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숙은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자리를 비켜주며 말했다.“그래, 내가 다시 방법을 찾아보마.”소우희는 혜주를 데리고 조용히 나섰다.그녀는 어머니에게 기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였다.이제 그녀가 직접 움직일 차례였다.하지만, 그녀는 이민수를 찾아가자마자 한 차례 정을 나누었다.소우희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조금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오라버니… 저는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부디 절 도와주세요.”이민수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품에 안고 있던 그녀였지만, 그의 눈빛은 차가웠다.그는 한순간 망설였다.그러나, 머릿속에는 평서왕의 날 선 질책이 떠올랐다.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소우희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희아…”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소우희는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세자 저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그녀는 그가 어떤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듣는 순간,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이민수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마. 어쨌든 그 분도 황가이시니…”“최선이요…?”소우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오라버니, 설마… 절 돕지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이민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희아, 돕지 않는 게 아니라 돕지 못하는 거란다… 폐하께서 내린 혼사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어.”그가 부친이 황제가 되지 않는 이상, 아니 그가 황제가 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그녀의 혼사를 막을 수 없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우희는 그 속뜻을 알아챘다.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세자 오라버니, 설마 잊으셨습니까? 저는 천명이 정한 사람…”“희아, 그만하자.”이민수는 단호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손짓했다. 그러자 그를 모시던 환관, 상평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우희 낭자를 뒷문으로 돌려보내라.”소우희의 두 눈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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