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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어깨가 탈구된 듯한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듯, 서왕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탄식하였다."황후마마께서는 잊으셨을지도 모르겠사옵니다만, 칠 년 전 제가 황성에 와서 천자호변에서 습격을 받아 수행하던 자들이 모두 목숨을 잃고, 저 또한 목숨을 잃을 뻔하였사옵니다.""그때 마침 황후마마께서 지나시다 호위들에게 명해 구해주셨기에 제가 살아날 수 있었사옵니다."칠 년 전, 천자호. 봉구안 또한 그 일을 떠올렸다. 과연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당시 그녀와 봉장미 또한 열한 살 생일을 맞이하여, 스승님께서 며칠 휴가를 주셨고, 그녀는 황성으로 와 봉장미를 찾아 함께 사람이 적은 천자호에서 연등을 띄웠다. 스승님이 선물로 주신 가면을 쓰고 소년 행세를 하며 봉장미의 호위무사로 가장했던 것이다.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소년이 추격당하는 장면을 보았다. 처음엔 봉장미를 데리고 빨리 도망치고 싶었지만, 봉장미는 사람을 구해달라 요청하였고, 그녀는 결국 그 소년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 구해준 소년이 눈앞의 서왕이었다니!봉구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기억하오, 그 소년의 왼쪽 어깨가 칼에 찔려 거의 뚫렸었지요."그가 그 소년이라면, 어깨에 분명 흉터가 남아 있을 것이다.봉구안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잡았다.옷깃이 그녀의 손에 의해 강제로 찣어지자 서왕은 눈이 커졌다. 평소 온화하고 침착하던 얼굴에, 이 순간에는 당황과 어리둥절함이 스쳤다. 그리고 다소의 부끄러움까지.아니!여자가 어찌 감히 사내의 옷을 벗길 수 있는가!봉구안은 그의 놀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왼쪽 어깨를 직시했다. 쇄골에서 약 두 치 아래에 옅은 갈색의 칼 흉터가 있었다.틀림없다. 바로 그였다!서왕은 온화하던 얼굴이 마치 서리를 맞은 가지처럼 시들고, 거뭇한 자주색으로 변하며 큰 충격을 받은 듯하였다.그녀가 손을 놓자, 서왕은 즉시 한 손으로 옷깃을 붙들어 단정히 가다듬으며 침착함을 되찾으려 애썼다."보시다시피, 제가 그때 황후마마께서 구해주신 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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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유사양은 황제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즉시 다른 시종들에게 물러나라고 눈짓하였다."아!"갑자기, 정귀인은 제기를 유독 높이 찼고,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삼켰다.어렵게 보이는 제기었지만, 정귀인은 높이 뛰어오르며 안정적으로 제기를 받아냈다."귀인께서는 참으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셨군요!"궁인들이 일제히 칭찬하였다.정귀인은 두 번째로 제기를 차려 했으나, 멀리 복도에 서 있는 황제의 준수한 모습을 발견하자 활발하던 태도를 일순간에 거두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곧바로 동작을 멈추고, 단아하고 정중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낮추어 예를 올렸다."신첩, 황상께 문안 드립니다."궁인들 역시 황제를 보고 즉시 예를 갖췄다."황상께 문안 드립니다!"유사양은 태황태후의 말을 들은 바 있어, 정귀인을 다소 동정하였다. 원래는 활발하고 명랑한 사람이었지만, 억지로 얌전하고 말수가 적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소욱은 정귀인을 깊이 바라본 후 간단히 면례를 허락한 다음 만수궁을 떠났다.정귀인은 그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만수궁을 나온 소욱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정귀인이 저리한데, 황후는 어떠할가? 황후의 고요한 겉모습 아래에 감춰진 진짜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지...갑자기 그는 걸음을 멈추며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 아마 혼란스러웠던 모양이다. 황후를 떠올리다니. 그 여자가 어찌되든 상관없다!그를 생각만 해도 불쾌해지는 이는 비단 황후뿐만이 아니었다. 또한 그 여자 자객 역시 그랬다.며칠이 지나도 그녀는 아직 답을 내놓지 않았다. 과연 궁중에 남아 그의 사람이 될 것인지, 아니면 북대영으로 가 여군에 합류할 것인지.그는 진한길에게 물었다."이 며칠 대보단은 다 받았느냐?"진한길은 즉시 답하였다."모두 가져갔습니다."황제는 진귀한 대보단을 그녀에게 몇 알이나 내어주었다. 그만큼 얻기 힘든 귀한 약인데도, 황제는 자객에게 아낌없이 주었기에 그는 안타깝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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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무엇이라 하였습니까? 북방에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입니까?"오백은 봉구안과 마찬가지로 수 개월 동안 황성에 머물며 북방의 상황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북방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듣자 그는 긴장한 채 불안에 떨었다.봉구안의 눈에는 서슬 퍼런 기운이 가득 차 올랐고, 그녀의 주먹은 굳게 쥐어진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장성이 이끄는 용호군이 한산파에서 양군의 매복에 걸려, 324명 전원이 전멸하였네."오백은 마치 얼음물에 쏟아진 듯 몸속의 피가 모두 얼어붙는 듯했다.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커졌다가 이내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몸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쿵! 그는 벽을 향해 돌아서더니 주먹을 꽉 쥔 채 힘껏 벽에 내리쳤다. 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떨군 채 어깨를 떨며, 그는 손으로 눈을 훑고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호흡을 삼키듯 씹으며 힘겹게 울부짖었다."으아아아아!"봉구안은 그곳에 앉아 있었고, 기름등 아래 그녀의 얼굴은 짙은 그림자로 덮여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동시에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오백은 잠시 분노를 발산한 후, 붉어진 눈으로 봉구안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절을 올렸다."소장군, 양군은 비열합니다! 전에는 거짓으로 화의를 청하고 실상은 전쟁을 연기하려 하였사옵니다. 이제 그들은 다시 세력을 규합해왔으며, 용호군은 전멸하였습니다. 소인은… 결코 이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장성은 그의 생사를 함께한 절친한 동료였다. 북방을 떠나기 전 장성은 돌아오면 함께 한 잔 마시자며 그에게 좋은 술을 남겨두었다. 그러나 이제 술은 남았으나 사람은 떠나고 말았다... 삼백여 명의 형제들이 이처럼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봉구안도 애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군영에 들어온 후로 숱한 생사의 이별을 보아 왔다. 슬픔과 눈물로는 적의 성을 무너뜨릴 수 없음을 일찍이 깨달은 그녀였다. 오직 칼과 복수의 결의만이 적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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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어전에서 조회를 마친 후, 소욱은 몇몇 중신들을 남겨두고 국사를 논의하였다.한산 비탈에서 일어난 전투는 양국이 먼저 도발한 것이며, 그로 인해 남제는 어쩔 수 없이 응전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양국은 이전과 같은 꾀를 부려 화친을 요구하고 있었다. 남제 조정의 대다수 관료들은 양국이 간사하고 믿을 수 없다고 여겼으나,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이도 있었다."폐하, 양군이 전에 번복한 것은 맹 소장군이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옵니다.""그들은 이 기회를 틈타 함락된 성을 되찾고자 했던 것이옵지요. 그러나 이제 그 맹 소장군이 회복되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이러하니 양국은 다시 전쟁을 일으킬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옵니다. 차라리 여기서 멈추고 나라를 보전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현명하옵니다."소욱은 얼굴에 냉랭한 기색을 띠며 신하들의 논의를 조용히 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유사양이 들어와 그에게 낮은 목소리로 아뢰었다."폐하, 황후마마께서 알현을 청하셨사옵니다."소욱은 시각을 보더니, 마침 알맞은 때라 여겨 신하들을 먼저 물러가게 하였다. 곧이어 봉구안이 어전으로 들어섰다. 소욱은 손에 들고 있던 상소문을 옆에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황후께서는 어인 일로 날 찾아온 게요?"그는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중대한 일이 아니면 결코 알현을 청하지 않는 그녀였기 때문이다. 봉구안은 공손히 예를 갖춰 인사하며 말했다."신첩은 후궁이 정사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그러나 태조 황제께서도 일찍이 '나라의 흥망은 모든 백성의 책임이며, 남녀노소, 귀천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셨사옵니다.""그러니 비록 오늘 폐하께서 처분을 내리시더라도 신첩은 반드시 말씀을 올려야 하겠사옵니다."소욱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는지 짐작했다. 여러 대신들과 긴 시간 동안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데, 후궁의 여인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결연한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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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소욱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의 눈에는 마치 사냥꾼의 어두운 빛이 어렸다."네가 참으로… 내게 뱉은 말들이 모두 진심이더냐!"그가 그녀를 꾸짖는 것 같았으나, 분노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봉구안은 그가 이미 자신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 손을 비비며 전의를 다지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북방군은 가는 곳마다 승리하니, 군령을 내리시면 반드시 크나큰 번국을 얻으실 것입니다!""잘 말했도다!"소욱은 크게 만족해했다.그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장수 몇을 불러 회의를 열게 하라!"무장들만 부른 것을 보니,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논할 것이 아니라 이미 결단을 내리고 실행만 남은 것이었다.이로써 봉구안은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물러날 수도 있었으나, 그녀에겐 아직 남은 할 말이 있었다."폐하, 이번 전쟁은 매우 중대하오니, 신첩이 대소사에 가서 우리 남제의 장병들을 위해 기도하겠나이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기도드릴 것입니다."소욱은 그녀를 두어 번 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가 그러한 뜻을 가졌다면, 허락하마."황후가 기도에 나서는 일은 변경의 장병들에게도 큰 위로와 격려가 될 터였다.이후, 봉구안은 공손히 예를 표하고 물러났다.그녀가 어전을 나서자, 햇살이 그녀 얼굴을 비추며 마치 금빛을 덧씌운 듯했고, 그 얼굴은 더욱 고요하고 맑았으며, 살기를 감춘 채 빛났다.……영화궁.연상은 짐을 정리한 뒤, 봉구안 앞에 다가와 물었다."마마, 정말로 기도하러 가시는 것이옵니까?"봉구안은 내무부의 마지막 장부를 확인하고 장부를 덮으며 간결하게 답했다."무엇을 하든, 모두 남제의 승리를 위해서이다."그날, 황제께서는 양국과의 전쟁을 결심하는 칙령을 정식으로 내렸다.십만 대군이 북방에 증원될 것이었다.조정의 주화파는 황제에게 신중히 생각하실 것을 간언했으나, 소욱은 군심을 동요시킨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중벌을 내렸다.그중에서도 특히 고집스러운 노신들은 피투성이가 되도록 매질당하면서도 계속 외쳤다."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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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봉구안의 표정이 굳어졌다.봉구안은 이번에 도성으로 돌아오면서 무기를 많이 갖고 오지는 않았다. 비수, 분해할 수 있는 장총, 9단 채찍 등을 갖고 왔는데 다 그 상자 안에 넣어 두었다.그러나 봉구안에게 사용할 수 있는 무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은침과 암기들이 있었다.그래서 연상이 그 상자를 잊은 것도 별로 큰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궁에는 사단이 많았다.만약 흑심을 품은 사람에게 들키면 곤란해진다.봉구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 상자를 어디에 두었니?”연상은 생각 후 대답했다.“노비가 깜빡 잊고 안 가져왔으니 원래 자리에 있을 겁니다.”연상의 대답을 들은 봉구안은 긴장을 풀었다.봉구안은 찻잔을 들며 말했다.“그럼 괜찮다.”봉구안은 상자를 은밀한 곳에 두었다. 그래서 발각될 위험이 없었다.대소사는 향을 올리러 오는 사람이 많다.하지만 대소사도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통금이 있다.밤이 되면 문을 닫고 참배객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밤이면 밖에 아무도 없었다.봉구안의 상선실은 평소에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저녁 식사 후.봉구안은 감쪽같이 담을 넘어 절을 나섰다.홀로 남겨진 연상은 근심 어린 얼굴로 마마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옷자락을 움켜쥐었다.마마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기도하고 있었다.…성문 부근의 역참 밖.봉구안과 오백이 여기서 만났다.오백은 한참이나 기다렸다. 그는 새로 산 말을 봉구안에게 건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봉구안은 그의 뒤를 보며 물었다. “왜 말이 한 필밖에 없는가? 넌 뭘 타려고?”순간 오백의 눈이 밝아졌다.그는 자신을 가리켰다.“소장군, 저… 저도 같이 갑니까?”오백은 소장군이 그에게 신비한 사람을 계속 조사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봉구안이 되물었다.“아니면?”“그런데… 제가 말을 잘 타지 못해서 누가 될까 봐…”봉구안이 오백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오백, 돌아가 복수하자!”그러자 오백은 주먹을 불끈 쥐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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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맹 부인은 미처 정리도 하지 못한 채 일어나 급히 시녀에게 물었다.“무슨 일이냐?”“대군이 갇혀서 절반밖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장군님… 장군님이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맹 부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어렵게 장군 부인의 침착한 자태를 유지했다. 맹 부인은 서둘러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가 상황을 확인했다.맹 부인이 막 나가려고 할 때, 교먹이 들어왔다.후자는 시녀를 내보내고 가면을 벗은 후 어쩔 줄 몰라 하며 맹 부인의 품에 안겼다.“사모님… 사부님은 저를 내보내려고 대열의 맨 뒤에서 적과 싸우다가… 아직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적의 포위권에 갇혔습니다.”“비열한 양나라 놈들이 함정을 설치해 두었습니다.”“사모님, 우리는 이제 어떡해야 합니까?”교먹은 겁이 많았다. 예전에는 봉구안이 그녀를 보호했는데 지금은 혼자 이런 일을 당하니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맹 부인은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울지 말고 사건의 경과부터 말해 다오. 그래야 어떻게 사람을 구할지 방법이라도 세우지…”맹 부인은 인간관계에 있어 선이 분명한 사람이다.맹 부인은 봉구안의 스승이자 양모여서 봉구안을 자식처럼 여겼다.그러나 교먹은 맹 장군의 제자일 뿐, 맹 부인은 그녀를 가까이할 생각이 없었다.교먹이 갑자기 맹 부인의 품에 안겨 위로를 청하는 행동은 맹 부인을 불편하게 했다.게다가 이렇게 큰일을 앞두고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지 우는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교먹은 맹 부인의 품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고 입을 열었다.“사모님, 한산비탈 건너편은 함정으로…”“양나라 군은 남제 백성들을 잡아 진두에 세워 우리의 행진을 막았습니다.”“그리고 옆에서 연무, 구덩이…”맹 부인의 표정은 점점 더 엄숙해졌다.“병력은 얼마나 남았는가?”“4만 명 정도 남았습니다. 사모님, 꼭 사부님을 구하셔야 합니다. 4만 명의 병력이 충분하기는 하지만 양나라 군이 지키고 있을 수도 있어서 사람을 구해내기가 쉽지가 않을 겁니다. 차라리 10만 원군을 기다리는 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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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양나라 사신의 태도는 오만했다.“소장군, 만약 철수하지 않으면 맹 장군을 죽여버리겠소.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아버지를 잃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소?”“귀에 거슬릴지는 모르겠지만, 전쟁에서 이겨도 이 강산은 소장군의 것이 아니오.”가면을 쓴 교먹에게서 봉구안의 옛날 기세를 볼 수 있었다.교먹이 일어섰다. 가면 뒤에 있는 눈은 살기가 가득했다.“끝까지 싸우라는 폐하가 명하셨소. 사신, 돌아가서 전하시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오.”장병들은 교먹의 패기에 감탄했다. 그러나 한편 맹 장군과 붙잡힌 장병들이 희생하는 걸 참아 볼 수 없었다.그러나 양나라 사신들 앞에서 모두 교먹을 옹호했다.“결사적으로 싸우자! 철병은 없다!”“철병은 없다.”사신은 장병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웃었다.사신은 교먹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비아냥거리며 비꼬았다.“소장군, 참 효자요.”이 말을 내던진 사신은 밖으로 나갔다.사신이 지나간 곳마다 양쪽의 병사들은 그들을 산산조각 낼 듯한 기세로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사신은 재빨리 군영 출구까지 와서 땅에 침을 내뱉고 외쳤다.“맹 장군의 시신이나 기다리거라.”사신이 떠난 후 교먹은 사모님의 장막 밖에서 무릎을 꿇었다.“어머니, 불효한 자식이 아버지를 구할 수 없습니다.”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맹성주는 두 사람의 친아들이었다.장병들도 따라 밖에서 무릎을 꿇었다.한 시진 후에 맹 부인이 나왔다.맹 부인은 흰옷을 입고 있었는데 도도하고 고귀했다.맹 부인의 시선을 제일 앞에 있는 교먹에게 두고 입꼬리를 가볍게 움직였다.“그래! 결사적으로 싸워야 우리 남제의 좋은 장병들이지!”“맹 장군은 자네들이 이런 결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면,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칠 것이오.”교먹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들었다.“어머니…”맹 부인은 더 이상 교먹을 쳐다보지 않고 돌아서서 장막으로 들어갔다.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부장이 교먹을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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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맹 부인은 고개를 들고 단호하게 말했다.“그들이 가든 말든, 나는 여기 남을 것이오.”이화는 무릎을 꿇었다.“부인, 부인이 남으면 노비도 남겠습니다.”“어머니.”교먹이 갑자기 들어와 이화를 내보냈다.교먹은 맹 부인 앞으로 가서 한쪽 무릎을 꿇고 군대의 절을 했다.“어머니, 대국을 교려하십시오. 이곳은 오래 머물 곳이 아닙니다. 대군을 따라 영지를 떠나시지요.”맹 부인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었다. 의연하고 부드러웠다. “다 가버리면 누가 장군님의 뒤처리를 하겠는가?”교먹의 요동치는 눈동자에서 고통이 드러났다.“사모님…”맹 부인은 여장부이다. 맹 부인의 결정은 아무도 좌지우지할 수 없다.교먹은 맹 부인을 보호할 십여 명의 경기병만 남겨 두고 대군을 이끌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떠나기 전에 교먹은 말 위에 앉아 부하들에게 분부했다.“부인을 잘 보호하 거라. 아님 너희들을 목숨을 앗을 것이다.”“예, 소장군!”다들 떠나고 떠들썩했던 영지에는 타다 남은 숯불만 남았다.맹 부인은 먼 곳을 바라보다가 장막으로 돌아왔다.이화는 슬픔이 가득했다.소장군마저 떠나면 누가 장군을 구할 수 있겠는가?교먹은 10여만 대군을 거느리고 기세당당하게 행군했다.양나라의 도시들은 계엄령을 내렸다. 다들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군영 내.주장은 남제 대군이 동쪽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장들과 마주 보며 폭소를 하였다.“하하! 장군과 승상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남제가 정말 예상대로 동쪽으로 오네요.”“그들은 우리가 여기에 10만 복병을 두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오. 그들이 한산비탈을 떠나면 우리는 그들의 후방 진공하여 그들을 일거에 해결해 버릴 수 있지요.”주장님은 벽에 있는 지도를 가리키며 다음 단계의 작전을 세웠다.“남제의 북경에는 방어선이 세 개 있는데, 첫 번째 방어선은 북경군이 지키고 있소. 그중 맹씨 부자의 북대영이 주력이고.”“그들이 한산비탈을 포기하고 동쪽으로 갔으니, 우리는 두 번째 방어선인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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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장군? 맹성주다. 정말 맹성주 그가 돌아왔다.”양나라 주장은 크게 놀랐다.맹성주?그럴 리가!맹성주는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동쪽으로 가지 않았나? 왜 갑자기 여기로 돌아왔지?양나라 주장이 반응하기도 전에 군영 입구에서 비명 소리가 잇달아 들렸다.상대방은 열몇 명의 정예 기병일 뿐이었는데 기세등등하였다.주장이 소리쳤다.“멍하니 뭣들 하는 거야! 진을 쳐서 그들을 막아라!”남제의 포로들은 구원병이 온 것을 보고 모두 전투에 참여하여 봉구안의 뒤를 따라 목숨 걸고 싸웠다.봉구안의 붉은 술 은총은 수많은 사람을 베었다.주장과 몇몇 부장은 이 상황을 보고 술이 깨었다.전에 택천궐에 쳐들어가겠다는 호언장담은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맹성주는 너무 무서운 사람이었다.봉구안은 현란하게 사람을 죽였다.그는 정말 사람이 아니었다!양나라 병사들은 맹성주가 왔다는 말을 듣고 싸우기도 전에 사기를 잃었다. 그들은 무기를 버리고 머리를 싸안고 주저앉았다.이것은 그들의 뼛속까지 파고든 두려움이었다.맹성주의 북영군과 대전할 때, 무기를 버리고 주저앉으면 살 수 있다.양나라 주장은 이들의 행동을 보고 무척 화를 냈다.그는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모두 일어나서 그들을 죽여라!“맹성주를 죽인 자에게 황금 천 냥을 주고 대장군으로 봉한다! 일어나 적을 죽여라!”그가 이 말을 다 했을 때, 갑자기 붉은 술이 달린 은총이 날아와 그의 발 앞에 매섭게 꽂혔다.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고개를 들자 먼 곳 말 등에 앉아 있는 소장군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했다.상대방의 눈빛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봉구안은 한 손으로 말 등을 받치고 몸을 날려 주변의 양나라 병사들을 걷어찼다.전쟁터의 사람들은 자동으로 두 무리로 나뉘었다.한쪽은 양나라 병사들인데 적어도 12만 명은 되었다.다른 한쪽은 봉구안이 거느린 십여 명의 정예 기병과 방금 속박에서 벗어난 남제의 병사들인데 약 만 명 정도 되었다.양나라 주장은 인간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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