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가 혼인을 하지 않는다 한들, 무슨 수가 있겠어요?”소우연은 잠시 말을 삼켰다.“황제 폐하께서 직접 내리신 혼사인데, 설령 평서왕이라 해도 되돌릴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이육진은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숙부님과 숙모님께서 직접 아바마마께 간청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그는 말을 하면서도, 어마마마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예쁜 여자일수록 사람을 잘 속이는 법이다.’그는 태자로 있을 때부터,덕빈이 흘린 수많은 눈물을 보아왔다.그 눈물의 상당수는 평서왕비 때문이었다.아버지는 분명, 그 여인을 특별히 여겼다.덕빈의 말처럼, 그것이 정확히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평서왕비가 직접 나선다면, 굳이 길게 말하지 않아도 황제는 그 청을 들어줄 것이었다.소우연은 믿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평서왕 내외께서 직접 폐하께 청한다고 해서, 정말 혼인을 뒤집을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이육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소우연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안 됩니다. 이민수와 소우희, 절대로 혼인해서는 안 됩니다, 왕야!”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이육진은 순간적으로 눈썹을 살짝 올렸다.“그들이 함께한다면, 저희 같은 자들은 결국 조연이 되고, 그들을 위한 희생양으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그녀는 이를 악물었다.이육진은 소우연이 이민수를 미워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태도는 단순한 증오 이상이었다.마치, 그들이 맺어지는 것이 ‘절대적인 위기’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그가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부인,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오.”그는 그녀의 초조한 표정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소우연이 이민수를 미워하는 이유가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묘하게 아려왔다.‘과연 어떤 마음으로 저들을 경계하는 것일까?’소우연은 입을 열려다가, 다시 닫았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뒤엉켜 있었다.그것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 이토록 답답한 일이 될 줄이야.그녀는 문득, 이육진이 오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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