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리고 싶은 결혼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30 챕터

제21화

어제 손화영이 다쳤던 부위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찰과상은 더 심해 보였다.피부 자체가 하얗기 때문에 상처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박연준 개자식이 널 때리기라도 했어?”심나정은 금방이라도 이성을 잃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망할 놈,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 첫사랑이 있으면 아내는 죽든 말든 상관도 안 한다는 거야?”심나정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아니야, 안 때렸어.” 손화영은 달려 나가려는 심나정을 서둘러 붙잡았다.“그 사람한테 가지 마, 그 사람이 한 거 아니야.”“그럼 어쩌다 다쳤는데, 어제 그 자식이 너 데리러 왔잖아. 그래도 네 남편이니까 무슨 짓 안 할 거라 생각했는데. 다 나 때문이야, 어제 널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민영빈, 이 개 같은 자식! 남자들 왜 이래, 왜 하나같이 다 쓰레기야!”심나정은 화가 나고 속상해서 손화영의 팔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화영아, 다 내 탓이야. 내가 널 지켜주지 못했어!”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손화영은 심나정을 안아주었다.“네 잘못이 아니야. 이건 사고였어, 너와는 상관없어.”“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박연준이랑 상관없다는 말은 못 믿겠어. 분명 그놈이 널 데리러 왔는데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으면 다 그 자식 탓이지!”손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관련이 있긴 한데 그 사람이 한 건 아니야.”그녀는 심나정에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대충 얘기했고 심나정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서윤성이 널 도와준 거야? 서윤성이 왜, 너한테 딴마음 있는 건 아니겠지?”심나정은 손화영이 서윤성을 도와준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곧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이 세상에 좋은 남자는 없다고 생각했다.“아니야, 내가 전에 서윤성 씨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는데 그래서 빚진 거 갚은 거야.”손화영은 지금 생각해도 겁이 났다.서윤성을 만났고 그가 모른 척 지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어젯밤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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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민영빈은 전화기 너머로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손화영이 그렇게 중요해? 나보다 더?”“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심나정은 혀를 찼다.“너랑 손화영을 어떻게 비교해?”“심나정, 나한테 좀 살갑게 굴 수 없어? 나 좀 달래주면 어디 덧나?” 민영빈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너 달래줄 여자 그렇게 많은데 굳이 나까지 해줄 필요는 없잖아.”심나정은 어깨를 으쓱했다.“들었지, 너랑 애정 놀이 하려고 전화한 거 아니야. 정민호 처리해 달라고.”민영빈은 잠시 침묵했다.“손화영이 좀 부러워지려고 하네.”“민영빈,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고 도와줄지 말지만 말해. 싫으면 됐어, 내가 직접 할 거야!”심나정이 짜증스럽게 말했다.“네가 직접 어떻게 처리할 건데? 식칼이라도 들고 가서 토막 내려고? 그리고 감옥 가게?”“신경 쓰지 마!”심나정이 단호한 얼굴로 대꾸하자 그제야 민영빈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민호는 내가 나서지 않아도 돼. 박연준이 다른 남자가 자기 여자 건드리는 걸 허락할 것 같아? 손화영을 사랑하지 않아도 정민호는 처리할 거야. 정민호가 걔 머리 꼭대기에서 놀려고 드는데 이걸 참는다고? 그럴 리가, 그것도 참으면 박연준이 아니지.”멍하니 있던 심나정은 민영빈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뉴스 좀 봐, 정씨 가문 이제 망했어.”민영빈은 가볍게 웃었다.“박연준이 내 생각보다 더 인내심이 없더라고.”심나정은 민영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툭 전화를 끊어버렸고 전화기 너머 사무실 책상 앞에서 의자를 흔들거리며 심나정과 저녁 식사나 하려던 민영빈이 굳어진 얼굴로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이 여자가 내 전화를 끊어?갈수록 대담해지네!“민 대표님, 왜 그러세요? 화났어요? 누구 전화인데 그렇게 화가 났어요?”옆에 있던 한 여성이 다가와 민영빈의 품에 안기려 했지만 민영빈이 매섭게 쏘아보았다.“저리 꺼져, 나 짜증 난 거 안 보여?”“민 대표님, 내가 기분 좋아지게 해드릴게요!”여자가 옷을 아래로 내리며 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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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심나정은 손화영에게 말했다.“박연준이 꽤 빨리 움직였네.”손화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은 평온했다.“너를 위해서 그런 게 아니란 거 알지? 자기 체면 때문이지 뭐.”심나정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그냥 누가 자기 것 건드리는 게 싫은 거야. 정민호는 처리하면서 사건의 원인이 자기란 건 모르는 거지. 한밤중에 네 휴대폰과 가방까지 가져가고 돈 한 푼 안 주고 길에 버려뒀잖아.”“알아.” 손화영은 심나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나정아, 바보같이 그 사람 찾아가서 따지지 마. 그럴 필요 없어.”“그래.” 심나정은 화가 나긴 했어도 손화영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당연히 박연준을 찾아갈 생각을 접었다.두 사람은 점심을 먹은 후 함께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며 물건을 샀다.심나정의 도움으로 손화영은 재빨리 집 안을 정리했다.“이렇게 정리하니 그래도 아늑해 보이네.” 심나정이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맞아.” 손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이 크지는 않지만 작아서 아늑하다고 생각했다.“클럽 하우스에서 일할 거야? 가서 일할 때 조심해. 미리 말은 해뒀지만 가끔 미친 손님들이 있어.”“밤에 가서 일해보려고.”“그래. 나 밤에 촬영 있어서 같이 못 가.”“괜찮아, 나 혼자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심나정은 손화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알았어.”오후가 되자 심나정은 자리를 떴다.손화영은 음식을 조금 만들어서 병원으로 갔다.손우영은 오늘 기분이 좋아 보였고 손화영을 보고 무척 반가워했다.“누나, 무슨 맛있는 음식 가져왔어?”“네가 좋아하는 거!” 손화영은 침대 위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음식을 놓았다.“앞으로 바빠서 매일 너 보러 오지 못할지도 몰라.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얘기해, 알았지?”“알았어.” 손우영이 미소 지었다.“누나, 누나가 바빠도 난 응원하니까 일부러 나 때문에 여기 있을 필요 없어. 난 잘 지내. 의사 선생님이랑 간호사분들이 다 잘 챙겨주셔.”손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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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손우영은 박연준을 흘끗 쳐다보며 이 매형이 위선적이라는 생각만 들었다.본인이 의사들 다 돌려보내고 일반 병실로 옮겼으면서 지금 사람들 앞에선 자기 발로 직접 온 거라고 말한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박연준만 바라보았고 박연준도 손우영의 이런 태도가 조금은 불만스러웠다.손우영이 줄곧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 거의 오지 않았고 병원 쪽 일은 진태원에게 다 맡겼다.“요즘 몸은 괜찮아?”박연준은 마지못해 물었다.“안 죽어요.”손우영은 박연준을 바라보았다.“실망스럽겠어요.”박연준은 손우영의 이런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손우영, 누나 여기 안 왔어?”“박 대표님께서 우리 누나는 왜 신경 쓰시죠, 좋아하는 여자가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그 여자나 찾아가시지 그러세요?”손우영은 똑바로 앉아서 박연준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좋아하는 여자 있으면 우리 누나는 제발 놔 주죠? 우리 누나 괴롭히는 게 재밌어요?”“대체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어? 손화영이 그렇게 말했어?”박연준의 얼굴이 굳어졌다.“내가 언제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했어?”“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박 대표님께선 뭘 숨기세요?”손우영은 코웃음을 쳤다.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다 보는 눈이 있어요.”박연준은 손우영을 훑어보다가 말없이 한참을 서 있었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누나 어디 있어?”“박 대표님 우리 누나랑 이혼하시려고요? 그러면 제가 연락할게요. 그게 아니라면 아실 필요 없을 것 같네요.”손우영이 단호하게 말했다.“누나랑 아버지 상황에 관해 얘기하려고.”박연준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또 우릴 속이시려고요?”손우영이 웃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박 대표님. 우리 아버지 일은 우리끼리 알아서 할 거니까 당신 도움은 필요 없어요! 저도 아버지의 도움을 위해 누나의 행복을 희생하고 싶지 않아요!”박연준의 얼굴이 서서히 가라앉았고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러 폭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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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여기 있는 사람들 하나같이 권력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이라 당신 같은 직원은 눈에 차지도 않아요. 예쁜 얼굴에 관심을 보일지 몰라도 절대 신데렐라 같은 허황한 꿈은 꾸지 마요. 그건 당신이 할 일이 아니에요!”담당 선배인 오연희가 손화영을 훑어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알아요, 전 일하러 왔어요.”손화영은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그녀는 오연희가 원래 성격이 안 좋은 건지 일부러 자신에게만 못되게 구는 건지 알 수 없었다.왠지 모르게 말투가 듣기 거북한 게 그녀에게 적대감이 있는 것 같았다.손화영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 일이 필요했다. 여기서 일하면 급여도 좋았고 팁도 있으니 나쁘지 않았다.특히 19층은 성시훈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 큰손이라 후하게 팁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심나정과 가까운 사이고 그녀가 돈이 부족하다는 말에 특별히 19층에 보내줬는데 사실 다크 나이트는 19층 직원들에 대해 더 엄격히 굴었다.평범한 직원이 19층에 가려면 외모와 몸매가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고 하는데 손화영은 성시훈의 배려 덕분에 첫날 바로 19층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자, 가서 일해요.”오연희는 누가 봐도 손화영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손화영이 돌아서서 가려는데 뒤에서 콧방귀를 뀌었다.“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네. 19층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대처 능력도 없이 낙하산으로 와도 소용없지.”손화영은 옷을 갈아입으러 갔고 다 차려입은 뒤 일하기 시작했다.“손화영 씨, 이거 1908호로 보내줘요.”“네.”손화영은 카트를 밀며 곧장 1908호 룸으로 향했다.비록 처음이지만 손화영은 일을 할 때 신중한 편이었고 박연준 곁에 있으면서 이런 일을 적지 않게 해왔었다.그래서 웨이트리스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그런데 1908호 룸에서 윤원우와 마주칠 줄이야.윤원우는 여전히 정장 차림으로 누군가와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웨이터 복장을 한 손화영을 보자 그의 눈빛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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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윤원우는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손화영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물었다.“돈이 부족한 거야?”손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여기...” 윤원우가 카드를 꺼내 손화영에게 주려는데 말하기도 전에 갑자기 오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화영 씨, 뭐 하는 거예요? 여기 바빠요!”손화영은 다급히 윤원우의 손을 붙잡았다.“오빠, 나 일해야 해. 오빠도 사업상 할 얘기 있는 것 같으니까 나중에 얘기하자!”“그래.” 윤원우는 움직임을 멈췄다.“오늘 밤 몇 시에 퇴근해? 이따가 기다릴게!”손화영은 윤원우에게 시간을 알려주었고 오연희가 재촉하는 것을 보고 바삐 걸음을 옮겼다.손화영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던 윤원우의 눈빛이 무거웠고 그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손화영은 오연희 옆으로 걸어왔다.“미안해요, 언니. 저 왔어요.”“누가 손님한테 함부로 말 걸라고 했어요? 방금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요?”오연희는 여전히 퉁명스럽게 말했다.“행동 똑바로 해요. 직원으로 일하러 왔으면 주제 파악해야죠.”“알겠습니다.” 손화영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숙였다.“방금 그 사람 쉽게 건드려도 될 상대 아니에요... 입사 첫날부터 남자 꼬시는 직원은 처음이네요!”오연희는 손화영을 훑어보았다.“설마 여기 돈 많은 사람 꼬시러 왔어요?”손화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일하러 왔어요.”“일하러 왔으면 열심히 일하든가 아니면 일찍 나가요! 이따가 8번 방 가지 말고 1번 방으로 가요.”“네.”손화영은 거절하지 않았다.“1번 방 안에는 다들 TV나 잡지에서 볼 수 있는 거물들이고 가끔 대스타들도 있으니까 거기 들어갈 때 조심해요. 유혹할 생각은 하지 말고요. 그 사람들은 그쪽 쳐다도 안 봐요. 그 사람들과 결혼하는 건 헛된 망상이라고요. 이런 사람들은 수준이 맞는 사람들과 결혼해요. 그쪽 같은 조건에 자격이 될 것 같아요? 미리 말하는데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요. 다 그쪽을 위해서 하는 말이니까. 정말 누구 하나 건드렸다가 돈이 생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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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그녀가 들어왔을 때 아무도 그녀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녀도 자연스럽게 모르는 척하며 테이블 위에 술을 올려놓았다.그녀가 물건을 하나둘 올려놓는데 도지성이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웨이터 좀 낯이 익은데! 얼굴 좀 들어볼래요, 우리 아는 사이인가?”“...”“고개 들어 보라고, 내 말 안 들려?” 도지성은 고개를 들지 않는 손화영을 보고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그의 목소리에 이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손화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아야 했다.도지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한 표정으로 손화영을 바라보았다.“형, 여기 봐. 이 여자 손화영 닮았어!”“...”도지성과 박연준은 가까운 친구 사이였는데 박연준보다 어린 도지성은 어렸을 때부터 박연준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항상 박연준을 숭배했기 때문에 박연준과 자주 어울리곤 했고 손화영이 박연준의 아내라는 사실은 도지성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손화영은 도지성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도지성뿐만 아니라 박연준의 친구들도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전에는 박연준이 그녀를 데리고 친구들 모임에 나가는 걸 왜 싫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또한 박연준의 친구들이 왜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지도 몰랐다.나중에야 그들은 모두 임청아와 아는 사이였고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라 자기만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보육원에서 자랐고 손씨 가문으로 다시 입양된 후에도 부잣집 도련님들과 어울리지 않았으니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박연준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고 인정하지도 않으니 당연히 친구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도 꺼렸다.박연준의 친구들도 당연히 임청아를 더 좋아했다.그 친구들 눈에 임청아와 박연준은 완벽한 커플이고 자신은 이를 방해하는 악역이었다.박연준과 임청아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손화영에게로 향했다.손화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바쁘게 움직였다.박연준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유심히 살핀 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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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도지성은 손화영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고 그는 다소 의외라는 눈빛으로 손화영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그가 봤던 손화영은 이렇게 성깔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이전에도 손화영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손화영에게 뭐라고 해도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형의 친구라 그런지 잘 보이기 바빴다.그런데 오늘은 손화영이 좀 달라 보였고 게다가 성격까지 있어 보였다.“화약이라도 먹었어요?”도지성은 얼굴을 찡그렸다.“대포알 먹었어요.” 손화영이 눈을 흘겼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박연준이 있는 곳을 돌아보았고 그는 손화영을 노려보고 있었다.미간을 찌푸린 걸로 보아 그도 손화영이 이럴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변한 것 같은데 정확히 어디가 변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연준 씨, 한마디도 안 할 거야?” 임청아가 옆에서 여우 같은 말투로 말하자 박연준은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참 동안 손화영을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누가 여기서 일하라고 했어?”할 일을 마친 손화영이 살짝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제가요.”“화영 씨, 연준 씨도 걱정해서 그러는 거예요. 아까 지성이 말도 틀린 건 아니죠. 여기서 일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요.”임청아는 박연준을 힐끗 쳐다보았다.“박연준 아내가 여기서 웨이트리스로 일한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정말 비웃을 거예요!”손화영은 임청아를 향해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러면 그쪽이 박연준 씨 아내 하세요. 전 안 해도 돼요.”그렇게 말한 뒤 손화영은 곧바로 뒤돌아 자리를 떠났고 당황한 임청아는 박연준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연준 씨, 내가 무슨 말실수 했어? 왜 화영 씨가 화난 것 같지? 난 연준 씨를 위해서 그런 거야. 지성이가 한 말이 틀린 건 아니니까.”박연준이 고개를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쏘아봤다.“내가 창피한지 아닌지 왜 네가 결정해?”“연준 씨...”임청아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내 아내가 뭘 하든 네가 말할 건 아니지.”“내 아내가 좋아하는 걸 당신이 말할 차례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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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분명 손화영이 이혼 안 하겠다고 하는 거야.”“그럴 리가, 나 아직 이혼 안 했는데.”임청아는 고개를 숙였다.“연준 씨도 나 때문에 이혼 안 할 거야. 요즘 화영 씨한테 잘해주던데.”“잘해주긴 뭘, 하나도 그런 것 없어. 내가 형을 알아. 형이 사랑하는 사람은 누나야.”임청아는 기대에 찬 눈으로 도지성을 바라보았다.“그래? 근데 화영 씨가 동의하지 않으면 연준 씨가 괴롭지 않을까?”“맞아, 난 우리 형 괴롭게 두지 않아. 내가 손화영 찾아가서 얘기할 거야. 손화영 참 뻔뻔해, 죽기 살기로 형한테 매달리네.”도지성의 얼굴에는 증오의 표정이 가득했다.동시에 손화영은 박연준에 의해 구석에 가로막혔다.“비켜요, 나 일해야 해요.”손화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박연준에게 단단히 막혔다.“누가 여기서 일하라고 했어?” 박연준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돈이 부족해?”“저는 박연준 씨만큼 능력도 없고 가난해서 돈을 벌어야 해요!” 손화영의 검은 눈동자는 차분했다.“내가 언제 돈 안 준 적 있어, 굶긴 적이라도 있어?”박연준은 서슬 퍼런 얼굴로 손화영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한 손으로 손화영의 손목을 꽉 쥐었다.대체 자신이 못 해준 게 뭐라고 이런 곳에 나와 일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냥 얌전히 사모님 자리 누리면 안 되는 건가?“박씨 가문에 돈이 부족하기라도 해? 손화영, 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언제 안 준 적 있어?”손화영은 박연준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우습다는 표정을 지었다.언제 안 줬냐고?대체 언제 줬냐고 묻고 싶었다.아버지 구해달라고, 동생 좀 도와달라고 애걸복걸 그에게 부탁해도 언제 제대로 도와준 적이 있었나?매번 질질 끌기만 했지.이제 그녀가 부탁하지 않으니 이번엔 이런 걸로 위협하기 시작한다.마치 그녀가 도움을 받고도 배은망덕하게 군다는 듯이.손화영은 이 상황이 우스웠다. 그녀가 그리도 비열한 사람인가?그래, 그렇게 못난 사람이라고 하자. 줄곧 그에게 매달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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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손화영 씨, 또 뭐 하는 거예요!”오연희가 소리를 지르자 손화영은 깜짝 놀랐고 박연준도 순간 멈칫했다.박연준이 한눈판 사이 손화영은 재빨리 박연준에게서 멀어지면서 오연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손화영 씨, 또 남자 꼬시고 있어요?”오연희는 살짝 짜증 섞인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아니요.” 손화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설명했다.“저분께서 사람 잘못 보신 거예요.”“정말요?” 오연희는 다소 의심을 품은 눈빛으로 박연준을 다시 쳐다보았다.그녀는 당연히 박연준을 알고 있었다. 부승그룹 대표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다.TV나 경제잡지에도 자주 등장했고 그에 대한 소문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다크 나이트 쪽에서도 박연준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었다. 박연준이 매번 등장할 때마다 아무리 대단한 집 도련님이라도 그에게 공손하게 예의를 갖췄으니까.한눈에 봐도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었다.오연희는 손화영이 박연준 같은 사람을 꼬실 능력이 없는 것 같았지만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어쨌든 너무 쉽게 흔들리는 남자들도 있었으니까.“손화영 씨, 오늘 겨우 첫날이고 내가 한 말 귓등으로 듣지 마요. 다 그쪽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요. 저런 사람들이 우릴 만나준다고 해도 사모님이 될 수 없어요. 우린 그럴 처지가 아니라고요.”오연희는 거듭 손화영을 훑어보았다.희고 탄력 있는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너무 예뻐서 질투가 났다.이런 얼굴을 가지고 돈 많은 사람 하나 못 꼬시겠나.“네, 알아요.”손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전 결혼했고 결혼에 이혼까지 한 돌싱녀를 누가 눈여겨보겠어요. 보통 사람들도 꺼리는데 저렇게 대단하신 분들은 더 그렇죠.”“알면 됐어요!”오연희는 손화영의 말에 만족스러워하며 덧붙였다.“아까 그 사람 모를 수도 있으니까 알려주는데 조심해요.”“네.”“박연준이라는 사람인데 운성에서 손바닥으로 하늘도 가릴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절대 저 사람에게 밉보이면 안 돼요! 그리고 꼬실 생각도 마요. 아까 그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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