과 말다툼을 하고 있는 임진숙을 보며 나인은 소름이 쫙 돋았다. 남이 봐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사실을 소씨 부인은 왜 아직도 인정하지 못한단 말인가!소우연은 이제 더 이상 소씨 가문 사람들의 협박이나 공갈에 굴복할 사람이 아니다!한편, 소씨 부인은 소우연의 말을 아직도 의심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독학으로 의술을 익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회남왕의 다리와 얼굴을 고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그럼 당연히 소한준의 다리도 고치지 못한다는 뜻인데 지금이라도 빨리 명의를 따로 알아보는 게 빠를 것이다.한편, 소씨 부인이 떠나자 소우연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 위에 확 엎어버렸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씩 올린 채 담담하게 웃었다.‘고작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소씨 부인께서 화가 많이 나셨네? 난 전생에 사지가 다 잘려서 밖에 버려졌는데. 그리고 이민수와 소우희가 혼인을 맺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난 그해 겨울 그렇게 처참한 죽음을 당했는데 소씨 가문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내 생사를 확인하러 나오지 않았잖아! 이제 시작이야. 고작 가슴이 조금 답답한 걸로 턱도 없으니까 기대하시라고!’“정연아, 두 달 전에 손 근육을 다쳐서 나한테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이제 다 나았을 거다. 그자한테 찾아가서 이제 내 의술을 널리 알려도 된다고 얘기하거라.”정연은 소우연의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때 당시 그 남자 환자의 두 손은 까무잡잡했고 손톱 안에는 흙이 잔뜩 끼어 있었다. 한눈에 봐도 진정한 평민이었다.하지만 그때 왕야의 다리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에 왕비는 그 환자의 손을 치료해주지 않기로 했다.당시 그 환자는 데리고 온 아이들과 함께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애원했고 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왕비는 치료를 해주는 대신, 반드시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그리고 인질로 남자의 세 사내아이들을 약방에 제자로 들여 곁에 두었다.이제 왕야께서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기에 이 일도 숨기고 있을 필요가 없다.“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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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나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소인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마님, 그러지 말고 큰 아씨와 화해를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두 분은 모녀 사이이지 않습니까?”“모녀? 그 계집애는 단 한번도 날 어미라고 생각한 적 없다.”“마님도 큰 아씨를 싫어하고 소외하지 않으셨습니까?”“그 계집애는 어머님을 너무 많이 닮았다. 걔가 태어난 순간부터 어머님은 매일 걔만 안아주고 예뻐했지. 어머님을 닮아서 나중에 꼭 큰일을 할 거라고 하는데 너무 꼴 보기가 싫었어!”나인은 다시 침묵했다.다른 건 몰라도 큰 아씨가 큰일을 한 건 확실하다. 큰 아씨는 지금까지 크면서 어르신이나 마님의 사랑이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는데 되레 둘째 아씨보다 훨씬 훌륭하게 자랐다.“마님, 이렇게 고집을 부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큰 마님께서도 이제 큰 아씨를 받아들였는데 어미인 마님도… 그리고 마님도 직접 보지 않으셨습니까? 큰 아씨의 수려한 외모는 큰 마님과 전혀 닮은 구석이 없습니다.”전혀 닮은 구석이 없다…그 말에 소씨 부인은 머릿속에 천둥번개가 울려 퍼졌다. 소우연의 미모는 현재 경성에서 손꼽힐 정도였으며 나인이 말한 것처럼 소씨 가문 노부인의 그림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되레 임진숙이 예전에 잃어버렸던 여동생 임혜숙과 더 닮은 듯하다.“혜숙아, 우리 종이접기 하자!”“혜숙아, 저기 호떡 파는 거 있어. 우리 호떡 사먹자!”“저기 왜 저렇게 시끌벅적하지? 우리 저기 가보자.”그때 당시 어리고 철이 없었던 임진숙은 어머니가 여동생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동생을 데리고 호떡을 사서 시끌벅적한 곳으로 구경갔다가 결국 여동생을 데리고 백화루로 향했다.임진숙은 예전에 나이가 많은 나인한테서 백화루 주인이 예쁘고 어린 아가씨만 잡아간다고 들은 적이 있었기에 임혜숙에게 백화루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했다…“마님, 평춘왕 관저에 도착하였습니다.”곁에 앉아있던 나인의 목소리에 임진숙은 과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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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그럼 소우희 그녀가 처참한 죽음을 당할 거라고 했던 소우연의 말도 거짓이겠지! 능력도 없으면서 큰소리를 지껄이긴! 그 계집애 진짜 사람 짜증나게 하네!’“왕비님…”“왜 자꾸 불러!”왠지 모르게 몸이 자꾸 뜨거워지고 있는 느낌에 소우희는 모든 일에 예민하고 심란했다.그 모습에 흠칫하던 호위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저기, 진원장군 관저 소씨 부인께서 또 찾아오셨습니다.”“그럼 쫓으면 되잖아!”“하지만 이번에는 태자 저하와 태자빈 마마의 허락을 받고 오신 거라고 하셨습니다.”“태자?”소우희가 이를 악물었다.“이육진과 소우연 그 두 사람 진짜 내가 죽는 꼴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거야? 버러지 같은 놈들!”순간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른 소우희는 손에 들고 있던 과일을 바닥에 확 집어 던졌다.곁에 서있던 호위병과 춘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숨죽이고 있었다.겨우 감정을 억제한 소우희는 갑자기 간지러워진 손목을 쓱쓱 긁으며 말했다.“태자도 왔어? 태자가 같이 오지 않았다면 그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아? 지금 우리 평춘왕 저택은 절대 황태자의 눈 밖에 나는 일을 해서는 안 돼! 멍청한 놈! 평춘왕 저택에서 주는 밥을 먹으면서 그딴 식으로 일을 할 거야?”호위병은 너무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평소에도 소우희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크게 화내는 모습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더군다나 저택에 찾아온 사람은 왕비의 친모인데 어떻게 이렇게 냉정하고 차갑게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넋을 잃은 채 멍하니 서있던 호위병이 소우희의 명을 받고 돌아서려던 순간, 소우희가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버러지 같은 놈! 앞으로 일 제대로 해! 또 한번 멍청하게 굴면 그땐 가만두지 않을 거야!”“네, 왕비님!”호위병은 도망치듯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고 춘화 등 하인들은 잔뜩 겁을 먹은 채 가만히 서있었다.왕야는 본채에 누워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계시고 평서왕세자는 매일 바깥일로 바쁘기에 이 저택은 완전히 소우희의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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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한편, 태자부에서.궁에서 황제와 이런저런 얘기를 오랫동안 나눈 이육진이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 임진숙을 또다시 마주치게 되었다.임진숙은 이내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태자 저하께 인사를 올립니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이육진은 간석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대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한편, 간석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저하께서는 무슨 뜻이지?’간석이 고개를 돌려 진규를 쳐다보자 진규는 그저 어깨를 들썩였다.“간 태감님은 태자 저하의 심복이라고 자칭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제 그 역할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습니다.”말을 하던 진규는 이내 이육진을 뒤따랐고 홀로 남은 간석은 말문이 턱 막혔다.한편, 임진숙은 이육진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입을 떡 벌렸다.‘그래도 내가 황태자의 장모인데 사위라는 자가 어떻게 장모에게 저렇게 예의 없이 굴 수가 있단 말인가?’나인이 눈이 휘둥그레졌다.혀를 차던 간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려 호위병에게 물었다.“소씨 부인께서는 지금까지 계속 태자부에 있었던 것이냐?”호위병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아닙니다, 태감님. 태자빈 마마께서 아침에 소씨 부인을 만나 뵌 후 소씨 부인은 바로 저택을 떠나셨습니다.”“그런데 왜 또 찾아온 것이냐?”간석은 임진숙을 힐끗 쳐다보았다. 저자가 태자빈 마마의 친모가 아니었다면 말도 섞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어찌 됐든 두 사람은 혈연관계가 있기에 만에 하나 나중에 화해라도 하면 간석은 큰 죄를 저지르는 것이기에 임진숙을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다.“조금 전에 소씨 부인께서 태자빈 마마께 평춘왕 관저에 함께 가자고 하셨습니다. 평춘왕 관저에서 소씨 부인을 문전박대 한 듯합니다.”호위병의 목소리가 꽤 컸기에 임진숙과 나인의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이에 임진숙은 재빨리 말을 보탰다.“우리 우희가 평춘왕 관저에서 신분 지위가 그리 높지 못합니다. 태자빈 마마의 동행 없이는 평춘왕 관저의 대문을 절대 열어주지 않겠다고 하니 태감께서 부디 태자빈 마마를 잘 설득하여 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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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아니,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라고 전에도 얘기하지 않았느냐?”소우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소설 원작 속 이육진에 대한 묘사로 보면 얼굴이 망가진 뒤로 그는 절대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이민수와 소우희의 선량함을 돋보이게 하려면 이육진은 반드시 나쁜 짓을 저질러야 했다.“무슨 생각을 했길래 몸을 그렇게 떨었던 것이냐?”이육진이 물었다. 소우연은 밤에 꿈을 많이 꾸는 듯했으며 그 꿈들로 괴로워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이육진은 소우연을 품에 안은 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었고 소우연의 비통함과 절망스러운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연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꿈 속에 자주 나오는 그 무서운 일들이 생각난 건가? 그녀는 대체 무슨 꿈을 꾸었을까?’먹이를 주고 있던 손이 흠칫하던 소우연은 이육진을 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소우희가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두렵고 절망적이지 않을까, 혹은 자신이 했던 나쁜 짓들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이육진은 손으로 소우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대꾸했다.“그자는 두려워할 것이다. 절망도 느끼겠지만 그보다 증오가 더욱 커질 것이야. 그렇다고 절대 예전에 너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아. 그게 악한 인간의 특징이거든.”피식 웃던 소우연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것 같습니다. 소우희 성격에 절대 후회할 리가 없겠지요.”“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너를 다치게 할 수 없다.”“네, 알고 있습니다.”소우희는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소우연을 증오하고 저주하는 것 외에 아무 방법이 없을 것이다.“그럼 이제 네 꿈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얘기해줄 수 있겠느냐?”이육진은 소우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더할 나위 없는 안전감을 주었다.한편, 소우연은 그런 이육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가끔 스쳐가는 장면 하나하나가 그녀를 고통스럽게 괴롭혔다.하지만 오늘 이렇게 이육진의 따듯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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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이게 정말 단순한 악몽이라면 어떻게 고칠 방법이라도 있겠지만 실제로 겪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어떻게 지울 수 있단 말인가?소우연은 이내 이육진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부군, 의원도 스스로를 치료하지 못합니다.”이육진은 소우연의 의마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대꾸했다.“그럼 내일 어의를 불러서 네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마.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전국 팔도에 있는 명의들을 싹 다 불러오면 되지 않겠느냐?”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합니다, 태자 저하.”한편, 이육진은 그 미소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불안하고 걱정됐다.소우연의 의술은 상운국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전에 황제께서 전국에 있는 명의들을 전부 경성으로 불러 이육진의 얼굴과 다리를 고쳐주려고 했지만 결국 그를 고친 건 소우연이다.이육진은 소우연보다 더 대단한 의원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어떻게든 반드시 소우연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이육진은 고개를 숙여 백옥같이 하얀 소우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그녀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예뻤다.어느새 밤이 깊어지고 이육진은 어디선가 약통 하나를 가져왔다.똑같이 손에 약통을 들고 있던 소우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육진을 쳐다보았다. 이는 이육진의 얼굴과 몸에 남은 흉터에 바르는 약이다.한편, 이육진은 손에 들고 있던 약통을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내 얼굴은 더 이상 약을 바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거울 속에 비친 그의 얼굴은 이제 거의 회복된 상태였다.“그래도 흉터를 확실하게 없애기 위해서는 조금 더 바르셔야 합니다. 더군다나 저하의 피부 재생 속도가 빨라서 조금만 더 바르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네 말은 내 얼굴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는 뜻이냐?”“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멋있으십니다.”“이 서방 얼굴이 마음에 드는 것이냐?” “네,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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