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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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십중팔구이옵니다.”“소우희는 참으로 대담하도다. 의술 같은 것조차 감히 남을 사칭하다니!”진규가 말하자 이육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대담함 때문이 아니오.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자를 지나치게 애지중지하는 반면에 우연이에게 소홀히 대하니, 그자의 기세가 점점 커져 우연을 그리도 함부로 대하는 것이라오.”진규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우연이라니? 왕야께서 왕비를 부르는 호칭이 어찌 이리 크게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이육진은 진규의 놀란 표정을 전혀 보지 못한 듯하였다. 진규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들은 듯했다.다행히 왕야의 신변을 지키는 호위로서, 목숨은 안전할 것 같았다! 진규는 이 순간의 왕야가 예전보다 한층 더 인간적이라 좋았다.왕비도 참으로 훌륭하신 분이시다!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니, 무빈이 다가왔다.“폐하, 왕비께서 사람을 보내어 왕야께서 이락원으로 돌아가시는지 여쭈셨습니다.”그러자 이육진이 답했다.“이후로는 쭉 그리할 것이니라.”쭉 그리할 것이라고?무빈은 깜짝 놀라 진규를 바라보았지만 진규는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왕부에 천지개벽이 일어날 것이라는 암시 같았다.천지개벽?어떤?이락원으로 돌아가니, 샤워를 마친 소우연이 한창 의학 서적을 보고 있었다.하인들이 예를 올리는 소리에 그녀는 책을 덮고 곧바로 나와 맞이하였다. “오늘 밤 제가 첫 번째 치료 과정의 연고를 시험해 보겠나이다.”이육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좋다.” 곧이어 무빈과 정연이 하인들과 함께 들어와 큰 목침대 근처의 욕조를 가득 채웠다.그리고 이육진은 스스로 상의를 벗고 몸을 풀었다. 이락원은 본채에 비할 바는 아니었고 그저 욕실 한편에 병풍으로 구획을 나눈 정도였다. 욕조는 침대 가까이에 놓여있었고, 위에는 하나의 가로 막대가 있어 이육진이 갈아입을 옷이 걸려 있었다. 소우연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다가갔다.“제가 모시겠나이다.”이육진은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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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맞잡은 손을 절대 놓지 않겠다라…….이건 연인들 사이에서나 하는 서약이 아니던가?이육진의 심장은 거세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씨앗이 그의 가슴속에 뿌리내려,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었다. “나도 그대에게 약조하노니, 내가 살아있는 한 평생을 다해 그대를 지켜주겠노라.”“왕야…….”소우연의 두 눈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그것이 욕조의 따뜻한 김 때문인지, 아니면 감동해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소우연의 목소리는 약간 쉬어있었다. “저에게 그리 말씀해 주신 이가 처음이라 실례를 범하였나이다.”이육진의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렇게 가까이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는 맑고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그대가 내 모습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나는 절대 그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그럴 리 없사옵니다.” 소우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민수는 훌륭한 미모를 지녔다. 그런데 그와 소우희는 왜 그녀를 기만한 건일까? 분명 이미 눈이 맞고 남았을 텐데 이민수는 가족과 함께 이를 그녀에게 숨기고 있었다. “그렇다면...”그 순간 이육진이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물속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소우연의 손에는 여전히 목욕 천이 들려 있었다. 소우연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랬다. 부부라면, 평생 함께할 뜻이 있다면, 언젠가는 이러한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다만 이육진의 숨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지더니 그녀의 심장도 빠르게 뛰기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소우연은 그저 빨리 끝내려다 한 순간의 부주의로… 순간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졌고 마치 잘 삶아진 새우 같았다. “제, 제가… 왕야의 의복을 가져오겠나이다!”놀란 그녀는 말이 꼬이기 시작했고 그가 답을 할 틈도 주지 않고 서둘러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육진: “…….”그의 얼굴 또한 그리 나을 바 없었으니, 조금 전 그녀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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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이육진이 말하길, “그대는…… 평서왕 세자를 정말로 내려놓았는가?”소우연은 그가 갑자기 이민수를 언급하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육진의 능력으로 보아, 그녀가 무엇을 숨기려 해도 결코 숨길 수 없을 것이다.결국, 이육진과 혼인하기 전까지 그녀의 마음은 이민수에게 온전히 쏠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으니.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뒤, 소우연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다. “제가 이미 왕야의 사람이 되었사옵나니, 살아서는 제 왕부의 사람이고 죽어서는 왕부의 혼이 될 것이옵니다.” 그녀는 한편으로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혹 불편하지는 않습니까?” 그러자 이육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전혀 불편하지 않다. 아주 편안하구나.”그녀는 이번에도 똑같은 대답을 하였다. 다만 지난번에는 “살아서는 왕야의 사람이고 죽어서는 왕야의 혼”이라 말했을 뿐이었다. “제가 미덥지 않으십니까?”소우연이 문득 되묻자, 이육진이 대답했다. “믿는다.”그녀의 결심은 믿었다.하지만 이민수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었다는 것은 믿지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대화 중에서 아직까지도 이민수를 사랑하고 있냐는 말을 부정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육진은 마음 한켠이 여전히 불쾌했다.소우연은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 더 이상 이 주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육진이 아직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그녀도 그의 표정에서 이미 읽어낼 수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이민수가 남아 있는지, 아닌지는 행동으로, 그리고 시간으로 증명하면 되는 것이다.그날 밤, 소우연이 먼저 침상에 올랐다. 이육진도 그 뒤를 따라 침상에 올랐지만, 촛대들이 아직 꺼지지 않은 것을 보고 소우연이 “앗!” 하고 소리를 냈다. 그녀가 촛대를 끄러 내려가려 하자, 이육진이 손을 한번 휘저었다. 그러자 촛대들이 모두 꺼지고 방안은 삽시에 어둠이 내려앉았다.세상에...방금전 그의 행동은 너무 멋졌다.두 사람이 나란히 누웠다. 이육진이 몸을 옆으로 돌리더니 그녀에게 바짝 다가가며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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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미안하오. 내가 깊이 헤아리지 못했소. 왕비가 준비가 되었을 때, 주공지례를 행하도록 하지.”오랜 침묵 끝에 이육진은 약간 미안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자, 그리워하던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억지로 그녀를 강요할 수 있겠는가? 깊은 밤, 이육진은 소우연의 깊은 한숨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마치 소리 없이 스며드는 빗물처럼 그의 가슴속 깊이 파고들었다.그의 마음이 편치 않은 반면에 또 조금은 서글프기도 했다.그녀가 분명 평생 자신과 함께하겠노라 맹세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이름 모를 억울함과 거부감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방금까지만 해도 그녀와 함께할 생각에 모든 준비를 마쳤건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 없게 되자, 삽시에 밀려오는 공허함이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다.“왕비는 먼저 쉬게. 나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 가봐야겠다.”이 말만 남기고 그는 옷을 챙겨 입고 휠체어를 밀어 방을 나섰다. 소우연이 일어나 배웅하려 했으나, 그는 이를 거절하였다. 왜 이리되었는가? 그가 먼저 합방을 언급했건만, 어째서 갑자기 피하는 것인가? 소우연은 문득 소우희의 말이 떠올랐다. “몸에선 약초 냄새가 진동하는 너를 누가 좋아하겠어?”정말 그런 것일까?그녀는 내려온 머리카락의 냄새를 살짝 맡아보았다. 오늘은 머리를 감지 않았던 탓에, 정말로 약초 냄새가 배어 있었다.“왕비마마, 괜찮으신지요?”정연이 방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왕야가 밤중에 방을 나서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붉게 물든 소우연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듯했다. 그녀는 촛불을 밝히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괜찮다. 어서 쉬도록 하거라.” “예.”정연은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채 물러갔다.이락원을 나선 이육진은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몸에 남아 있던 열기를 식혔다. 무빈은 물을 준비하라는 지시인 줄 알고 달려왔지만, 이육진이 이락원을 떠나는 것을 보고 서둘러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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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미치도록 매혹적이라 떨쳐버릴 수 없었다.다음 날. 소우연은 정연과 호위무사, 마부와 함께 문을 나섰다. 그들이 떠난 뒤, 명심이 서둘러 서재로 가 이를 보고하였다. “이후로 왕비의 외출은 보고할 필요 없다.”명심은 약간 의아했으나, 왕야의 말에는 분명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듯했다. 왕야께서 왕비를 믿으시는 것이라 생각하니, 명심도 기분이 괜히 좋아졌다. 왕부에 주모가 자리하였으니, 자신과 정연같이 어릴 적부터 통방으로 길러진 여종들이라면 이젠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명심은 무의식적으로 이육진을 바라보았다. 예전의 왕야는 풍채가 빼어나고 절세의 풍류를 자랑했으나, 그 용모가 망가져 버렸다…… 하지만 주인은 주인이니, 그녀와 정연은 왕야의 사람이었다.“알겠사옵니다, 왕야. 소인 명심하겠나이다.”물러나려는 명심에 이육진이 덧붙였다.“왕비가 돌아오면 나에게 알리도록 하거라.”“예.”한편, 소우연은 거리에 나가 약재를 몇 가지 사는 중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언니…….”소우희였다! 소우연이 고개를 돌리자, 하얀 옷차림으로 마차에서 내리는 소우희가 보였다. 소우희는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쉬이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무슨 일이야?”여기서 그녀를 마주치다니, 소우연은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졌다. 소우희는 가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어찌 나를 이리 대할 수 있어? 우리 자매는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 않았아? 자매는 영광도 슬픔도 함께 나눠야 한다는 걸 언니는 모르는 거야?”소우연은 기가 차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혼 준비는 하지 않고,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데?”“언니가 준 진정향이 얼마 남지 않았어, 할머니께서 이미 다 쓰신 모양이야.”소우희는 왕부 밖에서 며칠 동안 소우연이 외출하기만은 기다렸던 것이다.소우연은 그녀가 진정향 때문에 이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소우희는 마음이 급했다.“언니, 우리 조용한 곳으로 가서 잠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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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당신은 이미 회남왕부에 시집갔거늘, 어찌하여 우희를 이리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오?”이민수는 소우희를 부축하며,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소우연을 노려보았다. 마치 그녀가 천인공노할 짓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허, 간부가 나타난 거였군!소우연은 깊이 숨을 들이쉰 후 천천히 소매를 걷고 손목을 풀었다. 그리고 이민수와 소우희가 반응할 틈도 없이 소우희의 뺨을 후려쳤다. 그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때, 다시 한번 소우희의 얼굴을 때렸다. 주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소우희는 정신을 잃은 듯 멍해졌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부풀어 올라 마치 원숭이 엉덩이 같았다. 소우희는 이민수에게 기댄 채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언니,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이민수는 소우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대가 이리도 사납고 포악하다니! 참으로 실망스럽구려.”그저 냉소로 화답하는 소우연은 잔잔한 물결처럼 평온했다. 심지어 그녀의 입가에는 약간의 조소가 어려있었다.“방금 저자가 직접 원망도, 미움도, 매도 모두 감내할 것이라고 한 것을 벌써 잊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아님 그저 한번 지껄여본 것인가?”그녀는 소우희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 그건…….”소우희는 화가 나면서도 몹시 초조했다. “이건…… 고의잖아!” 소우희는 이민수와 함께 있었으니, 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감싸는 것 외에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반격이라도 한다면, 수년간 쌓아온 온화하고도 이해심 많은 이미지를 한순간에 잃게 될 것이니 말이다.천하기만 하던 소우연이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두 번째로 그녀를 때린 것이었다.“정말로 혐오스럽기 그지없소!”그의 말은 마치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 삼킬 듯했다.이민수는 다시 독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는 그저 우희의 착함을 이용해 괴롭히기만 하는군. 난 그대에게 분명히 말하는데 설령…….”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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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이해할 수 없구려!”이민수가 주먹을 움켜쥐며 외치자 소우연이 냉소하며 대꾸했다.“어처구니없구려!”이민수: “!!!”감히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대꾸하다니! 소우연이 정말로 겁을 상실한 모양이군!이민수는 문득 소우희와의 혼약이 임박한 지금, 소우연과 길거리에서 다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잠깐 미쳐서 이런 실례를 범한 것 같다.“왕비마마, 원하셨던 물건들을 모두 사들였사옵니다.”정연이 때마침 끼어들었다. 왕비가 이곳에 더 오래 머물다가 간, 이 더러운 것들로 인해 불쾌해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소우연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아한 발걸음을 옮겼다.바람에 휘날리는 그녀의 옷자락 때문인지,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은 단호하고 결연했다. “세자 오라버니…….”소우희는 분노에 찬 이를 갈았다. 특히 소우연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민수의 모습에 그녀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소우연은 정말 미친 것이 틀림없다!과거에 그녀가 보였던 순종적이고 소심하던 모습은 모두 거짓이고 실제로는 심장이 차가운 독한 악녀이다.정신을 차린 이민수의 시야에 마침내 부어오른 얼굴을 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우희가 잡혔다.“우희야, 변한 것은 저자다. 네가 이리 수모를 당할 필요는 없다.”“세자 오라버니, 언니를 그냥 보내면 안 됩니다.”소우희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할머니의 진정향이 있었지만, 진실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이민수가 물었다. “저…….”소우희는 이를 악물며 속마음을 숨겼다. 다다다……소우연은 이미 회남왕부의 마차에 올라탔고, 마부가 마차를 몰아 그곳을 떠났다. “소우연……!”소우희는 화가 치밀어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이민수가 그녀의 입을 막고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은 네가 소우연이다.” 마차가 다가오자, 이민수는 소우희를 부축해 마차에 태웠다. 혜주도 함께 마차에 올라타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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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소우희의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소우연에게 이미 새 사람이 생겼고 상대가 회남왕이라는 것과 둘 사이에 자식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뜻이었다. 회남왕에게 후사가 생긴다면, 그 황위는 평서왕부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잔뜩 피곤해 보였던 이민수가 순간 멈칫하는 듯했다. 그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고, 눈에는 잠시나마 음침한 기운이 스쳤다. 회남왕의 얼굴이 망가지고 불구가 된 이후로, 그녀가 느끼건대 평서왕부는 그 자리를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힌듯했다. 덕빈이 혼인을 주선하여 그녀를 회남왕에게 시집보내겠다고 했을 때, 이민수와 부모님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소우연을 대신 보내기로 암묵적으로 합의를 보았었다. 소우연이 이민수를 깊이 흠모하고 있으니, 조금만 바람을 불어넣으면 그녀는 틀림없이 혼례를 거부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회남왕이 진원장군의 둘째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소문이 다시 한번 온 경성을 떠들썩하게 할 것이며, 단기간 내에 황제가 회남왕에게 혼인을 주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회남왕에게 왕비가 없으니, 황태손이 생길 일도 없어 평서왕부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출가 전까지 결사적으로 혼례를 거부하며, 심지어 이민수를 향한 충심을 표하며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던, 꽃가마를 올라 소씨 가문을 나서면 즉시 도망치겠다던, 절대 가족은 연루시키지 않겠다고... 하지만 결과는?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흉측한 몰골의 회남왕과 함께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스스로를 깎아내릴 필요 없다. 네 운명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니라.” 한참 머뭇거리던 이민수가 말했다. “나는 절대 너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곧 혼례 할 텐데, 괜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그는 조금 불쾌해 보였다. 하지만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의 말에 소우희는 그제야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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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이민수는 소녀의 손을 움켜쥐고 가슴 앞쪽으로 끌어당긴 후,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 맞췄다. 처음엔 가볍게 맛보았으나, 이내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소우희는 처음에 거부하다가 다시 받아들인 듯하다 어쩔 수없이 강요당하는 듯하더니 애교 섞인 투정을 늘어놓았다.“정말로 저와 혼인하실 건가요?” “물론이지. 우리는 곧 혼약을 맺게 될 것이다.”“저도 오라버니를 좋아합니다. 이생은 오직 세자 오라버니만 사랑할 겁니다. 그러니 절대 저를 저버리시면 안 됩니다.”“결코 너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맹세하겠다.”그녀가 태어났을 때, 하늘에는 상서로운 구름이 피어올랐었다. 도사는 이를 두고 천하를 다스릴 운명을 가진 여인이라 했었다.착한 심성에 의술도 뛰어나고 천명을 타고난 그녀를 어찌 저버릴 수 있겠는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옷은 이미 바닥에 흩어졌고, 사락사락 스치는 소음 속에 남녀의 숨결이 뒤엉켰다.소우연은 왕부로 돌아오자마자 진우에게 약재를 이락원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온 마음을 다해 약고를 조제하는 데 몰두했다. 어느덧 어둠이 깔리고 정연이 다가와서야 소우연은 고개를 들었다.“왕비마마, 저녁상은 이미 준비되었사옵니다.”“왕야도 모시거라.”그녀는 하마터면 또 시간을 잊을 뻔했다.이육진이 말하기를, 이왕 연극을 하려면 완벽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로 그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지내며, 덕빈에게 보여줄 작정이었다.“예, 그리하겠나이다.” 정연이 대답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소우연은 옷매무새를 정돈한 뒤, 이육진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자, 진규가 이육진을 태운 휠체어를 잡고 문밖에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연은 소우연을 바라보며 왕야께서 자신에게 소리 내지 말라고 지시했음을 나타내는 표정을 지었다. 소우연은 다가가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왕야의 만복을 기원하나이다.”이육진이 목을 가다듬자, 진규는 휠체어를 밀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왕비는 앞으로 예를 갖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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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저는…….” 소우연은 단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맞습니다. 저 또한 믿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자신 역시 이렇게 잘 살아 있지 않은가?이육진 또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소우연은 몸을 살짝 숙이며 말을 이었다.“저는 왕야야말로 진명천자라 믿습니다.”진명천자!이육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의 눈앞에 있는 이 여인은 참으로 담대하였다. 만약 자신이 용모가 망가지지 않았고, 불구도 아니라면, 그녀의 말은 틀림없었을 것이다. “왕야…….” 소우연은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제 말은…… 왕야야말로 저의 진명천자이십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확신에 차 있었다. “그대의…… 진명천자라.” “네.”이육진은 낮게 중얼거렸다. 왕부에 시집온 소우연이지만 그녀에게서 한 번도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그녀는 국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방금 그녀가 자신을 진명천자라 칭하였다. 혹여 그녀가 후궁의 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육진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저 살아남은 것만으로는 부족했다.이육진은 본래 이 이야기 속의 악역이었다. 그가 아무리 싸움을 피하려 해도, 서사가 그를 부추길 것이다.어차피 싸워야 한다면!그녀는 그와 함께 싸우고, 함께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때 문밖에서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정연과 무빈이 하인들을 거느리고 저녁상을 방으로 들이는 바람에 둘의 대화도 끝이 났다.저녁 식사 후. 이육진은 검은색 긴 예복을 입은 채, 침상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소우연은 찻잔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왕야, 서호용정차를 준비하였사옵니다.” 이육진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물었다. “왕비는 서호용정을 좋아하시오?” 소우연은 단지 그와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 것이었다. “네, 왕야께서는 좋아하시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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