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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Author: 주 한잔
“세자,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소우희는 이지윤을 결연히 바라보았다.

이지윤은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마마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마마는 평춘왕의 왕비입니다. 이육진과 소우연은 지금 마마만이 아니라, 평춘왕부 전체를 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맞아요, 우리 모두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지윤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 마마는 이민수를 찾아가셔서 평서왕부와 회남왕부를 서로 싸우게 하셔야 합니다. 그들이 서로를 물어뜯을 때만이 우리에게 살 길이 열릴 것입니다. 잘만 하면….”

잘만 하면?

소우희가 궁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지윤의 입술이 조용히 열렸다.

“마마, 제가 정말 마마를 믿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우리는 비록 부부의 연을 맺은 사이는 아니지만 이미 같은 배에 탄 사이입니다. 세자께서 아니었다면 전 진작 평춘왕 손에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지윤은 품속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렇다면 오늘 밤, 평춘왕께 이 약을 먹이십시오.”

소우희는 약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이지윤이 직접 약을 먹여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의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결국, 평춘왕이 누구의 손으로 죽든 그들은 같은 운명으로 묶인 처지였다.

“알겠습니다.”

소우희는 약병을 쥐고 눈빛에 독기를 띄웠다. 이 세상에선 인자함 따윈 자기 목숨을 남에게 내맡기는 어리석음일 뿐이었다.

평춘왕부로 돌아온 후, 소우희는 깨끗이 씻고 몸을 정돈한 뒤 약병을 들고 침실로 향했다.

평춘왕 이종대는 이미 앙상하게 말라 뼈만 남아 있었다. 두 눈은 움푹 파이고 숨만 겨우 쉬고 있을 뿐이었다.

방 안에는 이지윤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우희는 이지윤과 따로 인사를 나누지도 않은 채 바로 평춘왕에게 다가가 약을 억지로 입안에 들이부었다.

“아니, 윽…커억…!”

억지로 삼킨 약을 이종대가 도로 토해냈고, 약물이 그녀의 손에 튀었다. 방금 깨끗이 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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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하다고?그저 자기의 것을 빼앗겼다는 욕심 때문일 뿐이었다.원작에서도 소우희가 비록 여주인공이었지만 이민수 곁에는 수많은 후궁이 있었다. 황제로서 자손이 가장 중요하다는 명목으로 여러 명의 여인을 두고 자식을 많이 낳았다.소우연은 이민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저하께 정말로 많이 상처받았습니다.”이민수는 미안한 표정을 짓고 손을 뻗어 소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재빨리 피했다.소우연이 차분히 물었다.“이미 저흰 엇갈렸어요. 오늘 날 납치한 목적이 대체 무엇이죠? 정말 저하를 위해서라면 저를 빨리 경성으로 돌려보내 주세요.”“태자 전하께서 이 일을 아시게 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저하께서 더 잘 아시잖아요.”“나를 걱정해 주는 것이냐?”이민수는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직 그녀가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소우연은 살짝 웃었다.“모르겠어요.”사실 그녀는 그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지금은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이 남자를 당해낼 자신도 없었고, 그가 갑자기 돌변해 자신의 명예를 해칠까 봐 두려웠다.“모르겠다고…”이민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부하가 소우연이 시녀와 함께 걸어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순간 그녀를 납치해 숨어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녀를 숨겨놓고, 가끔씩 보러 오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이다.바로 그때 농부처럼 생긴 여인이 바구니를 들고 다가왔다. 여인은 이민수를 보고 공손히 말했다.“공자님, 오늘 저녁식사입니다.”저녁…그렇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이제 한 시진 정도만 지나면 어둠이 찾아올 터였다.소우연의 마음이 급격히 조급해졌다.겉보기에 이 마당은 평범해 보였지만 그녀는 이민수의 사병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도망갈 길은 없었다.그 여인은 소우연을 힐끗 보더니 아름답다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물러갔다.“왜 그러느냐, 먹고 싶지 않은 것이냐?”이민수는 소우연이 젓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32화

    이민수가 자신이 도망치려 한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소우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녀는 마당을 둘러싼 대나무 숲 안에서만 움직이며 멀리 나가지 않았다.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산세가 깊고 계곡이 흐르는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었다.이민수가 말을 달려 꼬박 한 시진이나 걸린 이곳은 이미 경성 근교를 훨씬 벗어난 곳일 터였다.“여기가 어디죠?”소우연은 돌아보지 않고 최대한 먼 곳을 응시하며 물었다.“대나무 오두막.”그런 건 뻔히 보이지 않는가?대나무 오두막이라고?맞다. 이곳은 소설에 등장했던 장소였다. 이민수가 마음이 답답할 때면 조용히 찾아오곤 했던 장소. 그녀가 이곳을 기억하는 이유는 소우희가 대나무 숲을 좋아하고, 계곡을 좋아하고, 작은 다리와 물이 흐르는 풍경을 특히 좋아했기 때문이었다.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그녀의 눈에 작은 다리가 보였다.이민수는 왜 그녀를 굳이 이곳까지 끌고 온 것일까? 이곳은 그의 비밀스러운 장소였다. 만약 이번 생에도 그녀가 도망쳤다면, 그녀는 결국 불행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곳에서 이민수와 소우희의 정만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소우연의 마음이 복잡해졌다.어떻게 하면 이민수를 설득해서 자신을 돌려보낼 수 있을까? 아까 자신을 품에 안던 그의 눈빛을 떠올리면 지금도 두려움이 밀려왔다.만약 그녀가 너무 냉정하고 차갑게 대한다면 그를 자극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를지도 모를 일이었다.이번 생에 그녀는 반드시 이육진 곁에 남아, 이민수와 소우희의 비참한 최후를 봐야만 했다.결심을 굳힌 소우연은 마음속의 증오를 숨기고 침착히 대응하기로 했다. 그녀는 이육진이 분명 곧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였다.연노랑 치마를 입은 소녀가 마당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그녀의 옷자락을 살며시 들어 올리자 마치 날아오를 듯 가녀린 나비와 같았다.갑자기 그녀가 몸을 돌렸다. 맑고 깨끗한 눈빛으로 웃으며 다가왔다.이민수는 숨이 턱 막혔다.이 얼굴은 예전과 달랐다. 전에는 그녀를 가끔 볼 때면 장군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31화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더욱 거칠게 말을 몰아 성문까지 질주했다.소우연은 구조를 요청할 기회를 노렸지만, 입을 떼기도 전에 남자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남자가 성문 수비병에게 무언가를 보여주자, 병사들은 순순히 길을 열어주었다.“놓아줘! 당신 대체 누구야, 원하는 게 뭐냐고!”소우연은 끊임없이 물었지만 남자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을 달린 끝에 산과 물이 어우러진 한적한 곳에서 남자가 말을 세웠다.그는 말에서 내려 그녀를 어깨 위에 거칠게 메고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소우연은 작은 주먹으로 그의 등을 사정없이 두들겼고, 참다못해 남자의 어깨를 힘껏 깨물기까지 했다.하지만 남자는 작게 신음 소릴 낼 뿐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이렇게 어깨 위에 매달린 채 흔들리다 보니 아침에 먹은 음식마저 전부 쏟아질 것 같았다.한참 뒤, 시냇가의 대나무 숲을 지나자 작은 목조 오두막 한 채가 나타났다.남자는 큰 발로 문을 차 열고 안으로 들어가 소우연을 조심스럽게 침상 위에 내려놓았다.소우연은 온몸에 힘이 풀려 일어나려 했지만 손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바로 그때 남자가 얼굴을 가렸던 천을 내리고 그녀를 뜨겁게 바라보며 말했다.“우연아, 겁내지 마라. 나다.”“이민수!”소우연은 그제야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자신을 납치한 이가 이민수였음을 깨달았다.주변을 다시 둘러보니, 전혀 모르는 낯선 장소였다.대체 이 남자… 뭘 하려는 거지?소우연은 온 힘을 짜내 겨우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서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오두막 안을 살폈다.“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우연아, 흥분하지 말거라. 나는 단지 네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말을 마치자마자 이민수가 그녀를 안으려 다가왔다.소우연은 급히 그를 밀어냈지만 여자의 힘으로 남자를 어찌 막겠는가?머릿속이 하얘졌다.만약 이민수가 강제로 뭔가 하려 한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안 돼.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소우희가 죽는 모습을 봐야 하고, 이민수가 황위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30화

    정연은 할 말을 잃었다.한 사람당 하나씩 찹쌀떡을 먹는다니?물론 혼자 장을 보러 나왔을 때 종종 길거리 간식을 사 먹기는 했지만, 태자빈과 같은 귀한 신분의 여인이 길거리에서 이런 군것질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았다.상인이 거스름돈을 내주자 주종 두 사람은 손에 찹쌀떡을 하나씩 들었다.정연은 소우연이 정말로 찹쌀떡을 입에 대는 것을 보고서야 따라서 한 입 베어 물었다.그녀는 말없이 소우연의 뒤를 따르면서 오늘 태자빈의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아마 친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사람이란 늘 갖가지 이유로 타인을 상처 주는 일을 한다.시어머니가 미우면 시어머니와 싸울 일이지, 왜 그 날카로운 칼을 자기 자식에게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정연은 문득 자신의 처지를 떠올렸다.자신 또한 어린 시절부터 거간꾼에게 팔려 철저히 훈련받고 여섯일곱 살부터 궁에 들어가 규율을 익혔다.이후에는 이육진의 침소를 돌보는 시녀로 내정되어 이육진에게 하사되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육진은 여색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과 명심만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긴 장안거리를 걸어 다리가 점점 아파질 때쯤, 소우연이 돌아보며 물었다.“정연아, 아직 걸을 수 있겠느냐?”정연이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괜찮습니다. 마마께서는… 힘드시지 않으세요?”조금 전에는 왜 막지 못했을까. 이미 길을 반쯤 걸어왔으니 돌아갈 수도 없었고, 진우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내실에서만 지내는 여인들이 어찌 이렇게 긴 거리를 걸을 수 있겠는가?태자빈 소우연도 분명 힘들 텐데.하지만 소우연은 말했다.“나는 괜찮다.”장군부에 살 때 그녀는 매일같이 약초를 손질했다.때로는 바빠서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다.조금만 느리게 움직여도 아버지와 오라버니들, 그들의 병사들이 상처 치료를 못 받아 고생할 수 있었기에 한시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그렇게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쳤다.좋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29화

    정연과 진규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소우연은 바닥에 깨진 찻잔을 한 번 흘깃 보고 말했다.“나중에 임곽수에게 새 찻잔을 보내주거라.”“예.” 정연이 가볍게 고개 숙여 대답했다.진규가 다시 물었다.“태자빈 마마, 전하께서 여쭤보셨습니다. 소우희 아씨를 어떻게 처리하실지요?”소우연은 관자놀이를 살짝 문지르며 천천히 말했다.“사람을 보내 그 아이의 독이 풀렸는지 확인하거라. 아직 풀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천천히 고통받게 내버려두고, 만약 풀렸다면…”그녀의 눈동자에 서늘한 살기가 번쩍였다.진규를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독이 풀렸다면 내가 직접 만나러 갈 것이다.”직접 지옥으로 보내주마!평소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과는 너무 달라, 진규조차 순간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싶었다.사실 이육진이 진규를 통해 물어본 건 마지막으로 태자빈의 결심을 확인하려는 것이었다.그녀가 정말 소우희를 완전히 떨쳐낼 수 있을지 그는 확실히 알고 싶었다.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생기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진규가 주먹을 쥐고 고개를 숙였다.“예, 알겠습니다. 속히 돌아가 전하께 아뢰겠습니다.”“그래.”진규가 나가자 소우연도 정연과 함께 내실에서 나왔다.밖에서는 임곽수와 그의 두 명, 아니 세 명의 제자가 일을 보고 있었다.셋째 제자는 예전에 소부인에게 아버지의 다리를 고친 사람이 태자빈이라고 알려준 그 소년이었다.그 소년이 소우연을 보자 공손히 다시 절을 올렸다.소우연이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임곽수가 널 정식으로 제자로 받아들인 것은 네가 재능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지, 내 덕이 아니다.”“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마마께서 아버지의 다리를 고쳐주신 덕에 소인도 만안당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겐 너무나 큰 은혜입니다.”소우연이 미소를 지었다.고마움을 아는 사람은 나쁘지 않았다.임곽수는 환자들을 돌보면서도 제자와 소우연 쪽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그 역시 소우연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그녀가 아니었다면 벌써 만안당을 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28화

    진우는 호위무사였다.온몸에 무예를 지닌 사내였으니 소부인이 버티자마자 가볍게 병아리를 잡듯 그녀를 끌고 나가버렸다.정연은 가슴이 살짝 떨렸다.옆에 서 있던 진규와 눈을 마주치고는 서로의 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태자빈 마마도 성질이 있으셨구나, 그저 참고 계셨을 뿐.’태자 이육진도 그리도 강한 사람이거늘, 이육진 곁의 소우연이 어찌 온순한 사람일 리 있겠는가?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나인은 온몸을 덜덜 떨었다.소우연은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물었다.“소부인이 말을 안 했으니 네가 말해보거라. 넌 소부인의 곁을 오랫동안 모셨으니 알 것 아니냐?”나인은 망설이며 입술을 떨었다.정연이 재빨리 말했다.“마마께서 말씀하셨는데 감히 숨기겠습니까? 어디 제가 지금 당장 칼이라도 가져와 볼까요?”칼은 또 왜?나인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급히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조아렸다.“마마, 감히 숨기지 않겠습니다.”“그래, 말해보거라.”소우연은 사실 분노보다 호기심이 컸다.소부인이 자신을 미워한 이유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정말 궁금했다.나인은 몇 번 침을 꿀꺽 삼킨 뒤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그녀의 입을 통해 소우연은 드디어 이유를 알게 되었다.소부인은 자신의 시어머니를 몹시 싫어했었다. 어릴 적 소우연의 모습이 자신의 시어머니와 너무 닮아 그녀까지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허허…고작 그 이유 때문이라니.정말 기가 찼다!나인은 소우연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태자빈은 의외로 평온한 표정이었다.진실을 알게 되면 심장이 멎을 것처럼 아플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지금의 태자빈은 어릴 적의 성격과 완전히 달랐다.단단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이 소부인의 막내 여동생과 매우 비슷했다.하지만 그 여동생은 어릴 적 잃어버린 지 오래였고,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또 다른 숨기는 일이 있느냐?”소우연은 나인의 눈에 언뜻 스친 빛을 정확히 잡아냈다.나인은 황급히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마마, 정말 없습니다.”“없다고? 방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27화

    “왜죠?”소우연은 소부인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집착은 아니라 해도, 이 이유만큼은 분명히 알아야겠다 싶었다.대체 왜 그녀는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는가?“정말 전 소 씨 가문의 사람이 맞나요? 정말 절 낳은 게 맞나요?”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랑받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소부인은 조금 겁을 먹은 듯 말했다.“너, 너는 내 자식이다. 우희와 너는 내 배에서 나온 쌍둥이야.”옆에 있던 나인이 재빨리 덧붙였다.“마마, 당연히 마마께서는 부인의 친자식이 맞습니다. 노비가 직접 보았으니 증언할 수 있습니다.”소우연은 나인을 차갑게 쳐다보고 다시 소부인을 향해 말했다.“그럼 왜 나와 소우희는 전혀 닮지 않은걸까요? 왜죠?”그녀는 손을 뻗어 소부인의 턱을 들어 올리며 똑바로 눈을 바라보았다.“정말 제 친모가 맞으십니까?”“맞고말고. 당연히 넌 내 딸이야.”소부인은 입술을 떨었다.차갑고 싸늘한 표정으로 화를 내는 소우연의 모습이 여동생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동생, 자신은 늘 냉대 받았다.그래서 그때 그런 잘못을 저지른 것이었다.왜 소우연에게 잘해주지 않았느냐고?그녀는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의 동생과 너무나도 똑같았다.자신이 직접 낳지 않았다면 아이가 뒤바뀌었나 의심했을 정도였다.쌍둥이인데도 이렇게 다른 외모를 가진다는 것이 정말 기이했다.문제는 그녀가 자신의 동생과 너무 닮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아이는 저주받은 재앙이라고 생각했다.소부인 마음 깊은 곳에서 소우연은 빚을 받으러 온 존재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도 소우연을 미워했던 것이었다.“그래서요?”소우연이 조용히 되물었다.“똑같이 낳은 자식이라면서 왜 저에게만 그렇게 못됐게 구셨죠? 제가 말을 듣지 않았나요? 철이 없었나요? 왜 절 좋아하지 않았죠?”담담한 질문에 소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절대로 소우연에게 그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소우연은 한숨을 내쉬고 진우를 돌아보며 말했다.“진우야, 소부인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26화

    진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태자 전하께서 마마께서 내기에서 이기셨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소우연은 마음이 통한 듯 미소 지었다.마치 소부인이 눈앞에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하지만 소부인은 사랑하는 딸과 셋째 아들이 걱정되어 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억지로 참고 다시 낯 두껍게 말을 꺼냈다.“우연아, 제발 나에게 우희의 행방과 상황을 좀 알려줄 수 없겠느냐?”소 부인의 얼굴이 온통 초조함으로 가득했다.전에는 그토록 품격 있고 우아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창백한 얼굴로 초췌하기 그지없었다.소 씨 가문에 닥친 일들이 그녀를 정말 피곤하게 만든 듯했다.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무릎을 꿇으려 했다.소우연은 그런 소부인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무릎 꿇기를 좋아하면 얼마든지 꿇게 두면 그만이었다.소부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늘 소우희에게 편애하고 자신에게 냉정하게 군 것을 후회한 적도 없었다.저 여자가 스스로 떳떳하다는데, 자신이 뭐 하러 모녀라는 이름 때문에 마음을 불편히 해야 한단 말인가?소우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부인을 바라보며 무력한 목소리로 말했다.“그저 제 어머니라는 관계 하나를 믿고 이렇게 끝도 없이 저를 괴롭히고 귀찮게 하는군요.”소부인은 입술을 떨며 할 말을 찾지 못했다.지금 소우연에게 매달리는 것 말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집안의 남자들에게 자기 딸이나 여동생에게 가서 무릎 꿇고 사정하라 시킬 수 있겠는가?상상만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소부인은 무릎이 아파지기 시작했고 옆의 나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국 그녀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진규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소부인, 태자빈 마마께 매달려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차라리 돌아가셔서 소 장군과 상의하는 게 빠를 듯싶습니다.”소부인은 숨이 턱 막혔다.감히 일개 호위무사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원래대로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소우연 앞에서는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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