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301 - Chapter 310

322 Chapters

제301화

”끄적거린 글이라… 소설이라…”소우연을 안고 있던 이육진의 손이 멈칫했다.“네, 소우희와 이민수 두 사람은 이 세계에서, 그러니까 이 소설 속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저는 소우희가 이민수에게 향해 가기 위해 만들어진 디딤돌이고요. 부군은 이민수가 황위에 오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부군은 이 소설 속 최대 악역으로 장래에 이민수가 휘두른 칼에 베여 목숨을 잃게 됩니다. 때문에 저는 작은 사고 하나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소우희는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부군, 제 말을 듣고 계십니까?”말을 하던 소우연은 이육진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왠지 조금 후회가 되었다. 전생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이 세상이 그저 소설 속 허상에 불과하다는 얘기까지 하다니.한편, 소우연이 걱정한 것처럼 이육진은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은은한 촛불로 밝혀진 방 안에서 이육진은 소우연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그녀의 이마와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듣고 있다.”마음속으로는 소우연을 믿고 싶었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소우연에게 심각한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그녀가 꾼 악몽, 그리고 조금 전에 했던 말들은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얘기들이다.“그럼 제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믿냐고?이육진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입만 뻥긋거렸다.그리고 그 망설임을 눈치챈 소우연은 이육진이 그녀의 말을 여전히 믿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육진은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소우연도 이런 일들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고, 깨어났을 때 머릿속에 소설 원작 속의 내용이 대체적으로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면 그녀도 자신이 사는 세상이 그저 한 편의 소설뿐이라는 사실을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또한 전생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부군, 믿든 믿지 못하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와 부군의 공동의 적이 평서왕 관저의 이민수라는 것입니다
Read more

제302화

다음날.소우연의 시중을 들려고 방에 찾아온 정연과 명심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소우연은 이들의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있었다.그녀가 처음 이육진과 살을 맞닿은 그때였다. 진정한 합방을 한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만지고 애정을 나눴으며 이불을 적시기도 했다.그때 당시에도 정연과 명심은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었다.두 사람이 지내는 곁방이 본채와 이토록 가까운데 그들도 당연히 다 들었을 것이다. 소우연은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남사스럽게도 했다.한편, 이육진이 소우희에 대한 체포령을 거두었기에 며칠동안 소우희에 관한 소식이 전혀 없었다.그러다가 이날, 한 거렁뱅이가 쪽지 하나를 들고 태자부 앞을 서성이다가 누군가가 이 쪽지를 직접 태자 저하께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면서 문지기에 쪽지를 건넸다.문지기는 당연히 거렁뱅이 주제의 쪽지를 태자에게 전할 리가 없었다. 한편, 우연히 이 일을 알게 된 명심은 바로 소우연에게 말해주었다.“문지기에게 얘기하거라. 나중에 태자 저하께서 돌아오시면 바로 저하께 드리라고.”“네, 알겠습니다.”명심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태자빈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정체도 모르는 이런 쪽지를 당연히 몰수할 거라고 생각했다. ‘겁이 없는 어느 가문 멍청한 아씨가 태자 저하께 추파라도 보내는 거면 어쩌려고 그러시는 거지? 태자 저하께서 다른 여인을 마음에 품게 될까 봐 걱정도 안 되시는 건가?’“나한테 무엇을 주라고 한 것이냐?”소우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육진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태자 저하께 인사를 올립니다.”정연과 명심은 바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고 이육진이 손을 쓱 흔들자 두 사람은 곁으로 물러나 조용하게 서있었다.소우연은 이내 이육진을 보며 말했다.“문지기 말로는 거렁뱅이로 보이는 자가 저하께 쪽지를 전해달라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마침 저하께서 오셨으니 그 쪽지를 한번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거렁뱅이가 나한테 쪽지를?”이육진은 직감적으로 이 쪽
Read more

제303화

”저하…”소우연의 시선이 이육진 손에 든 쪽지에 꽂히자 이육진은 이내 이를 소우연에게 건넸다.“일단 소우희 그자를 처리하고 오겠다. 돌아와서 다시 자세하게 얘기하자.”손에 쪽지를 든 소우연은 멀어지는 이육진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한편, 쪽지 속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었고 그저 옥패 하나만 그려져 있었다. 이 옥패는 그때 당시 소우연이 남강에서 구해준 소년이 그녀에게 준 옥패였다.‘소우희가 이 옥패로 또 이상한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쓰려는 건 아니겠지? 이 나쁜 계집애는 어떻게 저런 처지가 됐는데도 날 걸고 넘어지려고 수를 쓰는 거지?’“태자빈 마마,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안색이 하얗게 질린 소우연을 지켜보던 정연이 조심스럽게 물었고 소우연은 이내 손에 들고 있던 쪽지를 확 꾸겨 버렸다.이내 정신을 번쩍 차린 소우연은 고개를 돌려 정연에게 말했다.“진우에게 외출 준비를 하라고 전하거라. 잠깐 어디 좀 다녀와야겠다.”엄숙하고 진지한 태자빈의 표정에 정연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방을 나섰다.‘저하께서도 조금 전에 급히 저택을 떠나셨고 태자빈 마마도 이렇게 갑자기 외출 준비를 하는 걸 보면 뭔가 심상치가 않은데? 대체 소우희가 쪽지에 뭘 썼기에 두 분께서 이런 반응을 보이시는 거지?’이내 저택 앞에 마차가 세워졌다. 소우연이 마차에 올라타자 진우가 그녀에게 물었다.“마마,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용 대감을 찾아 뵈어야겠다.”“용, 용 대감님 말입니까?”진우와 정연은 소우연이 흠천감의 용강한을 찾아가겠다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태자가 예전에 자신을 구해준 소녀가 바로 태자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부터 집안 모든 하인들에게 앞으로 태자빈의 명령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명했다.만약 태자와 태자빈이 동시에 명을 내린다면 태자빈의 명령에 우선적으로 따르라고 하기도 했다.용강한의 저택은 멀리 떨어져 있기에 마차는 두 시간 정도 달리고 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소우연이 마차에서 내리고 진우가 문지기에게 말을 전하려고 할
Read more

제304화

손을 뻗던 용강한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전에 소우연은 그와 단둘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을 많이 두려워했는데 이렇게 저택까지 찾아온 걸 보면 그녀는 이육진을 많이 좋아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용 대감님은 확실히 태자 저하의 편이 맞으시지요?”소우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흠천감은 상운국의 가장 신성한 직위로 자리에 오른 모든 감정들은 한 명의 황제에게 충성한다.황태자인 이육진은 누가 봐도 다음 황제가 될 사람이다. 또한 용강한과 이육진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은 사이이기에 소우연은 용강한이 무조건 이육진의 편에 설 거라고 확신했다.최소한 이육진을 배신할 사람은 절대 아니다.“소인은 단지 태자빈 마마의 편일 뿐입니다.”이때, 용강한이 소우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하다가 싱그러우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저 말입니까?”소우연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용강한이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소우연 때문에 용강한은 마음이 더욱 굳건해졌고 위험을 무릅쓰고 이육진과 함께 계획을 모색하고 운명을 거스르려고 하는 것이다.이 모든 건 전부 소우연을 위한 것이다.그녀를 위해 용강한과 이육진은 반드시 최후의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안 그러면 어떤 결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용강한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한편, 예상치 못한 대답에 소우연은 입을 뻥긋하다가 한 가지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제, 제가 예전에 대감께 장수 목걸이를 드린 것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가볍게 미소를 짓던 용강한은 소우연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소우연에 대한 감정은 절대 단순한 고마움이 아니었다.그때 당시 어린 소녀였던 소우연은 맑고 순수한 눈으로 용강한을 쳐다보았고 그 눈빛을 그는 지금도, 아니 평생 잊을 수 없다.용강한에게 장수 목걸이를 건네며 말을 하던 소우연의 목소리는 너무도 따듯했고 그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전 돈이 없습니다. 대신 이 장수 목걸이가 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이걸로 돈을 갚고 망자가 편히 쉴 수 있
Read more

제305화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아프신 겁니까?”소우연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용강한이 대답했다.“그저 여기저기 몸이 약한 것뿐입니다.”그저 몸이 약한 것뿐이라니…용강한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을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고 있었다.한편, 소우연은 용강한의 말뜻을 알아들었고 더 이상 그를 위해 진맥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그리고는 다시 화제를 돌렸다.“며칠 전에 대감께서는 소우희가 태자 저하께 도움을 청할 거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그 말씀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금…”말을 하던 소우연은 용강한 손에 쥐고 있던 쪽지를 힐끗 쳐다보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전 열두 살 때 남강에서 한 소년을 구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 전 매일 아침저녁으로 외출하면서 그 소년을 치료해 주었지요. 그리고 이 일을 소우희도 알고 있습니다. 전 소우희가 이 일로 저를 모함이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허허…”소우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용강한이 허허 웃었고 그 모습에 소우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지금 날 비웃고 있는 건가?’소우연이 당황하고 있던 그때, 용강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마마, 그런 걱정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그는 쪽지를 반듯하게 펴면서 물었다.“마마, 혹시 이 그림 속의 옥패가 누구의 것인지 알고 계십니까?”“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소우희 그자가 이 일로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쓸 게 뻔합니다. 그래서…”“마마께서는 태자 저하가 그자의 말을 믿고 마마께서 어린 시절 낯선 남자와 밀회를 했다고 의심할까 봐 걱정하시는 겁니까?”이게 바로 소우연이 가장 걱정되는 일이었다.하지만 전혀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용강한을 보며 소우연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대체 무슨 뜻인 걸까?“마마, 일단 이 옥패의 주인이 누구인지 물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주, 주인이 누구입니까?”소우연은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용강한의 표정에 괜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태자 저하의 것입니다.”용강한의 대답에 소우연은 손으로 입을 턱 막았다.“그럼
Read more

제306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 소우연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물었다.“저, 저하께서 제가 저하를 구해준 사람이라는 걸 알고 계셨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십니까?”어쩐지 소우연은 이육진이 자신에게 너무 잘해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용강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소우연의 말을 부인했다.“하지만 마마께서 소우희 대신 저하와 혼인을 한 첫 한 달은 저하께서도 모르고 계셨습니다.”‘아니… 그럼 이육진은 처음에 왜 날 지키기 위해 자신의 손을 그어가면서 덕빈 마마의 눈을 속인 것일까?’소우연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용강한을 쳐다보자 용강한이 이내 입을 열었다.“마마, 혹시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 소인이 마마께 했던 그 질문이 기억나십니까?”순간, 입이 바짝 마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 소우연은 용강한을 쳐다보며 그에게 되물었다.“대감님께서 이렇게 용하신데 제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대감님께서 맞추실 수 있지 않으십니까?”용강한을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돌려 소우연을 쳐다보았다.“마마, 태자 저하께 마마가 악몽을 자주 꾼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혹시 그 악몽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전생에 벌어졌던 일들이기에 마마께서 소우희와 이민수 두 사람을 그토록 증오하고 원망하시는 것 아닙니까?”용강한의 말에 소우연은 주먹을 꽉 쥔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어젯밤 이 말들을 이육진에게 했을 때 이육진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는데 지금 용강한은 그녀에게 그녀가 꾼 꿈들이 전생에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닌지 묻고 있다.용강한의 눈빛은 여전히 담담하면서도 단호하고 강경했다. 마치 자신이 한 얘기가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마마, 너무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소인이 마마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조금 전에 소인이 말했던 것처럼 소인은 언제나 태자 저하 편입니다.”용강한의 위로가 소우연의 마음을 조금 달래 주었다.사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소우연은 이런
Read more

제307화

”운명을 거스른다고 하셨습니까? 그리고 전생에 대해 얘기하시는 걸 보니 대감께서도 이민수가 전생에 황위에 올랐다는 걸 알고 계신 겁니까?”“네, 알고 있습니다.”“그럼 소우희가 황후가 되었다는 것도 알고 계십니까?”“네, 소인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인은 전생에도 여전히 흠천감의 감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마를 도와 복수를 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하의 운명도 거스르지 못하였지요.”“아니, 이렇게 대단하신 대감께서도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셨는데 저희가 이번 생에서 어찌…”“이번 생에서는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건 마마께서 혼인 당일 도망을 가셔서 소씨 가문 앞에 버려져 결국 목숨을 잃은 운명이 바뀌기 시작한 시점부터 달라졌습니다.”심장이 더욱 터질 것만 같은 소우연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제야 이육진이 전생에 왜 그녀의 시체를 거둬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이 모든 건 다 이유가 있었지만 소우연은 오늘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그러다가 용강한을 힐끔 쳐다보았다. 조금 전에 전생에 여전히 흠천감의 감정이었던 자신이 소우연을 위해 복수를 할 수 없었다고 얘기할 때 그의 눈빛은 증오와 분노로 가득했다.소우연은 이제 용강한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하지만 단지 장수 목걸이 하나를 받은 일을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결국 은혜까지 갚으려고 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잠깐만…흠칫하던 소우연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용강한을 쳐다보며 물었다.“그럼, 그럼 대감께서는 제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소우연의 물음에 용강한이 손가락을 비비적거리며 대답했다.“소인은 점괘를 볼 줄 알지 않습니까?”“그럼 대감님은요? 대감님도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신 겁니까?”용강한은 피식 웃으며 소우연의 말을 묵인했고 그 반응에 소우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완전히 달라진 눈빛으로 용강한을 쳐다보았다.“그런 줄 알았다면! 진작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전 그동안 많은 비밀을 마음속에 안고 사느라
Read more

제308화

”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용강한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소우연을 쳐다보았다. “그럼 마마 뜻은 우리 모두는 그저, 그저 소설 속에 살고 있는 인물이라는 말씀이십니까?”한편, 소우연은 많이 놀란 용강한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흠천감이든 용 대감이든 저희가 접하고 있는 모든 건 그저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저희에게 부여한 것일 뿐입니다.”한참 동안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서있는 용강한을 보며 소우연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대감님, 괜찮으신 겁니까?”“어쩐지… 어쩐지…”마른침을 꿀꺽 삼키던 용강한이 갑자기 실성한 듯 허허 웃기 시작했고 그 반응에 소우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그런 거였군요.”용강한은 어느새 울먹이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 결국 허약한 몸을 얻게 되고 이렇게 외롭게 살고 있는 것도 작가가 그에게 부여한 운명이다.용강한이 다른 사람에게 제2의 인생을 줄 수 있었던 것도 이제 말이 되는 듯하다. 이 세상 자체가 소설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이게 사실이라면 그들이 정말 커다란 운명의 틀을 거슬러야 한다…“그래서 마마께서 소우희와 이민수의 혼사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심지어 그들이 죽어야 안심할 수 있다고 하신 거였군요.”소우연이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자들이 하루라도 살아있으면 전 절대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 계속 궁금하고 신경이 쓰였던 겁니다…”소우연은 그 점이 신경 쓰이면서도 알게 되는 게 두려웠다. 소우연은 용강한에게서 그 대답을 듣고 싶으면서도 그 대답을 듣게 될까 봐 긴장되었다.이때, 용강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운명의 궤도는 이미 변하고 있습니다. 만약 마마께서 사망하시고 나서 알게 된 게 전부 사실이라면, 이 세상 자체가 한 권의 소설에 불과하다면,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이제 더 이상 이 소설을 작성한 작가가 좌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 세상의 궤도가 분명 바뀌고 있습니다…”그는 고개를 돌려 소우연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최소한
Read more

제309화

전생에 용강한은 이민수가 어떻게 황위에 오르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고 평생을 바쳐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방법과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나서야 이민수의 미래의 성취를 알게 되었다.그리고 혼일 당일, 추운 겨울바람 속에서 생을 마감했던 소우연이 나중에 있었던 일을 전부 알고 있는 걸 보면 이 세상이 한 권의 소설에 불과하다는 그녀의 말은 충분히 믿을 만하다.한편.소우연은 태자부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참 전에 돌아온 이육진은 그녀를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가 그녀에게 물었다.“어디 다녀온 것이냐?”“용 대감을 만나고 왔습니다.”“용강한 그자를?”이육진은 조금 의아했다. 조금 전에 소우희가 만나자고 약속한 일품루에 갔는데 그 어디에도 소우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한참 기다리다가 저택으로 돌아온 이육진은 문지기를 통해 소우연이 진우와 정연을 데리고 외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용강한 그자는 왜 만나러 간 것이냐?”이육진은 조금 의심되었다. 소우연은 전에 분명 용강한을 만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한편, 이육진의 물음에 소우연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대답했다.“걱정되는 일이 한 가지 있어서 찾아갔습니다.”“무슨 일? 소우희가 도망갈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냐?”“아닙니다. 소우희가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써서 저하 앞에서 저를 이상한 여자로 만들어 저하께서 결국 저를 오해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습니다.”그 말에 이육진이 허허 웃으며 대꾸했다.“연아, 넌 아직도 네가 내 마음속에서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구나.”“네?”“난 절대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너를 의심하지 않아. 평생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평생이라고 하셨습니까?”“그래, 평생.”순간, 이육진을 와락 껴안은 소우연은 팔로 이육진의 목을 감싼 채 그의 몸에 대롱대롱 매달렸다.“갑자기 왜?”갑작스러운 행동에 이육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때, 소우연이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한참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Read more

제310화

”소우희가 옥패 그림으로 널 운불사에 유인해서 무슨 짓을 한 것이냐?”소우연의 안위 문제가 제일 중요했기에 이육진은 일단 용강한에 관한 일을 내려놓았다.한편, 소우연은 그런 이육진을 일부러 잔뜩 화난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제가 그때 당시 살린 소년이 부군이라는 것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소우희가 그때 당시 제가 매일 밤낮으로 외출하여 낯선 남자를 치료해 준 일로 부군 앞에서 제 명예를 더럽히기라도 할까 봐 걱정돼서 운불사까지 찾아가게 된 것이지요. 그때 당시 살린 소년이 부군이라 참 다행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은 부군 때문에! 제가 소우희에게 납치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미리 도망칠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전 진작 소우희 때문에 얼굴이 완전히 망가졌을 겁니다!”소우연의 말에 이육진이 미안한 표정으로 대꾸했다.“그 일은 확실히 내 잘못이 맞다. 내가 너에게 진작 얘기했어야 하는데. 앞으로 절대 너에게 숨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이육진이 소우연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하자 소우연이 피식 웃으면서 대꾸했다.“에잇, 됐습니다. 마음이 넓은 제가 부군을 용서해 드리겠습니다.”그 말에 미소를 짓던 이육진이 소우연을 품에 꼭 끌어안으며 물었다.“그럼 이제 얘기해 줄 수 있겠느냐? 넌 용강한 그자를 만나러 다녀오자마자 그자를 용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자가 네 친정 식구가 되었다는 건 또 무슨 말이냐? 거짓말은 절대 안 된다. 우리는 조금 전에 서로 숨김없이 다 얘기하기로 했어.”서로 숨김없이 다 얘기하기로 한 건가? 분명 본인이 앞으로 소우연에게 숨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놓고?하지만 어차피 이제 두 사람은 한배를 탄 전우이자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기에 당연히 숨기는 게 없어야 한다.잠시 고민하던 소우연은 예전에 자신과 용강한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다.“네가 그자도 살려준 것이냐?”이육진이 살짝 질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소우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전 다른 사람을 살리면 안 됩
Read more
PREV
1
...
28293031323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