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밤, 하늘에서 또다시 눈이 펑펑 내리시 시작했고 침대에 누운 소우연은 마음속으로 이육진이 이제는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바로 이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고 소우연은 재빨리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조금 뒤, 침대 위로 올라온 이육진이 낮은 목소리로 소우연을 불렀다.“부인.”흠칫 놀란 소우연은 이유진이 왜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건지 의아하며, 눈을 떠야 할지 고민했다.“이 눈이 그치면 나와 함께 궁으로 들어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 인사를 드리게.”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소우연은 눈을 살짝 뜨고는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전 왕야 결정에 따르겠습니다.”이육진은 너무도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소우연을 보며 그녀가 예전에 이민수에게도 이랬을까 궁금해졌다.‘당연히 그랬겠지. 이민수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큰 약혼자인데.’한편, 이육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소우연은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 이육진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 정말 너무 무서웠습니다.”“난 부인이 전혀 안 무서운 줄 알았는데?”“그럴 리가요? 정말 엄청 놀랐습니다.”하지만 그렇게 긴박한 상황에서도 소우연은 이육진이 다쳤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연기가 너무 진부한 거 아닌가?이육진의 의심스러운 눈빛에 소우연은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왕야, 전 정말 놀란 겁니다. 나중에 혼자 외출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전 죽을 수밖에 없겠지요?”“그럴 리 없소.”입술을 살짝 오므리던 이육진이 소우연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앞으로 외출할 때 호위무사를 데리고 다니는 게 좋겠소.”그 말은 이제 이육진이 소우연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는 뜻인가?잠시 고민하던 소우연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왕야, 외람된 요구지만 혹시 제가 진맥 한번 해드려도 되겠습니까?”“진맥은 왜?”“소자는 어려서부터 가족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였사옵니다. 하여 단 한 번이라도 칭찬을 받아보고자 밤낮없이 의서를 익혔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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