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이주원은 직접 운전하여 그녀의 오피스텔에 도착했다.“가요, 일단 머리부터 하고 드레스로 갈아입어요.”정장 차림의 이주원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번듯한 모습이었다. 짙은 눈썹과 커다란 눈, 거기에 환한 미소까지 더하니 그리 얄밉지도 않았다.신가람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가죠 뭐.”“그건 안 돼요. 가람 씨는 오늘 내 파트너인데 정장을 입은 내 옆에서 캐쥬얼 차림으로 있으면 사람들이 비서로 착각한단 말이에요. 근데 내 비서였다면 참 좋았을 텐데...”이주원이 한탄했다.만약 신가람이 박정후의 사람만 아니었다면 그는 분명 적극적으로 대시했을 것이다.예쁘지, 몸매 좋지, 게다가 업무 능력이 뛰어난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니까.신가람도 그의 말이 나름 일리가 있어 보여 함께 미용실로 향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미백 관리를 마치자 안 그래도 새하얀 피부가 마치 깐 달걀처럼 탱글탱글하고 눈부셨다.조명 아래에 서니 물광 피부가 따로 없었다.웜톤의 드레스는 또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볼륨 있는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다.이주원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속으로 이제 곧 내릴 결정이 조금 후회스러웠다.그는 신가람의 앞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말했다.“가람 씨 정말 너무 예뻐요. 가람 씨만의 독특한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신가람은 아무 말 없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칭찬 고마워요. 그럼 이제 출발해볼까요?”“가람 씨, 정말 나랑 사귈 생각 없어요? 나 진짜 괜찮은 남자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데...”이주원이 농담 삼아 그녀에게 물었다.“저한테 한 번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 아니었어요? 이제 보니 별로 안 급해 보이네요.”“아니요, 엄청 시급해요.”이주원은 허리를 숙이고 그녀에게 길을 안내하듯 손을 내밀었다.“어여쁜 신가람 씨, 이리로 타시죠.”...생신 연회는 개인 저택에서 열렸다.S시 동부 지역에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호화로운 이곳은 녹색 벽돌과 타일, 우거진 나무와 흰 벽이 조화를 이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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