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맹성주다. 정말 맹성주 그가 돌아왔다.”양나라 주장은 크게 놀랐다.맹성주?그럴 리가!맹성주는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동쪽으로 가지 않았나? 왜 갑자기 여기로 돌아왔지?양나라 주장이 반응하기도 전에 군영 입구에서 비명 소리가 잇달아 들렸다.상대방은 열몇 명의 정예 기병일 뿐이었는데 기세등등하였다.주장이 소리쳤다.“멍하니 뭣들 하는 거야! 진을 쳐서 그들을 막아라!”남제의 포로들은 구원병이 온 것을 보고 모두 전투에 참여하여 봉구안의 뒤를 따라 목숨 걸고 싸웠다.봉구안의 붉은 술 은총은 수많은 사람을 베었다.주장과 몇몇 부장은 이 상황을 보고 술이 깨었다.전에 택천궐에 쳐들어가겠다는 호언장담은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맹성주는 너무 무서운 사람이었다.봉구안은 현란하게 사람을 죽였다.그는 정말 사람이 아니었다!양나라 병사들은 맹성주가 왔다는 말을 듣고 싸우기도 전에 사기를 잃었다. 그들은 무기를 버리고 머리를 싸안고 주저앉았다.이것은 그들의 뼛속까지 파고든 두려움이었다.맹성주의 북영군과 대전할 때, 무기를 버리고 주저앉으면 살 수 있다.양나라 주장은 이들의 행동을 보고 무척 화를 냈다.그는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모두 일어나서 그들을 죽여라!“맹성주를 죽인 자에게 황금 천 냥을 주고 대장군으로 봉한다! 일어나 적을 죽여라!”그가 이 말을 다 했을 때, 갑자기 붉은 술이 달린 은총이 날아와 그의 발 앞에 매섭게 꽂혔다.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고개를 들자 먼 곳 말 등에 앉아 있는 소장군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했다.상대방의 눈빛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봉구안은 한 손으로 말 등을 받치고 몸을 날려 주변의 양나라 병사들을 걷어찼다.전쟁터의 사람들은 자동으로 두 무리로 나뉘었다.한쪽은 양나라 병사들인데 적어도 12만 명은 되었다.다른 한쪽은 봉구안이 거느린 십여 명의 정예 기병과 방금 속박에서 벗어난 남제의 병사들인데 약 만 명 정도 되었다.양나라 주장은 인간 장벽
장군들은 사람을 보내 맹성주를 청해오라고 하였으나 맹성주의 장막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그들은 놀라 탄복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맹성주가 군사를 거느리고 갔다고?”같은 시각.장막에 있던 교먹은 이미 주둔지를 떠나 경공을 이용하여 최대한 빨리 한산비탈로 달려갔다.척후병이 “이겼다”라고 말했을 때, 교먹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또 소장군이라는 말을 듣고 사저가 돌아왔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교먹이 계속 여기 있으면 바로 들통날 것이다.그래서 교먹은 바로 돌아가야 했다.주둔지.장군들은 놀라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모여 있는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맹성주의 이번 작전은 너무 훌륭하오. 그런대 우리까지 속이는 것은 너무하오.”“그러니까… 이렇게 떠들썩하게 한산비탈을 떠난 후 자신이 십여 명의 장병을 데리고 양나라 군영을 공격하다니… 그런데 날이 밝으면 우린 계속 행군해야 합니까? 아니면 제자리에서 기다려야 합니까?”“그래도 한산비탈 일대를 통째로 점령한다는 것은 뜻밖의 수확이오. 난 맹씨 녀석을 탄복하오.”…양나라 군영.양나라의 12만 병사들이 항복하거나 죽었다. 그저 몇몇 가치가 있는 장령들만 생포되었다.장막 안, 부장들은 짓눌려 땅에 무릎 꿇고 있었다. 봉구안은 주장의 목 뒷덜미를 잡고 그의 얼굴을 모래판에 밀어 넣으며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우리 아버지는 어디 계시지?”양나라의 주장은 죽을지언정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부장 중 한 명이 고통을 견디지 못했다.“맹 소장군님, 제가 맹장군님이 어디 계신지 알려드리지요. 맹 장군님은 바로 뒤에 있는 웅덩이에 있습니다. 제가 데려다 드릴 테니 제발 저를 살려주시오!”양나라 주장이 화를 내며 호통쳤다.“개자식! 나라를 배반하고, 적에게 투항하고도 네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그 부장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12만 대군이 전멸했다!다른 지역의 양나라 장병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앞으로 맹성주와 북영군에 더 두려워할 것이다. 싸우기도 전에 먼저 패배
교먹은 가면을 벗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무거운 짐을 풀은 듯 한 홀가분한 표정이었다.“사저, 드디어 돌아왔어!”봉구안은 엄숙한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사부님, 사모님, 그리고 장병 2만 명을 버리고 십만 대군을 거닐고 동쪽으로 가다니… 어떻게 생각한 건가?”교먹은 울먹거리며 급히 해명했다.“그들을 버릴 생각은 없었어. 특히 사부님.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이것 다 여러 장군들이 의논한 결과야!”“나… 난 사저가 아니야. 난 잠시 군심을 안정시키려고 사저인 척 했을 뿐이야.”“난 아무것도 할 줄 몰라.”봉구안은 자신의 사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겁 많고 자기 주견이 없었다.교먹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겨우 예닐곱 살이었다. 배가 고파 맹 부인 앞에 쓰러졌었다.사부님과 사모님은 교먹을 살린 후, 그녀를 보내려 했다.그런데 봉구안의 부탁에 그들은 교먹을 남겨두고 제자로 받아들였다.교먹은 낯가림이 심하고 안정감이 없었다. 그래서 사저인 봉구안 뒤에만 붙어 다녔다.후에 그들은 사부님과 사모님을 따라 군영에 왔다.그들 사이의 정이 매우 깊다. 둘이 같이 있는 사간은 봉구안과 친동생 장미와 같이 있는 시간보다 더 길었다.2년 전, 교먹이 자신을 단련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 둘은 갈라졌다.봉구안은 계속 교먹을 보호해왔다. 교먹에게 거의 심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 교먹의 행동은 그녀를 실망하게 했다.“최선은 다하고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는 건가?”교먹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사저, 내가 잘못했어… 난 태어날 때부터 쓸모없는 사람이야. 부모에게 버림받고, 사저와 사부님, 사모님이 나를 구하고 나에게 가족이 되어 주었는데… 내… 내가 목숨을 걸고 사부님을 구했어야 하는데…”봉구안이 정정했다.“사부님뿐만이 아니다. 양나라 군영에서 얼마나 많은 장병이 죽었는지 아니?”교먹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것처럼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나도 이러기 싫어! 사저, 나 정말 그들이 죽는 걸 원하지 않았
십여 만 대군은 십 리 밖에 주둔하고 있었다.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았다.“그들도 틀림없이 양나라 군영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오. 늦어도 내일 날이 밝으면 사람을 보내서 물어볼 것이오.”“구안아,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양나라 공격 전략에 대해 너의 생각은 어떠한가?”“십여 만 대군은 계속 동쪽으로 행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아니면 되돌아와서 한산비탈을 일대로 북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봉구안은 모래판 지형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한참 후, 봉구안 머릿속에 방법이 생각났다.“오늘 밤의 전투에서 양나라 군은 큰 패전을 당했습니다.”“그러니 우리는 속전속결해야 합니다.”“비영군이 앞장서서 양나라의 남대문을 열고 십여 만 대군이 뒤를 이어 쳐들어 가는 겁니다. 이번 목표는 양나라 도성입니다.”봉구안은 양나라 도성에 꽂힌 깃발을 뽑았다. 봉구안의 눈빛에서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빛을 내비쳤다.맹 장군은 수염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처음의 전술과 똑같네.”“그때 양나라가 갑자기 전쟁을 멈추고 화해를 구하는 바람에 지체되었지. 그때 아군은 승리는 취산골에서 멈추었지. 그리고 한산비탈로 후퇴했고.”“만약 네가 이번에 제때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이 한산비탈마저 빼앗겼을 것이다.”옆에 있던 교먹은 머리를 빨리 돌렸다.“다 제 탓입니다. 제가 한산비탈을 지키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부님이 양나라 사람들에게 붙잡혔습니다.”맹 장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일은 여기서 그만하자. 앞으로 누구도 다시는 언급하지 말거라.”“다음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봉구안이 덤덤히 말했다.“예. 사부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교먹은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대답했다.“저도 사부님의 말씀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이때 맹 장군이 취산골을 가리키며 말했다.“빙빙 돌아서 다시 여기로 올 줄이야…”“지난번에도 여기를 쉽게 공략하지 못했는데…”“이번에 같은 방법으로는 안 될 것이다. 양나라 군도 멍청하지는 않으니,
조정에서 관리들이 소곤소곤 얘기하고 있었다.“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요? 정말 남제가 이긴 겁니까? 양나라가 아니고?”“12만 양나라 군이 지다니요?”“허위보고는 아니지요? 맹성주가 정말 장병 만 명으로?”다들 별로 믿지 않는 눈치였다.용상 위에 앉아 있는 소욱의 얼굴은 냉엄해 보였다. 한산비탈의 전쟁으로 마냥 기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소욱이 명령을 내렸다.“맹성주를 이번 전쟁에서 주장으로 발탁한다. 또한 이번에 양나라를 함락시키면 제후로 봉하고, 식읍 만호를 포상한다.”관원들은 부러우면서 질투가 났다.누군가가 나서서 간언을 했다.“폐하! 안 됩니다! 맹성주는 원래부터 공로를 믿고 자부했습니다. 만약 정말로 만호후로 봉한다면 나중에 통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옵니다.”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폐하, 맹성주를 주장으로 발탁하면 위에 그를 통제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 제멋대로 행동할 것입니다. 맹성주가 용맹하기는 하지만 대국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다른 장군들보다 믿음직스럽지 못합니다. 폐하 재고하여 주십시오.”“폐하, 맹성주의 공은 천자보다…”소욱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더 말하는 자는 군심을 동요하는 죄로 처할 것이다.”후궁.태황태후의 만수궁.편전 안, 모용선은 이곳에 머물러 병 수발을 들었다.시녀 추홍이 분개해 하며 말했다.“귀인, 맹성주가 공로를 다 차지했습니다.”“맹성주가 용감하다고는 하지만 모용 장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장군은 남경에 있어서… 그렇지 않으면 맹성주가 만호후가 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모용선이 꽃 한 송이를 꺾으며 웃었다.“공로가 너무 크면 주인의 노여움을 살 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질투도 사는 법이지. 중간에서 방해할 사람도 많을 것이고… 그들은 남제의 실패를 볼지언정 맹 소장군만 공을 세우는 꼴은 참지 못할 것이다.”추홍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역시 귀인은 생각이 깊습니다.”모용선은 잘 다듬은 꽃을 묶었
황궁에서 대소사까지는 두 시진 거리이다.유사양은 바로 돌아왔다.“폐하, 황후마마께서 폐관하여 기복하셔서 마마를 뵙지 못하고 시녀 연상만 만났습니다. 연상은 마마께서 부족한 것 없이 잘 계신다고 하셨습니다.”소욱은 미간이 찌푸렸다.“기복하는데 폐관이 왜 필요한 것이냐?”‘황후 뭐 하고 있는 거야?’대소사.연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연상은 마마가 없다는 것이 들킬까 봐 선실의 문과 창문을 꼭 닫아걸었다. “마마, 제발 일찍 돌아오십시오…”‘폐하도 이상하게 괜히 사람을 보내고… 뭔가 의심하고 있는 건가?’…남제와 양나라의 전쟁이 한창이다.며칠 후, 또 다른 승전보가 남제 도성에 전해졌다.“폐하, 맹 소장군께서 30명의 병력으로 취산골을 공략해냈습니다.”이 소식은 백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30명? !!“폐하, 이것은 틀림없이 거짓입니다. 30명이 어떻게 취산골 그 험지를 공략해낼 수 있겠습니까?”3만 명이면 몰라도…소욱을 탄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중 맹성주가 한 사람이다.젊은 나이에 이런 전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남제를 보우하여 이렇게 훌륭한 장수를 하사한 것이다.한 쪽의 희열과 한 쪽의 수심이 비교가 되었다.양나라 조정은 난장판이 되었다.양나라 황제는 나이가 많고 성질도 나날이 나빠지고 있었다.그는 용의의 팔걸이를 치며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병사를 달라고 해서 줬다. 황금으로 자객을 고용한다고 해서 황금도 줬다.”“말해 보거라. 그 큰 취산골에 그렇게 많은 수비군이 있었는데 맹성주가 어떻게 고작 30명의 병사를 데리고 공략할 수 있는가?”“짐이 늙어서 멍청하다고 생각하냐? 그래서 거짓 소식으로 짐을 화내게 하고… 짐이 화나서 죽으면 짐의 황위를 차지하려고… 그런 건가?”문무백관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폐하, 노여움을 푸십시오.”가장 앞에 선 승상의 얼굴은 창백했고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눈동자에는 놀라움이 가득 차 있었고, 벌린 입은 오랫동안 다물지 못했다.“승상, 말해보
봉구안 지도 하의 남제 대군은 기세가 등등했다.한 달 만에 양나라의 두 도시를 함락시켰다.이 속도는 양나라 사람들을 놀래고 불안하게 했다.양나라 황제는 수년 동안 주색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 금욕하고 금주하였으며 분향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조상님의 제사 때 눈물까지 보였다.“만약 양나라가 이번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짐은 앞으로 반드시 분발하여 나라를 다스리겠습니다.”조상님의 제사를 지내는 행사가 끝나자, 척후가 말을 타고 와서 소식을 전했다.“폐하, 천성이 함락되었습니다!”양나라 황제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였다.“백 년 천성도… 못 지켜냈단 말인가?”황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격렬하게 질문했다.“정녕 양나라를 멸하시려는 겁니까? 짐이 무슨 잘못을 하였습니까?”천성은 양나라의 마지막 방어선이다.양나라 도성이 위태롭다.전쟁도 치열하고 조정의 싸움도 마찬가지였다.취산골 전쟁 후, 조정에서 맹성주에 대한 잡담이 점점 많아졌다.소욱이 엄격한 수단을 사용하여 제지하였지만 잡담은 계속 되었다.봉구안이 양나라 도성을 공략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유언비어가 심해졌다.심지어 그녀와 요비 능연을 엮어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녀가 능연에게 뇌물을 선사했다는 말이 나왔다.소욱은 이런 상주서를 볼 때마다 무시했다.황제로서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않고,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않았다.하물며 지금 이 중요한 시기에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가 일부러 맹성주를 노린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황제로서 뭔가를 해야 했다.소욱은 서왕을 불렀다.“도성에 양나라의 첩자가 있다. 가서 조사해 보거라.”그가 가장 믿는 사람은 서왕이다.서왕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닷새도 안 되어 양나라의 첩자 몇 명과 양나라 관원 한 명을 잡았다.소욱은 그들을 성문 앞에서 참수하라고 명령했다.그 관원은 보통 첩자와는 달리 죽기 직전까지 소리를 질렀다.“제황, 이 강산의 주인이 곧 바뀔 것이다!”“다들 맹성주만 알고 제황은 모른
남부군은 의리가 있어서 다들 나왔다.“손 장군님, 장군님의 체면을 봐서 벌을 받겠다만, 저희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그렇습니다. 저희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우리는 남부군 인데, 왜 북영군의 규칙을 지켜야 합니까?”손 장군은 자신의 부하들을 감쌌다. 그는 봉구안을 바라보았다.“이들의 말도 일리가 없지 않지요. 맹 소장군, 북영군에는 북영군의 규칙이 있지만 우리 군영에도…”봉구안의 눈빛이 매서웠다.“손 장군, 싫다는 뜻인지요?”손 장군은 잠시 멍했다.“싫은 게 아니라, 정당한 이유 없이 벌을 줬다가 장병들이 복종하지 않으면 인심이 흩어질까 두려워서…”다른 장군들도 나서서 조정했다.“맹 소장군, 그렇게까지 하는 건… 양나라 백성들을 위해 우리 남제의 병사들을 난처하게 할 필요가 있겠소?”“손 장군님, 병사들에게 대충 벌을 내리시오. 이제 곧 양나라 도성을 공략해야 하는데… 수하에 병사를 잘 관리하셔야지요. 맹 소 장군을 난처하게 하지 말고.”“그래요. 다들 한 발씩 물러서시죠.”손 장군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그래요. 장군님들 말대로 남부군은 다들 한 대씩 맞겠습니다.”손 장군도 자신의 병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군영에 군기가 있다. 그 여자들은 대부분 패전한 도시의 여자들이었다.봉구안의 눈빛이 차가웠다.이때 맹 장군이 그녀 옆에 와서 나지막이 주의를 주었다.“양나라 도성을 먼저 공략하고, 다른 일은 전쟁이 끝난 후에 따져도 늦지 않다.”구관이 명관이다.추후 결산은 양쪽에 다 좋다고 할 수 있다.지금 남부군을 군법에 따라 처벌한다면 며칠 후에 참전할 수 없어 큰 손실을 입을 것이다.봉구안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하지만 그녀는 참을 수 있었다.“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그녀는 이 말을 내던지고 돌아서서 장막으로 돌아갔다.손 장군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장병 예를 갖추었다.그리고 남부 군들에게 경고했다.“다들 행동을 조심하거라! 양나라 도성을 공략하면,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을 수 있
고인이 된 친부 이야기가 나오자, 서여국 황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어릴 적에, 아바마마께서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궁 안에는 아바마마의 용모파기조차 남아 있지 않다.”“나도 그분의 얼굴이 어떤지 기억나지 않는다. 꼭 용모파기가 필요하다면, 그 시절을 기억하는 노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봉구안은 난처해졌다.용모파기가 없다는 건 외모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실낱같은 단서를 찾는 건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다.서여국 황제가 말을 이었다.“그때 나는 숙연과 겨우 두세 살이었다. 남자들이 반란을 일으켜 궁으로 들이닥쳤고, 어마마마께서는 혈통을 지키기 위해 나와 숙연을 궁 밖으로 내보내 숨기셨다.”“훗날 자매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옥비녀를 반으로 나누셨지.”“이것이 내가 가진 옥비녀의 반쪽이다.”황제는 흰 옥비녀의 반쪽을 꺼내 보였다. 비녀 머리와 일부 자루만 남은 상태였다.봉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렇다면 진짜 여동생 분께서 나머지 비녀 조각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서여국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반쪽 옥비녀와 비단 상자를 봉구안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것을 너에게 맡기마.”이는 서여국 황제가 봉구안을 깊이 신뢰한다는 표시였다.봉구안은 두 손으로 옥비녀를 받으며 차분한 눈빛을 띠었다. 그 눈빛에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믿음직스러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서여국 황제가 손목을 붙잡았다.봉구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서여국 황제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소장군, 정말로 서여국에 남을 마음이 없느냐?”그녀는 끝내 포기하지 못한 듯 물었다.봉구안이 서여국에 충성을 맹세한다면, 섭정왕의 자리는 물론이고 그보다 더 높은 자리도 내어줄 의사가 있었다.멀리서 은칠이 붓을 들고 무언가를 쓰려 했지만, 은이가 이를 눈치채고는 단숨에 붓을 빼앗아 부러뜨렸다.은이는 부러진 붓을 내던지며 말없이 은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이렇게 말
비록 봉구안이 은위들에게 물러나라고 명령했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서여국 황제가 자신의 암위들을 향해 말했다. “물러나라.” 그녀의 단호한 한마디에 암위들은 즉시 자취를 감췄다. 이제 곁에는 모신만 남았지만, 황제는 여전히 태연했다. 그녀는 봉구안을 바라보며 은근히 이간질을 하기 시작하였다.“보아하니, 그들은 네 명령을 따르는 척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제국 황제의 명령을 따르며 너를 감시하는구나. 네가 서여국에 머물고 싶어도 결국 넌 남제로 끌려가겠지.” 은칠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마마, 저희는…”하지만 봉구안은 은칠의 말을 무시한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차분하고 당당하게 서여국 황제를 향해 말했다. “폐하, 굳이 저와 남제 폐하를 이간질할 필요는 없습니다. 외적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할 때지, 이런 무의미한 일을 할 때가 아닙니다.” 서여국 황제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결국 우리는 길이 다르구나. 나는 네가 남제 남성들의 권력 아래 있는 걸 싫어해, 여인들 편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봉구안은 담담히 답했다. “서여국의 여인이나 남제의 남성이나 다르지 않습니다.”“길은 같을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천하 대동, 남녀가 평등한 길입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억누른다면 그 길은 기울고 불공평하며, 멀리 갈 수 없습니다.” “서여국의 내란도 조여란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나라가 혼란했기 때문입니다. 그 자가 군사들을 설득해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남녀 간 불공평 때문이었습니다. 외지인으로서 드릴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제 말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부디 절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서여국 황제는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여국이 남성에게 불공평한 나라이고, 남제가 여성에게 불공평한 나라라면, 어느 쪽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느냐?” 봉구안은 고요한 목소리로 답했다. “길이 멀고 험해 천 년이 지나도 답을 내릴 수
봉구안은 눈앞에 나란히 서 있는 서여국의 미남들을 흘낏 쳐다보았다. 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 “저들을 처리하기 전에, 약은 남겨 두십시오.” 그들은 속으로 탄식했다. 앞에 있는 귀인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무정했다. 자신들의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그녀는 약만 걱정하는 듯했다. 모신은 곁에서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이 맹 소장군은 남색에 전혀 관심이 없군.’….한편, 서여국 황제가 보낸 미남들을 몰아낸 것을 지켜본 봉구안의 호위들은 눈빛에 살기를 띄우며 말했다.“저따위로 우리 황후마마를 유혹하려 들다니, 당장 찾아가 처리해야겠습니다.”다른 곳에 숨어 있던 은이 역시 이 상황을 보고 머리를 저었다. “형님, 서여국 황제가 대체 무슨 속셈으로 미남들을 보낸 걸까요?”은이는 입에 물고 있던 강아지풀을 살짝 씹으며 비웃었다. “뻔하지. 서여국 황제는 황후마마를 남겨두고 싶어 하는 거다.” “뭐라고요?!” 호위들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만약 서여국 황제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우리 황제 폐하는 어찌 된단 말인가!”그러나 다행히도, 황후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미남들을 거절하고, 그 어떤 것도 받지 않았다.한 시진 후. 서여국 황제는 봉구안이 머물고 있는 편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봉구안은 태연한 얼굴로 황제를 마주했다. “내 듣자 하니, 맹 소장군은 내가 준비한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다 하더구나.” 이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황제가 보낸 미남들은 단순히 약을 발라주는 임무를 맡은 것처럼 보였다. 만약 봉구안이 이들에게 미남계를 쓴 것이라 비난한다면, 황제는 오히려 그녀가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고 역이용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봉구안은 차분하게 고개를 들며 말했다. “폐하의 깊은 뜻과 서여국 남자들의 준수한 외모를 보아 외신이 불만을 가질 리 없지요.” “다만… 제가 서여국으로 출사하기 전, 불전에 서약을 한 바 있습니다.”“
서여국 황궁, 천택궁 별채.은위 몇 명이 전각 밖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안에서는 어의가 봉구안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봉구안은 내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치명적이지 않았다.어의가 물러나려 하자 봉구안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 순간, 서여국 황제가 그녀의 어깨를 눌러 앉히며 말했다.“가만히 앉아 있거라. 내가 명을 내려 어혈을 풀고 멍을 가라앉히는 약을 바르게 하겠다.”봉구안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정중히 대답했다.“폐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서여국 황제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할 사람은 내가 아니겠느냐.”“그대의 계책이 아니었다면 내 계획대로 갔을 것이고, 그랬다면 많은 무고한 병사들이 희생되었을 것이다.”“이번 작전으로 피해를 줄였고, 조여란과 가짜 숙연까지 명분 있게 제거했으니 일석삼조가 아니겠느냐.”봉구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조여란이 동산국과 손잡고 남제를 멸하려 한 만큼, 동산국으로부터 적잖은 지원을 받았을 것입니다.”“그 자를 처단하기 전에 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서여국 황제의 눈빛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기운이 번뜩였다.“그 말이 맞다. 이 일은 반드시 철저히 파헤칠 것이다.”서여국에서 반역과 군주 시해는 이미 죽음에 값하는 죄였다.게다가 외국과 결탁한 죄는 나라를 배신한 중죄였다.그녀는 이 중죄를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서여국 천옥.조여란은 형틀에 묶인 채 기운이 거의 다 빠진 상태였다.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린 그녀는 감옥을 직접 찾은 서여국 황제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폐하, 이렇게 무정하실 수 있습니까?”“제가 잘못한 건 많지만, 전장에서 함께 싸우며 폐하의 목숨을 구해드린 적도 있지 않습니까?”“또한, 쌍둥이 여동생을 찾아드린 것도 저입니다! 이런 공로를 생각하신다면 제 죄를 덜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서여국 황제는 냉소하며 말했다.“여동생이라니? 네가 조종하여 내 여동생 행세를 하게 만든 창부를 말하는 것이냐? 그런 자가 내 혈육이라 할
서여국 황제는 평온한 얼굴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잠시 후 궁으로 돌아가거라. 어의에게 너의 상태를 잘 살피게 하겠다."봉구안은 서여국으로 비밀 사절로 파견된 상태였고, 황제와 그녀의 심복 모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의 신분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황제의 호위병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황제의 배려에 봉구안은 사양하려 했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모신이 먼저 물었다."폐하, 저 관료들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황제는 조여란이 화살로 모두를 살해하려 했던 순간, 관료들 중 일부가 외쳤던 말을 떠올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조여란의 동조자는 모두 체포하고, 나머지는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라.""예, 폐하!"그 순간, 반역죄가 자신들에게 닥쳤음을 깨달은 관료들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폐하, 살려주십시오!""폐하! 순간의 실수였습니다!""폐하, 조여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반란을 일으킬 마음은 없었습니다!""폐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그러나 서여국 황제는 이들의 간청을 전혀 듣지 않고 단호하게 명령했다."끌고 가거라!"그렇게 조여란의 동조자들은 모두 체포되었다."아아…" 숙연은 조여란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점점 불안에 휩싸였다. 그녀는 급히 몸을 떨며 말했다."저는 조여란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억울하게 끌려온 것뿐입니다."서여국 황제는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억울하다고? 내가 본 건 너와 조여란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서여국 황제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숙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머리를 저었다."아닙니다! 언니,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처음에는 조여란이 반역자인 줄도 몰랐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여국 황제는 검을 뽑아 숙연의 목에 겨누며 비웃듯 말했다."아직도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구나?"숙연의 동공이 흔들리며 그녀는 급히 외쳤다."언니, 저… 저는 언니의 친동생입니다…!"그 순간, 황제는 매섭게 칼로 그
봉구안은 허공으로 치솟으며 다리로 신속하게 상대를 공격했다.경공을 잘하는 그녀였기에 발차기 실력도 남달랐다.조여란은 그녀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그 과정에 발길질에 맞은 그녀의 얼굴은 퉁퉁 부어올랐다.착지한 봉구안은 한손을 등 뒤에 감추고 한손을 뻗으며 조여란을 도발했다.조여란의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녀는 옷섶으로 흐르는 피를 닦고는 음침한 눈으로 봉구안을 노려보았다.“너 대체 정체가 뭐냐!”황제 신변의 호위가 이 정도로 강했던가?봉구안은 대답 대신, 이차 공격을 시전했다.철갑옷 같은 기공을 상대하려면 기교가 중요했다.그녀는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응집했다.그리고 손바닥을 아래로 둔 채로 신속히 전방을 향해 찌르기를 시전했다.그녀의 손이 조여란의 가슴에 닿았다.평범한 주먹질처럼 보여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중지에 모든 힘이 실렸다.봉구안은 내력을 집중하여 중지에 실었기에 그 위력은 상당했다.“푸흡!”조여란의 등이 굽어지더니 입으로 피가 섞인 열물을 토해냈다.그녀는 뒤로 엉거주춤 물러나 가까스로 다시 중심을 잡았다.“철갑옷!”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구안의 주먹이 그녀의 늑골을 향해 날아왔다.뼈를 관통할 것 같은 위력이 담긴 일격에 조여란은 신음을 내뱉으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네 이년! 숙천설이 대체 너한테 뭘 약속했길래… 악!”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주먹이 눈을 향해 날아왔다.조여란은 눈을 붙잡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숙천설! 자신 있으면 나랑 붙어! 남의 등 뒤에 숨어 있는 게 무슨 황제야! 나와! 숙천설!”서여국 황제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헀다.“조여란, 네 철갑옷이 천하무적은 아니었군.”조여란은 이를 갈았다.“그럴 리 없어!”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헀다.“철갑옷은 날카로운 검이 아니면 상처를 낼 수 없지. 섭정왕,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네가 이긴다면 길을 비키도록 하지.”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뻗었다.“검을 가져오너라!”잽싸게 모습을 드러낸 은육
봉구안은 싸늘한 눈으로 조여란을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웠다.그 유명한 철갑옷 공법을 한번 눈앞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순식간에 봉구안은 발로 땅을 구르며 앞을 향해 튕겨나갔다.조여란은 그 자리에서 자세를 취하고 기를 운용하여 공법을 시전했다. 온몸의 근육이 단단하게 굳기 시작하더니 마치 단단한 방패를 연상케 했다.봉구안은 상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창을 받아라!”그녀가 창술에 능하다는 것을 아는 서여국 황제가 그녀를 향해 무기를 던졌다.봉구안은 창을 받고는 고개도 안 돌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조여란은 음침한 얼굴로 다시 공법을 시전했다.장창이 그녀의 어깨를 찔렀지만 생채기 하나 남기지 못했다.봉구안은 다시 정신을 다잡고 상대의 가슴을 향해 창을 찔렀다.하지만 극한으로 끌어올린 조여란의 철갑옷 공법 때문에 창끝은 그녀의 옷을 찢고도 가슴에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봉구안의 모든 초식은 상대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장창이 부러질 때까지 찔렀는데도 조여란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진기를 응집한 조여란은 산발이 된 머리를 휘날리며 음산한 눈빛으로 소리쳤다.“숙천설,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녀는 봉구안을 밀치고 서여국 황제에게 달려들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황제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봉구안은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분노한 조여란이 호통쳤다.“주제도 모르는 것, 감히 내 앞을 가로막다니! 그래! 네년부터 죽여주마!”곧이어 조여란의 공세가 이어졌다.두 사람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육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그림자 호위 은삼이 은이에게 말했다.“형님, 도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은이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마마께선 지시를 받고 움직이라 했다.”은삼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조여란 저 여자 꽤 하는데요? 마마께서 다칠까 걱정돼요.”은칠이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마마와 조여란이 결전을 벌이는데 은삼이 재수없는 말만 하며 마마를 저주했습니다.]탁!은
조여란 신변의 병사들이 활시위를 잡았다.이때 누군가가 외쳤다.“당장 그만둬!”조여란은 의아한 얼굴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수많은 사람들이 광화사 대문을 열고 반란군의 앞으로 다가갔다.서여국의 관원들이었다.문무백관이 거의 다 이곳에 잡혀왔다.황제가 한 짓일 것이다.조여란이 차갑게 말했다.“저들을 인질로 나를 협박하려고? 난 누구든 죽일 수 있어!”대신들은 미친 사람처럼 발악하는 조여란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섭정왕! 자네가 이런 사람이었을 줄이야!”“조여란, 감히 반역을 꾀하다니!”“우릴 다 죽이면 천하 백성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하려고? 조정에 관원이 한 명도 없으면 넌 황제가 되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조여란은 이미 이성을 상실했다.“멍청한 것들은 버려도 좋아!”갑자기 검은 인영이 공중에서 나타났다. 그는 조여란도 익숙한 인물, 숙연을 데리고 있었다.“이 여자도 내칠 것이냐?”봉구안은 숙연을 앞으로 밀치며 싸늘하게 물었다.고공 비행에 숙연은 이미 겁에 질려 얼굴이 파리하게 질린 상태였다.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조여란을 향해 소리쳤다.“왕야, 나 좀 구해줘!”봉구안은 뒤에서 그녀의 턱을 잡고 비아냥거렸다.“숙연 대인, 이럴 때는 폐하께 살려달라 애원해야 하는 거 아닌가?”조여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사실 그녀 역시 숙연에게 정이 있었다. 어쨌거나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장기말이었다.하지만 그것보다는 대의가 더 중요했다.“활시위를 당겨라!”곧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올 것을 감지한 뭇 대신들이 소리를 질렀다.“조여란, 미쳤어? 우리 같은 편이잖아!”“황시위를 당기라니까!”조여란은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숙연은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고 조여란을 바라보고 있었다.심지어 조여란이 데려온 병사들마저 모두 죽이라는 말에 동요하고 있었다.황제를 살해하는 것은 황위를 빼앗기 위함이지만 관원들을 죽이면 어떻게 될까?그들은 무고한 사람들이었다.병사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얼굴을 가린 그림자
광화사.조여란의 대군과 호원아의 대군이 대치 중에 있었다.“호원아, 넌 무단으로 직무지를 떠나 폐하를 해하려고 하였다. 내가 섭정대권으로 너를 처단할 것이다!”호원아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난 폐하의 명을 받들어 광화사를 지키고 있는데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조여란, 반역은 네가 했지! 그리고 너희들, 감히 조여란과 결탁하더니! 폐하께 미안하지도 않느냐!”조여란의 옆에 선 한 장군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방구 뀐 놈이 성낸다고! 호원아, 당장 비켜! 우린 폐하가 무사한지 확인해야겠다!”친히 광화사 대문을 지키고 선 호원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를 들여보내? 꿈 깨!”조여란은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전방을 노려보며 손짓했다.“활시위를 당겨라!”그녀가 데려온 대군은 호원아가 이끄는 부대보다 인원수가 훨씬 많았다.아무리 호원아라도 쪽수 앞에서는 별 수가 없을 것이다.갑옷을 입은 호원아가 근엄한 목소리로 명령했다.“포진하고 화살을 방어해라!”뭇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광화사 안쪽까지 후퇴했다.화살비가 한바탕 쏟아진 후, 조여란은 마치 충신처럼 안쪽을 향해 외쳤다.“폐하, 소신이 너무 늦게 와서 송구합니다!”쾅!이때 대문이 열렸다.고개를 든 조여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용포를 입고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제였다.“섭정왕, 늦었군.”서여국 황제의 신변에는 수십 명의 고수가 지키고 있었다.조여란은 싸늘한 눈빛으로 황제를 가리키며 말했다.“넌 폐하가 아니야!”모신 상궁이 분노한 말투로 반문했다.“섭정왕, 미친 것이냐! 폐하께서 여기 계신데 감히 손가락질을 해?”조여란은 등 뒤에 서 있는 뭇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최근 폐하와 똑같이 생긴 여인이 광화사에 진입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폐하를 사칭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호원아 너의 간계였구나.”“호원아, 네가 가짜 황제를 내세우고 진짜 폐하를 해한 게 틀림없어!”호원하가 분통해서 말했다.“조여란, 함부로 사람 모함하지 말거라!”서여국 황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