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조민형은 한 레스토랑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신가람은 가방을 손에 들며 옆에서 자고 있던 정장 차림의 남자를 깨웠다.“대표님, 다 왔어요.”눈을 뜬 박정후는 차에서 내린 신가람이 제 문을 열어주려고 오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눈을 내리깐 채로 사뿐사뿐 걸어오는 신가람은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박정후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 있었다.둘이 함께 예약된 룸 안으로 들어오자 안에 있던 두 사람은 깜짝 놀라며 소지율의 예쁜 얼굴도 순간 일그러져버렸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가식적인 웃음을 띠며 말했다.“정후 씨도 같이 왔네? 신 비서님, 여기 앉아요.”소지율은 바로 옆에 앉은 남자에게 눈짓을 했다.남자는 깔끔한 정장 차림에 호피 무늬 넥타이를 매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있는 집 아들 같았다.“박 대표님, 가람 씨, 안녕하세요, 전 이주원이라고 합니다. 아버지 성함은 이유강이십니다.”남자는 자신의 소개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말없이 사람 하나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 그 굳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박정후에 자신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적이 있나 서둘러 기억을 되짚어봤다.이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신가람은 가만히 앉아 구경이나 해보려 했지만 곧바로 화제가 자신에게로 흘러왔다.“가람 씨, 혹시 잊었어요? 이안 그룹이랑 천하 그룹도 몇 번이나 일 같이했었는데. 이주원 씨는 가람 씨 기억하던데, 가람 씨가 너무 바빠서 까먹었나 봐요.”신가람은 소지율이 무슨 수작인지 몰라 그냥 예의상 이주원을 향해 웃어 보였다.하지만 신가람과 늘 가까워지고 싶어 했던 이주원은 그 웃음 하나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전에는 신가람이 너무 도도해 보여 말도 잘 못 붙어봤지만 소지율이 여자친구를 소개해준다고 판까지 깔아줬으니 오늘은 좀 잘해볼 생각이었다.“어르신은 잘 계시죠?”박정후는 그냥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대충 안부만 물었다.“할아버지는 건강하세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박정후의 말에 공손히 대답하던 이주원은 바로 신가람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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