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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Penulis: 주 한잔
만약 소우연이 평서왕의 아들 이민수와 혼약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이육진은 소우연이 그를 좋아한다고 착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좋아한다……

이런 생각을 하던 이육진은 이내 씁쓸하게 웃었다. 그의 명성이 이렇게까지 더럽혀지고 흉한데 어떤 여인이 그를 좋아할 수 있을까?

이육진은 이내 화제를 돌렸다.

“다음달 16일, 소우회와 평서왕 세자가 정식으로 혼약을 맺는다고 들었는데 부인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소우연은 두 사람이 혼약을 맺는 날짜를 알고 있었고, 소설 원작에 적힌 중요한 날짜들도 대략 기억하고 있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소우연은 이육진이 갑자기 이 일에 대해 언급할 줄은 몰랐다.

“부인은 후회한 적 없는가?”

“뭘 후회하단 말씀이십니까?”

“부인이야말로 평서왕 세자의 세자빈이 될 사람이지 않았는가?”

소우연이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전 지금 회남왕의 왕비이고 품계로 따지면 소우희보다 신분이 훨씬 높지 않습니까?”

회남왕비의 신분에 대해 꽤 많이 적응한 소우연을 보며 이육진은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 뒤로 며칠동안 소우연은 매일 배나무 별채 안에만 있었으며 심지어 삼시 세끼도 별채에서 해결했다.

별채 안에 심은 납매에 꽃이 피기 시작하자 소우연은 가지 몇 개를 꺾어 꽃병에 꽂고는 정연에게 건넸다.

“이 꽃병을 왕야가 계신 서재에 가져가거라. 그리고 본채에도 놓아두거라.”

정연이 가볍게 미소를 짓다가 물었다.

“왕비님께서는 배나무 별채에서 며칠이나 지내셨는데 오늘도 본채로 돌아가지 않으실 겁니까?”

“하지만 왕야께서…”

소우연은 이육진이 매일 서재 안에서 뭘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왕야도 바쁘신 것 같은데 내가 괜히 신경 쓰이게 하면 안 되지. 나도 얼른 약을 만들어야 하고.”

“왕비님께서 정말 왕야 얼굴의 흉터를 낫게 할 약을 만들어낼 수 있으신 겁니까?”

정연의 물음에 소우연은 그저 피식 웃었다. 정연조차 믿지 못하는데 이육진이 그녀를 믿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육진이 치료를 받겠다고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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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을 죄? 갑자기 무슨 죽을 죄?이육진은 그저 왕비가 그에게 어떤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인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정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한숨을 푹 내쉬던 이육진이 손을 내저으며 정연에게 일어나라고 했다.“넌 왕비가 어떻게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지 그것만 얘기하면 된다.”이육진이 직설적으로 묻자 정연이 바닥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왕비님은 왕야와 혼사를 치르고 나서부터 매일 왕야에 대해 물으셨고 요 며칠 동안은 매일 배나무 별채에만 묵으시면서 직접 약을 달이고 약을 자신의 몸에 발라 보시면서 가끔 왕야가 어디에 계신 지 뭘 하고 계신 지 물으셨습니다. 별채에 심은 납매가 꽃이 피자마자 왕비님께서는 바로 꽃을 꺾어서 소인에게 서재에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소인은 왕비님께서 왕야께 열과 성을 다하고 계시다고 말한 겁니다.”이육진은 탁자에 놓인 꽃병을 다시 한번 힐끗 쳐다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왕비는 오늘도 배나무 별채에서 밤을 보낼 예정이냐?”“말씀은 안 하셨지만 아마도 그러실 것 같습니다.”왕비가 하인을 시켜 배나무 별채 방 안에 이불까지 깔았고 며칠동안 그곳에서 밤을 보냈기에 오늘밤도 십중팔구 별채에서 잘 것이다.이육진은 어이없다는 듯이 허허 웃었다. 그를 그렇게 걱정하고 신경 쓴다는 사람이 며칠동안 본채로 돌아오지도 않는단 말인가?“이만 나가보거라.”이육진이 손을 내둘렀다.조금 뒤, 정연이 배나무 별채로 돌아와보니 소우연이 명심과 시녀 두 명, 그리고 내시 두 명을 데리고 마당에서 약을 빻고 있었다.정연이 다가가자 소우연이 바로 물었다.“왕야께서는 서재에 계시더냐?”“서재에 계십니다.”“그럼 내가 보낸 납매는 마음에 들어 하셨느냐?”소우연의 물음에 정연이 애매하게 대답했다.“아마도… 마음에 드신 것 같습니다.”확실하지 않은 정연의 대답에 소우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다시 물었다.“왕야께서 다른 말씀은 없으셨느냐?”“왕야께서 왕비님이 오늘밤에도 별채에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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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침 준비를 어떻게 할 생각이오?”“전…”“부인, 잊지 마시오. 이 저택에 처가 부인 한 명밖에 없지만 어마마마가 항시 지켜보고 있다는걸.”“저는…”이육진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신혼 부부가 벌써 방을 나눠 쓰겠다는 뜻이오? 이로써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생각은 해보았는가?”소우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육진에게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말했다.“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렇다고 내 뜻을 오해하지는 말게.”이육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하자 소우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육진을 쳐다보았다.뭘 오해하지 말라는 거지?“이 모든 건 그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오.”이육진의 직설적인 말에 소우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 악역과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낸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한편, 소우연이 실망한 듯 한숨을 살짝 내쉬자 이육진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딱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정연에게 미리 가서 준비하라고 하고 저도 곧 본채로 돌아가겠습니다.”소우연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고 이육진은 그런 소우연을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이 방도 꽤 깔끔하게 잘 정리한 것 같은데 여기서 자도 괜찮겠네.”소우연은 흠칫 놀란 표정으로 이육진을 쳐다보았다. 원칙대로라면 소우연은 이 저택에 들어오고 나서 따로 별채를 정해서 지내야 한다.하지만 그 별채가 이런 방식으로 정해질 줄은 몰랐다.“네, 알겠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소우연은 바로 문 앞으로 가서 정연을 불렀다.“정연아, 왕야께서 씻을 수 있게 욕조 물을 준비하거라.”곁방에서 몸을 녹이고 있던 정연과 명심은 재빨리 대답한 뒤, 하인을 시켜 욕조물을 받아왔다.“전 약방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소우연의 말에 이육진은 어디선가 꺼낸 책을 쓱 훑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의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구나.”이육진 손에 든 책은 소우연이 오늘 읽었던 의서였다.“전 모든 일에 진심입니다. 재미로 대충 하는 게 아니니 왕야께서는 저를 믿으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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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주 얘는 왜 이래?”그제야 평소와 다른 혜주를 눈치챈 소현우가 묻자 소우희가 대답했다.“소우연이 절 협박했다는 사실을 혜주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우연이 일부러 이런 수를 쓴 겁니다. 사실을 전혀 모르시는 아버지께서 화를 버럭 내시더니 혜주에게 벌을 내리신 겁니다. 혜주의 혓바닥은 결국 소우연이 자른 겁니다.”“아버지가?”소현우와 소한준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소에 거의 화를 내지 않는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큰 벌을 내렸다는 건 그만큼 심각한 일이라는 뜻이다.하긴, 아버지께서 사실을 왜곡한 소우연의 말을 믿었으니까 당연히 화가 나셨을 것이다.“불과 몇 달 사이에 집에 이렇게 큰 변고가 생겼을 줄은 몰랐네.”소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소현우도 머리가 지끈거렸다.소우연이 소우희 대신 회남왕에게 시집을 가고 이 때문에 황제가 평춘왕와 소우희 두사람의 혼사를 하사했을 때부터 소현우는 소씨 가문이 몰락하고 있다고 느꼈다.하지만 소우연까지 이렇게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이건 단순한 변고가 아닙니다! 소우연이 회남왕을 부추겨 덕빈 마마와 폐하게 평춘왕의 혼사를 하사해 달라고 한 게 분명해요. 소우연이 우리 우희를 철저하게 망가트리려고 한 겁니다.”소우희는 감동한 눈빛으로 소한준을 쳐다보았다.소씨 가문 사람들이 말로는 다들 소우희를 예뻐하고 아꼈지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앞에 나서서 소우희를 지키는 사람은 소한준밖에 없었다.이런 생각에 소우희는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셋째 오라버니, 소우연이 절 원망하고 미워하는 건 괜찮은데 할머니의 병으로 장난치는 건 정말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오라버니들도 경성을 떠나기 전에 소우연이 어떤 태도인지 직접 보지 않았습니까? 이제 소우연 마음속에는 소씨 가문이 없습니다. 심지어 소씨 가문을 완전히 무너트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너…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소현우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다급하게 제지하자 소우희가 훌쩍이며 말을 이어갔다.“오라버니, 제가 어렸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1화

    예상에 없던 폭우 때문에 노정이 지체된 소현우와 소한준은 날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금주에 도착했다.여러 사람들을 통해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소우희는 뒷돈을 챙겨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금주 역참에 들어와 소현우와 소한준을 만나게 되었다.“우희야, 네가 금주엔 어쩐 일로 온 것이냐?”소현우는 자신과 소한준 앞에 무릎을 꿇은 소우희를 재빨리 부축하며 물었지만 소우희는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소현우는 고개를 돌려 혜주에게 말했다.“얼른 우희를 일으키지 않고 뭐 하는것이냐?”혜주가 얼른 소우희를 부축했지만 소우희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기에 혜주도 소우희를 따라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 거냐?”성격이 급한 소한준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여동생이 애절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이때, 소우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큰 오라버니, 셋째 오라버니… 이제 저에겐 돌아갈 친정집이 없습니다.”“그게 무슨 소리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할머니를 위해 조제할 진정향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약재를 소우연이 전부 싹쓸이했습니다. 제가 세자께 부탁을 해서 금주와 영주 약방을 다 돌아봤는데 결국 구하지 못했습니다. 두통이 점점 더 심해지는 할머니를 보며 도무지 가만있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회남왕 저택에 찾아가 소우연에게 빌고 또 빌었는데 소우연이 글쎄… 글쎄…”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던 소우희가 한참동안 훌쩍거리다가 겨우 말을 이어갔다.“예전에 소우연이 저를 도와 약재를 달였을 때 전 처방전을 조금도 숨김없이 다 보여줬었습니다. 그런데 소우연이 갑자기 돌변하여 저를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소우희의 말에 소한준이 이를 악물며 대꾸했다.“난 산적을 소탕하러 가기 전부터 네가 마음에 걸렸다!”소현우도 미간을 찌푸리며 소우희를 쳐다보았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소현우가 다시 한번 잡아당기자 소우희는 못 이기는 척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오라버니들, 소우연은 분명 진정향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0화

    마음속에 큰 파도가 출렁거렸지만 소우연은 최대한 태연한 모습ㅇ르 유지한 채 다정한 눈빛으로 이육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전 왕야를 믿습니다.”이렇게 좋은 왕야와 함께 한다면 미래에 온통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하지만 한편으로 두 사람의 미래가 막연하다고 했던 용강한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리고 용강한이라는 사람이 너무 수상하기도 했다. 용강한은 소우연이 두 번째 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건가?“혹 용강한 그자가 너에게 겁을 주는 말이라도 한 것이냐?”이육진은 이제 용강한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용강한은 평소에 말수가 적지만 점괘를 보기 시작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직설적이고 날카로웠다.“아닙니다.”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소우연은 왠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이육진은 그런 소우연의 손을 꼭 잡은 채 소우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표정이 한층 어두워졌으며 용강한이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한편, 금주 성문 부근에서.“왕비님, 소인이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소 장군님 일행은 오늘 내로 금주에 도착하여 역참에 묵을 예정이라고 합니다.”검은 복장을 차려입은 호위무사가 소우희에게 보고를 올렸고 소우희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가 곁에 있던 시녀 춘화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가서 혜주를 데려오거라.”벙어리가 된 혜주를 데리고 다니는 게 참 불편하고 성가신 일이지만 큰 오라버니와 셋째 오라버니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 혜주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네.”밖으로 나간 춘화는 이내 혜주를 데리고 들어왔다. 낡은 마의를 입은 혜주는 얼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소우희에게 인사를 올렸고 소우희는 그런 혜주를 재빨리 일으켰다.“얼른 일어나거라.”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하인들에게 말했다.“너희들은 이만 물러나거라.”하인들이 밖으로 나가자 소우희는 혜주를 안아주더니 혜주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혜주야, 너와 내가 이런 비참한 처지에 놓일 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9화

    한편, 정연은 명심에게 왕비와 왕야를 위해 따듯한 목욕물을 준비하라고 얘기하고 있었다.“왕비님이 나오셨습니다.”소우연을 발견한 명심이 말했다.정연과 명심은 가까이 다가가다가 휘청거리는 소우연의 모습에 재빨리 달려가 부축했다.“왕비님, 왜 그러시는 겁니까?”화들짝 놀란 정연이 다급하게 물으며 대청마루를 힐끔 쳐다보았다.“난 괜찮다.”소우연이 대답했다.‘괜찮다고? 얼굴이 이렇게 하얗게 질렸는데 괜찮다니?’정연과 명심은 양쪽에서 소우연을 부축해서 걷다가 맞은편에서 휠체어를 타고 오던 이육진과 마주치게 되었다.핏기를 잃은 소우연의 모습에 이육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어찌된 일이냐?”겨우 진정한 소우연은 이육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별일 아닙니다. 배가 고파서 잠시 휘청거렸습니다.”이육진은 소우연의 핑계를 당연히 믿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점심 식사를 늦게 했기에 이 시간에 배가 고플 리가 없다.“그럼 얼른 가서 간식 좀 준비하거라.”“네, 알겠습니다.”정연과 명심이 소우연을 부축한 채 떠났다.이때, 대청에서 나온 용강한은 문턱 앞에 서서 담담한 눈빛으로 이육진을 쳐다보았다.“조금 전에 왕비가 뭘 물어본 것이오?”이육진이 휠체어를 끌고 가까이 다가가 묻자 용강한은 조금 전에 소우연이 했던 질문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만 용강한과 소우연이 어렸을 때의 인연과 그가 소우연에게 물었던 그 질문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소우연의 화들짝 놀란 반응에서 용강한은 그녀가 왜 도망치지 않았는지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그저 너무도 평범한 질문이었는데 왕비는 왜 그렇게 겁을 먹고 놀란 걸까?용강한은 이육진을 보며 말했다.“왕야, 왕비님이 겉으로 보기엔 씩씩하지만 사실 마음이 여리고 상처가 많은 분이오. 그런 사람에게는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네.”“나도 왕비가 또래 소녀들처럼 그렇게 천진난만하고 걱정 없는 것 같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드네.”이육진은 소우연이 떠난 방향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용강한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8화

    ”맞는 말씀입니다. 저희도 인연이 참 깊은 듯합니다.”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차를 한 모금 마시던 용강한이 소우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왕비님께서 저를 아직까지 기억하신다고 하니 저에게는 너무도 영광스러운 일입니다.”“아닙니다. 그 남자아이가 대감님이라고 하시니 저도…”오래간만에 소녀다운 모습을 보이던 소우연은 용강한을 쳐다보며 그에게 부탁할 일이 있는 듯 말했다.“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있는데 대감님께서 이를 풀어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찻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용강한은 소우연이 질문을 하기도 전에 대답했다.“왕비님께서는 회남왕 저택의 미래에 대해 묻고 싶으신 것이지요?”“네, 그렇습니다.”소우연은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리고 초조했다. 그녀는 회남왕 저택의 미래를 간절하게 알고 싶었지만 알게 되는 게 두렵기도 했다.“그 미래가 너무도 막연하고 아득하여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말을 하던 용강한은 소우연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왕비님께서는 무엇을 더 알고 싶으십니까?”용강한의 눈빛은 의미심장했다.담담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그는 순백의 구름과도 같았다.“저는…”소우연은 입을 뻥긋거리며 자신과 이육진이 앞으로 판을 뒤집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말이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조금 전에 용강한은 미래가 막연하고 아득하다고 얘기를 했었다.‘만에 하나 용강한이 판을 뒤집는 건 말도 안 되는 욕심이라고 대답하면 어떡하지? 그럼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인 이민수가 황위에 오르기 위해 힘을 쓰는 몇 년 동안 나와 이육진은 언젠가 죽을 걸 알면서 그자와 싸워야 한단 말인가?’이런 생각에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소우연은 대청 밖 파란 하늘에 둥둥 떠있는 흰 구름을 보며 어떻게든 차오르는 슬픔과 눈물을 참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용강한이 주먹을 꽉 쥔 채 물었다.“왕비님, 혹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소우연은 간절하게 알고 싶다는 눈빛으로 용강한을 쳐다보았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7화

    ”지금 막 진규를 보내 자네를 모셔오라고 하던 참이었소.”이육진의 말에 용강한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조금 전에 취선루에서 밥을 먹고 낮잠을 청하려고 하다가 왕비님이 날 만나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어 이렇게 찾아왔소.”이육진은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저자가 용하긴 용하네.’한편, 소우연은 말없이 백의를 입은 용강한을 물끄러미 쳐다보았고 마침 상대방도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자 두 사람은 그렇게 눈이 딱 마주쳤다.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강한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대감님 참 용하시네요.”소우연이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말하자 용강한은 여유롭게 대답했다.“밥을 먹다가 젓가락을 떨어트렸는데 그 김에 점괘를 대충 봤습니다.”소우연은 용강한의 대답에 말문이 턱 막혔다.‘대충 본 점괘로 이렇게 정확하게 맞춘다고?’“그럼 대청으로 가서 얘기를 나누는 게 좋겠소.”이육진이 휠체어를 끌고 대청으로 가려던 그때, 용강한이 말했다.“왕야는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시오.”“그게 무슨 말이오?”이육진이 한층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용강한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용강한은 전혀 겁을 먹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소우연을 쳐다보았다.그 모습에 소우연은 이내 이육진을 쳐다보며 물었다.“왕야, 제가 따로 얘기를 나눠봐도 되겠습니까?”소우연은 용강한에게 물어보고 싶은 의혹들이 많았다. 소설 원작에 의하면 남녀 주인공과 겨뤄볼 만한 사람은 이육진뿐이지만 하늘의 뜻을 읽을 수 있는 건 흠천감이다!“그리 하여라.”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우연의 부탁이라면 그는 뭐든 들어줄 수 있었다.이육진은 그렇게 휠체어를 끌고 떠났고 진규와 간석도 이내 이육진의 뒤를 따랐다.홀로 남은 정연은 소우연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왕비님, 그럼 소인은…?”“너도 이만 물러가거라.”“네, 알겠습니다.”그렇게 용강한과 소우연만 남게 되었다. 용강한은 소우연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그제야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왕비님, 가시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6화

    멍하니 서있던 소우연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반응한 채 이육진에게 물었다.“용 감정께서 또 왕야께 점괘를 봐 드린 겁니까?”말을 하던 소우연은 진규의 손에서 휠체어를 넘겨받고는 이육진이 타고 있는 휠체어를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이육진은 그런 소우연을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자가 올해 점괘를 가장 많이 보았다고 하더구나. 이제 5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자는 벌써 날 위해 점괘를 세 번이나 보았다.”흠천감은 이 소설 속에서 신과도 같은 존재였으며 그들이 본 점괘는 거의 착오가 없었다.소우연은 마음이 불안해서 묻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 이 자리에서 대놓고 물을 수는 없었다.그러다가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소우연과 이육진 단둘이 남게 되자 소우연은 그제야 조심스럽게 물었다.“용 감정께서 왕야를 위해 다른 점괘를 봐 드린 적이 있거나 혹은 소우희나 이민수 두 사람을 위해 점괘를 본 적도 있습니까?”침대 위에 앉은 이육진은 호기심 가득한 소우연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의 점괘도 본 적이 있다. 용 감정은 두 사람의 운명에 변화가 생겼다고 하더구나.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났다고 말을 했어.”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났다는 건 언제든 정상적인 궤도로 다시 돌아올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더 얘기하신 건 없으십니까?”“있지.”이육진은 소우연을 힐끔 쳐다보다가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연이 네가 내 운명을 바꿔 놓았다고 하더구나.”“네? 제가 왕야의 운명을 바꿨다고요?”“그래. 그리고 네 스스로의 운명도 바꿨다고 했어.”용강한이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이육진은 용강한의 말뜻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원래의 운명대로라면 소우연은 혼인을 하자마자 큰 화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 화가 스스로 풀렸다고 한다.화가 풀렸으니 망정이지, 용강한이 암암리에 제시한 말에 따르면 소우연은 혼인을 함과 동시에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용강한 그 영악한 자가 점괘를 잘못 본 게 확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5화

    이종대가 성큼성큼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소우희는 단단히 찡그린 눈썹을 풀지 못했다.“춘화야, 세자 저하께서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두고 계신 걸까?”춘화는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답했다.“왕비마마, 소녀는… 잘 모르겠습니다.”“모른다? 모른다? 너는 벙어리가 아니지 않느냐? 어떻게 매번 아무것도 모른다고만 하느냐!”소우희가 날카롭게 소리치자, 춘화는 급히 무릎을 꿇었다.“왕비마마, 소녀가 경솔했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세요!”그녀가 바닥에 엎드려 빌었지만, 소우희의 속은 더욱 뒤틀렸다.소우연이 대신 시집을 간 그날 이후, 그녀의 운명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모든 것이 꼬였다…아무리 노력해도 잘 풀리는 일이 없었다.지금처럼… 이렇게 바닥까지 떨어지는 날이 올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소우희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춘화를 스쳐 지나갔다.“뭘 멍하니 있느냐! 어서 짐을 싸라!”“예, 왕비마마.”본채.이종대는 축 처진 몸을 간신히 일으키며, 흐릿한 목소리로 외쳤다.“물… 물 좀…”소우희는 문을 벌컥 열며 불쾌하게 얼굴을 찡그렸다.“물은 무슨 놈의 물? 네가 빨리 죽어야 내가 속이 시원하지!”그녀는 짜증스럽게 말했다.병약한 남자의 퀭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한때 살집이 있었던 그의 몸은 이제 뼈만 남아 있었고,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보기에도 비참했다.“악독한 여자… 차라리… 나를 죽여라.”이종대는 눈빛 속에 증오와 절망을 담은 채 그녀를 노려보았다.“죽이라고? 웃기지 마라. 네 목숨은 네가 알아서 끊어야지!”“물 좀… 제발…”그는 희미한 기대를 품고, 뒤에 따라온 춘화를 바라보았다.춘화는 소우희의 눈치를 살피며 물을 건네려 했다.그러나 소우희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휘저었다.“조금만 줘라. 방 안에 온통 오줌 냄새가 진동하는데, 이놈이 너무 많이 마시면 더 지독해지지 않겠느냐?”그녀는 혐오스러운 듯 코를 막으며 손을 털었다.‘이 자식이 빨리 죽어야 내가 다른 처소로 옮기지…’소우희는 질린 표정으로 방을 나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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