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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Author: 주 한잔
“정말 가고 싶으냐?”

이육진의 날카로운 시선이 소우연을 꿰뚫었다.

'소우연이 아직도 이민수를 잊지 못하는 걸까?'

이미 다른 여인과 혼인을 앞둔 남자다.

그런데도 그 배은망덕한 자가 아직도 소우연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건가?

이육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소우연은 입을 열려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그런데도 이육진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평서왕비가 직접 보낸 초청장이니, 가고 싶다면 가거라.”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

소우연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단지 이민수가 무슨 속셈으로 나를 부르려는 건지 알고 싶었을 뿐인데…'

하지만, 이육진이 불쾌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 갈 이유가 없었다.

그가 불쾌하다면… 그녀가 이민수를 만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왕야, 소첩은… 사실 그렇게 가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육진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가겠다는 듯한 말을 한 것이지?”

“저는 단지…”

소우연은 자신도 모르게 볼을 부풀렸다.

정말로, 이민수가 그녀를 불러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육진의 반응을 보니, 자신이 꼭 가야만 할 이유가 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이민수가 날 찾는다고, 내가 반드시 응해야 할까?'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미 다른 여인을 맞이할 사람이 아닌가.

소우연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그녀는 이육진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왕야, 소첩… 가지 않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확고했다.

이육진이 순간 멈칫했다.

그는 원래 가고 싶다면 가라고 말한 것이었지만, 소우연이 스스로 가지 않겠다고 단언하자 그의 가슴이 묘하게 뛰었다.

“……”

소우연은 그의 반응을 살피며 한 걸음 다가섰다.

“왕야, 소첩은 정말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그것은 마치 은근한 애교처럼 보였다.

이육진의 마음이 이상하게 흔들렸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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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79화

    “부인,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 내가 착각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이육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소우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착각이라뇨? 무슨 착각을 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이육진은 그녀를 응시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부인이 나를 유혹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소우연은 순간 멍해졌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이육진을 올려다보았다.'유혹이라니…?'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이왕 이렇게 된 거, 굳이 부정할 필요도 없었다.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첩은 왕야의 부인입니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요.”쿵…쿵…이육진의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그는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다시 물었다.“자네 말은… 인정한다는 뜻이냐?”그녀가 정말로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뜻인가?그는 그녀가 보일 작은 표정 변화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소우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우며 답했다.“만약 왕야께서 기뻐하신다면, 소첩은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고 여깁니다.”이육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러다 입꼬리를 올리며,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그는 한순간 말을 멈추고, 그녀를 깊이 바라보았다.“좋아한다.”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그는 그녀가 놓칠까 싶어 다시 한 번 천천히 되뇌었다.“부인을… 좋아한다.”소우연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소첩도 왕야를 좋아합니다.”이육진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이민수의 그림자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곁에 남아 있겠다고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이육진은 문득, 어린 시절 월노사에서 자신을 치료해주던 그 소녀가 떠올랐다.운명이 얽힌 그날 이후, 그들은 결국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날 밤, 눈이 밤새 내렸다.이튿날, 소우연이 눈을 뜨자, 이육진은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그의 자리에는 온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언제 일어나신 거지?'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80화

    회남왕부, 이당.정연이 방을 나서자, 소현준은 조용히 소우연을 바라보았다.그의 표정에는 어딘가 미안함과 복잡한 심경이 서려 있었다.“마마… 둘밖에 없으니 편히 말하겠습니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우연아…”“네가 회남왕부에 시집가게 한 건… 우리 모두가 너에게 진 빚이야.”“그 일에 대해서는 나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단다.”하지만 그는 이내 본론으로 넘어갔다.“그런데, 내가 오늘 여기에 온 이유를… 너도 잘 알고 있겠지?”소우연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알고 있습니다.”그녀의 미소에는 냉소가 섞여 있었다.'이제 와서 미안하다니. 그들의 죄책감은 늘 조건이 붙어 있어.'그가 그녀를 찾은 이유는 뻔했다.역시나 소우희 때문이겠지.소우연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조용히 말했다.“오라버니께서는 당시 집에 계시지 않았지만… 만약 그때 계셨더라도, 결국 저를 대신 시집보내라고 하셨겠죠?”소현준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반박하지 않았다.소우희의 연약한 체질, 그리고 그녀가 이민수의 눈에 들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그는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소우연은 차갑게 웃었다.“저는 주워 온 자식입니까?”소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말이냐?”“그렇지 않다면, 왜 모든 사람이 저를 싫어하고, 소우희만 감싸는 것입니까?”그녀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혼약을 맺은 사람은 소우희였죠. 그런데 가족들은 우희가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저를 대신 보냈습니다. 회남왕이 무서운 존재라서 견디기 힘들 거라고 했죠. 그럼, 저는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소현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소우연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저는 회남왕부에 발을 들인 순간, 소씨 가문과의 인연을 끊기로 결심했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소현준은 씁쓸하게 입술을 다물었다.그녀는 이제 자신을 '오라버니'라 부르지도 않았다.그것이 그녀의 마음이 이미 돌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81화

    회남왕부, 이당‘조모님께 드리는 진정향, 원래 우희가 직접 조제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요즘 들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니…’소현준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그는 집에서 머무는 일이 드물었고, 대부분 자신의 관저에서 지냈기에 진원 장군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지 못했다.그가 곰곰이 생각하며 시선을 돌리자, 눈 덮인 마당 저편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소우연과 그녀의 시녀가 한 우산을 함께 받쳐 들고, 긴 복도를 따라 사라지고 있었다.'뭔가 이상해. 분명 다른 뜻이 있을 거야.'그것은 단순한 원망섞인 말이 아니었다.도대체 얼마나 깊은 상처와 분노가 쌓였기에, 그녀가 이렇게 냉정해진 걸까?……눈이 연달아 삼 일째 내렸다.소우연은 정연, 명심, 그리고 다른 시녀들과 함께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었다.손이 얼어붙을 만큼 차가웠지만, 모두들 환하게 웃으며 즐겁게 뛰어놀고 있었다.그때, 진규가 밀고 온 휠체어가 눈길에 멈춰 섰다.이육진은 조용히 앉아, 눈 덮인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웃고 있는 소우연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미소는 마치 밤하늘의 밝은 달빛처럼 눈부셨다.그는 순간 넋을 잃었다.그녀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다.“왕야께서 오셨습니다!”하인들이 서둘러 인사를 올렸다.그제야 소우연이 뒤를 돌아보았다.눈 내리는 풍경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그의 주위는 온통 새하얀 눈밭이었고, 오직 그와 진규만이 색채를 지니고 있었다.은빛 가면을 쓴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의 시선이 그녀를 향해 깊숙이 머물렀다.소우연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왕야, 궁에 다녀오셨습니까?”“그렇다.”그는 짧게 대답했다.소우연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추운 날… 왜 밖에 나와 계십니까?”“왜 미리 말씀도 없이…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그러자 이육진이 두 손을 뻗었다.소우연은 순간 멈칫했다.그러나 이내 자신의 차가운 손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82화

    난 가장 좋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그가 그렇게 말했다.소우연은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이게… 보호받고, 사랑받고, 인정받는 느낌인가?'소우희는 언제나 소씨 가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온 가족이 그녀를 감싸며 아꼈다.그러니 그녀가 얼마나 편하고 행복하게 살았을까…반면, 소우연은 한 번 죽음의 문턱을 넘었고, 그 이후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다시는 누구도 믿지 말자고…하지만 이육진, 그는 세간에서 살아 있는 지옥이라 불릴 정도로 무서운 존재였다.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그의 태도는 그리 잔혹하지 않았다.그는 분명 그녀를 진정으로 감싸고 있었다.그녀는 아찔할 정도로 흔들릴 뻔했다.“내 말을 믿지 않는 듯한 눈치구나.”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소우연도 미소를 지었다.“원래는 믿지 않으려 했지만, 왕야께서 하신 말씀이니… 믿어보겠습니다.”그녀는 그를 관찰했다.며칠 동안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며칠 사이, 그는 점점 바빠졌다.하지만 묘하게도, 그의 얼굴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미소가 머물고 있었다.그녀의 착각일까?이육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눈앞의 바둑판을 바라보았다.그는 백옥으로 된 바둑통의 뚜껑을 열며 말했다.“나와 한 판 두겠느냐?”소우연은 맞은편의 작은 걸상에 앉았다.“소첩은 왕야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그녀는 볼을 살짝 부풀리며 투덜거렸다.그 모습이 사뭇 귀엽고 사랑스러웠다.이육진은 피식 웃었다.“그럼, 부인을 상대로 한 판 두어보도록 하지.”“……”그녀는 체념한 듯이 한숨을 쉬고, 조용히 검은 돌을 집어 첫 수를 두었다.그는 계속해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의 태도에는 이전보다 훨씬 온화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소우연은 생각했다.'아마도, 원래 황태자였던 왕야께서는 이런 분위기를 지닌 사람이었겠지.'그렇다면, 그가 전장에서 칼을 휘두를 때의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까?그녀는 잠시 상상하다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그러자,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83화

    “오늘 아침, 소 장군이 폐하께 찾아가 혼인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는구나.”이육진이 말을 멈추고, 소우연의 반응을 살폈다.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폐하께서는 크게 노하셨지.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소우희의 혼인은 이미 결정된 듯하다.”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아이가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입니다.”이육진은 조용히 바둑판 위의 마지막 바둑돌을 집어 바둑통에 넣으며 말했다.“폐하께서는 네게 이 일에 대해 물으실 수도 있어. 혹여나 네가 나서서 청을 올린다면…”그는 조용히 바둑통의 뚜껑을 닫았다.“폐하께서 다시 고려해 보실 수도 있다.”그러나 소우연의 대답은 단호했다.“소첩은 절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이육진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그는 무심한 듯 물었다.“단순히 그들을 돕기 싫은 마음인 것이냐?”소우연은 짧게 웃었다.“그것도 한 이유입니다.”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차분하게 덧붙였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제 운명이 바뀌었으니, 그들의 삶도 변할 것이란 점이지요.”“그리고 그것은, 왕야와 소첩에게도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닐까요?”이육진은 짧게 ‘음’ 하고 응답했다.어떤 이유든, 결국 그녀는 그의 사람이었다.그것만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반 시진 후.간석이 서둘러 다가와 조용히 보고했다. 그의 얼굴엔 묘한 장난기와 연민이 섞여 있었다.“마마, 소 가문의 둘째 아씨께서 왕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소우연은 흥미로운 듯 물었다.“혼자 왔느냐?”간석이 고개를 저었다.“시녀와 함께 온 것 같습니다.”“둘 다 꽤 오랜 시간 추위에 떨며 눈물을 훔치고 있더이다.”소우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겨우 시작인데 벌써 울다니?”전생에서, 그녀가 소씨 가문의 대문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문을 두드릴 때, 단 한 명도 나와 보지 않았었다.그러나 이제 겨우 이런 일로 울고 있다니…소우연이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자, 간석이 곁눈질하며 이육진을 바라보았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84화

    정연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듯, 차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왕비마마 납시오!”왕부 문 앞에서 초조하게 서 있던 소우희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소우연을 향해 달려들었다.정연이 재빠르게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언니!”소우희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애원했다.“아버님께서 그러셨어! 오직 언니만이 날 구할 수 있다고!”“제발, 언니… 날 좀 도와줘!”그러나 소우연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그녀는 가볍게 옆으로 비켜서며, 마치 더러운 것이 닿을까 꺼리는 듯 거리를 두었다.“제 정신이냐?”차가운 눈빛이 소우희를 꿰뚫었다.“황제 폐하의 성지가 내려졌는데, 누가 널 구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구할 수 있단 말이더냐?"소우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아니야! 아버님께서 그러셨어!”“언니가 왕야께 간청하면, 황제 폐하께서 왕야의 체면을 봐서 혼인을 철회해 주실 거라고…!"소우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이라면 무조건 믿어야 하는 것이냐?”소우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눈물 자국이 말라붙어 얼굴이 얼얼했다.그러나 그녀는 필사적으로 소우연을 설득하려 했다.“그 평춘왕은 이미 몇 명의 왕비를 죽였어!”“측실과 첩들도 셀 수 없이 많아! 너, 정말 이렇게까지 무정하게 날 죽음의 길로 밀어 넣겠다는 거야?!"그녀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떨렸다.그러나, 소우연은 단 한마디로 그녀의 모든 반발을 잠재웠다.“내가 강제로 회남왕부에 들어올 때, 너희들은 내 손을 잡아주기는커녕 그저 구경만 하고 있지 않았더냐?”그녀의 말은 묵직한 망치처럼 소우희의 가슴을 내리쳤다.“왜? 이제 와서 너도 나와 같은 처지가 되니, 그제야 '지옥'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더냐?”소우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우연을 노려보았다.그 시선 속에는 원망과 분노가 가득했다.“넌 지금도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회남왕부의 왕비로! 그게 어째서 지옥이야?!”소우연은 조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85화

    진우는 소우희를 마차 안으로 던지듯 실어버렸다.그의 차가운 시선이 혜주에게 닿자, 혜주는 몸을 움찔하며 뒷걸음질쳤다.그러나 진우는 단 한마디도 없이, 혜주까지 마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아씨…!”혜주가 놀라 외쳤지만, 진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퍽!마부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진우는 그의 가슴을 강하게 걷어차 마차에서 내던졌다.곧장 마차 위로 뛰어오른 그는 재빨리 고삐를 틀어쥐고, 빠르게 성문 밖으로 향했다.소우연과 정연이 왕부 안으로 돌아가던 중, 간석이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가로막았다.“왕비마마, 왕야께서 바로 본채로 오시라 전하셨습니다. 오늘 저녁은 본채에서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하늘은 이미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다.”그녀는 정연에게 조용히 지시했다.“이락원의 약재들은 그대로 두어라.”이미 만든 연고만으로도 이육진이 보름 정도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정연은 허리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예, 다녀오겠습니다.”그녀가 물러나자, 소우연은 간석과 함께 본채로 향했다.“왕야, 지금 식사를 하시겠습니까?”간석이 물었다.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간석은 물러나 저녁 식사를 준비하러 갔다.이육진이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잘 해결됐느냐?”소우연은 그 손을 가볍게 잡으며 대답했다.“네, 아주 순조로웠습니다.”무엇보다, 그는 그녀가 하는 일을 일절 막지 않았다.오히려 그녀의 모든 선택을 존중하고 믿어주었다.그것만으로도 그녀는 만족스러웠다.그녀가 손을 내밀자, 이육진은 살짝 힘을 주어 그녀를 자기 곁으로 끌어당겼다.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앉았다.‘이상하게도… 이 사람 손을 잡고 있으면 마음이 놓여.’하녀들은 조용히 저녁 상을 차렸다.저녁 식사가 끝난 후, 진우가 돌아와 소우연에게 보고했다.“왕비마마, 소우희 아씨는 성 밖의 폐사에 두고 왔습니다.”소우연은 흥미로운 듯 되물었다.“성 밖의 폐사?”진우는 그녀의 의중을 살피며 조용히 물었다.“너무 가깝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86화

    “왕야, 이제야 소첩을 믿으시겠습니까?”소우연은 자신감이 깃든 미소를 지었다.그 순간, 이육진은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처럼 보였다.“믿는다.”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한 번도 태의원에 약의 성분을 감정해보라고 하거나, 누군가에게 따로 진맥을 부탁한 적이 없었다.그녀가 만들어준 약이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그녀가 과거 자신을 구했을 때조차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는 그녀를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그럼…”소우연은 그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오늘 밤부터 왕야의 다리에 침을 놓아 치료해 드릴까요?”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이육진은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그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왕야?”소우연이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조심스레 불렀다.그녀는 초조해 보였다.이육진은 그녀가 걱정하는 바를 눈치챘다.그녀는 그의 몸이 진짜로 회복될 수 있을지, 그리고 후사를 볼 수 있을지 염려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그녀의 불안을 없애주기로 했다.“좋다.”그는 짧고도 확신에 찬 대답을 내놓았다.그제야 소우연의 얼굴이 밝아졌다.“왕야, 침을 놓기 전에 먼저 약을 발라드리겠습니다. 자, 어서 침대로 가십시오.”“음.”그는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랐다.이육진이 침대에 눕자, 소우연은 약병을 들고 다가왔다.그러나 그녀가 손을 뻗기도 전에, 이육진은 망설임 없이 상의를 벗었다.그는 상의를 벗어 한쪽으로 내려놓고, 침대에 편안히 몸을 기댔다.그제야 그녀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됐다. 시작해도 좋아.”소우연은 자연스럽게 다가가, 손끝에 약을 덜어 그의 등을 부드럽게 문질렀다.그녀의 손길은 조심스럽기도 하고 따뜻했다.그녀가 상처 위를 문지르며 약을 스며들게 하자, 그는 등에 닿는 미세한 온기가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문지를 때마다 조심스레 입김을 불어넣었다.후…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등을 스쳤다.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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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2화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다고요? 지금 모든 게 우리 소씨 가문 탓이라는 겁니까?”소한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소우연을 쳐다보며 물었다.“아닙니까?”“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뱉을 수 있는 겁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한 모든 선택은 소씨 가문의 미래를 위한 것이지 않습니까?”소우연은 피식 코웃음을 치며 뻔뻔한 소한준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녀를 제외한 소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수익자인데 그들이 어찌 소우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소우연은 말이 안 통하는 소한준과 더 이상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게 지금 무슨 표정입니까?”원망 가득한 소우연의 눈빛을 보며 소한준은 기분이 언짢았다. 눈이 퉁퉁 부은 소우희에게 소한준은 어떻게든 소우연을 데리고 가서 삼자 대면으로 오해를 풀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소우연은 지금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소한준은 어쩔 수 없이 한발짝 양보했다.“좋습니다. 다른 문제는 일단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저와 같이 갈 곳이 있습니다. 왕비께 할 말이 있거든요.”“하실 말씀 있으시면 여기서 하십시오.”“아니…”소우연은 당황한 듯한 소한준을 냉랭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전 당신들과 조금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티를 내는데 설마 눈치를 못 채셨습니까?”소우연의 한 마디에 소한준은 입을 떡 벌린 채 경악을 금치 못했다.너무도 익숙한 그녀의 얼굴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눈앞에 있는 소우연의 눈빛과 태도 그리고 뱉은 말은 더할 나위 없이 낯설었다.이 여인이 정말 소우연이 맞단 말인가?“좋습니다. 아주 대단하시네요.”소한준은 불쾌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소우연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는 이를 악물며 노려보더니 이내 돌아서서 만안당을 떠났다.한편,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정연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소씨 가문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파렴치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저자들은 단 한번도 왕비님을 진심으로 걱정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물론 왕야와 왕비가 천생연분이라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1화

    소우연은 곁에서 박수를 치며 이육진을 응원했다.“왕야, 회복이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본채 앞마당에는 간석과 정연 그리고 나무 위에서 주변 상황을 살피고 있는 진규밖에 없었다. 나머지 하인들은 배나무 별채로 보내져 약재를 빻고 있었다.소우연의 응원에 간석과 정연도 한 마디씩 보태며 이육진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지나자 소우연은 이육진에게 이제 그만 쉬라고 했고 이육진은 발목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가까스로 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 부인 말에 따르겠네.”간석이 휠체어를 끌고 오자 이육진은 바로 휠체어에 앉았고 이내 본채로 돌아가 목욕을 했다.결국 소우연은 오늘도 직접 이육진을 위해 고약을 발라주었다.매일 이 시간이 되면 이육진은 소우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소우연의 뒤통수를 가볍게 감싸 쥐고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오늘도 예외가 아니었다.어느새 숨이 거칠어진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동시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얼굴이 빨개진 소우연은 너무 부끄러워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침을 챙기러 갔다.이틀 뒤.만안당에 무보수로 백성들을 치료해주러 간 소우연은 그곳에서 소한준을 보게 되었다.“잠깐 나오십시오. 제가 왕비께 물어볼 말이 있습니다.”뒷짐을 지고 서있던 소한준이 명령하듯 말하자 소우연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소 장군님께서 지금 저에게 명령하신 겁니까?”“너…”한없이 냉랭한 소우연의 태도에 소한준은 소우희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소우연은 소씨 가문을 원망하고 소씨 가문을 철저하게 망가트리겠다고 했던 말들 말이다.소한준은 소우희를 경성까지 안전하게 호송했지만 소우희는 겁이 나서 평춘왕 저택에 돌아가지 못하겠다고 했기에 두 남매는 어쩔 수 없이 객줏집에 묵었다.경성에 돌아오고 나서부터 며칠동안 매일 눈물을 흘린 소우희는 몸이 심각하게 말라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소한준은 마음속에 화가 치밀었다.그래서 소우연과 소우희 자매를 화해시키기 위해 이렇게 만안당까지 찾아온 것이다.“소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0화

    두 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짚고 허리를 살짝 숙여 얼굴이 발그레해진 소녀를 지그시 바라보던 이육진은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짓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소우연 곁에 털썩 앉았다.소우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왕야의 다리는 이제 조금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리 무모한 행동을 하시는 겁니까? 이제 겨우 열댓 걸음밖에 못 걸으시는데 왕야는 무섭지도 않습니까?”“난 연이 네가 화내는 게 제일 무섭다.”말문이 턱 막힌 소우연은 이육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육진이 이런 남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한편, 소우연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이육진은 그녀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정말이에요. 제 말은 진심이에요.”4년 전, 이육진의 목숨을 살려준 사람이 소우연이었다. 그리고 4년 뒤, 소우연은 이육진의 다리도 치료해주었고 심지어 얼굴의 흉터도 점점 연해지고 있다.이육진은 소우연 덕분에 긍정적으로 살아갈 목표가 생겼다.어여쁜 소우연의 얼굴을 보며 이육진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는 소우연에게 단순한 고마운 감정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그뿐만 아니라 소우연이 자신의 아내여서 너무 기쁜 나머지 꿈속에서도 환호를 지를 정도였다.소우연도 이육진을 몇 번이나 힐끔거렸다. 이육진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자 소우연은 너무 부끄러웠다.사실 소우연은 이제 남녀 사이의 감정에 대해 더 이상 기대를 품지 않았지만 이육진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자꾸 마음이 설레었다.“정말이에요.”이육진이 다시 한번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하자 소우연은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을 조심스럽게 벗겼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았고 서로의 숨소리가 너무 선명하게 들렸다.소우연은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하게 훑어보았다.얼굴 흉터가 거의 다 사라졌으며 뚜렷한 이목구비에 카리스마가 넘쳤다.하지만 소우연을 쳐다볼 땐,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한 표정이었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9화

    결국 보다 못한 간석이 이육진에게 춘궁도 몇 권을 건넸고 이를 대충 펼쳐보다가 흥취를 전혀 느끼지 못한 이육진은 이를 곁에 툭 던지고는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았다.소우연과 부부의 낙을 행했을 때에도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거나 그 방면에 대한 지식이 있었던 게 아니라 본능이었다.소우연의 곁에 있으면 이육진은 어떻게 해야 그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것 같았다.이육진이 이내 소우연을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소우연은 이를 힐끗 쳐다보고는 그대로 돌아서서 떠났다.한편, 멀리서 지켜보던 간석은 소우연이 이육진을 버리고 떠난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왕비님이 왕야를 버리고 혼자 떠난 건 처음이었다.“왕야…”한걸음에 달려온 간석은 재빨리 이육진의 휠체어를 끌고는 감히 아무 말도 묻지 못했다.그러다가 이육진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상대방은 되레 웃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왕야의 얼굴에 웃음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몰래 웃고 있는 표정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왕야, 왕비님께서 화나서 가신 것 같은데 왜 웃으시는 겁니까?”간석의 말에 이육진이 간석을 힐끗 흘겨보았다.소우연이 오늘 보여준 삐침이 얼마나 귀한 건지 이육진만 알고 있다.예전에 소우연은 이육진 앞에서 늘 깍듯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이었으며 그를 남편이 아닌 왕야만으로 생각하면서 그의 신분에 눌려 예를 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소우연의 토라진 모습으로 보았을 때, 소우연은 마음속으로 이육진을 점점 더 신임하고 있는 듯했다.이육진은 생각만해도 너무 좋았다.한편, 기분이 좋아 보이는 왕야를 보며 간석도 어느새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왕야와 왕비님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노비들도 따라서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으니까.저녁 식사 때. 정연은 살짝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했지만 확실하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평소대로라면 왕야와 왕비님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장기를 두어 판 두거나 일상적인 담소를 나눠야 하는데 오늘은 달랐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8화

    이육진은 볼에 바람을 살짝 넣은 소우연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내 몸은 아무 문제가 없는 거겠지?”소우연은 이육진의 물음에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그녀는 한동안 남성 의학에 대해 연구를 해보았는데 이육진의 진맥을 짚었을 때, 오랫동안의 금욕생활로 살짝 들떠 있는 상태로 보였다.하지만 그렇다고 사실대로 대놓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얘기했다가 그녀에게 대신 해결해 달라고 하면 어떡할까 겁이 나기도 했다.두 사람은 진정한 합방 경험이 없지만 이육진은 너무도 당당하게 소우연에게 부끄러운 요구를 자주 했다.소우연은 그 요구들을 생각만 해도 얼굴이 뜨거워졌다.한편, 날이 어두워지자 이육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우연의 손을 잡고 본채 안으로 들어갔다.소우연은 이육진의 기다란 다리와 건장한 몸매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설레었다.“왕야, 저택에 저희를 지켜보는 사람이라도 있으면…”“걱정하지 말 거라.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은 진작 없어졌다.”“그렇군요.”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던 소우연은 갑자기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정신을 번쩍 차렸다.“그럼 감시자가 없다는 말씀이십니까?”정자 계단 아래로 내려가던 소우연은 걸음을 갑자기 멈추었고 흠칫하던 이육진은 이내 가까이에 놓여있던 휠체어를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아악! 내 다리…”소우연의 손을 놓은 이육진이 앞으로 다가가 휠체어에 앉자 소우연이 얼른 뒤따라갔다.“왕야, 저택 안에 있던 감시자가 언제부터 없어진 거예요?”“아, 그게…”우물쭈물하는 이육진의 모습에 소우연은 모든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연아, 그러니까 나는…”“왕야께서는 어젯밤에도 저에게 신음소리를 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소우연은 화가 조금 났다.저택 안에 그들을 지켜보는 감시자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줄 알고 이육진의 제안에 협조하였고 자신의 몸을 만지게 허락하기도 했다. 그리고 심지어 주체할 수 없는 야릇한 신음소리까지 냈다.그런 과거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우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럴 때마다 소우연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7화

    “저도 전해 들었습니다. 그자들이 저에게 미안한 마음은 조금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소우희를 더욱 걱정하고 있습니다. 소우희에게 작은 벌조차 하나도 내리지 않았거든요.”“소우희가 너보다 먼저 소현우와 소한준을 만나러 갔으니 두 사람은 아마 너를 오해하게 될 것이다.”“왕야, 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그자들은 저를 소씨 가문의 부속품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 저를 소씨 가문 딸로 전혀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오해하든 전 상관없습니다.”이런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우연을 보며 이육진은 마음이 아팠다.그의 연이는 이제 소씨 가문에게 완전히 실망한 것이다!이때, 간석이 다가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말했다.“왕야, 왕비님, 이 어의가 오셨습니다.”소우연은 재빨리 이육진에게 잡혀 있던 손을 빼며 물었다.“벌써 온 것이냐?”며칠 전에 진맥을 했던 것 같은데 왜 벌써 왔지?“네, 왕비님. 이 어의께서 마당 앞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소우연은 이육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간석에게 이 어의를 들게 하라고 말했다.이 어의는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행동거지가 차분했다.이육진과 소우연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올린 뒤 소우연을 위해 진맥을 진행했다.15분 뒤, 이 어의가 소우연을 쳐다보며 말했다.“왕비님은 아주 건강하십니다. 왕야, 소인이 왕야께도 진맥을 해드릴까요?”고개를 돌린 이 어의가 이육진에게 묻자 이육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필요 없다. 내 몸은 아주 튼튼하다.”이 어의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몇 달 동안이나 소우연을 위해 진맥을 했지만 아직도 회임 소식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태의원에 남은 이육진의 검사 기록에 의하면 이육진은 지금 회임이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왕비의 몸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혼사를 치른지 몇 달이나 넘었는데 아직도 회임 소식이 없는 걸로 보아 이 어의는 이육진의 몸 상태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이번에도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하면 덕빈 마마가 크게 노할 수도 있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6화

    “이제보니 소우희의 외출 목적이 소현우와 소한준 두 사람을 경성으로 데리고 오려는 거였네.”소우연이 담담하게 말하자 진규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이때, 정자에 앉아있던 이육진이 말했다.“소우희 그 여자는 경성의 천재 소녀가 아니라 완전 멍청이였어.”“예전에 덕빈 마마께서 소우희의 어여쁘고 천재적인 모습을 보고 폐하께 왕야와 소우희를 위해 혼인을 하사하라고 말씀하신 겁니다.”소우연이 피식 웃으면서 하는 말에 이육진은 그녀를 조용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대꾸했다.“그러고보니 소우희 그자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건 아니구나. 그자가 아니었으면 나와 연이 너의 인연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것이지 않느냐?”이육진은 그동안 자신의 생명의 은인을 계속 찾아다니고 있었지만 올해가 되어서야 단서를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특히 용강한은 전에 이육진에게 소우희 대신 시집온 아내에게 잘해주라고 하면서 어쩌면 소우연이 그의 고달픈 운명을 바꿔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그때 당시 이육진은 용강한에게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점을 봐 달라고 했고 용강한은 그런 이육진에게 급할 것 없다고, 인연이라면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고만 얘기했다.이육진은 용강한의 말투와 태도가 사기꾼처럼 느껴졌다.그러다가 혼사를 치른 뒤, 소우연의 몸에서 생명의 은인과 똑같은 약초향이 나자 이육진은 그제야 용강한은 사기꾼이 아니라 실력이 뛰어난 점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한편, 소우연은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이육진을 쳐다보았다.‘나와의 인연을 기다리고 있었다고?’그 말은 마치 이육진이 두 사람이 언젠가 함께할 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들렸다.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이내 지운 소우연은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왕야 말씀이 맞습니다.”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소우연이 잘못된 선택을 하나라도 했더라면 오늘 이런 날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뒤로하고 이육진 이 남자만 봤을 때 이육진은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며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5화

    소현우는 아버지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대 당시 최전방에서 적들과 싸우고 있었는데 후방을 책임지던 회남왕이 습격을 당한 탓에 지원군들이 제때에 나타나지 못했다.결국 삼천 명이 넘었던 병사들은 몇백 명 밖에 남지 않았고 불행 중 다행으로 전쟁에서 살아남긴 했지만 큰 부상을 입은 소현우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부하는 곧바로 소현우를 조청강에 위치한 그의 외갓집으로 데려갔지만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어서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그러다가 겨우 눈을 떴을 때, 처음으로 본 사람이 소우희였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소우희가 매일 소현우 곁을 지켰고 하인을 시켜 약을 달이고 직접 소현우에게 먹여 주기까지 했다.이와 반대로 소우연은 매일 외출하느라 바빴다.자세하게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 소우연은 매일 소우희에게 소현우가 아직도 고열을 앓고 있는지, 상처에서 진물이 흐르지는 않는지 확인하라고 얘기한 것 같았다.“이제 뭔가 떠오르는 게 있는 겁니까?”의자에 앉아있던 소현준이 소현우를 빤히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물었다.소현우는 소우희에게 의심이 생긴 게 확실하다.소홍번도 소현우를 보며 말했다.“진실이 무엇인지 너도 이제 다 알았을 거야. 의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너를 살려주었겠느냐?”안색이 확 굳어진 소현우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인 채 소홍범의 말에 대꾸를 했다.“아버지,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우리 소씨 가문은 소우연에게 미안한 게 많아. 하지만 근래에 네 어머니와 현준이가 회남왕에 찾아가 소우연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그 아이가 그렇게 냉정하단 말입니까?”소홍범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현우는 고개를 돌려 소현준을 쳐다보았고 소현준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그럼… 도대체 뭘 원하는 겁니까?”소현우의 머릿속에 소우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소우연이 소씨 가문을 완전히 망가트리고 싶어 한다고 했다.도대체 어떤 게 진짜이고 어떤 게 거짓일까? 소현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4화

    “오라버니, 일단 진정하십시오. 소우연은 지금 회남왕비입니다. 다른 사람과 눈도 못 마주치던 예전의 소우연이 아니란 말입니다.”소우희는 눈물을 닦으면서 겨우 말을 이어갔고 그 모습에 소한준은 너무 안쓰러우면서 한편으로는 소우연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아무리 그래도 우린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가족인데 소우연이 너에게 그런 몹쓸 짓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다.”“소우연은 지금 저뿐만 아니라 소씨 가문 모든 사람들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회남왕 저택에 찾아가보십시오. 소우연은 얼굴도 비추지 않을 겁니다.”소우희가 나긋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소씨 가문의 나머지 사람들은 속이기 쉽지 않지만 소한준은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가장 예뻐하고 아껴줬으며 그녀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기에 이번에도 무조건 그녀의 편에 설 거라고 확신했다.‘난 봉황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복덩이야. 절대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어!’한편, 소한준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소우희를 쳐다보자 소우희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제가 지금까지 한 말은 전부 사실입니다. 저와 둘째 오라버니, 그리고 어머니까지 소우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회남왕 저택에 찾아갔는데 소우연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라버니, 솔직히 전 소우연이 제 모든 걸 빼앗아가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소우연의 행동을 보면 저희 소씨 가문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깊어 보입니다. 만에 하나, 소씨 가문을 완전히 망가트리겠다는 소우연의 말이 그냥 홧김에 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면 어떡합니까? 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둘째 오라버니는 제 입에서 소우연이야말로 의술을 할 줄 아는 딸이라는 말을 직접 들으셨기 때문에 소우연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제가 하는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으실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목숨 걸고 금주까지 와서 큰 오라버니와 셋째 오라버니께 이 사실을 전해드리는 겁니다!”“다들 미쳤구나!”소한준이 이를 악물며 말하다가 너무도 가여운 소우희를 쳐다보았다. 두 눈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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