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70 챕터

제11화

소우연의 맑은 눈망울은 상대방을 홀리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여자가 소씨 가문의 큰딸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확실하게 조사하지 않았다면 이육진은 누군가가 공을 들여 키워낸 대단한 간첩이라고 의심했을 것이다.물론, 소우연은 소씨 가문과 평서왕의 아들 이민수가 이 저택에 보낸 간첩일 가능성도 있다!이육진은 두 다리를 못 쓰긴 하지만 평범한 남자였기에 소우연이 몇 번만 더 유혹하면 이성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한편, 걸음을 멈춘 소우연은 이육진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이육진은 그녀를 전혀 믿지 않고 있다.그렇게 30분이 지난 뒤, 이육진이 옷을 갈아입은 채 휠체어를 끌고 나왔고 소우연은 그런 이육진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왕야…”이육진이 고개를 돌리자 소우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머리를 말려 드리겠습니다.”이육진이 거절하지 않자 소우연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고 수건으로 이육진의 머리를 닦아주던 그때, 정연이 하인을 데리고 들어와 욕조 물을 갈았다.“왕야, 왕비님, 깨끗한 목욕물로 갈았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소우연은 이육진의 머리를 닦아준 뒤, 이육진을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목욕실로 향했다.조금 뒤, 목욕실에서 들리는 물소리에 이육진은 윗몸을 살짝 일으킨 채 침대맡에 기대어 병풍에 비친 소우연의 모습을 쳐다보았다.그러다가 숨소리가 가빠지더니 온몸이 뜨거워졌고 욕망이 이육진의 의지를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머릿속에는 어젯밤 욕조에 빠졌던 소우연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고 어느새 몸도 반응하고 있었다.당황한 이육진은 이불을 확 덮은 채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 소우연을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소우연, 날 구해준 사람이 네가 맞아야 할 거야. 안 그러면…’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던 이육진은 멈칫했다.만약 그를 구해준 사람이 소우연이 아니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씨 가문을 지옥으로 보낼 것인가? 소우연을 죽일 것인가?하지만 만약 이육진을 구해준 사람이 소우연이 확실하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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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찻잔을 탁자에 올려놓은 소우연은 이육진이 아직도 자신을 믿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이육진은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조금 뒤, 불을 끈 소우연은 옷을 벗은 뒤, 침대 위로 올라갔다.“왕야, 오늘밤에도… 소리를 내야 하는 겁니까?”소우연이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이육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부인께서 꽤 중독됐나 보네.”소우연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 누가 그런 소리에 중독된단 말인가!한참 후.소우연이 소설 속 결말이 과연 바뀔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이육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아.”“소자가 어리석어 왕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겠나이다.”“머리가 나빠서 모르겠다고?”소우연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이육진이 피식 코웃음을 치더니 말을 이어갔다.“난 밤마다 욕망을 함부로 분출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두 사람은 혼사를 치르고 나서 단 한번도 실제로 합방한 적도 없고 심지어 침대보에 묻은 피도 이육진이 자신의 손가락에 상처를 내서 만든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만약 소우연이 밤마다 신음소리를 낸다면 사람들은 괜한 오해를 하게 될 것이다.“오늘 낮에 부인 친정 사람이 찾아왔다고 들었네.”이육진의 말에 소우연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네, 저를 찾아온 건 사실이지만 전 만나지 않았습니다. 전 이미 왕야와 혼인을 했고 더 이상 그 사람들을 만날 이유도 없고 진원 장군 저택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솔직히 소우연은 이 세상에 더 이상 만나고 싶거나 마음 쓰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이육진은 다르다. 이육진은 소우연에게 말을 할 때, 차갑고 퉁명스럽긴 하지만 한 번도 그녀를 다치게 한 적은 없었다.되레 이 저택에 들어오고 나서 이육진은 늘 소우연의 체면을 고려해줬다.나중에 이육진이 소우연에 대한 믿음이 깊어지면 소우연은 반드시 이육진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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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이육진은 자신의 의심이 틀린 건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온화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소우연은 회남왕 관저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한 번도 이육진의 의심을 살만한 일을 한 적이 없으며 이육진을 잘 따랐다.그리고 이날, 경성에 첫눈이 내렸고 소우연은 창가에 기대어 예쁘게 내리는 눈을 구경하고 있었다.이때, 정연이 방으로 들어와 소우연에게 보고를 올렸다.“왕비님, 소씨 가문 둘째 따님 소우희 아씨께서 왕비님을 찾아오셨습니다.”둘째 따님 소우희라니!얼굴이 하얗게 질린 소우연은 정연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럼 이육진만 그녀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정연도 알고 있다는 건가?정연은 잔뜩 놀란 소우연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왕야께서 앞으로 왕비님이 소인이 모셔야 할 주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소인은 절대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왕비님께서 외출하시고 싶으실 땐 저택을 지키는 호위병만 데리고 가면 된다고 어디로 가시든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정연의 말에 소우연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이육진은 그저 소우연에게 꼬리가 밟힐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소우연은 그저 소씨 가문에서 버림받은 존재로써 부모님의 사랑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라버니들도 그녀에게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이렇게 된 이상, 소우연은 소우희의 계획대로 이뤄지게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소우희가 왕세자빈이 되기 전에 확실하게 짓밟아줄 것이다.“저택 안으로 모셔라.”소우연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며 말했다.“모, 모시라고요?”“별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 밖에 눈도 오는데, 혹여 고뿔이라도 걸려 왕야께서 그 책임을 물은다면, 나 때문에 괜히 왕야께 폐를 끼치는 일이 되지 않겠느냐?”정연은 왠지 소씨 가문의 둘째 딸 대신 시집온 큰딸이 이육진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왜 그러느냐? 혹시 저자를 저택에 들이기 불편한 것이냐?”소우연의 물음에 정연이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정연은 이내 방을 나섰고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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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뭐라고? 아니, 분명 조금 전까지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지 않았느냐?”소우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며 소우연이 도대체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회남왕에게 시집간 뒤로부터 말과 행실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우희에게 티가 날 정도로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아무래도 소우연은 몸이 망가진 회남왕과 결혼한 것에 대해 불만이 생겨서 일부러 소우희를 이렇게 냉대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한편, 정연은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왕비님께서 조금 전에 잠이 드셔서 소인은 함부로 왕비님을 깨울 수가 없었습니다.”“깨울 수가 없었다고? 네년이 일부러 동생과 날 못 만나게 중간에서 막고 있는 건 아니고?”미간을 확 찌푸린 소우희가 고개를 빳빳하게 든 채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언성을 높였다.외부인들은 다들 소우희가 회남왕과 결혼했다고 생각하기에 소우희는 밖에서 소우연을 동생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표정이 살짝 굳어진 정연은 최대한 예의를 갖춰 말했다.“아씨, 이곳은 회남왕 관저입니다. 아무나 난동을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러니 아씨께서도 예의를 갖춰서 기다리고 계시기 바랍니다.”말을 마친 정연은 바로 문을 쾅 닫았고 곁방에서 나와 구경하고 있던 시녀들도 이내 몸을 녹이러 방으로 돌아갔다.“너!”화가 잔뜩 난 소우희가 소리를 지르려던 그때, 곁에 서있던 혜주가 재빨리 소우희를 말렸다.“아씨, 큰 아씨는 분명 저희를 만나주지 않으려고 저러는 겁니다.”혜주는 조금 전 창문 너머 그들을 쳐다보던 소우연의 경멸스러운 눈빛이 떠올랐고 소우희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오늘 진정향을 집에 가져가지 못하면 할머니 앞에서 할 말이 없게 된다.‘소우연 저 나쁜 계집애! 떠나려면 곱게 떠날 것이지, 약들은 왜 다 챙겨가고 난리야!’오늘 진정향을 얻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소우희는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은 채 본채 앞에 가만히 서있었다.본채 지붕 덕분에 눈을 맞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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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본인이 이민수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집안에 도움이 되지 못해서 회남왕에게 시집왔는데 왜 나한테 분풀이를 하는 거야!’소우희가 씩씩거리자 곁에 서있던 혜주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아씨… 저희 계속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큰 아씨는 분명 일부러 저희를 만나주지 않는 겁니다.”소우희가 고개를 돌려 혜주를 날카롭게 째려봤다.‘내가 지금 그걸 몰라서 이러는 건가? 하지만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잖아!’소우희는 이민수와 혼인을 약속했고 이제 날짜를 잡아 혼사를 치르면 되는데 이 상황에서 괜히 문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겉옷을 더욱 꽁꽁 싸맨 소우희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본채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다.만약 오늘 소우연이 끝까지 소우희를 만나주지 않으면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절대 소우연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소우희는 결심한 듯 본채 앞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고 소우연은 오후 3시가 훌쩍 넘어서야 느긋하게 일어났다.본채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곁방에 있던 정연과 명심은 바로 시중을 들러 본채로 향했고 두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소우희도 따라 들어가려고 했다.이를 발견한 정연이 단호하게 제지했다.“왕비님께서는 아직 아씨를 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의를 지켜주십시오.”“난 지금 문 앞에서 4시간도 넘게 기다렸어! 왕비마마도 이제 깰 때가 됐잖아!”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손발이 얼어붙은 소우희가 일부러 목청을 높였다. 오늘 어떻게든 반드시 소우연을 만나야 했다.“왕비님께서 만나 주시든 말든 아씨가 결정하시는 게 아닙니다!”정연이 언성을 높이던 그때, 소우연이 겉옷을 차려입고 나왔다.“정연아, 미안하지만 네가 부엌에 가서 식사 준비를 좀 해야겠다. 이따가 왕야께서 식사하러 오시기로 하셨거든.”눈치 빠른 정연은 이내 하인들을 데리고 물러났고 가면서 혜주도 끌고 갔다.그렇게 방 문이 닫혔고 소우희는 조심스럽게 소우연의 눈치를 살폈다.소우연이 대체 왜 이러는 거지?이때, 소우연이 탁자 앞에 앉아 소우희를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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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소우연! 너, 너 지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당황한 소우희가 소리를 지르자 소우연은 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소씨 가문 노부인은 예전부터 소우연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에 소우연이 만든 진정향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결국 소우희가 그 진정향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서야 노부인은 그 진정향을 받아들였고 오랜 세월동안 괴롭히던 불면증도 싹 해결되었다.그렇게 소우희는 소씨 가문 최대 공신이 되었고 그 뒤로부터 소우연은 새로운 약을 만들어낼 때마다 소우희에게 주었고 그 약들을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에게 드리라고 했다.소우희는 분명 가족들에게 진실을 얘기할 기회가 많았지만 그러지 않았고 소우희가 무슨 꿍꿍이로 그러는지 소우연은 뻔히 알고 있었다.“더 말할 것도 없어. 난 더 이상 너에게 약을 주는 일은 없을 거야.”소우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우희를 내쫓으려고 하자 덜컥 겁이 난 소우희가 다급하게 외쳤다.“언니, 제발 부탁할게. 내가 어떻게 하면 언니가 진정향을 줄 수 있어?”진정향을 얻어가지 못하면 할머니는 소우희를 불효 자식이라고 나무랄 것이고 부모님과 오라버니들은 소우희가 일부러 약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이제 기껏해야 두 달만 더 버티면 소우희는 이민수과 결혼하여 세자빈이 될 수 있는데 절대 그 사이에 돌발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좋아! 너에게 기회를 주지. 네가 사람들에게 진정향을 만든 사람이 나라는 걸 밝히고 군영에 보낸 약들도 전부 내가 조제한 약이라는 사실을 밝히면 진정향을 너에게 줄게!”소우연이 소우희를 힐끗 쳐다보며 말하자 소우희가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 그건 안 돼!”“왜 안 된다는 거지?”소우희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난… 난… 언니처럼 멍청한 사람이 그런 대단한 약들을 만들어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내가 밝힌다고 해도 사람들이 믿을 것 같아?”소우연이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소우희는 그저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두려운 것뿐이다.잠시 침묵하던 소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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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고 눈은 아직도 펑펑 내렸다.소우희와 혜주는 마당에서 주운 진정향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은 핏기가 전혀 없었다.“큰 아씨가 정말 너무 하셨어요!”혜주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자 소우희도 화가 나서 씩씩거렸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내가 아쉬운 상황이니 별 수 없지.”“둘째 아씨가 너무 착하셔서 그래요. 저택에서 큰 아씨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둘째 아씨밖에 없었는데 큰 아씨는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큰 아씨는 나중에 천벌 받으실 거예요!”“천벌을 받는다고? 신령님께서 얼마나 바쁘신데 그 많은 천벌을 언제 다 내리겠어. 차라리 계획을 세워서 벌을 주는 게 빠르지.”계획을 세운다고? 혜주가 소우희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그때, 소우희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한편, 회남왕 관저 서재에서.진규는 오늘 본채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육진에게 보고를 했고 조용히 듣고 있던 이육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부인이 정말 소씨 가문 사람들을 그렇게 싫어한다고?”“상황으로 봐서는 그렇습니다.”“사실일지 아닐지 아직 모르는 일이지. 부인이 연기하고 있는 걸 수도 있고. 영혼마저 내 것이라고 했으니 어디 한번 나에게 얼마나 진심인지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느냐?”진규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육진이 말을 이어갔다.“준비하라고 했던 사람들은 어찌 됐느냐?”“걱정하지 마십시오.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이날밤, 눈은 밤새 내렸고 경성 전체가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소우연은 옷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휠체어에 앉아있던 이육진을 보게 되었다.“난 오늘 운불사에 다녀올 것이오. 부인도 함께 가야 할 걸세.”소우연은 이육진이 왜 갑자기 운불사에 간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같이 가자고 하니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운불사에 왜 가는지 묻지도 않는 건가?”이육진의 물음에 소우연은 그제야 물었다.“운불사에는 왜 가시는 겁니까?”어이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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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부인!”피를 본 이육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그제야 이자들은 진규가 미리 준비한 자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소우연을 품에 꽉 끌어안은 이육진은 한 손 손목을 확 내두르자 자객 두 명이 바로 날아갔다.“부인, 괜찮소?”소우연이 어깨뼈를 부여잡은 채 미간을 확 찌푸리며 말했다.“아파요…”“아픈 걸 알면서 왜 함부로 나선 거야!”“전… 전 자객들이 왕야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돼서…”이육진이 죽으면 소우연은 이 소설의 결말을 함께 바꿔갈 아군을 잃게 된다.“저, 저자들이 날 다치게 할까 봐 걱정돼서 이렇게 무모한 짓을 했다고?”“네.”이육진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지금까지 그의 호위무사 외에 그를 향해 날아오는 칼을 막아준 사람은 소우연이 처음이었다.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소우연을 보며 이육진은 다급하게 외쳤다.“진규야!”자객들과 대충 싸우고 있던 진규는 이육진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고 마침 마차에서 떨어져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던 자객 두 명을 발견했다.설마 이자들이 진짜 자객이라는 건가?진규가 손에 들고 있던 검으로 상대방의 가면을 확 벗겨보니 이자는 진규가 미리 준비한 자객이 아니었다.순간, 미간을 확 찌푸린 진규는 빠르게 달려가 순식간에 자객의 발뒤꿈치를 전부 잘라버렸고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자객들은 바닥에 쓰러졌다.마차로 달려간 진규는 전투력을 상실한 자객을 힐끔 확인하고는 이육진에게 물었다.“왕야, 왕비님, 두 분 괜찮으십니까?”소우연 어깨에서 여전히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소우연은 힘겹게 말을 꺼냈다.“왕야는 괜찮아.”이 상황에서 이육진 걱정부터 하다니. 이육진은 도무지 소우연의 속을 알 수가 없었다.“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이육진의 명령에 진규가 빠르게 말에 올라탔다.저택에 의원이 항시 대기하고 있기에 돌아가기만 하면 소우연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이자들을 전부 저택으로 끌고 가거라!”진규가 근처에 숨어있던 가짜 자객들에게 말한 뒤, 바로 마차를 끌고 저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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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그런데 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냐?”이육진의 물음에 임 어사가 대답했다.“해독약을 이제 막 드셔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해시 전에 무조건 깨어나실 겁니다.”임 어의의 확신에 찬 대답에 이육진은 그제야 시름이 놓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평서왕 세자 이민수를 그토록 사랑하는 여인이 왜 이육진을 위해 칼까지 막았을까?이런 생각을 하던 이육진은 주먹을 더욱 꽉 쥐었고 일촉즉발의 순간에도 소우연을 시험할 생각이 먼저였던 자신의 행동이 후회되기도 했다.몇 마디 당부를 마친 임 어의는 저택을 떠났고 진규는 바로 본채로 돌아와 이육진 앞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왕야, 소인을 죽여주십시오. 소인은 그런 줄도…”이육진이 진규의 입을 재빨리 막았고 더 이상 얘기하지 말라고 눈짓을 했다.“가서 확실하게 조사해보거라. 대체 어떤 겁 없는 미친놈이 감히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네, 왕야!”진규가 떠나자 이육진은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내보냈고 휠체어에 앉아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소우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손을 뻗어 소우연의 이마를 만져보니 임 어의가 말한 것처럼 열이 심하게 나고 있었다.물리적으로 열을 내리기 위해 이육진은 바로 수건을 적셔 소우연의 이마에 올려놓았고 곁방에서 인기척을 들은 정연은 다리가 불편한 이육진에게 혹시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지만 이육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직접 소우연을 돌보고 싶었다.30분 뒤, 진규가 본채로 돌아와 자객이 실토했다고 전했고 이육진은 진규와 함께 방을 나서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자가 누구냐?”“그게… 자백했지만 안 한 거나 다름없습니다.”이육진이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확 돌리자 소름이 쫙 돋은 진규가 다시 한번 무릎을 털썩 꿇었다.“왕야, 자객들은 상대방이 여자라고만 자백했습니다. 큰돈을 주면서 왕비님을 죽이라고 했습니다. 그 여자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생김새는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감히 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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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다른 단서는 없었습니다.”“왕비와 원한 관계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이육진의 말에 진규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저택 안에만 계신 왕비님이 어떤 자와 원한 관계가 있으시겠습니까? 대신 며칠 전에 소씨 가문 둘째 아씨가 왕비님을 찾아와 왕비님에게 큰 수모를 당하셨지요.”“소우희…”조용하게 듣고 있던 이육진이 손자락으로 휠체어 손잡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중얼거렸다.소우연은 명색이 소씨 가문 큰딸인데 어떻게 소씨 가문에서 이런 대우를 받고 살았을까? 생각해보면 소우연의 인생도 꽤 힘들고 외로웠을 것 같았다.“소씨 가문 사람들 잘 지켜보고 있어. 특히 소우희 그 여자의 움직임은 하나도 놓치지 말고 확실하게 지켜봐!”“네, 알겠습니다.”해시가 다 됐지만 아직도 깨어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소우연을 보며 마음이 급해진 이육진은 다시 어의를 부르려고 했다. 그러자 저택에 있던 의원이 그를 말렸다.“왕야,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비님은 이제 열도 내리셨고 소인이 진맥을 했을 때 맥박도 정상이셨습니다.”“그런데 왜 여태껏 깨어나지 못하는 것이냐!”“아마도…”의원이 대답하려던 그때, 침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쿨럭쿨럭…”“왕야, 왕비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의원이 손에 땀을 쥐던 그때, 다행히도 소우연이 눈을 떴다.소우연은 침대 곁에 지키고 있는 이육진을 힐끔 쳐다보고는 주위를 쓱 훑다가 힘겹게 물었다.“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겁니까?”소우연은 낮에 외출했을 때 자객에게 습격을 당했던 일밖에 떠오르지 않았다.“왕야, 괜찮으신 겁니까?”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육진을 아래위로 꼼꼼하게 훑어보던 소우연은 깔끔하게 옷을 차려 입은 이육진이 멀쩡한 모습으로 앉아있자 이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괜찮으시니 다행이네요.”이육진은 아픈 몸으로 그를 먼저 걱정하는 소우연을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려던 소우연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제야 낮에 이육진을 향해 날아오던 칼을 막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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