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홀로 아름답게: Chapter 21 - Chapter 30

30 Chapters

제21화

“아니...”하승우는 뜻밖에도 남지수가 말대꾸하자 화가 나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변했어요?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예요?”그 말에 남지수는 어이없어 웃어 버렸다.“난 가정교육은 잘 받았는데 하은우 씨는 보아하니 아무도 사람 되는 법을 안 가르쳐줬나 보죠? 20세 넘었는데 사람다운 말도 못 하고 어떻게 자랐는지도 모르겠네요.”그녀의 말은 둘째 삼촌과 숙모도 함께 몰아붙인 셈이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둘째 삼촌과 숙모는 모두 감히 화를 내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하승우가 옆에 있어서인가?’같은 생각을 한 하은우는 화를 내며 말했다.“남지수, 형이 옆에 있다고 무법천지야? 형의 전 여자친구인 허수영과는 비교도 안 돼! 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허수영 누나의 상대가 아니야! 언젠가 형이 널 버리고 수영 누나를 데려와 내 형수가 되게 할 거야!”하은우는 허수영의 팬이라는 걸 남지수는 이전에는 몰랐지만 이제 알게 되었다.하지만 하승우는 그녀가 반박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가 반박하면 하승우의 체면을 깎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감히 그렇게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하지만 그때 하승우는 싸늘하게 하은우를 힐끗 보더니 두 눈에는 어두운 빛이 피어올랐다.“네 형수 말이 맞아. 가정교육이 안 돼 있긴 해. 왜 이렇게 자란 거야?”하씨 가문의 손자들은 하승우를 빼면 하나같이 쓸모가 없었는데 하씨 가문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하은우는 이 말을 듣고 시무룩해져서 말했다.“형, 왜 남의 편을 들어!”이 ‘남’이라는 말은 분명 남지수를 가리켰다. 남지수는 그를 싸늘하게 힐끗 쳐다봤고 하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하승우가 뭔가 말하려 하자 남지수가 먼저 가로챘다.“제가 남이에요? 하씨 가문으로 시집간 사람들은 모두 남이라는 뜻인가요? 둘째 숙모님을 그렇게 말씀하시면 얼마나 속상하실까요?”그녀는 둘째 숙모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힐끗 보았는데 그 순간 둘째 이모의 안색은 정말 보기 흉했다.하은우는 이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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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내가 왜 고맙다고 해야 해?”남지수는 냉정하게 말했다.“하씨네 가족인 하은우가 나를 괴롭혔으니 당신이 나를 보호는 건 당연한 거야. 어쨌든 우리는 명색이 부부니 내가 모욕을 당하면 당신도 체면을 잃게 돼. 그래서 나를 보호하는 건 당신에게도 유리해.”말을 마친 남지수는 조금 긴장해졌다.남지수는 도리를 따져가며 말을 하지만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억지’ 부리기를 좋아한다. 허수영을 지켜줄 때의 태도 역시 ‘억지’였다.‘이 일 때문에 나에게 화 내지 않겠지?’하승우는 남지수를 지켜보았다. 당당하게 말을 꺼낸 뒤 갑자기 미간을 찌푸린 채 안절부절못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지수를 보며 그는 이 여자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궁금했고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하승우는 남지수의 눈빛을 보려고 그녀의 턱을 잡아들었지만 이 애매한 행동에 두 사람은 동시에 놀랐다.하승우의 손이 닿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린 남지수는 그 목적이 궁금한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하승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솔직히 남지수는 놀랐기 때문이지 다른 목적이 없었다.순간적으로 자신이 추태를 부렸음을 알아차린 하승우는 손을 거둬들였다.‘우리는 계약 부부일 뿐인데 왜 이렇게 친밀한 행동을 했을까?’“네 말이 맞아. 내가 널 지켜야 했어.”“응.”긴장해서 벌렁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남지수는 침착한 척했지만 소매 밑에 숨겨진 손은 주먹을 움켜쥐었다.‘하승우의 한마디 말 때문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다니. 남지수, 넌 왜 이렇게 못났어?’“너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남지수는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키 차이 때문에 그녀의 정수리만 보일 뿐 눈길조차 볼 수 없었던 하승우는 남지수의 생각을 추측했다.그러던 중 갑자기 남지수의 얼굴이 떠올랐고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어도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물었다.하승우의 이 말을 들은 남지수는 깜짝 놀랐다.“내 사진을 봤잖아.”남지수가 말했다.“오래전에 봐서 잊었어.”하승우가 덤덤하게 말했다.그에게 있어 남지수는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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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하승우와 등진 채 침대의 한편에 누운 남지수는 가장자리지만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자리를 일부러 택한 것 같았다.흠잡을 데 없이 예의가 바른 남지수를 보면 볼수록 하승우는 그녀의 속마음도 보여지는 것과 같은 지 궁금했다.하승우는 침대 옆에 서서 남지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침대에 누웠지만 마음이 더 근질거렸고 몸이 달아올랐다.이불을 아랫배까지 끌어내렸으나 여전히 숨이 막힌 그는 단추를 두 개 더 풀어헤치며 에어킨 온도를 좀 낮춰야 할지 망설였다.이때 근질거리는 느낌이 커지면서 몸이 굳어진 하승우는 문득 눈을 떴다.비록 그런 일을 겪어보지 못했지만 남자로서 하승우는 당연히 몸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다.이불을 젖히고 몸을 벌떡 일으켜 앉은 하승우를 본 남지수는 깜짝 놀랐다.“왜 그래?”남지수는 고개를 돌려 몽롱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하승우는 그제야 남지수의 두 눈이 살짝 붉어진 것을 알아차렸다.물을 머금은 듯 초롱초롱한 눈동자, 부드럽고 애교스러운 목소리, 이불속에서 꼬인 두 다리... 이 이상한 반응들은 그녀가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 말해준다.꾹 참은 채 심지어 꿈쩍도 안 하는 이 여자는 예의가 교과서 급 수준으로 바른 것 같았다.그런 남지수를 보며 하승우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불빛 아래 그의 피부는 조금 붉어졌고 조각한 듯 정교한 윤곽은 촉촉한 눈빛에 중화되어 풍류스럽게 보였는데 사람을 은근 현혹했다.검은색 실크 잠옷 단추를 두 개 풀어헤쳐 섹시한 쇄골과 보일 듯 말 듯 단단한 가슴을 드러낸 모습은 마치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했다.마음이 아까보다 더 세게 근질거렸던 남지수는 이불을 꽉 잡은 채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었다.남지수는 너무 더워서 옷을 다 벗어버리고 싶었다. 몇 분 전부터 들었던 이런 이상한 느낌은 하승우를 보자 더 커졌다.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본 하승우는 그녀의 이불 위로 덮치더니 남지수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너도 하고 싶어?”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남지수는 당황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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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하승우는 마른 침을 삼키며 반응도 더 커졌다.그 사납게 생긴 것은 옷에 가려졌어도 남지수는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부끄러웠고 또 괴로워서 견딜 수 없었던 남지수는 순간적으로 이불을 잡아당겨 눈을 가렸다.하승우에게 나가라고 말하려다가 여기가 그의 집인 것이 떠오른 남지수는 이불속에 몸을 숨긴 채 불안에 떨며 말했다.“아니면 내가 먼저 나갈 테니 쉬어.”이쯤 되니 두 성인은 모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오늘 먹은 음식이거나 마신 술에 무언가가 들어있어 그 짓을 하고 싶게 만들었을 것이다.그러면 누가 한 짓일까?하승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너 어디 가?”남지수는 자신의 아내인데 섹시하고 예쁜 이런 모습이 다른 남자에게 보이는 것이 싫었다.남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럼 너 욕실에 갈래?”욕실에 가서 스스로 해결하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이때 하승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나와 지수의 음식이나 술에 약을 탄 사람은 누구일까? 삼촌과 숙모들은 그럴만한 담력이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는데... 혹시 할아버지가 그랬을까?’하승우는 휴대전화를 꺼내 하봉주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기 너머로 전원이 꺼졌다는 안내음이 들려왔다.‘이 순간에 할아버지께서 전원을 껐어. 너무 이상해. 이게 과연 우연일까?’하승우의 두 눈에는 음험한 기색이 엿보였다.“할아버지는 너무 담대해!”미간에도 눈빛에도 모두 정욕을 갈망하는 기색이 가득했지만 하승우의 목소리는 극도로 차가워졌다. 두 사람을 억지로 맺어주려는 하봉주에 대해 극도로 분노한 것이 분명했다.하승우와 이런 일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의 태도가 갑자기 변한 것을 본 남지수는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이때 하승우는 하봉주가 보낸 문자를 받았다.[손자야, 절대 참지 마. 참다가 몸이 망가질 수 있어. 알았지?]하봉주는 남지수에게도 비슷한 문자를 보내 그녀를 난감하게 했다.아까는 좀 애매했지만 문자를 본 하봉주는 이젠 완전히 정신이 든 것 같았다.몸은 여전히 반응을 보였지만 눈빛은 이미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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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거의 동시에 금방 가라앉았던 아랫배가 다시 은은히 달아오르고, 코끝에 감돌던 여인의 향기도 돌아오는 듯했다.하승우의 잘생긴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렇게까지 자신을 못살게 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늘씬하던 손을 들어 찬물을 미지근한 물로 바꿔가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그날 밤 별일 없이 지냈던 두 사람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서로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어젯밤 한밤중에 하승우가 샤워하고도 나오지 않자 남지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문 쪽으로 다가서 보았는데 낮은 숨소리가 들렸다.잠시 멈칫거리던 남지수는 그가 온 것을 눈치챈 듯 놀라 돌아보며 침대에 누웠다.남녀 사이는 한번 썸 타는 일이 생기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하지만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적어도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한 채 차를 몰고 하씨가문 저택으로 향했다.그리고 남지수는 하승우가 노발대발하며 하봉주의 서재로 들어가며 문을 쾅 닫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조용했지만 나중에는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꺼져! 꺼져! 하씨 가문엔 너 같은 애가 없어!”그리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부서지는 것 같더니 곧이어 문이 열렸다. 하승우는 이마가 찢어지고 피가 흐르고 있어 조금 섬뜩하게 느껴졌다.그는 침울한 표정으로 남지수에게 다가와 말했다.“한 달도 안 남았는데 이혼신청서를 다시 내라고 했어.”그는 졸업 후 하씨 가문을 인수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은성시에 있는 세력이 하봉주보다 더 커졌다.“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한 달 기다렸다가 이혼하는 건 할아버지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것뿐인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그는 차갑게 말을 뱉고는 남지수의 부쩍 하얗게 질린 얼굴을 눈치채지 못하고 돌아섰다.하봉주는 지팡이를 짚고 나오셔서 그의 앞을 가로막고 크게 욕을 했다.“굳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거야? 그 배우는 뭐가 좋아! 그 여자의 아이는 태어나도 인정하지 않을 거야.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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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필요 없어요. 할아버지만 잘 보살펴 주면 돼요. 할아버지야말로 지금 치료가 가장 필요해요.”말을 마친 하승우가 돌아서자 할아버지는 호통을 치며 떠나가는 하승우를 가리키며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욕설을 퍼부었다.남지수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어젯밤 뜻밖의 경험에 현혹되어 하승우와의 사이가 이미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럴 리가 있겠는가.하승우가 사랑하는 사람은 허수영인데 말이다.어젯밤에 허수영 때문에 몸을 도사리며 지켰고, 오늘 허수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생전 처음 매를 맞았는데 도대체 무엇을 꿈꾸고 있는 거란 말인가.남지수는 갑자기 자신이 불쌍해졌고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지수야, 할아버지가 미안하구나. 승우 그 개자식이 돌아오면 할아버지가 잘 다스려 화풀이해줄게...”“할아버지, 그런 거 하지 마세요. 저랑 하승우 씨는 가능성이 없어요. 그 사람 마음에는 허수영 씨뿐이고 우리는 정말 어울리지 않아요. 할아버지... 최대한 빨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허수영 씨를 받아들이세요.”남지수는 말을 뱉고 나서 떠나갔고 하봉주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왜 다들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는 거야?’지친 몸을 이끌고 본가를 나선 남지수는 문득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하승우는 주민우에게 이혼신청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은 법적으로는 부부지만 명의상으로는 부부가 아니라는 것이다.그녀는 분명 계속 본가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정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잠시 생각에 잠기던 남지수는 택시를 타고 임연아의 집에 갔다가 임연아가 거실에 혼자 만취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임연아의 발치에는 술병이 일여덟 개 쌓여 있었는데 아직도 계속 마시고 있었다. 남지수는 화가 나서 그녀의 술병을 낚아챘다.“왜 그래, 이렇게 많이 마셔서 죽을 작정이야?”임연아의 몽롱한 눈빛이 차츰 맑아지더니 그녀는 남지수의 손에 든 술병을 빼앗지 않고 찻상 밑에서 담뱃갑과 라이터를 더듬어 능숙하게 불을 붙여 한 모금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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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그래, 지수야, 슬퍼하지 마. 할아버지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하봉주는 사실 남지수의 용모를 중요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그는 가문의 안주인이 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격, 인품, 그리고 업무 능력이라 생각했다. 이 세 가지는 남지수가 모두 갖추고 있는데 외모가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하승우의 아버지는 젊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셨는데 매일 여자한테 매달려서 제대로 된 일을 하나도 못 했다. 그러니 하씨 가문에 시집오는 여자는 너무 예쁘지 않은 게 좋다고 생각했다.“할아버지, 그런 뜻이 없으신 건 알지만 그게 현실이에요.”이 ‘현실'은 하승우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고, 하봉주도 이 사실을 알기에 한숨을 쉬며 남지수를 위로하고 지팡이를 짚고 떠났다.어르신께서 돌아가신 후 남지수는 좀 피곤하다고 생각했다.하봉주는 정말 그녀에게 잘해 주었다. 몇 년 전 계모와 시누이가 찾아와 소란을 피울 때 하봉주가 던져준 꽃병을 막아주셨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때 꽃병에 머리를 맞아서 어떻게 됐을지 몰랐다.하지만 하봉주는 너무 고집이 세서 꼭 그녀를 하승우의 아내로 삼아야 했다.예전에 남지수는 이것이 하승우에게 의지할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펑'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다시 열렸는데 남지수는 할아버지가 돌아온 줄 알고 엉겁결에 고개를 돌렸다가 허수영이 턱을 치켜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벌떡 일어나던 불쾌하게 허수영을 향해 말했다.“허수영 씨 무슨 일이 있으면 노크하고 들어오세요.”허수영은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조롱 조로 말했다.“할아버지를 꼬드겨 승우에게 약을 먹이라고 했어요? 그렇게 못생겼는데 감히 그런 일을 하다니. 창피하지도 않아요?”남지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얘기를 엿들었어요?”“허허, 문도 제대로 닫지 않았는데 누가 엿들을까 두려워요?”“이런 억지 논리는 어디서 배웠어요?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허수영 씨는 예쁘니까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짓밟혀도 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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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승우와 저는 혼인 신고를 한 부부예요. 그러는 당신은 뭐죠? 윤리 도덕으로 보면 당신은 엄연히 내연녀예요! 당신이 뭔데 저를 지적해요?”“이제야 의도를 드러냈어요? 당신은 솔직히 승우를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죠?”허수영은 비아냥거렸다.이 여자가 정말 머리가 나쁜 건지, 아니면 일부러 이런 말로 자기를 자극했는지 남지수는 알 수 없었다.오히려 후자의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 허수영은 바보가 아니었고 오히려 남자 앞에서 연약한 척할 줄 아는 똑똑한 여자였다.남지수는 계속해서 말했다.“제가 왜 하승우를 떠나야 하죠? 이혼하면 이렇게 좋은 남자를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수영 씨는 화나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할아버지는 당신 비천한 배우따위 거들떠보지도 않아요.”남지수는 계속해서 말했다.“아무리 하씨 가문에 시집오고 싶어도 당신은 그저 빛을 볼 수 없는 내연녀 노릇밖에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내연녀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촬영 현장에서 승우를 ‘여보’라고 부를 수 있지만 할아버지 앞에서도 이렇게 부를 수 있을까요?”“하씨 가문에서 이렇게 불러보세요.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없을 거예요. 인정은커녕 당신을 광대로 취급할걸요!”남지수는 그제야 속 시원하게 이 말을 해버렸다.솔직히 이건 남지수의 생각이 아니었지만 허수영이 너무 심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남지수가 발끈했다.매번 허수영이 자신을 괴롭힐 때마다 남지수는 허수영과 같은 여우년이 나타나 똑같은 방식으로 허수영을 욕해주길 바랐다.이제 구미호급 여우년이 된 남지수는 마음속에 묻어둔 말을 내뱉고 나니 정말 후련해졌다.하지만 허수영의 안색이 흐려졌다.남지수 앞에서 줄곧 유지하던 우아함이 사라진 허수영은 주먹을 꽉 쥔 채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남지수를 바라봤는데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걸 보면 폭발할 한계에 도달한 것 같았다.“시치미 떼는 걸 포기했나봐요? 만약 승우가 여기에 있었다면 당신은 진짜 모습을 드러냈을까요?”허수영의 말을 들은 남지수는 코웃음을 쳤다.기밀을 보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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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이경진은 그렇다고 대답하며 한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인 후 한 모금 빨더니 말했다.“네 아내가 이렇게 내숭을 떨 줄 생각지도 못했어.”전화기 너머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더 차가워진 말소리가 들렸다.“나도 이럴 줄 몰랐어.”“그럼 어떻게 할 거야? 직접 따져 물어볼래?”이경진이 물었다.“그럼.”이 말을 들은 이경진은 마음이 놓였다.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너무 사랑했던 하승우는 무신론자였지만 3년 전에 액을 막을 수 있다는 말에 결혼했다.하승우가 할아버지를 걱정해 남지수와 이혼하지 못한 줄 알았는데 냉정한 걸 보니 마음이 놓였다.이때 하승우는 녹음 파일을 반복해서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창가에 기대어 서서 먼 곳의 파란 하늘을 바라봤지만 그의 마음은 오히려 시커먼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처럼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한참 후 하승우는 남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뚜’ 소리가 나자마자 끊어졌다.한편 허수영을 휴식실에서 쫓아낸 후 남지수는 또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하지만 진작에 다 토했고 지금은 위장이 텅 비어 있어 남지수는 더는 아무 것도 토하지도 못한 채 그저 변기를 끌어안고 헛구역질을 했다.몸을 일으키며 화장실을 나서던 남지수는 갑자기 무슨 일이 떠올랐는지 화들짝 놀랐다.오늘은 이미 19일로 생리날짜가 미뤄지고 있었다.최근 그녀는 늘 몸이 불편했고 속이 늘 울렁거렸으나 식량은 예전보다 많아졌다.한 달 전 하승우와 고택의 침대에서 살을 섞었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피임조치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사후 피임약을 먹는 것도 잊었다.모든 징조가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가리키자 화장실 앞에 멍하니 선 남지수는 온몸이 얼음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싸늘해졌고 이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잠시 후 임연아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와 함께 병원에 다녀오자고 말하려 했지만 전화를 받지않아 혼자 병원에 다녀왔다.한 시간 후 남지수는 창백한 얼굴로 병원을 나섰다.임신 확인 진단서를 손에 들고 길에 나온 남지수는 막막했고 두려웠다.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아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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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남지수는 그제야 하승우와 이경진이 친한 사이라는 것이 생각났다.이 관계로 임연아가 하승우를 만나는 차수가 오히려 남지수보다 더 많았다.남지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가갔다.“연아야, 왜 그래?”“괜찮아. 오랜만에 남자친구와 밥을 먹는데 갑자기 웬 ‘여동생’이 나타나 아픈 척 꾀병과 함께 애교를 부려 화가 났을 뿐이야. 오늘은 재수가 없었어.”이경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넌 왜 가희를 받아줄 수 없어?”“그래, 난 받아줄 수 없어. 피 한 방울 안 맺힌 ‘여동생’을 어느 여자가 받아줄 수 있어!”임연아는 흥분했다.이경진은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럼 너도 혈연관계가 없는 오빠를 찾으면 돼. 내가 뭐라 했어?”이 말 한마디 때문에 말문이 막힌 임연아는 안색이 창백해졌다.이경진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여태까지 이 점을 그녀에게 숨긴 적이 없었다. 솔직히 임연아와 남지수는 같은 처지다.‘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연아야, 괴로워하지 마.”남지수는 임연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은 소리로 다독여 주다가 곧 이경진을 향해 냉담하게 말했다.“연아는 휴식해야 하니 이젠 집에서 나가주세요.”미간이 굳어진 이경진의 안색은 흉측해 보였다.그는 하승우의 아내인 남지수를 두 번 만났는데 한 번은 하승우가 그녀와 결혼할 때였고 한 번은 하승우의 할머니가 돌아갈 때였다.인상 속에서 남지수는 외모가 망가져 열등감이 있어서인지 매우 소심하고 말도 잘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주 당당해졌다.“당신이 뭔데 나를 쫓아요? 여긴 저의 여자친구 집이에요.”이경진은 쌀쌀하게 말했다.남지수는 냉랭한 눈빛으로 쏘아보며 ‘여자친구인 걸 번연히 알면서 왜 상처 주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의미가 없어 보였다.문 앞으로 다가간 남지수는 문을 열며 다시 중복해서 말했다.“나가주세요. 안 가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이경진과 하승우는 모두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 왜 이러지? 성격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은데?’비록 마음속으로는 온갖 불만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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