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뒤를 돌아보니, 흰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품에는 얼룩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이민수가 곧장 다가오더니 물었다.“잘 지내고 있었느냐?”“세자 저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내가 여기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느냐?”소우연은 조용히 말했다.“방금도 들으셨겠지만, 평서왕께서 방금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조문을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조문은 나중에 해도 되지.”“나중에라…”소우연은 그를 지나쳐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날이 좋았다.하얀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고, 비 갠 뒤의 하늘은 맑고 투명하게 펼쳐져 있었다.“소우희는 지금쯤 미쳐 있을 겁니다.”“그 아이가 왜?”이민수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봤다.매일 똑같이 보던 하늘, 특별할 것도 없는 파란 하늘과 구름이었다.그가 아는 소우희라면, 평서왕 같은 까다로운 인물이 죽었다는 소식에 오히려 기뻐했을 것이다.소우연은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담담하게 말했다.“곧 연락이 불겠군요. 전 이만 돌아가겠습니다.”“연아…”“세자 저하, 제 이름을 그렇게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그래… 알았다.”“태자빈 마마. 태자 전하의 다리를 치료한 사람이,,, 마마가 맞으십니까?”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맞습니다. 제가 했습니다.”“그럼... 마마께선 절 속인 거군요.”“저하가 절 속인 것처럼, 저도 속였을 뿐이에요. 굳이 따질 이유가 있을까요?”이민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처음 소우희가 마마가 변했다고 했을 때, 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마마께선 정말 많이 변하셨군요.”“그래요. 전 변했어요. 안 변했으면, 진작 당신들 손에 뼈까지 발린 채 죽었겠죠.”이민수는 비웃는 듯 웃으며, 품 안의 고양이 배꽃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제 마음은 하늘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소우연도 웃었다. 조롱 가득한 웃음이었다.하늘이 안다니, 우습기 짝이 없었다.전생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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