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린 글이라… 소설이라…”소우연을 안고 있던 이육진의 손이 멈칫했다.“네, 소우희와 이민수 두 사람은 이 세계에서, 그러니까 이 소설 속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저는 소우희가 이민수에게 향해 가기 위해 만들어진 디딤돌이고요. 부군은 이민수가 황위에 오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부군은 이 소설 속 최대 악역으로 장래에 이민수가 휘두른 칼에 베여 목숨을 잃게 됩니다. 때문에 저는 작은 사고 하나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소우희는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부군, 제 말을 듣고 계십니까?”말을 하던 소우연은 이육진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왠지 조금 후회가 되었다. 전생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이 세상이 그저 소설 속 허상에 불과하다는 얘기까지 하다니.한편, 소우연이 걱정한 것처럼 이육진은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은은한 촛불로 밝혀진 방 안에서 이육진은 소우연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그녀의 이마와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듣고 있다.”마음속으로는 소우연을 믿고 싶었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소우연에게 심각한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그녀가 꾼 악몽, 그리고 조금 전에 했던 말들은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얘기들이다.“그럼 제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믿냐고?이육진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입만 뻥긋거렸다.그리고 그 망설임을 눈치챈 소우연은 이육진이 그녀의 말을 여전히 믿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육진은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소우연도 이런 일들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고, 깨어났을 때 머릿속에 소설 원작 속의 내용이 대체적으로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면 그녀도 자신이 사는 세상이 그저 한 편의 소설뿐이라는 사실을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또한 전생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부군, 믿든 믿지 못하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와 부군의 공동의 적이 평서왕 관저의 이민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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