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Bab 231 - Bab 240

304 Bab

제231화

“왕비마마…!”검은 옷을 입은 호위가 소우희를 바라보았지만, 굳이 막아설 생각은 없어 보였다.그 순간 소우연은 눈을 감았다. 얼굴이 망가지든 목숨이 끊어지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소우희는 그녀보다 훨씬 더 비참하게 죽게 될 터였다!“악…!”챙그랑…!소우희는 갑자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비수를 다시 땅에 내던졌다.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이 폐사로 몰려들었고,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소우연이 눈을 뜨자마자 마주친 건 한 쌍의 익숙하고 밝은 눈동자였다.이육진은 그녀를 품에 꼭 안고 계속해서 등을 쓰다듬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연아, 괜찮으냐?”그의 목소리는 마치 따뜻한 빛처럼 그녀를 감싸안았다. “왕야, 전 괜찮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따스했다. 다만, 좀 놀란 듯이 조금 떨렸다.이육진은 막 뛰어 들어왔을 때, 죽음을 각오한 듯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이육진은 칼로 그녀를 묶은 밧줄을 끊어내고는, 밧줄에 빨갛게 멍든 그녀의 손목과 발목을 보고 가슴 아파하며 옆을 돌아보았다. 곧바로 그들 앞에 무릎 꿇고 붙잡힌 소우희와 호위들을 차갑게 노려보았다.“죽여라.”이육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명했다.“아, 안 돼요! 죽이지 마세요! 저는 평춘왕비입니다!”“왕야, 왕야의 품에 있는 저 여자는 아주 악독한 사람이에요! 저 자는 애초에 왕야와 혼인을 하기 싫어했어요! 줄곧 왕야를 싫어했단 말이에요!"“오늘 저 여자는 저를 독살하려고까지 했어요! 내일은 분명히 왕야를 해치려 할 거예요!”소우희는 공포에 질려 횡설수설하며 몸부림쳤다.이육진은 냉소를 지었다.“내 목숨은 어차피 부인의 것이다. 감히 네 따위가 여기서 이간질을 시키려 드느냐!”그 순간 그의 살기는 극에 달했다.진규가 검을 빼 들자 소우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외쳤다.“왕야, 부디 절 살려주세요! 저는 평춘왕의 부인이란 말이에요!"진규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주인은 황제 폐하의 유일한 아드님이시다. 네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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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이육진의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다만 그는 은빛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은 그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소우연은 그가 빨갛게 물든 귀까지 선명하게 알아보았다.“왕야, 정말로 제게 숨기시는 일이 있으신가요?”소우연은 이유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촉촉하고 투명한 눈동자로 한순간도 떼지 않고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왕야, 소첩 그저 왕야께서 걱정되어 여쭤보는 겁니다.”이육진은 소우희를 한 번 보고는 다시 진규를 향해 말했다.“저 여자를 데리고 나가거라. 다른 이들도 모두…”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진규는 곧바로 이해하고 소우희와 그녀가 데리고 온 검은 옷을 입은 호위들을 모두 폐사 밖으로 끌고 나갔다.이육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소우연의 손을 잡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연아, 실은 네게 미안한 일이 있다. 내가…”그의 초조하고 불안한 모습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 같았다.특히 방금 전 그녀가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표정을 떠올릴 때면, 소우연의 마음속엔 아무도, 아무런 미련도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가슴이 저렸다.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연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나를 떠나지 마라.”소우연은 더 불안해졌다.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그가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말하는 걸까?“왕야, 소첩 왕야 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그를 안심시키듯 말했다.“하지만 방금 넌…”그가 말을 멈췄다.죽음을 받아들이던 그녀의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하지만 혹시라도 자신의 말을 듣고 소우연이 그가 감당할 수 없는 말을 하게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왕야?” 소우연은 그의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덤덤하게 말했다.“왕야, 걱정하지 마세요. 소첩 왕야를 탓하지 않을 겁니다.”자신을 탓하지 않는다고?세상에 그 누구도, 심지어 소씨 가문의 사람들조차 그녀의 마음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이육진은 그녀를 살짝 밀어내며, 담담히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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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그 애가 원하는 건 제 얼굴을 망가뜨리는 정도일 뿐이에요. 왕야께선 제 의술을 아직도 믿지 못하시나요?”소우연이 덤덤하게 말했다.“게다가, 제가 무릎 꿇고 살려 달라 빌었다 한들, 소우희가 정말 저를 살려줬을까요?”그녀가 옅게 웃으며 이육진을 바라보자, 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럴 리 없다. 오히려 네가 애원하면 할수록 더 즐거워했을 것이다.”마치 방금 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만약 소우연이 막지 않았다면, 소우희는 이미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었을 터였다!그는 애틋하게 소우연을 끌어안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 맞추었다가 다시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물었다.“어떻게 독을 쓴 것이냐?”소우연이 말했다.“비수에 미리 독약을 발라 두었어요.”“만약 소우희가 네 비수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어쩌려고?”소우연은 그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소우희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조금만 유인하면 소우희는 반드시 그 비수를 사용할 터였다.“설령 오늘 제 얼굴이 망가졌다고 해도, 소우희는 목숨을 잃게 될 거예요.”그제서야 이육진은 문득 깨달았다.소우연의 의술은 탁월하여, 자신의 심각했던 화상조차 거의 낫게 해주었다. 얼굴을 가로지르던 가장 깊고 굵은 흉터조차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흐려졌다.그래서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인가?하지만 이렇게 어린 소녀가 아픔조차 두렵지 않았던 걸까?“연아, 정말 조금도 아프지 않은 것이냐?”두렵지 않았던가?물론 두려웠다.하지만 전생에 뼈가 부서지고 살갗이 벗겨지는 고통까지도 견뎌본 그녀였다. 얼굴에 상처가 나는 정도의 작은 아픔쯤, 무서울 것이 무엇이겠는가?그러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를 보자, 소우연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두려웠습니다.”그는 그녀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이젠 두려워할 필요 없다. 앞으로 내가 너를 지켜줄 것이다. 누가 감히 너를 괴롭히려 든다면 그 자는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왕야, 왜 그렇게 저를 아껴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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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연아,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널 지켜줄 것이니... 다시는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마.”이육진은 소우연의 멍한 표정을 보고 부드럽게 안심시켰다.소우연은 살짝 미소 지으며 가슴속에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네, 왕야. 전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이육진이 이토록 그녀를 아껴주는데, 더 이상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니, 마치 그녀 인생의 방향보다도 더 뚜렷한 윤곽을 가진 듯했다.이런 남편이라면 칼날 위나 불구덩이는 물론, 인간 세상이나 지옥이라 한들 두려울 것이 없었다.이육진은 그녀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소우연은 웃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고, 그의 얼굴에서 마치 꽃이라도 피어난 듯한 행복이 느껴졌다.이육진은 폐사 밖에 서서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다. 농가와 논밭, 이름 모를 여러 들꽃과 나무들까지, 평소엔 느끼지 못한 좋은 기분이 들었다.“이렇게 차분하게 경치를 바라본 것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구나.” 그가 담담히 말했다.소우연은 그의 말을 듣고는, 시선을 따라 함께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소첩도 마찬가지입니다.”어릴 적 외가에 갔던 그 시절을 빼면, 진원 장군부에 있던 지난 몇 년간 그녀가 다녀봤던 곳은 고작해야 장안거리나 평안거리, 태평거리 같은 곳에서 생활용품을 사러 다닌 게 전부였다. 외출이나 나들이는 꿈도 꾸지 못했다.그때 바람이 한차례 불어왔다.소우연은 문득 피비린내가 느껴져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진규가 소우희를 붙잡고 이쪽으로 끌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당당하던 평춘왕비가 이제는 진규의 손아귀에 잡혀 얼굴엔 핏자국이 묻고, 머리는 이미 볏짚처럼 엉망이 되어 있었다. 마치 집 잃은 개처럼 바닥을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왕야, 왕비마마, 이 여자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진규는 소우희를 두 사람 앞에 던져 놓았다.소우희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방금 그녀는 자기 눈앞에서 이지윤이 붙여준 두 호위가 단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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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소한준의 두 다리는 이미 망가졌다. 네가 그 자를 치료해낼 수 있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셋…셋째 오라버니의 다리가 어째서…”이육진은 코웃음을 쳤다.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그의 어조는 매우 담담했다.“그 자는 네놈과 결탁하여 짐의 왕비를 납치하지 않았느냐. 목숨을 남겨둔 것만으로도 짐의 자비다.”소우희는 온몸을 떨며 공포에 빠졌다.분명 이육진은 화난 기색도 없었고, 말투조차 평온했지만 오히려 그런 태도가 그녀를 더욱 두렵게 했다.그의 눈빛 한 번이 마치 다음 순간 그녀의 다리까지 부러뜨릴 듯한 위압감을 주었다.소우연이 차갑게 소우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소우희, 소한준의 다리를 고칠 수 있느냐?”소우희는 말 못 할 괴로움 속에서 결국 울먹이며 간청했다.“언니, 언니도 알잖아. 난 의술 같은 거 못 한다는 걸...”“그럴 능력도 없으면서 왜 함부로 일을 저질렀지? 소한준의 다리를 망친 건 바로 너야!”“아, 아니야… 언니… 아니야!”“바로 네가 저지른 일 때문에 오라버니의 다리가 그렇게 된 거야!”“네가 오라버니를 꼬드기지 않았으면, 오라버니는 공을 세우고 돌아와 진작 소씨 가문으로 갔을 거야… 그랬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안 그러고서야, 어째서 네가 나를 납치하는 걸 도왔겠어?”“나… 나는… 흑흑…!”“소우희, 내 앞에서 울며 가련한 척 연기해도 소용없어.”소우희는 얼굴이 창백해져 온몸이 망가진 듯한 몰골로 고개를 떨궜지만, 눈빛에는 한없는 원한이 서려 있었다.그녀는 오늘날 자신이 이렇게 된 건 전부 소우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왜 자신만 이렇게 비참한가? 소우연은 그녀를 저토록 애지중지하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 행복한데!회남왕의 그 다리도, 얼굴도 정말 소우연이 치료한 것일까? 그녀가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 의술을 가지게 된 걸까?세상은 불공평했다!어떻게 잠깐 의서를 읽는 것만으로 그렇게 뛰어나게 될 수 있단 말인가?소우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굽신거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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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이런...!”소우희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 위에 앉은 진규를 원망스레 노려보았다. 속으로는 온갖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저 회남왕의 사냥개에 불과한 진규는 콧방귀를 뀌며 말머리를 돌려 이육진을 뒤쫓아 갔다.말발굽 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소우희는 갑자기 주변의 잡초들이 무서울 만큼 높게 자라난 것 같았다. 바람 소리조차 귀신의 흐느낌처럼 들려왔다.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끼쳐 정신없이 진규의 말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심지어 방금 전 죽은 두 호위의 영혼이 아직도 주변을 맴돌며 자신을 따라오는 듯했다.“제발 나를 버리지 마! 제발!”그녀는 울부짖으며 몇 번이고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멈출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마마.”그때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우희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긴장이 풀렸고, 곧 풀숲 속에서 이지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세자… 너무 무서웠습니다…!”소우희는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흐느끼며 그를 붙잡았다. 그래야만 자신이 살아있음을, 누군가가 곁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지윤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회남왕을 건드리셨으니, 앞으로는 쉽지 않으실 겁니다.”소우희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세상 모든 것이 암흑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듯했다.“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니,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겁니까?”이지윤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이육진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이제 평서왕부밖에 없습니다.”“평서왕부 말씀이십니까…?”“그렇습니다. 마마께서는 이민수와도 가까우셨지 않습니까?”소우희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지윤이 지금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없었다.지금 그녀는 평춘왕부의 왕비인데, 더구나 이지윤과도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었다. 그런데 그가 다시 이민수에게 가보라는 뜻인 걸까?“아니… 그게…”이지윤이 계속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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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세자,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소우희는 이지윤을 결연히 바라보았다.이지윤은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마마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마마는 평춘왕의 왕비입니다. 이육진과 소우연은 지금 마마만이 아니라, 평춘왕부 전체를 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맞아요, 우리 모두 살아남아야 합니다!”이지윤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그러니 마마는 이민수를 찾아가셔서 평서왕부와 회남왕부를 서로 싸우게 하셔야 합니다. 그들이 서로를 물어뜯을 때만이 우리에게 살 길이 열릴 것입니다. 잘만 하면….”잘만 하면?소우희가 궁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지윤의 입술이 조용히 열렸다.“마마, 제가 정말 마마를 믿어도 되겠습니까?”“물론입니다. 우리는 비록 부부의 연을 맺은 사이는 아니지만 이미 같은 배에 탄 사이입니다. 세자께서 아니었다면 전 진작 평춘왕 손에 죽었을지도 모릅니다.”이지윤은 품속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그렇다면 오늘 밤, 평춘왕께 이 약을 먹이십시오.”소우희는 약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이지윤이 직접 약을 먹여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의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결국, 평춘왕이 누구의 손으로 죽든 그들은 같은 운명으로 묶인 처지였다.“알겠습니다.”소우희는 약병을 쥐고 눈빛에 독기를 띄웠다. 이 세상에선 인자함 따윈 자기 목숨을 남에게 내맡기는 어리석음일 뿐이었다.평춘왕부로 돌아온 후, 소우희는 깨끗이 씻고 몸을 정돈한 뒤 약병을 들고 침실로 향했다.평춘왕 이종대는 이미 앙상하게 말라 뼈만 남아 있었다. 두 눈은 움푹 파이고 숨만 겨우 쉬고 있을 뿐이었다.방 안에는 이지윤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소우희는 이지윤과 따로 인사를 나누지도 않은 채 바로 평춘왕에게 다가가 약을 억지로 입안에 들이부었다.“아니, 윽…커억…!”억지로 삼킨 약을 이종대가 도로 토해냈고, 약물이 그녀의 손에 튀었다. 방금 깨끗이 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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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길고 길었던 밤이었다. 소우희는 어젯밤 자신이 지나치게 두려움에 떨었는지, 오직 이렇게 강렬한 자극만이 자신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이지윤의 품 안에 파고들어 조용히 속삭였다.“세자… 저를 정말로 사랑하십니까?”이지윤은 순간 멈칫했으나 곧 표정을 풀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물론입니다.”소우희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좋아요.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만약 죽게 된다면 반드시 한곳에서 죽고, 또 함께 묻히기로 해요. 그렇게 해주실 거죠?”이지윤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왜 그러세요?”이지윤은 급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미소를 지었다.“마마께선 죽지 않을 겁니다. 절대 쉽게 죽지 않을 거예요. 제가 그렇게 할 겁니다”그녀는 흠천감에서 인정한 천생 봉황의 운명을 타고난 자였다. 그런 운명을 지닌 그녀가 쉽게 죽을 리가 없었다.소우희는 그의 미묘한 반응에 잠시 당황했다.이지윤이 부드럽게 그녀를 달랬다.“잊으셨습니까? 마마는 봉황의 운명을 타고난 분입니다. 아직 이루셔야 할 일이 많아요.”소우희는 그 말에 정신을 차렸다.“맞아요, 전 황후가 될 운명이죠. 그리고… 세자는 제 남자입니다. 세자 역시 반드시 성공하실 거예요!”이지윤은 만족스럽게 웃었다.“그렇습니다.”누가 감히 평춘왕부를 그저 황족의 변두리쯤으로 치부한단 말인가? 만약 회남왕부와 평서왕부가 서로 싸워 두 세력이 모두 힘을 잃는다면, 황제에게 남은 선택지가 얼마나 되겠는가?소우희가 잠시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만약 나중에… 제가 세자의 어머니뻘이 된다면… 저는…”이지윤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모자라 해서 문제 될 게 무엇입니까? 남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곁에서 모시는 태감이나 시녀들이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들도 목숨이 아깝다면 입을 닫을 겁니다.”권력을 손에 넣으면, 흑도 백이라 할 수 있는 게 세상이다.소우희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렇겠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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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하늘이 점차 밝아오는 가운데, 소우희는 결심을 굳히며 이지윤을 바라보았다.“좋아요, 전 세자만 믿을게요.”생각할수록 그녀 곁에는 오직 이지윤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을 위해 평춘왕을 해쳤고,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며 많은 일들을 계획해 주었다.소우희는 눈빛에 확신을 담아 말했다.“세자, 반드시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을 거예요. 분명히 그렇게 될 거예요!"이지윤의 눈이 빛났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육진과 평서왕부가 서로 물고 뜯기게 만들면 자신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천생봉명인 소우희의 기운이 곁에서 그를 돕고 있으니, 실패할 이유가 없었다.평서왕에게 보내는 일은 일단 잠시 미뤄두고, 소우희는 먼저 빈 별채로 가서 소한준을 만나기로 했다.이때 소한준은 막 평춘왕부의 호위에게 들려서 빈 별채로 옮겨지고 있었다.“평춘왕비는 어디 계시냐?”소한준은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물었다. 그를 왜 이렇게 먼 빈 별채로 옮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왕부의 본채까지는 걸어도 반 각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호위병이 대답했다.“왕비마마께서 곧 오실 테니, 소장군께서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소한준은 울화가 치밀었으나 화를 낼 수도 없었다.소우희가 평춘왕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필이면 이른 아침부터 이육진이 사람을 보내어 그가 평춘왕부에 있다는 소식을 전했고, 그 직후 소한준은 강제로 이곳으로 실려 왔다.대체 이 성경에서 이육진은 무엇이 두려워 저리도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날뛴단 말인가?자신은 황제께서 친히 봉한 장군이었는데, 이육진 그자가 고작 한순간에 그의 두 다리를 이렇게 만들다니.소한준은 오늘 아침 조정에서 아버지와 형님들이 꼭 자신을 위해 공정한 판결을 받아주기를 간절히 바랐다.분노가 치솟아 정신없이 잡생각에 빠져 있을 때, 의자에 앉은 채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던 소한준의 눈이 점점 붉게 물들었다.그때였다.“셋째 오라버니!”소우희가 빈 별채로 들어오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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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소우희는 마음을 다해 소한준을 달래놓았다. 그녀는 폐채를 대충이라도 정리하게 한 후에 말했다.“셋째 오라버니, 제가 회남왕부에서 지내는 형편이 좋지 않다는 거 아시잖아요. 자주 오가진 못해도, 제가 유명한 의원을 보내드릴 테니 일단 진료부터 받고 천천히 치료 방법을 찾아보도록 해요.”“그래, 우희 네 말만 믿으마.”소한준의 일을 처리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소우희는 오후가 돼서야 겨우 평춘왕부를 빠져나와 이민수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하지만 마차가 왕부를 나서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길 한가운데서 말 위에 앉은 진규가 비켜설 생각도 하지 않고 길을 막고 있었다.마부는 마차를 급히 멈추고는 진규에게 소리쳤다.“여보시오! 눈에 평춘왕부 마차가 안 보이시오?”진규가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냉랭하게 말했다.“보면 어쩌겠단 거냐? 설마 네 왕비를 위해 나보고 길이라도 비키라는 것이냐?”마부는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왕비마마께서 타신 마차인 줄 알면서 감히 길을 막아? 대체 뉘 집안의 무례한 놈이냐!”평춘왕부가 경성에서 실질적인 권력이 크지는 않아도, 그래도 엄연히 황실의 일족이었다. 어느 누가 감히 이렇게까지 무시한 적은 없었다.진규가 싸늘한 눈길로 마차를 흘깃 바라보았다.그러자 마차 안에서 소우희가 황급히 소리쳤다.“어서 길을 비켜드려라!”길을 비켜드려라고?마부는 얼떨떨해서 말을 잃었다. 마차 안의 춘화 역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소우희는 돌아온 이후, 분명히 무언가 크게 달라진 듯했다. 심지어 주종 간의 정이 깊던 혜주를 소한준을 간호하라며 폐채로 보내버리기까지 했다.그때 문득, 소우희는 마차의 창문을 조심스럽게 들추어 바깥을 내다보았다. 멀리서 파를 넣어 구운 전병을 파는 가게에서 나오는 이육진이 눈에 들어왔다.소우연이 제일 좋아하는 전병집이었다.이육진은 소우연을 위해 전병을 사러 들른 것이었다.그 위풍당당한 남자는 얼굴이 완전히 회복된 데다가, 다리까지 멀쩡해져서 사람의 마음을 흔들 만큼 눈부시게 빛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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