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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ผู้เขียน: 주 한잔
“내가 걱정된다고?”

이육진이 소우연을 향해 손을 살짝 흔들자 소우연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두 발짝 다가갔고 이육진은 그대로 소우연의 턱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소우연의 고개를 아래로 잡아당기더니 이육진의 눈을 직시하게 했다.

“그럼 날 어떻게 걱정해줄 생각이야? 응?”

이육진이 실눈을 살짝 뜬 채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망가진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고 그 모습은 마치 저승길에 서있는 악마 같았다.

“저… 저에게 약이 있습니다. 왕야께서 그 약을 발라 보시기를 권합니다. 얼굴 상처가 많이 연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치신 다리도… 어쩌면 고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우연은 이육진의 눈빛이 너무 무서웠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

소씨 가문 둘째 딸이 의술을 조금 익혔다고 하던데 그럼 소우연이 가지고 있는 약도 동생한테서 얻은 건가?

이육진의 다친 다리와 얼굴의 흉터는 태의도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집에서 홀로 의술을 독학한 소씨 가문 둘째 딸이 고칠 수 있다는 게 말이나 될까?

이육진은 소우연의 턱을 꽉 잡은 채 좌우로 돌리며 빤히 쳐다보았다.

“난 똑똑한 척하는 여자를 싫어해.”

손을 놓은 이육진은 손가락을 툭툭 털어냈고 그런 이육진을 보며 소우연은 왠지 서러운 감정이 들었다.

“왕야, 전 왕야가 밖에 떠도는 소문처럼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밖에 어떤 소문이 떠도는데?”

흠칫하던 이육진이 이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고 소우연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최소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소설 속에 적힌 내용에 의하면 이육진이 죽인 사람들은 전부 저택 안에 숨어있는 간첩들이었다.

“허허…”

이육진이 어이없다는 듯이 허허 웃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대체 누가 이런 말을 소우연에게 해준 걸까? 분명 이육진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닌데 누군가에게서 이런 평가를 받아보는 건 처음이었다.

“왕야, 전 영원히 왕야 편에 서있을 겁니다. 왕야께서 어떤 결정을 하시든 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왕야 곁에 서있겠습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려면 반드시 상대방에게 진심을 보여야 한다.

이육진이 소우연을 확실하게 지켜줄 수만 있다면 소우연은 두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육진은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그는 한없이 약해 보이는 이 여자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소우연은 이육진의 추악한 외모에 전혀 겁을 먹지 않는 건가?

“왕야께서 믿지 못하시겠다면 제가 이 자리에서 맹세를…”

“맹세까지 필요 없어.”

이육진이 소우연의 말을 딱 잘랐다. 만약 소우연이 3년 전 그를 구해준 사람이 아니라면 이육진은 절대 소우연을 멀쩡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전 왕야께서 저를 대하시는 태도가 다른 신부들과 다르다는 걸 압니다.”

이육진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툭툭 치며 눈앞에 있는 소우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여자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 건가? 만약 남강에 수소문하러 간 호위병이 확실한 정보를 전해오지 않으면…’

생각에 잠겨 있던 이육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우연을 쳐다보며 피식 코웃음을 쳤다.

“지금이라도 간절하게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네?”

소우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이육진이 귀찮다는 듯 손을 내둘렀다.

“이만 물러가거라.”

소우연은 자리에서 멍하니 서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이육진은 다른 사람들이 떠들고 다니는 회남왕과 다르고 소우연 그녀에게도 다르게 대할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이육진은 소우연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 전생에 대체 왜 소우연의 시신을 거둬준 걸까? 그래도 명분이 이육진의 부인이라고 불쌍하게 여긴 걸까?

하지만 그것 또한 말이 안 된다. 황제가 하사한 혼인 상대가 한두 명도 아니고 전에 살해된 신부들의 시신은 하나도 거두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소우연이 입술을 살짝 깨문 채 큰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왕야, 제가 감히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감히? 소우연, 너 정말 겁이 없는 거야?”

소우연이다! 이육진 입에서 나온 이름은 소우희가 아닌 소우연이다!

충격에 입을 떡 벌린 소우연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자리에 굳어버렸고 이육진은 그런 소우연을 보며 피식 코웃음을 쳤다.

“진원 장군은 참 대단해. 감히 아바마마를 속이고 신부를 몰래 바꿔?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지.”

소우연은 입만 뻥긋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육진은 그녀가 소우희가 아니라 소우연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혼인 첫날밤 자신의 손가락을 베어 침대보에 피를 묻혀서 소우연의 체면과 목숨을 지켜주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소우연은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은 채 머리를 조아렸고 이육진은 그저 그 모습을 조용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목숨을 살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 감사 인사를 하기엔 아직 너무 이른데?”

이르다고?

소우연은 이육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이만 나가!”

이육진이 다시 한번 내쫓자 소우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바닥에서 일어나 서재를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진규와 정연이 소우연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고 본채로 돌아가는 길에 소우연은 근심이 많은 얼굴이었다.

결국 이육진에게 자신을 데리고 궁으로 갈 것인지도 묻지 못했다.

“왕비님, 혹시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 한숨은 왜 그렇게 쉬시는 겁니까?”

소우연은 고개를 돌려 정연을 쳐다보았다. 정연은 저택에 있는 다른 시녀들과 달랐고 정연과 얘기하고 있으면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소씨 가문도 모함과 시기 질투가 가득한데 회남왕 관저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자칫 말실수라도 하게 되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곳이다.

“난 왕야께 주상을 찾아 뵙는 일에 관해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쫓겨났어.”

말을 하던 소우연은 조용하게 정연의 표정을 살폈고 정연은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왕야께서 바삐 처리할 일이 있으셨을 수도 있지요.”

“그렇지. 바빠 보였지.”

병서를 공부하느라 바빴겠지. 어쩌면 이 세상 남자들은 누구든 그 자리에 한 번쯤은 앉아보고 싶을 것이다.

한편, 서재에서.

이육진은 한과를 한 입 베어 물면서 머릿속에는 조금 전 영원히 자신의 편에 서겠다던 소우연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황제가 이 혼인을 하사하고 나서 이육진은 소씨 가문의 움직임을 주의하고 있었고 호위무사들은 소씨 가문에서 신부를 바꿀 계획을 하고 있다고 이육진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를 했었다.

소씨 가문의 첫째 딸인 소우연은 애초에 평서왕의 아들 이민수와 혼약이 맺어졌고 심지어 이민수에게 푹 빠져 있었다.

그렇게 이민수를 마음에 깊이 품고 있던 소우연이 조금 전 그런 맹세를 한 게 말이나 될까? 그녀는 이런 달콤한 말들로 이육진을 홀리고 이민수를 위해 이육진의 기밀을 파내려는 게 분명하다.

‘허허… 소씨 가문에서 둘째 딸 대신 원치 않는 결혼까지 시켰는데 소우연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사랑하는 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고 하네… 멍청하기는!’

이민수에게 길을 만들어주기 위해 몸이 망가진 폐인의 비위까지 맞추다니.

역시, 어마마마가 말한 것처럼 얼굴이 예쁜 여자일수록 거짓말과 위장을 잘하는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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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우연! 너, 너 지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당황한 소우희가 소리를 지르자 소우연은 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소씨 가문 노부인은 예전부터 소우연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에 소우연이 만든 진정향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결국 소우희가 그 진정향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서야 노부인은 그 진정향을 받아들였고 오랜 세월동안 괴롭히던 불면증도 싹 해결되었다.그렇게 소우희는 소씨 가문 최대 공신이 되었고 그 뒤로부터 소우연은 새로운 약을 만들어낼 때마다 소우희에게 주었고 그 약들을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에게 드리라고 했다.소우희는 분명 가족들에게 진실을 얘기할 기회가 많았지만 그러지 않았고 소우희가 무슨 꿍꿍이로 그러는지 소우연은 뻔히 알고 있었다.“더 말할 것도 없어. 난 더 이상 너에게 약을 주는 일은 없을 거야.”소우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우희를 내쫓으려고 하자 덜컥 겁이 난 소우희가 다급하게 외쳤다.“언니, 제발 부탁할게. 내가 어떻게 하면 언니가 진정향을 줄 수 있어?”진정향을 얻어가지 못하면 할머니는 소우희를 불효 자식이라고 나무랄 것이고 부모님과 오라버니들은 소우희가 일부러 약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이제 기껏해야 두 달만 더 버티면 소우희는 이민수과 결혼하여 세자빈이 될 수 있는데 절대 그 사이에 돌발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좋아! 너에게 기회를 주지. 네가 사람들에게 진정향을 만든 사람이 나라는 걸 밝히고 군영에 보낸 약들도 전부 내가 조제한 약이라는 사실을 밝히면 진정향을 너에게 줄게!”소우연이 소우희를 힐끗 쳐다보며 말하자 소우희가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 그건 안 돼!”“왜 안 된다는 거지?”소우희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난… 난… 언니처럼 멍청한 사람이 그런 대단한 약들을 만들어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내가 밝힌다고 해도 사람들이 믿을 것 같아?”소우연이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소우희는 그저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두려운 것뿐이다.잠시 침묵하던 소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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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고 눈은 아직도 펑펑 내렸다.소우희와 혜주는 마당에서 주운 진정향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은 핏기가 전혀 없었다.“큰 아씨가 정말 너무 하셨어요!”혜주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자 소우희도 화가 나서 씩씩거렸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내가 아쉬운 상황이니 별 수 없지.”“둘째 아씨가 너무 착하셔서 그래요. 저택에서 큰 아씨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둘째 아씨밖에 없었는데 큰 아씨는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큰 아씨는 나중에 천벌 받으실 거예요!”“천벌을 받는다고? 신령님께서 얼마나 바쁘신데 그 많은 천벌을 언제 다 내리겠어. 차라리 계획을 세워서 벌을 주는 게 빠르지.”계획을 세운다고? 혜주가 소우희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그때, 소우희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한편, 회남왕 관저 서재에서.진규는 오늘 본채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육진에게 보고를 했고 조용히 듣고 있던 이육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부인이 정말 소씨 가문 사람들을 그렇게 싫어한다고?”“상황으로 봐서는 그렇습니다.”“사실일지 아닐지 아직 모르는 일이지. 부인이 연기하고 있는 걸 수도 있고. 영혼마저 내 것이라고 했으니 어디 한번 나에게 얼마나 진심인지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느냐?”진규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육진이 말을 이어갔다.“준비하라고 했던 사람들은 어찌 됐느냐?”“걱정하지 마십시오.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이날밤, 눈은 밤새 내렸고 경성 전체가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소우연은 옷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휠체어에 앉아있던 이육진을 보게 되었다.“난 오늘 운불사에 다녀올 것이오. 부인도 함께 가야 할 걸세.”소우연은 이육진이 왜 갑자기 운불사에 간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같이 가자고 하니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운불사에 왜 가는지 묻지도 않는 건가?”이육진의 물음에 소우연은 그제야 물었다.“운불사에는 왜 가시는 겁니까?”어이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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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7화

    “소우연에게 전하거라. 걔가 의술을 익혔고 그 약들까지 전부 걔가 조제했다는 사실을 소씨 가문 사람들 전부가 알았다고. 예전에 서럽게 한 일에 대해 미안해서 아버지가 이렇게 나를 직접 보내기까지 했다고. 가족의 정이 일말이라도 남아 있다면 소씨 가문에 한 번 다녀가라고 똑똑히 전하거라.”“그건…”“혈연은 그렇게 쉽게 맺고 끊을 수 있는 게 아닌데 어떻게 그런 양심 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냐? 난 애초에 그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말을 마친 임진숙은 나인과 함께 돌아서서 떠났다.간석은 마차를 타고 멀리 떠나는 임진숙의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정신을 번쩍 차린 채 손에 들고 있는 선물을 힐끗 쳐다보았다.‘소씨 가문에서 저번에 보상으로 꽤 큰돈을 들였을 텐데 아직도 선물을 준비할 돈이 있나 보네?’본채로 돌아온 간석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한 뒤, 손에 들고 있던 선물을 건넸지만 소우연은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뒤늦은 가족애는 필요 없어.”곁에 서있던 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연이 네 말이 맞아.”대신 선물을 받은 이육진이 열어보니 안에는 화차 한 통이 들어 있었다.“말리화차네요.”씁쓸하게 웃던 소우연은 눈물을 살짝 보이기도 했다.“전에 소우희 덕분에 말리화차를 몇 번 마신 적이 있는데 마실 때마다 얼굴이 퉁퉁 부었습니다. 그런데 선물로 저에게 말리화차를 주시네요.”잠시 머뭇거리던 소우연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말리화차는 소우희가 가장 좋아하는 화차입니다.”이육진은 그런 소우연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그럼 연이 너는 어떤 차를 좋아하는 것이냐?”“전 국화차를 좋아합니다. 체내의 열을 내려주거든요.”“이 서방님이 잘 기억하고 있겠다.”이육진이 다정하게 말하자 소우연은 그런 이육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미소를 지으며 ‘서방님’이라고 자신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도 듣기 좋았다.한편, 곁에 서있던 간석은 바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왕야는 왕비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거야!’이육진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6화

    소홍범의 말에 임진숙은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없었기에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우리 우희가 평서왕세자에게 시집가는 건 이미 확실하게 정해진 일이었는데 소우연 그 계집애가 훼방을 놓는 바람에…”“그 아이가 무슨 훼방을 놓았단 말이오? 우희에게 혼인을 하사한 사람은 덕빈마마인데 대체 소우연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소우희가 평춘왕과 결혼하게 된 건, 덕빈이 소우희 대신 소우연이 회남왕의 왕비가 된 일에 대한 보복이다!소우희 한 사람만 희생하고 소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덕빈은 충분히 자비를 베풀었다고 봐야 한다.이런저런 일들이 생각나자 머리가 아픈 소홍범은 대충 몇 마디 당부하고는 바로 돌아서서 떠났다.이날.조정을 나선 이육진은 저택으로 돌아갔다. 소우연이 약을 발라주자마자 이육진은 바로 지팡이를 짚고 걷기 연습에 돌입했다.이때, 간석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소씨 부인이 찾아왔다고 말을 전했고 이육진은 고개를 돌려 소우연에게 물었다.“만나고 싶으냐?”“만날 이유가 없습니다.”소씨 가문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기분만 나빠졌다.“가서 그자에게 전해라. 난 이미 오래전에 소씨 가문과 연을 끊었으니 이제 더 이상 왕래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확실하게 얘기하거라.”눈치를 살피던 간석은 왕비의 맺고 끊음이 참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왕비는 왕야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지만 소씨 가문 사람들에 대한 태도로 보면 소우희 대신 왕야와 혼인을 치른 일로 소씨 가문 사람들을 많이 원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휴… 왕야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텐데…’방을 나서기 전, 간석은 몰래 이육진을 힐끗 쳐다보았다가 이육진과 눈이 딱 마주쳤고 결국 불쌍하게 이육진을 쳐다보던 눈빛도 들키게 되었다.화들짝 놀란 간석은 바로 정신을 번쩍 차렸다.‘왕야가 어떤 분인데 내가 감히 불쌍하게 여기고 있는 거지? 드디어 정신이 나갔구나!’한편, 이런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던 소우연은 간석이 방을 떠나자마자 이육진에게 물었다.“왕야, 혹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5화

    “우희야,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임진숙은 황급히 소우희의 입을 막으며 말을 이어갔다.“그자는 이제 네 서방이야. 두 사람은 운명 공동체가 됐기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서로 존경하고 존중해야 해.”“운명 공동체… 허허…”예전에 소우연을 회남왕 저택에 시집 보낼 때에도 가족들은 똑같은 말로 소우연을 설득했다.소우희는 평춘왕 저택에서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데 아무도 그녀를 위해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설마 지금까지 그녀에게 보여준 사랑과 관심이 전부 가짜란 말인가?소우희는 가치가 없어지니 헌신짝처럼 내버려진 자신의 신세가 소우연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우희야, 참아야 돼. 그래도 넌 지금 평춘 왕비잖아. 안주인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돼. 그게 여자의 삶이고 모든 여자들이 그렇게 살아왔어.”임진숙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막내 딸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임진숙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그 고통을 대신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어머니, 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 겁니까?”소우희가 임진숙을 보며 묻자 임진숙이 대답했다.“없어. 얼른 아이를 낳아야 너도 기댈 구석이 생기는 거야. 이러다가 나이가 많은 평춘왕이 어느 날 갑자기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소우희는 결국 후처일 뿐이다. 더군다나 평춘왕은 소우희를 임신하게 만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으며 매번 합방을 하고 나면 소우희에게 피임 탕약을 먹였다.생각할수록 서러워진 소우희는 친정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기로 결정했다.하지만 이튿날, 소우희의 바람과 달리 평춘왕은 소우희를 데리러 직접 진원 장군 저택에 찾아왔다.이번에는 사위답게 선물까지 들고 왔지만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소홍범은 서재에 들어가 평춘왕을 만나줄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임진숙 혼자서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평춘왕을 보자마자 소우희가 우물쭈물하면서 말했다.“어머니가 저를 하도 그리워하셔서 친정에 며칠만 더 있다가 돌아가도 되겠습니까?”그 말에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4화

    온몸을 덜덜 떨고 있던 소우희는 분노로 들끓고 있는 아버지의 눈빛을 보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바로 이 순간, 오랫동안 마음속을 억누르고 있던 커다란 돌멩이가 드디어 사라진 듯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그럴 줄 알았어요. 다들 저를 버리려는 거잖아요. 저를 버리고 싶은 거잖아요…”소우희가 엉엉 울면서 말하자 소홍범은 손을 번쩍 치켜들었지만 결국 소우희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네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하는 것이냐!”소우희는 황급히 임진숙 품 안으로 파고 들었고 딸을 품에 안은 임진숙은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대견하던 아이가 어쩌다가 이런 처지가 됐을까!이때, 조용하게 서있던 소현준이 소홍범에게 말했다.“이 일을 형과 셋째 아우에게 얘기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현재 산적을 소탕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집안일까지 신경 쓰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나중에 승리해서 돌아오면 그때 얘기하는 낫지 않겠습니까?”분통이 터진 소홍범은 가슴팍을 부여잡고는 소우희를 가리키며 물었다.“네가 우리에게 더 숨기는 것은 없느냐?”“없, 없습니다.”가여운 소우희의 모습에 소홍범은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 지금까지 사랑을 듬뿍 주고 애지중지 키운 딸이기에 소홍범도 더 이상 혼낼 수가 없었다.하지만 멀쩡하던 소씨 가문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소우희가 더는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넌 이제 평춘왕 저택으로 돌아가 평춘 왕비로 조용하게 살 거라.”말을 마친 소홍범은 하루아침에 10년은 늙은 듯 허리를 구부리고는 힘겹게 탁자를 잡고 일어섰고 초점도 잃은 채 넋이 나간 눈빛이었다.한편, 소우희는 아버지의 말에 너무도 서러웠다.“아버지, 제발 저를 내쫓지 말아주세요. 전 평춘왕 저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전…”“넌 이제 평춘 왕비의 신분이야. 황제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인인데 돌아가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하지만 평춘왕 그자는… 그 사람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3화

    다만 소우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의 책임을 소우연에게 돌렸다.소우희가 서럽게 울고 있을 때, 소현준의 호위무사가 혜주를 데리고 대청에 나타났다.소현준이 혜주를 힐끗 쳐다보자 혜주는 바로 소우희가 지금까지 저지른 짓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술술 얘기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소우희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아씨, 죄송합니다. 고문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소우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조금 전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지금쯤 감당할 수 없는 벌을 받았을 것이다.대청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헛기침을 몇 번 하던 소씨 노부인은 혜주와 소우희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는구나. 우리 가문에 어쩌다가 너 같은 멍청한 애가 태어난 것이냐!”노부인이 언성을 높이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곁에 있던 나인은 재빨리 노부인을 부축했다.“네 딸이니 네가 알아서 교육을 하거라!”노부인이 소홍범에게 말하자 안색이 어두워진 소홍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부인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네, 어머니.”숨을 크게 들이마신 소씨 노부인은 지금까지 두통 치료로 썼던 진정향을 자신이 제일 싫어하던 소우연이 조제했다는 사실에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나중에 시간 나면 소우연 그 아이를 저택에 들라 하거라.”소씨 가문은 소우연에게 한번쯤은 확실하게 사과를 해야 한다.소씨 노부인은 지금까지 소우연이 소씨 가문의 저주라고 굳게 믿었는데 그 저주받은 아이가 자신에게 진정향을 조제해주고 군영에 치료약까지 조제해줬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뿐만 아니라 소현우가 예전에 전장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며칠동안 혼절 상태에 빠져 있었을 때에도 소우연이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이 얼마나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말도 안 돼.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가슴이 답답해진 노부인은 더 이상 이곳에 있다가 화가 나서 기절할 것만 같았기에 나인의 부축을 받고 대청을 떠났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2화

    딸의 뜻을 알아차린 임진숙은 서둘러 하인들에게 물러가라고 했다.그 뒤로 한참동안 엉엉 울던 소우희는 결국 모든 걸 사실대로 고백했고 임진숙은 너무 큰 충격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넌 봉황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잖아. 네가 태어날 때 흠천감의 도사님이 직접 네 운명까지 점을 치셨는데 잘못됐을 리가 없어. 넌 어렸을 때 매일 의서를 곁에 두고 살았는데 어떻게 의술을 익히지 못했을 수가 있어?”“그 의서들은 하나같이 재미가 없어서 도무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어요.”“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전 사람들을 속일 생각이 없었어요. 그때 당시 할머니 두통이 심해졌을 때 제가 의서를 많이 봤다고 저에게 두통을 고칠 수 있는 약을 지어오라고 하셨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약을 조제한다는 게 말도 안 되잖아요! 그러다가 나중에 소우연이 진정향을 조제해서 할머니께 드렸는데 할머니는 쳐다보지도 않으시고 버렸어요. 소우연이 그때 당시 할머니께서 나를 믿으시니 나더러 진정향을 할머니께 드리라고 했어요. 그 진정향은 예상보다 효과가 더욱 좋았고 그때부터 할머니께서는 그 진정향을 제가 조제했다고 확신하게 되신 거예요…”“그럼 나중에라도 사실을 밝혔어야지!”“그때 당시에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할머니께서 두통으로 고통을 덜 받았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었거든요.”임진숙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군영에서 쓰는 약들은 뭐야? 왜 네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은 것이야?”“그, 그 약들은… 어차피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은 소우연이 의술을 할 줄 안다는 걸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제가 만들었다고 얘기한 거예요.”임진숙의 실망한 표정으로 보며 입술을 꽉 깨문 소우희는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어머니, 어머니까지 절 버리시면 전 정말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요. 어머니…”임진숙은 주먹으로 소우희의 등을 몇 번 때렸다.“바보 같은 계집애, 어떻게 이렇게 큰 사고를 칠 수가 있어!”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착했던 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1화

    나중에 왕비를 들이고 나서도 계속 이 모양 이 꼴이었다.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본채 안을 쳐다보던 이지윤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소우희를 발견하자 이종대에게 버럭 화를 냈다.“아버지, 이젠 첩도 모자라서 왕비까지… 저 사람은 아버지가 이 집에 정식으로 들인 정실 부인입니다. 도대체 왕비를 몇 명이나 더 들여야 정신을 차리시겠습니까?”“지윤아, 네가 오해를 한 것이다.”이종대는 이지윤을 달래는 와중에 다급하게 손을 흔들며 손님들을 내쫓았다.“저기, 왕야, 저희는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말을 하던 두 사람은 급하게 저택을 나섰고 이종대도 대충 대답했다.“그래, 그래. 나중에 다시 보자고.”고개를 돌린 이종대는 아들이 여전히 씩씩거리고 있자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지윤이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일들이 많아.”이지윤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모르는 일들이 많긴 무슨. 이 저택 안이 매일 조용하지 않으니 이지윤도 공부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어차피 꼴통 왕야로 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큰 죄를 짓지 않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대충 살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부자 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밖으로 향했다.방 안은 순식간에 텅 비어 버렸다. 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하인 두어 명을 보자 그제야 소우희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이종대 저자도 약점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네! 이지윤에게 저렇게 고분고분하다니!’멀어져가는 이지윤의 뒷모습을 보며 소우희의 마음속에 희망이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이지윤이 그녀를 이 지옥에서 구해줄 수 있을까?다음날.소우희는 시녀 두 명을 데리고 결국 진원 장군 저택으로 돌아왔다.너무 일찍 온 탓에 저택 안에는 소씨 노부인과 임진숙밖에 없었다.“할머니…”조심스럽게 입을 연 소우희는 노부인에게 큰절을 올렸다.식탁 앞에 앉아있던 노부인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가 어젯밤 소현준이 했던 말들이 떠오르자 머리가 지끈 아팠다.어젯밤, 소현준은 소씨 노부인에게 자신이 저번에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0화

    “연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냐? 그럼 조금 전에 했던 말도 진심이냐?”“당연히 진심이지요. 마음만 급하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특히 왕야께서는 4년 동안 거의 걷지 않으셨기에 더욱 천천히 적응해야 합니다.”“알겠다. 앞으로 연이 네 말을 잘 듣도록 할게.”잠시 고민하던 소우연이 말했다.“그럼 앞으로 매일 한 시간만 걷기 연습을 하십시오.”“그래.”휠체어에 앉은 이육진은 지팡이를 곁에 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우연이 말한 것처럼 마음만 급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에 소우연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했다.간단하게 목욕을 마친 뒤, 소우연은 이육진에게 약을 발라주고 침을 놓고 안마까지 해주었다.그러면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기도 했다.이육진은 이민수가 얘기한 배꽃에 대해 생각하느라 정신이 팔려 소우연이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왕야?”세 번째 부름에 겨우 정신을 번쩍 차린 이육진은 당황한 듯 물었다.“아, 그럼 소현준 그자는 왜 그냥 간 것이냐?”소우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저에게 소우희와 소씨 가문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차마 요구할 수가 없었겠지요.”“그래도 소씨 가문 나머지 사람들보다 자기 주제를 확실하게 알긴 아네.”이육진의 말에 소우연도 동의하듯 피식 웃었다.소현준은 소씨 가문의 유일한 장원 급제자로써 대리사경 일을 맡고 있었으며 소씨 가문에서 꽤 높은 지위를 자랑했다.만약 그때 당시 소현준이 소우연의 편에 들어 한 마디만 해주었다면 소우연은 소씨 가문에서 이렇게까지 처참한 대우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한편, 평춘왕 관저에서.만안당에서 큰 수모를 당한 소우희는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평춘왕 관저로 돌아왔고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손님 몇 명을 데리고 돌아온 평춘왕과 마주치게 되었다.화들짝 놀란 소우희는 말까지 더듬었다.“왕, 왕야…”“친정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느냐? 왜 아직도 이 집에 있는 것이야?”평춘왕의 말에 소우희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친정에 갔다가 돌아온 겁니다.”“친정에 갔다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59화

    “왕비께서는 그때 당시 매일 밖으로 외출하지 않으셨습니까?”소현준이 참다못해 묻자 소우연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전 그때 겨우 한 시간씩 외출했던 것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왜 외출했겠습니까? 약을 지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소현준을 위해 약을 지으러 외출하면서 낡은 절에 쓰러져 있던 한 낯선 남자를 치료해주기도 했다.그 남자의 말투로 보아서는 경성 사람 같았는데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온몸에 크고 작은 칼자국과 화상자국들이 가득했다.소우연과 그녀의 곁을 지키는 시녀 외에 소우희만 이 일에 대해 대충 알고 있었다.그때 당시 소우희는 남녀가 유별하니 소우연에게 그 남자를 치료하지 말라고 제지했지만 살아 숨 쉬는 생명을 그냥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소우희는 이를 모른 척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그 남자를 살리는 조건으로 소우희는 소우연의 공을 빼앗으려 했다. 소우연이 매일 외출하면서 소현우를 7일동안 보살폈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소현우에게 그를 살린 사람이 소우희라고 생각하게 만들려고 했다.“말을 너무 많이 했더니 피곤합니다. 대감께서도 별로 듣고 싶지 않으신 것 같은데 이만 돌아가주십시오.”소우연이 피곤한 기색을 보이자 정연도 한걸음 나서서 말을 보탰다.“소 대감님, 이만 돌아가주십시오.”가족이 아닌 정연이 들어도 화가 치미는 대화였다.잠시 머뭇거리던 소현준은 자신이 단 한번도 관심을 주지 않은 여동생이 이제 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것 같아서 이내 돌아섰다.소현준이 진료실을 나서자 정연이 소우연에게 다가가 물었다.“왕비님, 오늘 진료를 계속 할까요?”손을 미세하게 떨고 있는 소우연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소현준은 모든 진실을 다 알고 나서도 소우희를 전혀 탓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소우희를 위해 소우연에게 찾아오기까지 했다.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진료는 이만해야 할 것 같다. 이만 저택으로 돌아가자.”소우연이 담담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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