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학교에서 웨딩홀까지: Chapter 21 - Chapter 30

30 Chapters

제21화

구재건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자신의 허리에 올린 윤윤서의 손을 보았다. 조심스럽고도 자신의 비위를 맞추려는 게 눈에 보였다. 그녀의 예쁜 쇄골엔 어젯밤 그가 남긴 흔적이 가득했다.몸이 점점 후끈 달아오른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했지만, 벨트 착용을 마친 윤윤서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의 입가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닿으면서 은은한 향기가 났다.구재건은 혀를 찼다.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윤윤서는 고개를 들며 기대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대표님, 저 오늘 오후부터 출근해도 될까요”구재건은 눈썹을 꿈틀거렸다.“어디 아파?”윤윤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소 민망한 얼굴로 답했다.“어젯밤에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머리가 조금 아프네요.”구재건은 다른 대답을 했다.“최근에 많이 나약해졌네. 툭 하면 아프고 말이야.”윤윤서는 한숨을 내쉬었다.어젯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건만 오전 휴가를 허락받지 못했다.확실히 어젯밤 구재건은 너무도 거칠게 그녀를 대했다. 배가 아직도 살짝 아팠다.행여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조금 푹 쉬고 싶었지만 구재건은 그녀에게 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윤윤서는 고개를 숙이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옷을 갈아입은 후 구재건과 함께 출근하려고 했다.그런데 구재건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먼저 현관으로 가면서 한마디 했다.“오후에 지각하지 마.”“...”윤윤서는 사실 놀랐다.고개를 들었을 때 구재건은 이미 나가버린 상태였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만 들려왔다.그녀는 들고 있던 겉옷을 내려놓았다. 다소 기쁘기도 하면서 섭섭하기도 했다.드디어 휴식할 수 있어서 기뻤지만 조예리가 돌아온 뒤로 구재건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기 시작했기에 조금 섭섭했다.아마 이것이 첫사랑의 위력일 것으로 생각했다.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마왕 같은 존재가 갑자기 부드러운 사람이 되었다.윤윤서는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에 든 생각을 떨쳐내려 했다.그녀는 일단 태아 도플러부터 다시 숨긴 후 아침을 먹었다.대략 2시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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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아기를 낳아본 사람으로서 지수연은 아주 능숙하게 윤윤서에게 굽이 낮은 신발 몇 켤레 골라주고 편한 옷과 임산부가 써도 무해한 화장품을 사주었다.지수연은 옷과 신발, 화장품 전부 윤윤서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지금 얼른 갈아입고 와. 8cm나 되는 하이힐 신고 내 앞에서 비틀대지 말고. 보기만 해도 가슴이 조마조마해지니까.”윤윤서는 그녀의 호의를 거절하기 어려웠기에 옷과 신발을 갈아입은 후 화장도 지우고 립밤 하나만 발랐다.지수연은 이런 윤윤서의 모습을 보곤 그제야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렇게 입었어야지. 임신했으니까 굽 낮은 신발만 신어. 하이힐은 위험해서 안 돼.”윤윤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답으로 다온이의 장난감을 잔뜩 사주었다.다온이는 기쁜 듯 윤윤서의 얼굴에 뽀뽀 세례를 했고 나중에 그녀의 딸이 태어나면 오빠로서 커다란 선물을 주겠다며 말했다.윤윤서는 이렇게나 행복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적 별로 없었다. 지수연과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점심까지 다 먹은 후였고 그제야 헤어졌다.회사로 출발하려고 할 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윤윤서는 다소 수상해 하며 일단 통화 버튼을 눌렀다.다음 순간 기고만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윤서 씨 맞죠? 전 조예리 매니저예요.”윤윤서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무슨 일이죠?”매니저는 뻔뻔스럽게 큰소리를 쳤다.“우리 예리 계약서 때문에 연락했어요. 윤윤서 씨가 작성한 거 맞죠? 계약서에 문제가 있으니까 빨리 와서 확인하세요.”윤윤서는 차갑게 웃었다. 속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그녀는 구재건의 전담 비서로 몇 년 동안 일했던지라 업무에 아주 능숙했고 계약서에 문제가 생길 일도 없었다.조예리가 그녀를 부른다는 건 다른 목적이 있다는 의미였다.다만 설령 조예리의 목적이 불순하여 거부한다고 해도 다음번에 또 다른 수를 쓰며 그녀를 불러내려 할 것이다.그러니 차라리 속아 넘어가 주어 조예리의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나았다.이렇게 생각한 윤윤서는 지수연과 작별 인사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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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윤윤서는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조예리가 이렇듯 연기를 하는 것은 구재건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기를 원한 것이다.구재건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조롱하고 불신하는 것을 말이다.모든 사람들에게 구재건이 그녀를 얼마나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고 있나 보여주고 싶어 했다.그럼에도 윤윤서는 조예리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그녀는 고래를 들어 대기실 구석에 있는 카메라를 보았다.“그럼 CCTV를 돌려보죠.”CCTV는 거짓말할 리도 없고 편애할 리도 없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조예리는 멈칫했다.그저 윤윤서를 모함할 생각만 했을 뿐이지 대기실에 CCTV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조예리는 황급히 구재건에게 말했다.“됐어, 재건아. 어쨌든 윤윤서는 재건아 비서잖아. 재건이를 봐서라도 내가 용서해 줄게.”윤윤서는 여전히 연기하고 있는 조예리를 무시하곤 다시 구재건에게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CCTV를 돌려보면 전부 알게 될 거예요.”구재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윤윤서를 빤히 보았다.윤윤서는 오늘 하이힐이 아닌 굽 낮은 신발을 신고 있었던지라 평소보다 고개를 좀 더 숙여 그녀를 봐야 했다.항상 잔머리 없이 올려 묶었던 포니테일도 낮게, 편하게 묶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차갑기만 했던 윤윤서의 분위기가 다소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담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보면 꼭 지켜주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그녀의 주위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 적 없었다.딱히 별다른 일도 없었다.윤윤서는 대체 그에게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필요 없어.”구재건은 시선을 거두며 윤윤서의 요구를 거부했다.“난 예리 너를 믿어.”“고마워, 재건아.”조예리는 구재건의 소매를 잡으며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구재건은 조예리의 손을 잡고 계속 윤윤서를 압박했다.“사과해.”“...”윤윤서는 이를 악물었다. 입을 열지 않았다.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사과해야 하는 걸까?조예리는 허리를 빳빳이 펴고 절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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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네? 그러지 말아요. 제 말 들어요. 사랑보다 중요한 건 뭐다? 바로 일이고 돈이죠.”강우진은 화제를 돌렸다.“사랑은 사람은 슬픔에 빠지게 하지만 일을 하면 돈이 생기죠. 최근에 날도 추워졌는데 제가 월급 받은 김에 맛있는 거 한턱낼게요.”다른 사람들이 윤윤서와 조예리의 일을 수군대고 있을 때 그는 괴롭힘을 당하는 윤윤서가 불쌍해 죽을 것 같았다.‘자랑질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그렇게 사모님이 하고 싶으면 대표님이나 열심히 꼬시지 왜 자꾸 윤서 씨를 괴롭히는 거야!'강우진은 화가 났지만, 안으로 굽는 팔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저 이렇게 윤윤서를 위로해주는 수밖에 없었다.윤윤서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다음에 사줘요. 전 이미 저녁으로 국수를 먹고 있었거든요.”강우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국수가 뭐가 맛있다고 그래요. 얼른 준비하고 나와요. 제가 데리러 갈 테니까요.”윤윤서가 망설이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리면서 구재건이 보낸 문자를 받게 되었다.[해장국 끓여서 20분 내로 가져와.]뒤이어 호텔 주소를 보내왔다.윤윤서는 해장국이라는 세글자에 저도 모르게 차갑게 피식 웃어버렸다. 그녀는 해장국을 끓일 줄 몰랐고 구재건에게 끓여준 적도 없었다.집안이 망하기 전에 윤윤서는 귀하게 자란 부잣집 딸이었고 음식도 전부 전용 영양사가 만들어서 주었다.그랬기에 그녀는 주방에 발을 들인 적이 없었다.나중에 집안이 망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구재건의 전담 비서로 취직했다.매일 그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며 업무를 처리하느라 앉을 새도 없었기에 요리를 배울 시간은 더욱 없었다.배고프면 레스토랑에서 배를 채우거나 배달을 시켜 먹었다.시간이 없으니 매끼 대충 먹었다.구재건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윤윤서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시골에서 가난하게 자랐던 구재건은 있는 집안에서 귀한 대접을 받은 사람이 아니었다.결벽증, 위염, 불면증 등 이런 귀하게 자란 부잣집 아들이 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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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모든 사람들이 구재건에게 집중하면서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구재건은 고개를 들자 창백한 윤윤서의 안색을 발견했다.아무리 룸의 조명이 어둡다고 해도 한눈에 보일 정도로 창백했다.구재건은 이상하게도 짜증이 치밀었다.미간을 팍 구기며 윤윤서에게 명령했다.“앉아.”“...”오전에 그 일이 있은 뒤로 윤윤서는 구재건이 조예리를 편을 들고 있어도 딱히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다.그녀는 대충 구석 자리에 앉았다.다음 순간, 머리가 어질거렸다.지수연이 말하길 임신 초기에 태아의 발육은 모체에 의지하여 성장한다고 했다.그랬기에 많은 임산부들이 빈혈 증상을 보인다고 했다.그녀는 임신한 순간부터 입덧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원래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더구나 오늘 하루 동안 먹은 것이라곤 이곳으로 오기 전 대충 끓인 국수 두 입이었던지라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누구도 그런 그녀의 상태를 발견하지 못했다.다들 구재건과 조예리 곁에 모여서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구 대표랑 조예리는 그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거야?”“아니, 그냥 같은 고향 사람이야. 대학교 입학 하기 전까지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구재건은 담담하게 말하며 무의식적으로 윤윤서에게 눈길을 돌렸다.윤윤서는 구석에서 몸이 불편한지 한 손으로 벽을 지탱하며 다소 괴로운 듯한 모습을 보였다.다른 사람들은 계속 그에게 이것저것 물었다.“구 대표 대학교 때 엄청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에이, 그래도 그런 말이 있잖아. 고생 끝에 낙이 온다.”“맞아, 구 대표의 고생은 끝났으니 이젠 낙이 올 차례지!”“재건이는 지금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까 예전 일은 그만 언급해. 괜히 분위기만 망치니까.”조예리는 굳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하곤 윤윤서가 가져온 해장국을 열어 맛을 보았다.그러더니 탁 소리를 내며 다시 테이블 위로 거칠게 던졌다.“세상에, 윤 비서. 해장국을 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이거 정말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거 맞아?!”윤윤서는 머리가 너무도 어지러웠다.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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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구재건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조예리에게 화도 내지 않았다.“시간도 늦었으니까 대충 마무리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조예리는 설득이 통하지 않자 이를 빠득 갈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구재건!”구재건은 고개를 돌리며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누군가를 불렀다.“구지오!”경호원들과 담배를 태우고 있었던 구지오는 구재건의 부름에 바로 달려왔다.정신을 잃은 윤윤서와 얼굴을 한껏 찌푸리고 있는 조예리가 보였다.멍하니 상황 파악하고 있던 찰나에 구지오는 구재건의 지시를 듣게 되었다.“얼른 차 끌고 와. 병원으로 갈 거니까.”“응, 형.”구지오는 조예리를 힐끗 보곤 얼른 차를 끌고 왔다.구재건은 윤윤서를 안은 채 걸음을 옮겨 차에 올라탔다.차가 떠나간 이곳에 먼지만 남았다.조예리의 안색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윤윤서 이 여우 같은 X!'‘꾀병을 부려?!'‘구재건을 꼬시려고 별짓을 다 하고 있잖아!'룸에 있는 사람들이 아직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지라 조예리는 이를 빠득 갈며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그녀에 관해 의론하는 목소리가 들렸다.“구재건이 조예리를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을 줄은 몰랐네.”“그러게. 윤윤서가 쓰러진 것도 난 못 봤는데 구재건이 먼저 발견하고 달려나갔잖아. 그때 그 속도 얼마나 빠르던지, 순간이동이라도 한 줄 알았다니까.”“솔직히 윤윤서 몇 년 전보다 더 예뻐진 것 같지 않냐?”“윤윤서 별명 모르는 사람 없잖아. 우리 학교 여신은 역시 달라. 몇 년 직장 생활 좀 했다고 기품이 더 달라졌잖아.”“뭐야, 네가 웬일로 칭찬을 후하게 하냐. 혹시, 좀 꼬셔보려고?”“뭐라는 거야. 헛소리하지 마. 그런 생각 절대 하지 않았으니까!”사람들은 웃으며 얘기를 나누다가 문 앞에 서 있는 조예리를 발견했다.파리해진 그녀의 안색은 꼭 악귀 같은 모습이었다.룸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뭐가 어찌 되었든 구재건이 조예리를 아낀다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누구도 멍청하게 조예리에게 밉보이는 짓을 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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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병실 안에 조용해졌다.누구도 윤윤서가 이렇게 흥분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구재건에게 욕을 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심지어 구재건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는 윤윤서가 싫었지만, 머리가 좋은 사람이란 건 알고 있었다.설령 아무리 화가 나도 이렇듯 그대로 표현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어처구니가 없었던 구재건은 분노가 담긴 미소를 지으며 윤윤서의 턱을 확 잡고 억지로 고개를 돌리게 했다.“쓰러지면서 벽 어딘가에 머리라도 부딪쳤나 봐?”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멍청한 짓을 할 수 있겠는가?!윤윤서는 구재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안색이 병실 하얀 벽보다 더 창백했다.그녀의 입에선 여전히 도발하는 듯한 말이 나왔다.“머리를 부딪치든 말든 구재건 씨와 무슨 상관이죠? 그럴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조예리한테나 가보세요. 괜히 자꾸 이상한 거로 트집 잡지 말고요!”“하, 그래!”구재건은 그녀의 태도에 화가 났다.채혈하려던 것도 뒤로 미뤘다.조금 전 윤윤서를 보면서 느낀 약간의 동정도 사라지고 없었다.‘하, 천하기 짝이 없지!'‘조금만 잘해줘도 바로 기어오르다니.'‘감히 내 앞에서 반항해? 아직도 주제 파악 못 하고 있구나?'남자는 침대 위로 올라가면서 윤윤서를 아래에 깔았다.그의 행동엔 망설임도 없었다.뒤에 있던 간호사와 의사는 환자인 윤윤서가 걱정되어 앞으로 나서며 말려보려고 했지만 구지오가 팔을 뻗으며 두 사람에게 나가라는 눈짓을 했다.그들은 감히 반항할 엄두가 나지 않아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구지오는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친절하게 문도 닫아주었다.커다란 VIP 병실에 윤윤서와 구재건만 남았다.윤윤서의 하얀 피부에서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구재건이 꽉 잡고 있으니 더 많은 피가 흐르면서 그의 팔에도 묻었다.아팠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며 참았다.다른 한 손으로는 남자의 단단한 가슴팍을 밀어냈다.그 순간 구재건이 힘으로 윤윤서를 엎드린 자세로 만들었다.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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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여자의 목소리에 윤윤서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복도 끝에 무릎을 꿇은 여자가 보였다.여자는 요즘 유행하는 겨울 패션이었고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었다.만약 눈물로 인해 화장이 번지지 않고 무릎을 꿇고 있지 않았더라면 분명 예쁘고 자태가 아름다운 여성이었을 것이다.하지만 미모의 여성은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남자의 다리를 잡고 애원하고 있었다.윤윤서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남자를 보았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순간 기억이 떠올랐다.구재건과 함께 접대 자리에 갔을 때 억지로 그녀에게 술을 마시게 하던 김정섭이었다.윤윤서를 처음 본 순간 김정섭의 눈빛이 음흉한 것이 불쾌했다. 게다가 온몸에 짙은 술 냄새가 나 분명 사생활이 음란하리라 생각했다.오늘 보니 확실히 그러했다.“꺼져!”김정섭은 여자를 발로 차곤 옷매무새를 정리했다.그리곤 혐오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내가 처음부터 말했지? 내 아이 밸 생각하지 말라고! 임신으로 어떻게든 날 협박해서 원하는 거 얻으려고 했나 본데 주제 파악 좀 하고 살아.”“분명 피임약도 꼬박꼬박 먹었어요. 그런데도 임신할 줄은 몰랐다고요. 저도 몰래 아이를 지우려고 했어요. 하지만 의사가 아이가 무척 잘 자라고 있다고 말하니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어요!”여자는 말하면서 다시 김정섭의 손을 잡으며 자신의 배 위에 가져다 대며 만지게 했다.“이미 3개월 됐대요.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태동도 느낄 수 있대요. 애초에 애인도 없던 나를 꼬셔 결혼하자고 한 것도 당신이잖아요! 그 말을 믿고 당신을 따른 거란 말이에요! 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냥 이 아이만 낳을 수 있게 해줘요, 네?”“나한테는 아들과 딸이 있어. 네 아이 따윈 필요하지 않아.”김정섭은 여자를 뿌리치며 얼굴의 지방 살까지 찌푸리며 협박했다.“내 아내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네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헛꿈 그만 꿔!”세게 뿌리친 탓에 여자는 비틀대더니 바닥에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쿵!그다음 순간 그녀는 배를 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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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한편 재원 그룹 대표실.구지오는 구재건 책상 앞에 우뚝 서서 일정을 보고하고 있었다.“형, 예리 누나를 위한 파티 이미 준비가 다 됐어. 오늘 밤에 바로 하면 돼. 손님들도 제때 도착할 거야.”“그래.”구재건은 고개를 끄덕였다.구지오에게 그만 나가보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저도 모르게 윤윤서가 떠올랐다.원래부터 저혈당으로 쓰러진 것이었는데 어젯밤 그에게 또 범해지지 않았던가.아마 많이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아무리 장난감이라고 해도 재정비할 시간은 줘야 했다.그래서 구지오에게 물었다.“윤윤서 상태는 어떻지?”“의사가 말하길 많이 나아졌다고 했어. 하지만 몸이 많이 약해져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대.”비록 구지오는 윤윤서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사촌 형인 구재건이 그녀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병원에 미리 연락해 윤윤서의 상태를 알아보았다.구재건은 담담하게 답했다.“그래.”어젯밤 반항하던 윤윤서의 모습과 최근 변한 듯한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이내 구지오에게 지시했다.“가서 알아봐, 윤윤서 몸 상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주위에 새로 나타난 인물은 없는지. 계속 정밀 검사를 거부한다면 예전 진료 기록을 뒤져서라도 알아 와. 그리고 바로 나한테 보고해.”“응, 알았어.”구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예리 누나 파티가 끝나면 윤윤서 씨 진료 기록을 정리해서 형 책상에 올려둘게.”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조예리가 당당하게 들어왔다.그녀는 먼저 우아하게 구지오와 인사를 했다.“지오도 있었구나.”구지오는 그저 미소로 대답을 대신에 했다.미래의 사촌 형수를 늘 깍듯하게 대했다.조예리는 구재건의 곁에 앉으며 물었다.“재건아, 오늘 파티 준비 다 했지?”구재건은 웃으며 답했다.“구지오가 준비 다 해놨어.'조예리는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고마워, 재건아.”이번은 그녀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환영 파티였기에 구재건은 백영시에 있는 재벌들을 전부 초대했다.그가 나서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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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윤서 씨가 내키지 않아 한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흰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대표님 아래서 일하고 있잖아요. 까라면 까는 수밖에 없죠. 그냥 풍성한 저녁 한 끼 먹으러 간다고 생각해요.”강우진은 윤윤서를 달래며 설득했다.“그리고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제가 스타일링 아주 잘하는 분들한테 얘기 해뒀으니까 윤서 씨는 분명 파티에서 제일 빛나는 사람이 될 거예요!”‘조예리가 또 윤서 씨를 괴롭히려는 수작이 아니겠어?'‘내가 그럼 반격할 거야. 주인공이 바뀌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거야!'말을 마친 강우진은 손뼉을 쳤다.그러자 빠르게 전문가 포스 물씬 풍기는 사람들이 병실로 들어왔다.사람이 아주 많았지만 각자 할 일이 분명했다.누군가는 메이크업 박스를 들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드레스를 한가득 밀며 들어왔다. 심지어 양손 가득 신발을 들고 온 사람도 있었다.윤윤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말로 스타일링 전문가들을 불러오신 거예요?!”“당연하죠. 전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강우진은 윤윤서를 향해 눈썹을 튕겼다.‘스타일링 전문가를 부르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 이런 전문가를 한 트럭 불러올 수도 있다고!'‘재물신의 비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시간은 빠르게 흘렀다.점심을 먹은 후 스타일링 전문가들은 윤윤서를 꾸미기 시작했다.저녁 파티까지 반 시간 남기고 드디어 끝났다.강우진은 오랜 기다림에 머리카락마저 헝클어졌다.심심한 표정으로 레몬티를 흔들거리며 안에 있던 얼음을 입에 넣고 있을 때 드레스를 입은 윤윤서가 나왔다.윤윤서는 바닥을 끄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드레스에 박힌 보석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그녀의 몸매에 맞게 수선한 것이라 걸을 때마다 예쁜 자태를 보여주었다.심지어 피부도 뽀얗고 화장도 잘 먹혔다. 두 눈은 반짝이는 별 같았으며 자신감 넘치는 그녀의 모습은 아주 우아해 보이기도 했다.윤기도는 검은 머리는 단아하게 묶었기에 예쁜 목선과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다.얼굴 양옆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잔머리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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