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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Author: 주 한잔
미치도록 매혹적이라 떨쳐버릴 수 없었다.

다음 날.

소우연은 정연과 호위무사, 마부와 함께 문을 나섰다.

그들이 떠난 뒤, 명심이 서둘러 서재로 가 이를 보고하였다.

“이후로 왕비의 외출은 보고할 필요 없다.”

명심은 약간 의아했으나, 왕야의 말에는 분명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듯했다.

왕야께서 왕비를 믿으시는 것이라 생각하니, 명심도 기분이 괜히 좋아졌다.

왕부에 주모가 자리하였으니, 자신과 정연같이 어릴 적부터 통방으로 길러진 여종들이라면 이젠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심은 무의식적으로 이육진을 바라보았다.

예전의 왕야는 풍채가 빼어나고 절세의 풍류를 자랑했으나, 그 용모가 망가져 버렸다……

하지만 주인은 주인이니, 그녀와 정연은 왕야의 사람이었다.

“알겠사옵니다, 왕야. 소인 명심하겠나이다.”

물러나려는 명심에 이육진이 덧붙였다.

“왕비가 돌아오면 나에게 알리도록 하거라.”

“예.”

한편, 소우연은 거리에 나가 약재를 몇 가지 사는 중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언니…….”

소우희였다!

소우연이 고개를 돌리자, 하얀 옷차림으로 마차에서 내리는 소우희가 보였다.

소우희는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쉬이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무슨 일이야?”

여기서 그녀를 마주치다니, 소우연은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졌다.

소우희는 가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어찌 나를 이리 대할 수 있어? 우리 자매는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 않았아? 자매는 영광도 슬픔도 함께 나눠야 한다는 걸 언니는 모르는 거야?”

소우연은 기가 차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혼 준비는 하지 않고,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데?”

“언니가 준 진정향이 얼마 남지 않았어, 할머니께서 이미 다 쓰신 모양이야.”

소우희는 왕부 밖에서 며칠 동안 소우연이 외출하기만은 기다렸던 것이다.

소우연은 그녀가 진정향 때문에 이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우희는 마음이 급했다.

“언니, 우리 조용한 곳으로 가서 잠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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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46화

    “당신은 이미 회남왕부에 시집갔거늘, 어찌하여 우희를 이리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오?”이민수는 소우희를 부축하며,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소우연을 노려보았다. 마치 그녀가 천인공노할 짓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허, 간부가 나타난 거였군!소우연은 깊이 숨을 들이쉰 후 천천히 소매를 걷고 손목을 풀었다. 그리고 이민수와 소우희가 반응할 틈도 없이 소우희의 뺨을 후려쳤다. 그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때, 다시 한번 소우희의 얼굴을 때렸다. 주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소우희는 정신을 잃은 듯 멍해졌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부풀어 올라 마치 원숭이 엉덩이 같았다. 소우희는 이민수에게 기댄 채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언니,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이민수는 소우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대가 이리도 사납고 포악하다니! 참으로 실망스럽구려.”그저 냉소로 화답하는 소우연은 잔잔한 물결처럼 평온했다. 심지어 그녀의 입가에는 약간의 조소가 어려있었다.“방금 저자가 직접 원망도, 미움도, 매도 모두 감내할 것이라고 한 것을 벌써 잊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아님 그저 한번 지껄여본 것인가?”그녀는 소우희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 그건…….”소우희는 화가 나면서도 몹시 초조했다. “이건…… 고의잖아!” 소우희는 이민수와 함께 있었으니, 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감싸는 것 외에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반격이라도 한다면, 수년간 쌓아온 온화하고도 이해심 많은 이미지를 한순간에 잃게 될 것이니 말이다.천하기만 하던 소우연이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두 번째로 그녀를 때린 것이었다.“정말로 혐오스럽기 그지없소!”그의 말은 마치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 삼킬 듯했다.이민수는 다시 독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는 그저 우희의 착함을 이용해 괴롭히기만 하는군. 난 그대에게 분명히 말하는데 설령…….”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47화

    “이해할 수 없구려!”이민수가 주먹을 움켜쥐며 외치자 소우연이 냉소하며 대꾸했다.“어처구니없구려!”이민수: “!!!”감히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대꾸하다니! 소우연이 정말로 겁을 상실한 모양이군!이민수는 문득 소우희와의 혼약이 임박한 지금, 소우연과 길거리에서 다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잠깐 미쳐서 이런 실례를 범한 것 같다.“왕비마마, 원하셨던 물건들을 모두 사들였사옵니다.”정연이 때마침 끼어들었다. 왕비가 이곳에 더 오래 머물다가 간, 이 더러운 것들로 인해 불쾌해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소우연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아한 발걸음을 옮겼다.바람에 휘날리는 그녀의 옷자락 때문인지,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은 단호하고 결연했다. “세자 오라버니…….”소우희는 분노에 찬 이를 갈았다. 특히 소우연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민수의 모습에 그녀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소우연은 정말 미친 것이 틀림없다!과거에 그녀가 보였던 순종적이고 소심하던 모습은 모두 거짓이고 실제로는 심장이 차가운 독한 악녀이다.정신을 차린 이민수의 시야에 마침내 부어오른 얼굴을 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우희가 잡혔다.“우희야, 변한 것은 저자다. 네가 이리 수모를 당할 필요는 없다.”“세자 오라버니, 언니를 그냥 보내면 안 됩니다.”소우희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할머니의 진정향이 있었지만, 진실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이민수가 물었다. “저…….”소우희는 이를 악물며 속마음을 숨겼다. 다다다……소우연은 이미 회남왕부의 마차에 올라탔고, 마부가 마차를 몰아 그곳을 떠났다. “소우연……!”소우희는 화가 치밀어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이민수가 그녀의 입을 막고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은 네가 소우연이다.” 마차가 다가오자, 이민수는 소우희를 부축해 마차에 태웠다. 혜주도 함께 마차에 올라타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48화

    소우희의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소우연에게 이미 새 사람이 생겼고 상대가 회남왕이라는 것과 둘 사이에 자식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뜻이었다. 회남왕에게 후사가 생긴다면, 그 황위는 평서왕부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잔뜩 피곤해 보였던 이민수가 순간 멈칫하는 듯했다. 그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고, 눈에는 잠시나마 음침한 기운이 스쳤다. 회남왕의 얼굴이 망가지고 불구가 된 이후로, 그녀가 느끼건대 평서왕부는 그 자리를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힌듯했다. 덕빈이 혼인을 주선하여 그녀를 회남왕에게 시집보내겠다고 했을 때, 이민수와 부모님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소우연을 대신 보내기로 암묵적으로 합의를 보았었다. 소우연이 이민수를 깊이 흠모하고 있으니, 조금만 바람을 불어넣으면 그녀는 틀림없이 혼례를 거부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회남왕이 진원장군의 둘째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소문이 다시 한번 온 경성을 떠들썩하게 할 것이며, 단기간 내에 황제가 회남왕에게 혼인을 주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회남왕에게 왕비가 없으니, 황태손이 생길 일도 없어 평서왕부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출가 전까지 결사적으로 혼례를 거부하며, 심지어 이민수를 향한 충심을 표하며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던, 꽃가마를 올라 소씨 가문을 나서면 즉시 도망치겠다던, 절대 가족은 연루시키지 않겠다고... 하지만 결과는?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흉측한 몰골의 회남왕과 함께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스스로를 깎아내릴 필요 없다. 네 운명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니라.” 한참 머뭇거리던 이민수가 말했다. “나는 절대 너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곧 혼례 할 텐데, 괜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그는 조금 불쾌해 보였다. 하지만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의 말에 소우희는 그제야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49화

    이민수는 소녀의 손을 움켜쥐고 가슴 앞쪽으로 끌어당긴 후,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 맞췄다. 처음엔 가볍게 맛보았으나, 이내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소우희는 처음에 거부하다가 다시 받아들인 듯하다 어쩔 수없이 강요당하는 듯하더니 애교 섞인 투정을 늘어놓았다.“정말로 저와 혼인하실 건가요?” “물론이지. 우리는 곧 혼약을 맺게 될 것이다.”“저도 오라버니를 좋아합니다. 이생은 오직 세자 오라버니만 사랑할 겁니다. 그러니 절대 저를 저버리시면 안 됩니다.”“결코 너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맹세하겠다.”그녀가 태어났을 때, 하늘에는 상서로운 구름이 피어올랐었다. 도사는 이를 두고 천하를 다스릴 운명을 가진 여인이라 했었다.착한 심성에 의술도 뛰어나고 천명을 타고난 그녀를 어찌 저버릴 수 있겠는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옷은 이미 바닥에 흩어졌고, 사락사락 스치는 소음 속에 남녀의 숨결이 뒤엉켰다.소우연은 왕부로 돌아오자마자 진우에게 약재를 이락원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온 마음을 다해 약고를 조제하는 데 몰두했다. 어느덧 어둠이 깔리고 정연이 다가와서야 소우연은 고개를 들었다.“왕비마마, 저녁상은 이미 준비되었사옵니다.”“왕야도 모시거라.”그녀는 하마터면 또 시간을 잊을 뻔했다.이육진이 말하기를, 이왕 연극을 하려면 완벽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로 그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지내며, 덕빈에게 보여줄 작정이었다.“예, 그리하겠나이다.” 정연이 대답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소우연은 옷매무새를 정돈한 뒤, 이육진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자, 진규가 이육진을 태운 휠체어를 잡고 문밖에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연은 소우연을 바라보며 왕야께서 자신에게 소리 내지 말라고 지시했음을 나타내는 표정을 지었다. 소우연은 다가가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왕야의 만복을 기원하나이다.”이육진이 목을 가다듬자, 진규는 휠체어를 밀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왕비는 앞으로 예를 갖출 필요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0화

    “저는…….” 소우연은 단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맞습니다. 저 또한 믿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자신 역시 이렇게 잘 살아 있지 않은가?이육진 또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소우연은 몸을 살짝 숙이며 말을 이었다.“저는 왕야야말로 진명천자라 믿습니다.”진명천자!이육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의 눈앞에 있는 이 여인은 참으로 담대하였다. 만약 자신이 용모가 망가지지 않았고, 불구도 아니라면, 그녀의 말은 틀림없었을 것이다. “왕야…….” 소우연은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제 말은…… 왕야야말로 저의 진명천자이십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확신에 차 있었다. “그대의…… 진명천자라.” “네.”이육진은 낮게 중얼거렸다. 왕부에 시집온 소우연이지만 그녀에게서 한 번도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그녀는 국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방금 그녀가 자신을 진명천자라 칭하였다. 혹여 그녀가 후궁의 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육진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저 살아남은 것만으로는 부족했다.이육진은 본래 이 이야기 속의 악역이었다. 그가 아무리 싸움을 피하려 해도, 서사가 그를 부추길 것이다.어차피 싸워야 한다면!그녀는 그와 함께 싸우고, 함께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때 문밖에서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정연과 무빈이 하인들을 거느리고 저녁상을 방으로 들이는 바람에 둘의 대화도 끝이 났다.저녁 식사 후. 이육진은 검은색 긴 예복을 입은 채, 침상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소우연은 찻잔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왕야, 서호용정차를 준비하였사옵니다.” 이육진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물었다. “왕비는 서호용정을 좋아하시오?” 소우연은 단지 그와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 것이었다. “네, 왕야께서는 좋아하시옵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화

    그는 왕야가 아닌가? 무슨 일로 그녀의 의견을 물으시는 것인가?“며칠 후면 그들이 혼약을 맺을 예정인데 왕비는 그들의 혼인을 바라느냐?” 그의 말투는 마치 일상적인 대화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들이 누구인지 소우연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민수와 소우희, 그 두 사람의 혼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 질문을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두 사람을 생각만 하기도 역겨웠다.만약 그들이 혼인한다면, 원작의 설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소우연은 고개를 들어 이육진을 바라보았다. “왕야, 저는 그들이 혼인하기를 바라지 않사옵니다.”그녀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왕야께서 그들의 혼인을 막으실 수 있사옵니까?”탁탁탁……이육진의 손에서 떨어진 검은 바둑알들이 바둑판을 어지럽히고 말았다.“왕야…….”소우연은 깜짝 놀랐다. 혹시 자신이 실언을 한 것인가? 아니면 이육진이 그녀가 아직도 이민수를 흠모하여 그들의 혼인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한 것인가? 그녀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예를 갖추려 했다. “왕비는 예를 갖출 필요 없소.”그는 여전히 평온했지만, 그녀의 손목을 잡은 그의 손에는 약간의 힘이 들어가 있었다. 소우연은 전해져 오는 고통에 가볍게 신음했다. 이를 느낀 이육진은 손을 놓으며 말했다. “왕비의 뜻을 따르도록 하겠다.” 무엇 때문인지, 소우연은 이육진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그녀는 반쯤 굽혔던 무릎을 다시 펴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왕야께 감사드리옵니다.” “난 이미 예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그가 그렇게 말할수록, 그녀의 태도는 더더욱 공손하게 느껴졌다. 이육진은 씁쓸했다.그렇게도 이민수를 흠모하고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왜 자신에게는 충성하는 태도를 보이는가? 그녀의 진심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소우연은 바둑판을 바라보며 말했다. “왕야와 다시 한 판 두겠나이다.”좋았던 국면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이육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2화

    “음.”남자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목에 무언가 걸린 듯, 몇 마디 더 한다면 금방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들킬 것 같았다. 한참 후, 부드러운 손이 그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자, 이육진은 강인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왜 그러십니까?”소우연은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바라보며 놀란 눈빛으로 물었다.뼈마디가 또렷하고 비정상적으로 창백한 손이었지만 그 위로 도드라진 푸른 힘줄은 오리혀 강인한 느낌을 주었다.“몸의 흉터는 됐다.”“하지만 전에도 약을 바르지 않으셨습니까? 치료하는 김에 함께 치료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그러자 이육진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왕비는 그 흉터들이 싫은 것이냐?” 질문을 하고 나니 스스로도 참 어이없었다. 어느 누가 흉측한 흉터를 좋아하겠는가? 그는 그녀의 답은 기다리지 않고 손을 놓으며 말했다. “왕비의 뜻을 따르도록 하지.” “혹시 제가 불쾌하게 했사옵니까?” 소우연은 이육진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의 표정은 묘하게 뒤틀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괜한 생각은 하지 말거라.” “예.” 소우연이 계속해서 그의 옷을 벗기려 했으나, 이육진은 이불을 단단히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 처음엔 그녀도 이유를 알 수 없어 어리둥절했지만, 머릿속에 문득 지난번 목욕 시중을 들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가 욕조에 빠졌을 때 손에 잡힌 물건이…… 설마, 반응한 것인가? 그녀는 남녀가 혼례 후 주공지례를 행한다는 것에 대해 정확한 개념이 없었다. 그저 남녀가 함께 잠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정도였다.몸에 걸친 것들을 모두 벗겨지고, 여자는 남자의 품에 안기며, 그 순간부터 진정한 여인이 된다고들 했다...그러나 주공지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왜 얼굴을 붉히는 것이냐?” 그녀의 동작이 더뎌지고 옷을 한참이나 벗기고도 아직 벗기지 못한 것을 보고 이육진이 물었다. 여자는 얼굴은 더욱 붉게 물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3화

    한 명은 아무 일 없는 척했고, 또 다른 한 명은 못 들은 척을 하면서 그렇게 두 시진이 지나고 나서야 약 바르기가 겨우 끝이 났다. 이육진은 이미 침상에 누워 있었다. 소우연은 촛불을 끄려 했지만, 이육진의 말에 행동을 멈췄다. “먼저 침상에 올라오거라.”소우연은 그의 능력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의 말대로 침상에 올랐다. 그가 큰 손을 휘젓자, 방 안의 촛불이 순식간에 꺼졌다. 침상에 누운 소우연은 이육진을 몰래 훔쳐보았다. 어둑한 방 안에서 두 손을 가슴에 얹고 반듯이 누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소우연은 애써 원작 속 이육진에 관한 일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은 너무 적었다.예를 들어, 혼례를 피하려다 붙잡힌 그녀가 팔다리가 부러진 채 소씨 가문의 문 앞에 버려지고 결국 혹한 속에서 얼어 죽었다.이육진은 유일한 반역자였는데, 왜 나중에는 아내를 맞이하지 않았던 것일까? 만약 그가 아내를 맞이했다면, 황위를 두고 다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아들을 낳기만 한다면, 황제가 그 아들을 황태손으로 책봉했을 테니 말이다.그렇게 된다면 이육진은 태상황으로 여생을 편안히 보냈을 것이다. 그러면 이민수가 황제가 되고, 소우희가 황후가 되는 원작의 서사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혹시 이육진이 그 '방면'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비록 의서를 많이 읽는 그녀였지만 남성의 그 방면에 대해선 익숙하지 않았다. 더구나 직접 연구해 본 적도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고,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왕야…….”그녀의 부드럽고 나직한 목소리는 어딘가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 소리에 눈을 뜬 이육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찌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냐?”소우연은 입술을 깨문 채 그를 바라보았으나, 쉬이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이 문제는 남성의 체면과 직결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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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34화

    자신은 다르다?아이를 낳아줄 수 있다고?소우연은 속으로 코웃음쳤다.이 남자의 역겨운 말에 속이 뒤틀렸지만, 그녀는 얼굴에 내색하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이런 기막힌 말들을 소화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그리고 다시 경성으로 돌아갈 방법도 생각해야 했다.“내 진심을 믿지 못하겠느냐?”그녀가 아무 말도 없자 이민수는 불안해졌다.그는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듯 급히 말을 이었다.“예전에 소 씨 사람들이 너를 대신 시집보낸다 했을 때, 나는 그저 말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로 너를 보낼 줄은 몰랐다. 내 잘못은 그것을 끝까지 막지 못한 것이다. 우연아, 우리 과거는 잊고 다시 시작할 수 없겠느냐?”끝까지 막지 못했다고?과거는 잊고 다시 시작하자고?소우연은 생각했다.이민수의 입은 정말 거짓말로 가득 차 있었다.예전에는 그녀를 속이고, 나중에는 소우희까지 속였다.“생각할 시간을 주세요.”소우연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당장은 도망칠 방법을 알 수 없었다.어느덧 하늘이 어둑어둑해졌다.낮에는 대나무 숲과 개울가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르지만, 밤이 되자 사방에 모기가 극성이었다. 잠시 마당에 서 있는 동안 얼굴이며 팔이며 목 뒤까지 모두 모기에 물리고 말았다.이민수는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자 말했다.“혹 누구를 기다리는 것이냐?”설마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폐인 이육진이 이곳까지 찾아올 수 있을 거라 믿는 건가?겨우 일년도 안 된 시간 동안 자신에게 매달렸던 소녀가 이육진에게 빠져버렸단 말인가?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마음이 답답해진 이민수는 더욱 그녀를 빨리 차지하고 싶어졌다.어차피 침상 위에서 이육진 그놈은 남자구실도 제대로 할 수 없지 않는가.남녀의 정은 원래 서로의 마음을 더욱 가깝게 만드는 법이다.일단 자신과 한 번 정을 나누면, 그녀는 자신과 이육진 중 누가 진짜 남자인지 깨닫게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소우연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33화

    중요하다고?그저 자기의 것을 빼앗겼다는 욕심 때문일 뿐이었다.원작에서도 소우희가 비록 여주인공이었지만 이민수 곁에는 수많은 후궁이 있었다. 황제로서 자손이 가장 중요하다는 명목으로 여러 명의 여인을 두고 자식을 많이 낳았다.소우연은 이민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저하께 정말로 많이 상처받았습니다.”이민수는 미안한 표정을 짓고 손을 뻗어 소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재빨리 피했다.소우연이 차분히 물었다.“이미 저흰 엇갈렸어요. 오늘 날 납치한 목적이 대체 무엇이죠? 정말 저하를 위해서라면 저를 빨리 경성으로 돌려보내 주세요.”“태자 전하께서 이 일을 아시게 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저하께서 더 잘 아시잖아요.”“나를 걱정해 주는 것이냐?”이민수는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직 그녀가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소우연은 살짝 웃었다.“모르겠어요.”사실 그녀는 그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지금은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이 남자를 당해낼 자신도 없었고, 그가 갑자기 돌변해 자신의 명예를 해칠까 봐 두려웠다.“모르겠다고…”이민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부하가 소우연이 시녀와 함께 걸어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순간 그녀를 납치해 숨어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녀를 숨겨놓고, 가끔씩 보러 오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이다.바로 그때 농부처럼 생긴 여인이 바구니를 들고 다가왔다. 여인은 이민수를 보고 공손히 말했다.“공자님, 오늘 저녁식사입니다.”저녁…그렇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이제 한 시진 정도만 지나면 어둠이 찾아올 터였다.소우연의 마음이 급격히 조급해졌다.겉보기에 이 마당은 평범해 보였지만 그녀는 이민수의 사병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도망갈 길은 없었다.그 여인은 소우연을 힐끗 보더니 아름답다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물러갔다.“왜 그러느냐, 먹고 싶지 않은 것이냐?”이민수는 소우연이 젓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32화

    이민수가 자신이 도망치려 한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소우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녀는 마당을 둘러싼 대나무 숲 안에서만 움직이며 멀리 나가지 않았다.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산세가 깊고 계곡이 흐르는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었다.이민수가 말을 달려 꼬박 한 시진이나 걸린 이곳은 이미 경성 근교를 훨씬 벗어난 곳일 터였다.“여기가 어디죠?”소우연은 돌아보지 않고 최대한 먼 곳을 응시하며 물었다.“대나무 오두막.”그런 건 뻔히 보이지 않는가?대나무 오두막이라고?맞다. 이곳은 소설에 등장했던 장소였다. 이민수가 마음이 답답할 때면 조용히 찾아오곤 했던 장소. 그녀가 이곳을 기억하는 이유는 소우희가 대나무 숲을 좋아하고, 계곡을 좋아하고, 작은 다리와 물이 흐르는 풍경을 특히 좋아했기 때문이었다.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그녀의 눈에 작은 다리가 보였다.이민수는 왜 그녀를 굳이 이곳까지 끌고 온 것일까? 이곳은 그의 비밀스러운 장소였다. 만약 이번 생에도 그녀가 도망쳤다면, 그녀는 결국 불행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곳에서 이민수와 소우희의 정만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소우연의 마음이 복잡해졌다.어떻게 하면 이민수를 설득해서 자신을 돌려보낼 수 있을까? 아까 자신을 품에 안던 그의 눈빛을 떠올리면 지금도 두려움이 밀려왔다.만약 그녀가 너무 냉정하고 차갑게 대한다면 그를 자극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를지도 모를 일이었다.이번 생에 그녀는 반드시 이육진 곁에 남아, 이민수와 소우희의 비참한 최후를 봐야만 했다.결심을 굳힌 소우연은 마음속의 증오를 숨기고 침착히 대응하기로 했다. 그녀는 이육진이 분명 곧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였다.연노랑 치마를 입은 소녀가 마당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그녀의 옷자락을 살며시 들어 올리자 마치 날아오를 듯 가녀린 나비와 같았다.갑자기 그녀가 몸을 돌렸다. 맑고 깨끗한 눈빛으로 웃으며 다가왔다.이민수는 숨이 턱 막혔다.이 얼굴은 예전과 달랐다. 전에는 그녀를 가끔 볼 때면 장군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31화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더욱 거칠게 말을 몰아 성문까지 질주했다.소우연은 구조를 요청할 기회를 노렸지만, 입을 떼기도 전에 남자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남자가 성문 수비병에게 무언가를 보여주자, 병사들은 순순히 길을 열어주었다.“놓아줘! 당신 대체 누구야, 원하는 게 뭐냐고!”소우연은 끊임없이 물었지만 남자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을 달린 끝에 산과 물이 어우러진 한적한 곳에서 남자가 말을 세웠다.그는 말에서 내려 그녀를 어깨 위에 거칠게 메고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소우연은 작은 주먹으로 그의 등을 사정없이 두들겼고, 참다못해 남자의 어깨를 힘껏 깨물기까지 했다.하지만 남자는 작게 신음 소릴 낼 뿐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이렇게 어깨 위에 매달린 채 흔들리다 보니 아침에 먹은 음식마저 전부 쏟아질 것 같았다.한참 뒤, 시냇가의 대나무 숲을 지나자 작은 목조 오두막 한 채가 나타났다.남자는 큰 발로 문을 차 열고 안으로 들어가 소우연을 조심스럽게 침상 위에 내려놓았다.소우연은 온몸에 힘이 풀려 일어나려 했지만 손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바로 그때 남자가 얼굴을 가렸던 천을 내리고 그녀를 뜨겁게 바라보며 말했다.“우연아, 겁내지 마라. 나다.”“이민수!”소우연은 그제야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자신을 납치한 이가 이민수였음을 깨달았다.주변을 다시 둘러보니, 전혀 모르는 낯선 장소였다.대체 이 남자… 뭘 하려는 거지?소우연은 온 힘을 짜내 겨우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서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오두막 안을 살폈다.“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우연아, 흥분하지 말거라. 나는 단지 네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말을 마치자마자 이민수가 그녀를 안으려 다가왔다.소우연은 급히 그를 밀어냈지만 여자의 힘으로 남자를 어찌 막겠는가?머릿속이 하얘졌다.만약 이민수가 강제로 뭔가 하려 한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안 돼.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소우희가 죽는 모습을 봐야 하고, 이민수가 황위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30화

    정연은 할 말을 잃었다.한 사람당 하나씩 찹쌀떡을 먹는다니?물론 혼자 장을 보러 나왔을 때 종종 길거리 간식을 사 먹기는 했지만, 태자빈과 같은 귀한 신분의 여인이 길거리에서 이런 군것질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았다.상인이 거스름돈을 내주자 주종 두 사람은 손에 찹쌀떡을 하나씩 들었다.정연은 소우연이 정말로 찹쌀떡을 입에 대는 것을 보고서야 따라서 한 입 베어 물었다.그녀는 말없이 소우연의 뒤를 따르면서 오늘 태자빈의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아마 친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사람이란 늘 갖가지 이유로 타인을 상처 주는 일을 한다.시어머니가 미우면 시어머니와 싸울 일이지, 왜 그 날카로운 칼을 자기 자식에게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정연은 문득 자신의 처지를 떠올렸다.자신 또한 어린 시절부터 거간꾼에게 팔려 철저히 훈련받고 여섯일곱 살부터 궁에 들어가 규율을 익혔다.이후에는 이육진의 침소를 돌보는 시녀로 내정되어 이육진에게 하사되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육진은 여색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과 명심만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긴 장안거리를 걸어 다리가 점점 아파질 때쯤, 소우연이 돌아보며 물었다.“정연아, 아직 걸을 수 있겠느냐?”정연이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괜찮습니다. 마마께서는… 힘드시지 않으세요?”조금 전에는 왜 막지 못했을까. 이미 길을 반쯤 걸어왔으니 돌아갈 수도 없었고, 진우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내실에서만 지내는 여인들이 어찌 이렇게 긴 거리를 걸을 수 있겠는가?태자빈 소우연도 분명 힘들 텐데.하지만 소우연은 말했다.“나는 괜찮다.”장군부에 살 때 그녀는 매일같이 약초를 손질했다.때로는 바빠서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다.조금만 느리게 움직여도 아버지와 오라버니들, 그들의 병사들이 상처 치료를 못 받아 고생할 수 있었기에 한시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그렇게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쳤다.좋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29화

    정연과 진규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소우연은 바닥에 깨진 찻잔을 한 번 흘깃 보고 말했다.“나중에 임곽수에게 새 찻잔을 보내주거라.”“예.” 정연이 가볍게 고개 숙여 대답했다.진규가 다시 물었다.“태자빈 마마, 전하께서 여쭤보셨습니다. 소우희 아씨를 어떻게 처리하실지요?”소우연은 관자놀이를 살짝 문지르며 천천히 말했다.“사람을 보내 그 아이의 독이 풀렸는지 확인하거라. 아직 풀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천천히 고통받게 내버려두고, 만약 풀렸다면…”그녀의 눈동자에 서늘한 살기가 번쩍였다.진규를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독이 풀렸다면 내가 직접 만나러 갈 것이다.”직접 지옥으로 보내주마!평소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과는 너무 달라, 진규조차 순간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싶었다.사실 이육진이 진규를 통해 물어본 건 마지막으로 태자빈의 결심을 확인하려는 것이었다.그녀가 정말 소우희를 완전히 떨쳐낼 수 있을지 그는 확실히 알고 싶었다.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생기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진규가 주먹을 쥐고 고개를 숙였다.“예, 알겠습니다. 속히 돌아가 전하께 아뢰겠습니다.”“그래.”진규가 나가자 소우연도 정연과 함께 내실에서 나왔다.밖에서는 임곽수와 그의 두 명, 아니 세 명의 제자가 일을 보고 있었다.셋째 제자는 예전에 소부인에게 아버지의 다리를 고친 사람이 태자빈이라고 알려준 그 소년이었다.그 소년이 소우연을 보자 공손히 다시 절을 올렸다.소우연이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임곽수가 널 정식으로 제자로 받아들인 것은 네가 재능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지, 내 덕이 아니다.”“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마마께서 아버지의 다리를 고쳐주신 덕에 소인도 만안당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겐 너무나 큰 은혜입니다.”소우연이 미소를 지었다.고마움을 아는 사람은 나쁘지 않았다.임곽수는 환자들을 돌보면서도 제자와 소우연 쪽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그 역시 소우연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그녀가 아니었다면 벌써 만안당을 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28화

    진우는 호위무사였다.온몸에 무예를 지닌 사내였으니 소부인이 버티자마자 가볍게 병아리를 잡듯 그녀를 끌고 나가버렸다.정연은 가슴이 살짝 떨렸다.옆에 서 있던 진규와 눈을 마주치고는 서로의 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태자빈 마마도 성질이 있으셨구나, 그저 참고 계셨을 뿐.’태자 이육진도 그리도 강한 사람이거늘, 이육진 곁의 소우연이 어찌 온순한 사람일 리 있겠는가?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나인은 온몸을 덜덜 떨었다.소우연은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물었다.“소부인이 말을 안 했으니 네가 말해보거라. 넌 소부인의 곁을 오랫동안 모셨으니 알 것 아니냐?”나인은 망설이며 입술을 떨었다.정연이 재빨리 말했다.“마마께서 말씀하셨는데 감히 숨기겠습니까? 어디 제가 지금 당장 칼이라도 가져와 볼까요?”칼은 또 왜?나인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급히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조아렸다.“마마, 감히 숨기지 않겠습니다.”“그래, 말해보거라.”소우연은 사실 분노보다 호기심이 컸다.소부인이 자신을 미워한 이유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정말 궁금했다.나인은 몇 번 침을 꿀꺽 삼킨 뒤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그녀의 입을 통해 소우연은 드디어 이유를 알게 되었다.소부인은 자신의 시어머니를 몹시 싫어했었다. 어릴 적 소우연의 모습이 자신의 시어머니와 너무 닮아 그녀까지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허허…고작 그 이유 때문이라니.정말 기가 찼다!나인은 소우연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태자빈은 의외로 평온한 표정이었다.진실을 알게 되면 심장이 멎을 것처럼 아플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지금의 태자빈은 어릴 적의 성격과 완전히 달랐다.단단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이 소부인의 막내 여동생과 매우 비슷했다.하지만 그 여동생은 어릴 적 잃어버린 지 오래였고,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또 다른 숨기는 일이 있느냐?”소우연은 나인의 눈에 언뜻 스친 빛을 정확히 잡아냈다.나인은 황급히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마마, 정말 없습니다.”“없다고? 방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27화

    “왜죠?”소우연은 소부인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집착은 아니라 해도, 이 이유만큼은 분명히 알아야겠다 싶었다.대체 왜 그녀는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는가?“정말 전 소 씨 가문의 사람이 맞나요? 정말 절 낳은 게 맞나요?”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랑받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소부인은 조금 겁을 먹은 듯 말했다.“너, 너는 내 자식이다. 우희와 너는 내 배에서 나온 쌍둥이야.”옆에 있던 나인이 재빨리 덧붙였다.“마마, 당연히 마마께서는 부인의 친자식이 맞습니다. 노비가 직접 보았으니 증언할 수 있습니다.”소우연은 나인을 차갑게 쳐다보고 다시 소부인을 향해 말했다.“그럼 왜 나와 소우희는 전혀 닮지 않은걸까요? 왜죠?”그녀는 손을 뻗어 소부인의 턱을 들어 올리며 똑바로 눈을 바라보았다.“정말 제 친모가 맞으십니까?”“맞고말고. 당연히 넌 내 딸이야.”소부인은 입술을 떨었다.차갑고 싸늘한 표정으로 화를 내는 소우연의 모습이 여동생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동생, 자신은 늘 냉대 받았다.그래서 그때 그런 잘못을 저지른 것이었다.왜 소우연에게 잘해주지 않았느냐고?그녀는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의 동생과 너무나도 똑같았다.자신이 직접 낳지 않았다면 아이가 뒤바뀌었나 의심했을 정도였다.쌍둥이인데도 이렇게 다른 외모를 가진다는 것이 정말 기이했다.문제는 그녀가 자신의 동생과 너무 닮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아이는 저주받은 재앙이라고 생각했다.소부인 마음 깊은 곳에서 소우연은 빚을 받으러 온 존재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도 소우연을 미워했던 것이었다.“그래서요?”소우연이 조용히 되물었다.“똑같이 낳은 자식이라면서 왜 저에게만 그렇게 못됐게 구셨죠? 제가 말을 듣지 않았나요? 철이 없었나요? 왜 절 좋아하지 않았죠?”담담한 질문에 소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절대로 소우연에게 그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소우연은 한숨을 내쉬고 진우를 돌아보며 말했다.“진우야, 소부인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26화

    진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태자 전하께서 마마께서 내기에서 이기셨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소우연은 마음이 통한 듯 미소 지었다.마치 소부인이 눈앞에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하지만 소부인은 사랑하는 딸과 셋째 아들이 걱정되어 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억지로 참고 다시 낯 두껍게 말을 꺼냈다.“우연아, 제발 나에게 우희의 행방과 상황을 좀 알려줄 수 없겠느냐?”소 부인의 얼굴이 온통 초조함으로 가득했다.전에는 그토록 품격 있고 우아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창백한 얼굴로 초췌하기 그지없었다.소 씨 가문에 닥친 일들이 그녀를 정말 피곤하게 만든 듯했다.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무릎을 꿇으려 했다.소우연은 그런 소부인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무릎 꿇기를 좋아하면 얼마든지 꿇게 두면 그만이었다.소부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늘 소우희에게 편애하고 자신에게 냉정하게 군 것을 후회한 적도 없었다.저 여자가 스스로 떳떳하다는데, 자신이 뭐 하러 모녀라는 이름 때문에 마음을 불편히 해야 한단 말인가?소우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부인을 바라보며 무력한 목소리로 말했다.“그저 제 어머니라는 관계 하나를 믿고 이렇게 끝도 없이 저를 괴롭히고 귀찮게 하는군요.”소부인은 입술을 떨며 할 말을 찾지 못했다.지금 소우연에게 매달리는 것 말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집안의 남자들에게 자기 딸이나 여동생에게 가서 무릎 꿇고 사정하라 시킬 수 있겠는가?상상만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소부인은 무릎이 아파지기 시작했고 옆의 나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국 그녀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진규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소부인, 태자빈 마마께 매달려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차라리 돌아가셔서 소 장군과 상의하는 게 빠를 듯싶습니다.”소부인은 숨이 턱 막혔다.감히 일개 호위무사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원래대로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소우연 앞에서는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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