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왕야. 소첩, 반드시 명심하겠습니다.”소우연이 조용히 말하자, 진규가 휠체어를 밀어 이육진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진우와 정연을 비롯한 호위들도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흩날리는 눈송이가 공중을 떠돌았다.그리고 마침내… 소우연과 이육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노부인이 갑자기 신음을 내며 몸을 뒤로 젖혔다.“아이고…!”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앞마당과 안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소홍범은 소현우에게 친족들과 손님들을 배웅하라고 지시한 후, 이민수를 별채 서재로 데려갔다.서재 안,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소홍범은 잔뜩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세자 저하,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설마 소우연이 대리혼의 비밀을 그렇게 폭로해버릴 줄이야…!”이민수는 묵묵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머릿속이 복잡했다.그가 기억하는 소우연은, 언제나 그를 향해 열렬한 눈빛을 보내던 여자였다.그녀는 그를 보면 늘 해맑게 웃었고, 한없이 순진했다.심지어 옷차림도 어딘가 어설펐다.그러나 최근 본 그녀는 늘 차분했고, 냉정했고, 의연했다.행동도, 말투도, 복장도 모두 세련되고 단정했다.‘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거지?’“세자 저하?”소홍범이 한참이나 말했건만, 이민수는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세자 저하?”몇 번이나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민수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네? 무슨 말씀이십니까?”소홍범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세자 저하, 그럼 이제 우희와의 혼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황명에 따르면, 정월 초구일에 평춘왕과의 혼인이 결정되었습니다.”이민수는 미간을 문질렀다.“우희 낭자는 정말로 봉황의 운명을 타고났습니까?”소홍범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러나 곧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그럼요! 그때 점을 본 도사가 직접 찾아와 그렇게 말했습니다.”“저희는 그 사람을 알지도 못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그 도사는 소우연의 사주도 봤는데, 그 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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