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쾌감에 녹아드는 악마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40 챕터

제31화

박정후는 소지율을 밀치고 최대한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가람 씨한테 물 한 잔 갖고 오라고 해.”“가람 씨 지금 주원 씨 옷 고르는 중이라 어려울걸... 이것도 참 우연이지. 근처에서 이 대표님 만날 줄 누가 알았겠어? 나한테 가람 씨에 관해 물어보더라고. 두 사람 지금 만나자마자 반갑게 얘기 나누는 중이라 차마 방해하지 못하겠어.”“이주원?”박정후는 음침한 눈빛으로 돌변하더니 대뜸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 외투를 챙겨서 그대로 나가버렸다.남성복 코너에서 이주원이 스트라이프 상의를 몸에 대보고 있었다.“가람 씨, 이 옷 어때요? 괜찮을까요?”신가람이 대답했다.“네, 대표님과 잘 어울리네요.”“그래요? 그럼 이거로 하죠. 바로 포장해주세요.”이주원이 셔츠를 종업원에게 건넸다.“넥타이도 몇 개 더 골라줄래요?”신가람이 뒤로 물러서면 그는 껌딱지처럼 가까이 들러붙으며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가 없었다.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제 막 거절하려고 할 때 음침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가람 씨.”화들짝 놀라서 뒤돌아보니 박정후가 싸늘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 막 운동한 것처럼 셔츠에 근육이 울퉁불퉁 튀어 올랐고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였다.그녀는 마지못해 아래로 내려다보았는데 별안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아니... 대체 왜 아직도 저런 거야?’‘그래서 외투로 가렸네...’“이주원 씨 옷 다 골라줬어?”신가람은 그의 말 속에 담긴 뜻을 바로 알아채고 해명에 나섰다.“이 대표님 취향을 잘 몰라서 섣불리 고를 수가 없었어요. 만에 하나 마음에 안 든다면 괜한 돈만 낭비하게 되잖아요.”이에 이주원이 다정하게 말했다.“가람 씨는 참 검소하시네요. 누가 가람 씨 같은 여자친구를 얻는다면 그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예요. 저한테도 그런 기회가 차려질는지...”“신가람 씨! 연애할 거면 나가서 해. 근무 시간에 뭐야 이게!”박정후가 싸늘한 어투로 쏘아붙였다.이때 마침 소지율이 밖에 나오며 그의 팔짱을 꼈다.“정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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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신가람도 만약 이 남자의 침대 스킬을 겪지 못했다면 지금쯤 그가 게이인 줄 착각했을 것이다....차에 타자마자 구동하는 박정후의 옷소매를 걷고 억제제를 놓으려 했다.다만 박정후가 손목을 거둬들이고 등받이에 기댄 채 눈을 지그시 감았다.“약 때문에 불러놓고 이제 와서 또 왜? 내가 가서 가람 씨 다시 데려올까?”구동하는 괜찮은 방법이라 여기며 차 문을 열고 이제 곧 내리려 했다.“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어.”너무 많이 참았더니 목이 다 잠기고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박정후였다.구동하는 그가 지금 억지로 버티고 있다는 걸 너무 잘 안다.“너 이거 병이야. 치료해야 하는데 네가 협조도 안 하고 여자도 안 찾고, 이렇게 참다가 죽을 셈이야?”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얼마나 휘었는지 좀 봐. 계속 참다가 성기 폭발로 죽을 수도 있다니까. 조 실장님, 얼른 가람 씨한테 연락해서 지금 바로 차고로 오라고 하세요.”조민형도 대표님의 안전이 걱정되어 부랴부랴 차에서 내려 신가람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의 이름 석 자를 들은 박정후는 눈빛이 더 어두웠다.“이름만 들어도 이렇게 바로 반응하다니. 내가 만난 환자들은 십중팔구 오는 사람 안 막고 즉석에서 할 수 있어. 근데 넌 뭐냐? 방금 소지율 씨랑 함께 있었는데 건드리지도 않았지?”이런 희귀한 사례는 의학 역사상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구동하는 마냥 의아할 따름이었다.어쩌면 박정후를 표본으로 삼고 특별한 기록을 써 내려간다면 나중에 전문 저널에 논문을 발표할 수도 있을 듯싶었다.박정후는 몇 번 힘껏 누르면서 실핏줄이 터질 것만 같았다.“지율이한테는 그런 느낌 전혀 없어.”“넌 환자야. 아무 느낌 없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마 병원에서 섹스 중독이라고 내린 진단이 잘못됐나? 그냥 유사 증상이었다고?”구동하는 이틀 뒤에 선생님을 만나 뵙고 재점검 약속을 잡을 계획이었다.잠시 후 신가람이 허겁지겁 차고로 달려오며 저 멀리 서 있는 조민형을 발견했다.“가람 씨, 대표님 좀 보살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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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결국 신가람은 이를 악물고 티슈를 치우고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나른한 몸짓에 과일 향의 샴푸 냄새가 이 남자의 코끝을 찔렀다.그는 주먹을 꽉 쥐더니 충혈된 두 눈이 유난히 더 요염하게 빛났다.신가람은 마치 사냥꾼에게 감시당한 듯 바짝 긴장했다.이제 막 뒤로 물러나려고 하는데 박정후가 그녀의 뒤통수를 받치고 집어삼킬 듯이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뜨거운 열기가 그의 혀를 통해 그녀의 입안에 전해졌다.신가람은 몸이 나른해지고 나지막이 신음했다.‘미치겠네, 이 소리.’박정후는 그녀를 다리 위에 덥석 안아 올렸다. 방금 맞은 주사는 이대로 수포가 된 듯싶었다.“땀 닦겠으면 그냥 닦으면 될 것이지 왜 사람을 유혹해? 또 차에서 한 번 더 하고 싶어?”박정후는 그녀의 귀를 깨물고 잠긴 목소리로 질문했다.이에 신가람은 목을 움츠리며 그에게 답했다.“아니에요, 그런 거.”그 시각 조민형은 감히 차에 오를 엄두가 안 나 가까운 곳에서 바람을 쐬었다. 차 안에서 이제 곧 불꽃 튀는 ‘전쟁’이 일려고 할 때 소지율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왔다.조민형은 가볍게 기침하고 큰소리로 외쳤다.“지율 씨.”순간 차 안에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신가람은 애매한 신분이라 계속 머무를 순 없었다. 안방마님이 왔으니 그녀는 얼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이때 박정후가 그녀의 손목을 확 잡고 힘껏 누르면서 말했다.“감히 이주원이랑 자기만 해봐. 그때부턴 일 전 한 푼도 없어.”신가람은 온몸이 움찔거렸다. 그녀는 머리를 푹 숙인 채 곧바로 맹세했다.“걱정 마세요.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럴 일은 절대 없어요.”차에서 내린 그녀는 바로 옆에 서 있다가 소지율이 오른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제야 졸였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으니까.창문 너머로 소지율이 한창 박정후에게 기대 다정하게 그의 가슴을 만져주고 있었다.외적으로 보나 가정환경으로 보나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생배필이었다.신가람은 문득 심장이 저릿해지고 쓴웃음이 번졌다. 그녀는 단지 도구에 불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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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돌아오는 길에서 억제제 덕분에 박정후는 어느덧 많이 진정됐다.다만 널브러진 바닥을 보더니 여전히 화가 치밀었다.그는 신가람의 몸이 유독 좋다. 그녀와 꼭 붙어 있으면 미치도록 극에 치닫는 환희를 느낄 수 있다.박정후는 이를 딱히 소지율에게 해명하지 않았다. 종래로 그런 적이 없으니까.한편 소지율도 그 뒤로 며칠 동안 잠잠했다.어느덧 금요일이 다가왔고 구씨 집안 어르신이 이틀 뒤에 생신 연회를 연다면서 박정후를 초대했다.그의 여자 파트너는 영락없이 소지율이었다.퇴근 무렵, 박정후는 신가람을 사무실로 불렀다.“배는 왜 가려? 또 인스턴트 식품 먹었어?”그녀의 모습에 박정후가 안색이 어두워졌다.신가람은 바늘로 콕콕 찌르듯 위가 아팠다.“아니요. 좀 체한 것 같아요.”어젯밤에 거사를 마친 후 그녀는 스스로 음식을 차리고 확실히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넌 이젠 밥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해진 거야?”박정후가 정곡을 찌르자 그녀는 난감한 듯 머리를 푹 숙였다.“대표님 셔츠 사느라고 월급의 절반을 썼어요. 신용카드 긁었거든요.”그녀는 지금 그 누구보다 사정이 딱했다.박정후 이 남자는 그런 것도 모르고 또다시 그녀의 몸과 마음을 괴롭혔다. 그야말로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그러니까 나랑 자는 게 업무이고, 일을 마쳤더니 배 터지게 밥을 먹었다는 거네?”그야말로 가차 없이 그녀의 체면을 짓밟는 박정후였다.“대표님,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배 터지게 먹다니요? 저는 그저 열심히 일해서 위병에 걸린 거라고요. 이건 엄연히 따지면 업무상 부상이니 직원에게 마땅한 보상을 줘야 한다고 보는데요!”“병원 가서 검사받고 영수증 나한테 보내.”말을 마친 박정후는 펜을 들고 서류에 사인했다.신가람은 입술을 앙다물고 떠보듯이 그에게 물었다.“혹시 월급을... 가불할 수 있나요?”“안돼. 대신 가람 씨가 정 수요된다면 하루 세끼 식비로 먼저 지급할 순 있어.”이 남자는 절대 경솔한 사람이 아니다.다만 일단 한번 경솔해지면 그땐 인간도 아니다...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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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일요일 오후, 이주원은 직접 운전하여 그녀의 오피스텔에 도착했다.“가요, 일단 머리부터 하고 드레스로 갈아입어요.”정장 차림의 이주원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번듯한 모습이었다. 짙은 눈썹과 커다란 눈, 거기에 환한 미소까지 더하니 그리 얄밉지도 않았다.신가람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가죠 뭐.”“그건 안 돼요. 가람 씨는 오늘 내 파트너인데 정장을 입은 내 옆에서 캐쥬얼 차림으로 있으면 사람들이 비서로 착각한단 말이에요. 근데 내 비서였다면 참 좋았을 텐데...”이주원이 한탄했다.만약 신가람이 박정후의 사람만 아니었다면 그는 분명 적극적으로 대시했을 것이다.예쁘지, 몸매 좋지, 게다가 업무 능력이 뛰어난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니까.신가람도 그의 말이 나름 일리가 있어 보여 함께 미용실로 향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미백 관리를 마치자 안 그래도 새하얀 피부가 마치 깐 달걀처럼 탱글탱글하고 눈부셨다.조명 아래에 서니 물광 피부가 따로 없었다.웜톤의 드레스는 또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볼륨 있는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다.이주원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속으로 이제 곧 내릴 결정이 조금 후회스러웠다.그는 신가람의 앞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말했다.“가람 씨 정말 너무 예뻐요. 가람 씨만의 독특한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신가람은 아무 말 없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칭찬 고마워요. 그럼 이제 출발해볼까요?”“가람 씨, 정말 나랑 사귈 생각 없어요? 나 진짜 괜찮은 남자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데...”이주원이 농담 삼아 그녀에게 물었다.“저한테 한 번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 아니었어요? 이제 보니 별로 안 급해 보이네요.”“아니요, 엄청 시급해요.”이주원은 허리를 숙이고 그녀에게 길을 안내하듯 손을 내밀었다.“어여쁜 신가람 씨, 이리로 타시죠.”...생신 연회는 개인 저택에서 열렸다.S시 동부 지역에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호화로운 이곳은 녹색 벽돌과 타일, 우거진 나무와 흰 벽이 조화를 이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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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하긴, 그녀도 예전에는 신씨 일가의 따님이었으니까.공주처럼 살아온 그녀이기에 지금 좀 색바래지더라도 늘 지닌 아우라는 변함이 없었다.“가람 씨가 왜 주원 씨 파트너예요?”구동하가 오지랖 넓게 물었다. 이 장면을 박정후에게 들킨다면 얼마나 다채로워질까.한편 신가람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대표님이 여자 파트너가 없어서 한번 도와주는 것뿐이에요.”“선심 쓰다 괜히 이용당할라, 조심하세요.”구동하는 이주원이 절대 단순한 사람이 아니란 걸 너무 잘 안다.이씨 일가에서 나온 사람이 단순하면 얼마나 단순할까.박정후와 안 마주칠 줄 알았는데 불행하게도 그가 한창 가까운 곳에 서서 음침한 표정으로 신가람을 쳐다보고 있었다.화려하게 차려입은 그녀를 보며 박정후는 싸늘한 한기를 내뿜었고 옆에 있던 소지율까지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잔뜩 흥분한 채 박정후에게 물었다.“가람 씨랑 주원 씨 잘 만나고 있나 봐. 두 사람 너무 잘 어울리네. 안 그래 정후야?”이에 박정후가 코웃음을 쳤다.‘너무 잘 어울리지. 한 놈은 시커먼 속내를 숨기고 있고 또 한 명은 멍청할 정도로 어리석으니...’그는 술잔을 꽉 잡고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째려봤다.그의 따가운 시선을 눈치챘는지 신가람도 이리로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재빨리 도망치려 했다.이때 이주원이 그녀를 덥석 끌어오며 그들에게 인사했다.“박 대표님, 지율 씨, 또 뵙네요.”이주원은 뻔뻔스럽게 인사를 건넸고 구동하는 팔짱을 낀 채 구경에 나섰다.그 시각 신가람은 제자리에서 증발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역시 남자 말은 믿을 게 못 됐다.“가람 씨 오늘 너무 예쁘시네요. 이 대표님과도 너무 잘 어울려요.”소지율이 박정후의 팔짱을 끼고 살며시 그에게 기댔다.다만 박정후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뭐가 잘 어울려?”“뭐든 다. 이 대표님 가람 씨 좋아하는 게 안 보여? 이참에 가람 씨가 기회 한번 줘요. 서로 만나봐야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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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강민석의 일을 계기로 신가람은 호신용 스프레이도 사고 또한 간단한 호신술도 몇 개 배웠다.“대표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박정후의 얼굴을 본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뒤에 있던 구동하는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한 채 멀찍이 서서 입을 열었다.“맞았어?”“아니.”박정후는 이를 악물고 손을 놓아준 후 차갑게 쏘아붙였다.“계속 서 있을 거야? 당장 가서 내 눈 씻으라고!”신가람은 허둥지둥 스프레이를 가방에 넣고 박정후를 부축해 화장실로 들어간 후 흐르는 물로 그의 눈을 씻어줬다.옆에서 구동하가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천만다행이네. 만에 하나 걷어차이고 고장 나버리면 나중에... 참다 폭발해버릴 수도 있잖아! 가람 씨 정말 대단하네요. 호신술이 아직 좀 약하니 나중에 제가 전문적인 태권도 선생님을 소개해드릴게요. 그땐 무조건 한 방에 저격할 수 있을 거예요.”“그 입 닥치라고, 시끄러워죽겠네.”박정후는 키도 큰데 세면대 앞에서 허리를 곧게 펴고 서 있으니 신가람은 마지못해 발꿈치를 들고 그의 눈을 닦아줘야만 했다.그녀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구동하에게 대답했다.“그럼 상세한 건 나중에 연락해요, 동하 씨.”이에 박정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으며 두 사람을 그대로 얼어붙게 했다.눈을 다 씻은 후에도 그는 여전히 햇빛을 마주하기 힘들었다.스프레이는 신가람이 친구가 SNS에 홍보하는 걸 보고 산 브랜드도 없는 제품이라 성분이 아주 복잡했다. 고추냉이, 후춧가루, 거의 없을 게 없는 환장의 스프레이였다.박정후는 결국 병원에 가서 더 정밀한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생신 연회는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할 듯싶다.신가람은 하마터면 상사를 해칠 뻔했던지라 옆에서 친절한 태도로 앵무새처럼 재잘거릴 뿐이었다.“대표님, 물 마실래요? 눈 계속 아파요? 천천히 걸으세요. 제가 부축해드릴게요.”그 모습에 구동하가 피식 웃었다.“얼른 가봐. 내가 대신 안에 두 사람한테 얘기할게.”아무래도 박정후를 제압할 수 있는 건 신가람 뿐인 것 같았다. 섹스 중독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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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욕실은 어느덧 아수라장이 돼버렸다.박정후는 눈을 감으니 다른 감각들이 더 강렬해졌고 내면의 폭군 기질이 점점 더 미친 듯이 거세졌다.그는 신가람의 허벅지를 꽉 잡고 여지없이 밀어붙였다.그녀의 신음은 끊이질 않았고 욕실 안의 열기가 온몸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30분 후 박정후는 그녀를 안고 침대로 가서 계속하려고 했다.이때 그만 빨간 피가 새어 나왔고 그녀의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랐다.“대표님, 저 생리 왔어요.”박정후는 늘 오래 하는 법이라 이번에도 덜 만족한 상태였다.“사흘 미뤘네?”“네. 피임 주사 부작용이 바로 내분비 장애와 생리불순이거든요.”그는 결국 신가람을 내려놓고 흐릿한 불빛 아래에서 옷을 주워입었다. 별장에 쟁여둔 생리대를 다 써서 그녀는 마지못해 근처 마트로 나가야 했다.차가 이제 막 멈췄을 때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오피스텔에 사는 이웃 주민한테서 온 메시지였다.[가람 씨, 요즘 들어 어떤 남자가 계속 가람 씨네 집 앞을 서성거리더라고요. 뭐 하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람 씨 외출할 때 꼭 조심하라고 미리 말해주는 거예요.]이웃이 사진도 한 장 보내왔는데 사진 속 남자는 카메라를 등지고 서 있었다. 그는 훤칠한 키에 넓은 어깨, 좁은 허리를 지녔고 살짝 마른 편이었다.신가람은 사진을 들여다본 순간 온몸이 얼어붙고 몇 분 뒤에야 겨우 정신을 다잡았다.생리대를 다 사고 마트에서 나오자 어둠 속 길 건너편에 벤틀리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젊고 잘생긴 남자가 차 옆에 서서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더니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왔다.짧디짧은 십여 미터지만 그녀에겐 몇 세기처럼 느껴졌다.신가람이 도망치려 하자 남자가 걸음을 재촉했고 하마터면 달려오는 차에 부딪힐 뻔했다.기사가 창문을 열고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다만 그 남자는 거들떠보지 않은 채 빨개진 눈시울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가람아.”신가람은 손에 든 쇼핑백을 바닥에 내던지고 허겁지겁 도망쳤다. 이 모든 게 너무 갑작스럽게 펼쳐졌으니까.그는 마치 그해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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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박정후가 말한 다른 방식 때문에 신가람은 결국 잠잘 때도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오늘 하루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드디어 잠든 그녀는 악몽을 꾸면서 손을 마구 흔들다가 옆에 있는 남자를 툭 내리쳤다.박정후는 그대로 뺨을 맞고 말았다. 태어나서 이날 이때까지 엄마를 제외한 또 다른 여자에게 맞아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헛소리를 퍼붓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신가람은 꿈결에 무심코 그 이름을 불렀다.“강인 씨.”‘역시 많이 신경 쓰고 있었네! 거짓말도 참 잘하지.’박정후는 이렇게 생각하며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새벽 무렵, 신가람은 몸이 간지러워 어렴풋이 눈을 떠보니 이 남자가 글쎄 몸을 더듬다가 끝내 절정에 다다른 것이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계속 자는 척 연기했다.“깼어? 잘됐네, 나 혼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말을 마친 박정후는 이불을 걷고 그녀의 손을 덥석 잡으며 강하게 밀어붙였다.“아직 만족하지 못했어.”이 말에 신가람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혀가 뻣뻣해지고 꿈에 무슨 장면이었던지조차 생각나지 않았다.‘이 남자 대체 왜 이렇게 욕구불만인 거야?’소지율 같은 가녀린 여자가 박정후와 결혼한다면 자칫 만족하지 못했다고 밖에서 딴 여자랑 그 짓거리를 할 게 뻔했다.“네 요령 한번 보여줘 봐. 전에 나한테 잘 보이려고 하마터면 컴퓨터까지 망가뜨릴 뻔했잖아!”신가람은 화들짝 놀랐다.“그런 일 없거든요.”박정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낡은 노트북을 꺼내더니 바로 D 드라이브를 클릭했다.그녀는 재빨리 낚아채고 싶었지만 그의 힘에 못 이겨 동영상이 재생되는 걸 두 눈 멀쩡히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침실에 애틋한 신음이 울려 퍼졌다.“백여 편이나 있네? 우리 가람 씨는 이론에 능한데 실전은 영 아니야.”박정후가 ‘증거’를 끄집어내자 그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개자식! 내가 진작 삭제했는데 언제 다시 데이터를 복구한 거야?!’결국 신가람은 생리 첫날이라 양도 엄청 많은데 밤새 엎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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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박정후는 아직 눈이 채 회복하지 못해서 아침 일찍 병원에 갔을 테니 이건 절대 그일 리가 없다.고개를 든 그녀는 익숙한 눈빛과 마주했고 이마에 난 상처까지 발견하곤 움찔 놀랐다.“저희 대표님은 오후에 나오실 겁니다. 용건 있으시면 제가 대신 전달해드릴게요.”한편 주강인은 그녀의 책상 위에 딸기우유와 슈크림빵을 내려놓았다.“너 이 브랜드 제일 좋아하잖아. 아까 올 때 편의점 들러서 샀어.”“주 대표님, 이건 무슨 뜻이죠?”그녀가 미간을 구겼다.앞으로 서로 방해하지 말고 각자 갈 길을 가자고 분명 약속했으면서 왜 또 이러는 걸까?주강인은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네가 안 믿는 거 알지만 그래도 말해야겠어. 3년 전에 난 일부러 널 떠난 게 아니야. 이 모든 게 오해라고. 하지만 네가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 옆에 없었던 건 내 잘못이야. 평생 갚으면서 살게.”신가람은 그가 보는 앞에서 빵과 우유를 휴지통에 버렸다.“대표님, 우린 이미 끝났어요.”“넌 끝났겠지만 나한텐 이제 곧 시작이야.”그는 마치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만 같았다.“널 향한 내 마음이 단 한순간도 변한적 없다는 걸 꼭 증명해줄 거야.”‘내가 왜 우유를 휴지통에 버렸지? 그냥 확 저 얼굴에 퍼붓는 건데...’그날 오후 회사에 돌아온 박정후는 소문으로 떠도는 얘기를 듣더니 표정이 확 굳어졌다.그가 강압적인 포스를 내뿜자 지나가는 곳마다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신가람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괜히 불편하게 만들었다가 나중에 벌 받는 건 본인일 테니까.제시간에 맞춰 퇴근하려고 했지만 전형적인 자본가인 박정후가 쉽게 그녀를 보내줄 리가 없었다.퇴근 무렵, 내선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못 들은 척 가방을 챙기고 병원에 가려고 했다.이때 휴대폰도 덩달아 울렸는데 박정후가 아니라 주선희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어떤 낯선 남자가 줄곧 병실 밖에 머무르며 신씨 일가의 옛 지인이라고 하면서 심지어 입원비용으로 1억 원까지 넣어줬다고 한다.신가람은 곧바로 주강인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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