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311 - Chapter 320

322 Chapters

제311화

이종대가 쓴 마지막 유언 속 대부분 내용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소우희가 평춘왕 이종대를 어떻게 모함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는 확실하게 적혀 있었다.때문에 소우희가 모든 책임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반면, 평춘왕세자 이지윤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이지윤이 자신의 계모를 이용하여 자신의 친부를 살해했다고 생각이나 할까?이육진이 보낸 호위무사가 암암리에서 평춘왕 관저의 동향을 자주 살피지 않았다면 이육진마저도 믿지 못했을 것이며 이지윤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육진은 평춘왕 관저의 시비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유일하게 신경이 쓰이는 건 소우연이 이를 갈 정도로 증오하는 소우희이다.소우희를 성공적으로 체포하고 소우희가 확실하게 숨을 거둬야 소우연이 마침내 안심할 수 있다.“평춘왕은 이틀 뒤에 장례를 치르는데 혜주가 평춘왕 관저를 지키지 않고 있단 말입니까?”소우연의 물음에 이육진이 설명했다.“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혜주를 사간 사람은 기루의 아령이라는 기생이고 혜주를 소우희 곁으로 보낸 건 이지윤 그자였다.”그렇게 보면 소우희와 이지윤 그리고 아령까지 전부 같은 꿍꿍이를 품은 자들이다.이제 평춘왕이 사망했으니 혜주는 이지윤의 사람으로서 그녀가 평춘왕 관저에 남아있든 아니면 아령 곁에 있든 모두 합리적이다.그들이 이렇게까지 대담한 움직임을 보이는 건 이지윤과 아령 사이에 그 어떤 연관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기생집을 방문하는 손님과 기생의 관계이니까.“아령이라는 자는 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아무래도 수상한 것 같습니다.”소우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이육진을 쳐다보았고 이육진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그자가 어떤 사람이든 절대 널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그 말에 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스러웠다.소우연은 아령의 얼굴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진우와 진규 등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소우연과 꽤 많이 닮
Read more

제312화

조용하게 듣고 있던 이민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가에 눈물이 잔뜩 맺힌 ‘혜주’에게 다가가 물었다.“네, 네가 소우희냐?”소우희?자신의 이름 석자를 부르는 이민수를 보며 소우희는 기분이 너무 불쾌했다. 예전에는 분명 우희라고 다정하게 불렀는데 말이다.소우희가 지금 이 꼴이 되었는데 이민수는 조금 놀란 것 외에 전혀 미안해하지도, 그렇다고 가여워하지도 않았다.‘이지윤 그놈은 착한 놈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다른 놈들과 똑같은 개놈이었어! 허허, 결국 모든 죄를 나 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고 빠져나간 거야!’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도 소우희는 자신이 어쩌다가 이런 처지가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으며 악몽이라면 이 꿈이 한 시라도 빨리 깨기를 바랐다.“세자 저하…”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소우희는 이내 얼굴의 화장도 대부분 지워버렸다.그렇게 서서히 혜주의 모습이 없어지고 소우희의 얼굴이 나타났다.그 모습에 이민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언성을 높였다.“넌 평춘왕을 살해했어! 그런데 지금 어떻게 내 저택에 나타날 생각을 하는 것이냐? 소우희, 너 도대체 뭘 어쩌려고 이러는 것이야?”“뭘 어쩌려고 그러냐고요?”이민수의 말에 소우희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말았다.이제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동정하지도 않는다고 해도 이민수가 옛정을 생각해서 몇 마디 겉치레라도 할 줄 알았는데 몇 달 전까지 그녀에게 애정을 쏟던 그가 이런 태도를 보이자 소우희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반대로 소우연 그 계집애에게 지극정성을 보이는 이육진을 보며 소우희는 깨달은 게 있었다. 이지윤이나 이민수처럼 여자를 이용하고 버리는 남자들은 이육진과 태자 자리를 쟁탈할 자격도 없다.사실 소우희는 이민수에게 이지윤을 조심하라고 얘기해주려고 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이민수와 이지윤 둘 다 좋은 사람은 아니기에 나쁜 놈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그렇게 눈물을 줄줄 흘리던 소우희는 이민수를 보며 말했다.“세자 저하께서도 참 매정하십니
Read more

제313화

사실 소우희는 마음속으로 자신이 완전히 패배했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도 절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쉽게 받아들이지도 못할 것이다.이민수는 이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혜주에게 말했다.“네 옛 주인을 모시고 나가거라. 난 네 새 주인과 따로 할 말이 있다.”큰절을 올린 혜주는 바로 벌떡 일어나 소우희를 잡아당겼다.바로 이때, 소우희가 손을 홱 들더니 혜주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천박한 년! 평춘왕이 죽기 전에 그자 곁에 있었던 사람은 춘화와 너밖에 없었어! 춘화 그 계집애는 겁이 많아서 절대 그런 짓을 저질렀을 리가 없어. 너지? 네가 평춘왕에게 붓과 종이를 주어 마지막 글을 남기게 한 거지?”혜주는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두 사람 사이의 시비도 몇 마디 말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하지만 혜주는 지금 명확히 알고 있다. 그녀의 주인은 아령 단 한 명뿐이다.아령이 뭔가 혜주에게 거리를 조금 두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혜주에게 다정하게 말을 하고 단 한 번도 벌을 주지 않은 사람이다.이런 생각에 혜주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소우희를 발로 뻥 차서 별채 바깥으로 밀어냈다.이내 별채 문이 닫혔고 조금 전에 일어난 아령은 또다시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세자 저하,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십시오.”“죽을죄를 지었다고? 그걸 아는 사람이 저자를 저택으로 데리고 온 것이냐?”아령은 순식간에 눈물을 줄줄 흘렸다. 이민수는 그 눈물을 보며 자꾸 소우연이 떠올라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했다.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민수는 곁에 놓여 있는 물이 잔뜩 담긴 바가지를 가져오더니 아령 앞에 툭 놓았다.“지금 당장 화장을 지우거라. 난 오늘 네 본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아야겠다.”이민수는 아령을 꽤 오래전부터 보았다. 화장하고 나서 소우연과 많이 닮은 얼굴도 보았고 화장을 지우고 나서 어마마마와 매우 흡사한 얼굴도 보았지만 왠지…어쩌면 이 또한 다 아령
Read more

제314화

이민수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걸 보며 아령은 그가 이번에 확실하게 화가 났다는 걸 깨달았다.이는 이민수가 처음 아령에게 진지하게 화를 내가 있는 것이다.만약 아령이 대답을 확실하게 하지 못하면 이민수는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게 분명하다.이민수를 상대로 겪은 첫 시련에 아령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더니 이민수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소인 같은 천한 여인이 어찌 왕비님이 어떻게 생기셨는데 알겠습니까? 세자 저하께서는 소인을 몰라도 너무 모르십니다. 소인은 단지 어렸을 때부터 화장에 관심이 많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생각 없이 한 화장이 왕비님 얼굴과 흡사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세자 저하, 소인의 말은 다 사실입니다. 명문 가문 규수도, 기생집 여인들도 화장은 누구나 다 할 줄 아는 것입니다. 단지 소인은 그들보다 화장 실력이 조금 뛰어났을 뿐입니다. 그리고 화장에 흥취를 느꼈을 뿐입니다.”하는 말이 다 사실이라고?이민수는 아령 앞에 서서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아령을 빤히 쳐다보았다. 얼굴 전체가 소우연과 많이 닮은 건 아니지만 표정이나 눈매는 거의 소우연과 똑같다고 볼 수가 있었다.이민수는 심지어 예전에 소씨 가문에서 강제로 소우연을 회남왕에게 시집보낼 때 소우연이 이런 모습으로 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이내 숨을 크게 들이마신 그는 미간을 확 찌푸린 채 아령을 쳐다보았다.“세자 저하, 소인의 말은 전부 사실입니다.”“전부 사실이라고 하였느냐?”이민수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어갔다.“어마마마처럼 화장한 것도 우연이고 소우희의 시녀였던 혜주를 사들인 것도 우연이고 소우희를 만나 이 저택에 데리고 온 것도 우연인 것이냐? 아령, 넌 아직도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다!”이민수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잠시 생각하던 그는 뭔가 큰 결심을 한 듯 단호한 눈빛으로 아령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만 이 저택을 떠나거라. 그리고 앞으로 평서왕 저택에 얼씬도 하지 말거라!”아령은 이민수가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나올 줄
Read more

제315화

이민수는 아령의 얼굴을 한참동안 빤히 쳐다보았다.“소인 맹세합니다.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든 세자 저하께 먼저 허락을 맡겠습니다.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겠습니다. 하늘에 대고 맹세합니다.”아령은 그렇게 한번 또 한번 이민수의 마음을 공략했다.“소우희 그자도 바로 쫓아내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소우희의 이름이 언급되자 이민수는 짜증이 확 치밀었다.예전에 소우희가 봉황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라는 말만 믿지 않았어도 그는 절대 소우연을 회남왕에게 시집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소인 정말 갈 곳이 없습니다. 제발 소인을 가엽게 여겨 주시어 내쫓지 말아주십시오. 소인은 더 이상 사람을 잡아먹는 백화루로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소인은 세자 저하 곁에 있은 덕분에 백화루 사람들이 소인을 감히 잡아가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소인이 이 저택을 떠나는 순간, 바로 잡혀가서 그 사람들 손에 죽게 될 겁니다.”말을 하던 아령이 서럽게 훌쩍이기 시작했고 이민수는 그런 아령을 쳐다보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정말 앞으로 내 말이면 뭐든 할 수 있겠느냐?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든 내 허락을 먼저 맡겠다고 맹세할 수 있느냐?”“네, 맹세합니다. 소인, 세자 저하의 말이면 뭐든 하겠습니다.”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령은 은근슬쩍 아양스러운 눈빛으로 이민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마치 상대방이 원하기만 하면 그녀는 평생 그의 곁에서 자세를 바짝 낮추고 살 것만 같았다.이민수는 손을 뻗어 아령을 바닥에서 일으킨 뒤,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잡더니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럼 평생 내 곁에서 그 여자 대체품으로 살아가거라. 그리고 명심하여라. 감히 내 말을 한 마디라도 거역해서는 안 될 것이다!”“명심하겠습니다. 저하께서 원하신다면 평생 그렇게 살겠습니다.”“그래. 그럼 오늘밤 제대로 준비해 보거라. 이따가 다시 이리로 오겠다.”오늘밤?아령은 고분고분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이민수 팔에 기대어 다정한 목
Read more

제316화

두 눈을 질끈 감은 소우희는 한참동안 눈물을 닦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문 좀 닫지 그래?”아령이 고개를 돌려 혜주를 힐끗 쳐다보자 혜주는 바로 돌아서서 문을 굳게 닫았다.그제야 고개를 든 소우희는 혜주와 아령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그제야 혜주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시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혜주의 배신으로 소우희는 지금 세상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다.“왜! 네가 대체 왜 나한테 그런 짓을 한 것이냐!”소우희는 결국 또 한번 혜주에게 물었지만 안타깝게도 혜주는 평생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소우희는 이내 고개를 돌려 아령을 쳐다보았다.“당신은 이지윤 사람 아니야? 날 진심으로 도와준 게 아니었어?”그 말에 아령이 담담하게 웃으며 대꾸했다.“널 도와줘? 난 단지 이지윤 그자를 한번 도왔을 뿐이야. 하지만 넌 너무 멍청해서 도울 가치가 없지.”소우희는 이를 악문 채 소우연과 꽤 많이 닮은 아령의 얼굴을 노려보았다.“너 도대체 누구야? 너 이지윤의 사람이야 아니면 이민수의 사람이야?”“난 나 자신이지.”아령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너 자신이라고? 허허, 웃기지도 않는 소리. 이 세상에서 여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다들 결국 남자의 노리개가 되고 말지.”“네 자신이 노리개라고 나도 똑같이 보지 마. 난 너와 달라.”아령은 여유롭게 손을 살짝 들어 자신의 백옥 같은 피부를 감상하며 말했다.“일단 자신부터 확실하게 알아야 해. 그래야 다른 사람을 네 손에 넣고 마음대로 다룰 수 있거든.”“손에 넣고 마음대로 다룬다고? 하하하하!”소우희가 어이없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었다. 이민수처럼 한 여자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매정하기까지 한 남자를 어떻게 손에 넣고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단 말인가!한편, 그런 소우희를 보며 아령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럼 어디 한번 얘기해 보시든가. 이민수 그자는 왜 조금 전에 나를 바로 죽이지 않았을까?”“왜, 왜 죽이지 않은 건데?”“네 말이 맞아. 이민수
Read more

제317화

아령의 웃음은 절대 우호적인 웃음이 아니다.하지만 소우희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지금까지 살면서 아령 같은 사람을 건드린 적이 없는 것 같았다.“소우희 아씨, 한 가지 더 알려줄까? 난 뭐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그러다가 잠시 고민하던 아령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소씨 가문 사람들은 다 죽어 마땅한 자들이지!”그리 큰 목소리가 아니었지만 소우희는 아령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귀에 확실하게 꽂혔다.“너… 너! 너 지금 뭐라고 했어?”너무 놀란 소우희는 심지어 말까지 더듬었다.“뭐라고 했냐고? 소씨 가문 사람들은 다 죽어 마땅한 자들이라고!”아령이 언성을 높여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하자 소우희뿐만 아니라 곁에 서있던 혜주도 어안이 벙벙했다.그녀는 아령 아씨가 소씨 가문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왜? 대체 왜?”소우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아령이 갑자기 실실 웃으며 말을 바꿨다.“장난일 뿐이야.”장난? 어떤 사람이 이런 말로 장난을 친단 말인가!탁자 앞에 앉은 아령은 소우희를 보며 물었다.“봐 봐. 이제 더 이상 가렵지가 않지?”소우희는 그제야 자신의 몸이 더 이상 가렵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지금 소우희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그리고 가려움 증상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하루 종일 몸을 긁은 탓에 피부가 벗겨져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소우희는 그제야 해방 받은 표정으로 바닥에 축 늘어져 누웠다. 그녀는 며칠 동안 한숨도 제대로 자본 적이 없었다.“일단 잠 좀 자자. 잠을 자야겠어.”소우연이 소우희에게 감염시킨 독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소우희는 수많은 명의를 찾아가기도 하고 심지어 이지윤이 그녀를 위해 어의까지 불렀는데도 전혀 방법이 없었다.그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라는 같은 말만 반복했지만 피부가 뜯기고 피가 흐르는데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소우희 아씨, 벌써 자려고? 아직 얘기가 안 끝났는데?”말을 하던 아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Read more

제318화

“자비를 베푼 거라고?”알약을 노비 혜주의 요강에 넣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뻔뻔한 말을 할 수 있는 걸까?“당신과 나 사이에 그 어떤 원한도 없는 것 같은데?”소우희는 화가 치밀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동안 체내의 독 때문에 괴롭고 힘들어서 거의 산송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의와 의원들이 약을 처방해주긴 했지만 그 어떤 약도 아령이 조금 전에 준 알약처럼 그리 효과가 좋지 못했다.소우희는 지금 온몸이 한 군데도 가려운 곳이 없었다.때문이 이 알약이 체내의 독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도 가려움 증상을 해소할 수 있기에 소우희는 이 알약들이 간절하게 필요했다.한편, 아령은 냉랭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소우희를 쳐다보았다.‘원한이 없다고?’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혜주를 쳐다보았다.“혜주야, 이자가 원하면 그 요강을 이자에게 주고 이자가 싫다고 하면 네가 좀 수고해서 알약을 잘 챙겨두거라. 나중에 이자가 반드시 다시 찾아올 날이 있을 것이다.”고개를 끄덕인 혜주는 아령이 바닥에 버린 도자기병을 주웠다. 그리고 숟가락 하나를 가져오더니 숟가락으로 요강 안에 있는 알약을 꺼내 오줌과 함께 도자기병 안에 넣었다.그리고는 뚜껑을 꼭 닫은 뒤, 소우희의 발 근처에 놓아두었다.“이 안에는 여덟 알이 있어. 삼시 세끼 한 알씩, 하루에 세 번 먹어야 할 거야. 내가 원하는 걸 네가 이뤄준다면 알약은 얼마든지 더 줄 수 있어. 하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면 네 체내에 있는 독은 점점 심각해질 거야. 결국 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긁게 되겠지. 점점 살을 에이는 고통이 심해질 거고 심지어 뼈가 튀어나오는 걸 보게 될 수도 있어. 그리고 살과 뼈 위엔 벌레들이 잔뜩 기어 다닐 것이고. 마지막엔 눈이 멀어 앞도 보이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방에 죽지도 않아… 소우희, 모든 건 너에게 달렸어.”말을 마친 아령은 곧바로 방을 떠났고 소우희는 그제야 눈물을 뚝뚝 흘렸다.오줌이 잔뜩 묻은 도자기병을 끝까지 무시하고 싶었지만 이 알약들을
Read more

제319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힐끔 쳐다보던 소우희는 이내 허리를 쫙 펴고 꼿꼿한 자세로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갔다.‘난 다시 일어날 수 있어! 소우연 그 계집애가 지옥에 떨어지는 꼴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말 거야! 죽더라도 그 계집애가 먼저 죽는 걸 보고 죽어야 돼!’한편, 태자부에서.연못 앞 정자에 앉아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던 소우연이 물었다.“태자 저하는 아직 서재에 계신 것이냐?”“네, 마마.”정연이 대답했다.흠칫하던 소우연은 손에 남은 물고기 먹이를 연못 안에 툭 던지더니 고개를 들고 흐린 하늘을 힐끔 쳐다보았다.“부엌에 얘기해서 태자 저하께 다과를 준비해가거라.”고개를 끄덕인 정연은 돌아서서 가까이에 서있던 명심에게 말을 전했다. 정연이 정자로 돌아왔을 때 소우연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먹이통을 정연에게 건네며 말했다.“정연아, 네가 먹이거라.”“네, 마마.”정연은 곧바로 먹이통을 받아 먹이를 조금 꺼내 연못 안에 골고루 던졌다. 순간 물고기들은 하나둘씩 몰려와 먹이를 빼앗기 시작했고 연못에 작은 물결이 일기도 했다.“저 통통한 물고기는 계속 다른 물고기의 먹이를 빼앗습니다. 이제 배부를 만도 한데 말입니다.”정연이 연못 속에 있는 물고기 하나를 가리키며 말하자 소우연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적자생존인 것이지.”말을 하던 소우연은 손을 뻗어 물고기들을 어루만졌다. 물고기들은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으며 잡힌 물고기만 조금 바둥거릴 뿐이었다.조금 뒤, 먹이통 안에 있는 먹이가 텅텅 비었다.“마마, 오늘 물고기들이 과식한 것 같습니다. 마마? 마마?”정연이 두 번이나 부르고 나서야 소우연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그녀는 조금 전에 소우희가 도대체 어디로 도망갔을까 생각하고 있었다.용강한은 소우희가 이육진을 먼저 찾아올 거라고 했고 확실히 찾아오긴 했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혹시 소우희에게 무슨 변고가 생긴 건 아닐까?“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소우연이 작
Read more

제320화

이육진에게 지는 게 두렵다고?소우연은 피식 웃었다. 그녀가 정말 진다고 해도 이육진이 그녀를 손해 보게 하기나 할까?이런 생각에 소우연이 물었다.“그럼 무엇을 걸고 싶으신 겁니까?”“네가 나를 이기면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겠다. 대신 내가 이기면 내 소원 하나만 들어주거라.”“좋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소우연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소우희는 지금 몸과 마음이 극도로 괴롭고 고통스러울 겁니다. 그래서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겠지요. 아무리 늦어도 이틀 뒤에 바로 저하께 다시 찾아올 겁니다.”소우연의 말에 이육진이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그럼 난 이틀 뒤의 시간을 선택할 수밖에 없겠네.”“그렇습니다.”“에이, 아무래도 내가 진 것 같구나.”소우연이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제가 원하는 걸 들어주기 싫으신 겁니까?”“당연히 아니지.”이육진은 소우연이 뭘 원하든 당장 들어줄 수 있었다. 다만 그의 소원을 얘기할 기회가 적어진 것 같아서 못내 아쉬웠을 뿐이다.그렇게 두 사람이 이런저런 담소를 나눈 사이, 구름 뒤에 숨어있던 태양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더니 해질녘이 되자 아름다운 노을을 선물했다.이육진은 소우연의 손을 잡고 돌다리 길을 여유롭게 산책하다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본채로 향했다.그러다가 본채 앞을 지키고 있는 낯선 얼굴을 보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간석은 지금까지 저택을 비운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어제부터 저택 어디에도 간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왜 그러는 것이냐?”이육진은 소우연의 작은 표정 변화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었다.“아닙니다.”소우연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던 그때, 정연이 다가와 물었다.“저하, 마마, 이제 식사를 준비할까요?”“그리하여라.”“네, 저하.”고개를 끄덕인 정연이 밖을 향해 큰소리로 외치자 하인들이 진수성찬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소우연은 의서를 연구하고 있었고 이육진은 처음 보는 태감에게 상소를 전부 본채로 가져오라고 했다.“아직 공무
Read more
PREV
1
...
28293031323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