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널 지켜줄 것이니... 다시는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마.”이육진은 소우연의 멍한 표정을 보고 부드럽게 안심시켰다.소우연은 살짝 미소 지으며 가슴속에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네, 왕야. 전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이육진이 이토록 그녀를 아껴주는데, 더 이상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니, 마치 그녀 인생의 방향보다도 더 뚜렷한 윤곽을 가진 듯했다.이런 남편이라면 칼날 위나 불구덩이는 물론, 인간 세상이나 지옥이라 한들 두려울 것이 없었다.이육진은 그녀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소우연은 웃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고, 그의 얼굴에서 마치 꽃이라도 피어난 듯한 행복이 느껴졌다.이육진은 폐사 밖에 서서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다. 농가와 논밭, 이름 모를 여러 들꽃과 나무들까지, 평소엔 느끼지 못한 좋은 기분이 들었다.“이렇게 차분하게 경치를 바라본 것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구나.” 그가 담담히 말했다.소우연은 그의 말을 듣고는, 시선을 따라 함께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소첩도 마찬가지입니다.”어릴 적 외가에 갔던 그 시절을 빼면, 진원 장군부에 있던 지난 몇 년간 그녀가 다녀봤던 곳은 고작해야 장안거리나 평안거리, 태평거리 같은 곳에서 생활용품을 사러 다닌 게 전부였다. 외출이나 나들이는 꿈도 꾸지 못했다.그때 바람이 한차례 불어왔다.소우연은 문득 피비린내가 느껴져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진규가 소우희를 붙잡고 이쪽으로 끌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당당하던 평춘왕비가 이제는 진규의 손아귀에 잡혀 얼굴엔 핏자국이 묻고, 머리는 이미 볏짚처럼 엉망이 되어 있었다. 마치 집 잃은 개처럼 바닥을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왕야, 왕비마마, 이 여자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진규는 소우희를 두 사람 앞에 던져 놓았다.소우희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방금 그녀는 자기 눈앞에서 이지윤이 붙여준 두 호위가 단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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