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뒤.젓가락을 내려놓은 소우연은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나뭇가지에 앉아 청아하게 우는 새소리까지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오늘 뭐 특별한 일 없느냐? 진우는 어디 있어?”소우연이 물었다. 소한준의 다리가 부러졌고 소우희는 공갈과 협박까지 당했는데 그들 성격에 이렇게 조용하게 있을 리가 없다.어쩌면 진우가 뭔가를 알고 있을 수도 있다.이때, 정연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말했다.“안 그래도 소인 마마께 드릴 말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태자 저하께서 아침 일찍 날이 밝기도 전에 조정에 가시려고 집을 나섰다가 저택 앞에서 소씨 부인을 마주쳤다고 합니다. 태자 저하는 그자가 태자빈 마마의 친정 가족이어서 차마 매정하게 돌려보내지는 못하시고 곁채에서 기다리라고 명하셨습니다. 마마께서 아침 진지를 드시고 임씨 부인을 어떻게 처리하든 마음대로 하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소우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아침 일찍 날이 밝기도 전에 임진숙이 감히 태자부에 찾아왔다고?한편, 소우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리가 없는 정연은 간석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간 태감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으로 보면 소씨 부인은 소 장군님과 평춘 왕비 일로 마마께 부탁하러 오신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어디 한번 만나봐야지.”말을 하던 소우연은 명심이 들고 온 대야에 손을 깨끗하게 씻은 뒤, 정연이 건넨 수건으로 손을 쓱 닦고는 수건을 곁에 있는 바구니 안에 툭 던졌다.“네, 알겠습니다.”소우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마당으로 향하자 정연은 명심에게 방 안을 깔끔하게 청소하라고 당부한 뒤, 빠른 걸음으로 태자빈의 뒤를 따랐다.한편, 곁채에서.조급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소씨 부인은 소우연을 보자마자 미간을 확 찌푸리며 소우연을 아니꼽게 쳐다보았다.“너 이제 태자빈이 됐다고 이 어미도 모른 척하는 것이냐?”소씨 부인의 말에 정연이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무엄하옵니다! 태자빈 마마를 보셨으면 인사부터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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