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빈은 그 웃음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소우연에게 곧바로 밝힐 수 없어 그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소인 알아챌 길이 없사옵니다.”‘심장군께서는 평소에 활달한 성격이시나 왕야께서 사고를 당한 후로는 결코 왕부에서 이처럼 거리낌 없이 행동한 적이 없었는데...’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이따가 다시 오는 것이 좋겠다”그녀는 이미 본채의 정자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찬바람이 옷깃을 스미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무빈은 그녀를 따라가며 정중히 권했다. “왕비마마, 차라리 본채로 돌아가 좀 더 따뜻한 곳에서 쉬시는 것이 어떠하옵니까?”정연 역시 이에 동의하며 거들었다. 그러나, 소우연은 정원의 매화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매화가 아름답게 피었구나. 몇 가지를 꺾어 왕야의 서재로 가져가야겠다.”정연: “……”무빈: “……”항상 왕야를 생각하고 계시는 왕비의 모습에 두 사람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럼, 제가 다시 모시러 오겠사옵니다.”정연이 소우연의 뒤를 따랐다. 정연은 왕비께서 혹여 사고를 당하기 전의 왕야를 은밀히 사모하신 적은 없으셨는지 묻고 싶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왕야를 진심으로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그러나 왕비께는 본래 정인이 있었으나 강제로 대신 시집와야 했다는 이야기도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왕비는 아주 현명한 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왕야에게 시집온 이상, 왕야만을 바라보며 그의 곁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였으니까.아이라도 낳게 된다면 왕비의 미래는 더욱 창창할 터, 어쩌면 머지않아 황태후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정연은 말없이 가위를 가지러 갔다.그녀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서재 쪽 한 모퉁이가 희미하게 보였다.그녀는 무빈이 서재로 들자, 곧 어린 내시가 조용히 물러나는 모습이 보였다.그때, 매화 향이 은은하게 코끝을 스쳤다.소우연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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