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부인은 고개를 들고 단호하게 말했다.“그들이 가든 말든, 나는 여기 남을 것이오.”이화는 무릎을 꿇었다.“부인, 부인이 남으면 노비도 남겠습니다.”“어머니.”교먹이 갑자기 들어와 이화를 내보냈다.교먹은 맹 부인 앞으로 가서 한쪽 무릎을 꿇고 군대의 절을 했다.“어머니, 대국을 교려하십시오. 이곳은 오래 머물 곳이 아닙니다. 대군을 따라 영지를 떠나시지요.”맹 부인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었다. 의연하고 부드러웠다. “다 가버리면 누가 장군님의 뒤처리를 하겠는가?”교먹의 요동치는 눈동자에서 고통이 드러났다.“사모님…”맹 부인은 여장부이다. 맹 부인의 결정은 아무도 좌지우지할 수 없다.교먹은 맹 부인을 보호할 십여 명의 경기병만 남겨 두고 대군을 이끌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떠나기 전에 교먹은 말 위에 앉아 부하들에게 분부했다.“부인을 잘 보호하 거라. 아님 너희들을 목숨을 앗을 것이다.”“예, 소장군!”다들 떠나고 떠들썩했던 영지에는 타다 남은 숯불만 남았다.맹 부인은 먼 곳을 바라보다가 장막으로 돌아왔다.이화는 슬픔이 가득했다.소장군마저 떠나면 누가 장군을 구할 수 있겠는가?교먹은 10여만 대군을 거느리고 기세당당하게 행군했다.양나라의 도시들은 계엄령을 내렸다. 다들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군영 내.주장은 남제 대군이 동쪽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장들과 마주 보며 폭소를 하였다.“하하! 장군과 승상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남제가 정말 예상대로 동쪽으로 오네요.”“그들은 우리가 여기에 10만 복병을 두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오. 그들이 한산비탈을 떠나면 우리는 그들의 후방 진공하여 그들을 일거에 해결해 버릴 수 있지요.”주장님은 벽에 있는 지도를 가리키며 다음 단계의 작전을 세웠다.“남제의 북경에는 방어선이 세 개 있는데, 첫 번째 방어선은 북경군이 지키고 있소. 그중 맹씨 부자의 북대영이 주력이고.”“그들이 한산비탈을 포기하고 동쪽으로 갔으니, 우리는 두 번째 방어선인 택
“장군? 맹성주다. 정말 맹성주 그가 돌아왔다.”양나라 주장은 크게 놀랐다.맹성주?그럴 리가!맹성주는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동쪽으로 가지 않았나? 왜 갑자기 여기로 돌아왔지?양나라 주장이 반응하기도 전에 군영 입구에서 비명 소리가 잇달아 들렸다.상대방은 열몇 명의 정예 기병일 뿐이었는데 기세등등하였다.주장이 소리쳤다.“멍하니 뭣들 하는 거야! 진을 쳐서 그들을 막아라!”남제의 포로들은 구원병이 온 것을 보고 모두 전투에 참여하여 봉구안의 뒤를 따라 목숨 걸고 싸웠다.봉구안의 붉은 술 은총은 수많은 사람을 베었다.주장과 몇몇 부장은 이 상황을 보고 술이 깨었다.전에 택천궐에 쳐들어가겠다는 호언장담은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맹성주는 너무 무서운 사람이었다.봉구안은 현란하게 사람을 죽였다.그는 정말 사람이 아니었다!양나라 병사들은 맹성주가 왔다는 말을 듣고 싸우기도 전에 사기를 잃었다. 그들은 무기를 버리고 머리를 싸안고 주저앉았다.이것은 그들의 뼛속까지 파고든 두려움이었다.맹성주의 북영군과 대전할 때, 무기를 버리고 주저앉으면 살 수 있다.양나라 주장은 이들의 행동을 보고 무척 화를 냈다.그는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모두 일어나서 그들을 죽여라!“맹성주를 죽인 자에게 황금 천 냥을 주고 대장군으로 봉한다! 일어나 적을 죽여라!”그가 이 말을 다 했을 때, 갑자기 붉은 술이 달린 은총이 날아와 그의 발 앞에 매섭게 꽂혔다.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고개를 들자 먼 곳 말 등에 앉아 있는 소장군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했다.상대방의 눈빛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봉구안은 한 손으로 말 등을 받치고 몸을 날려 주변의 양나라 병사들을 걷어찼다.전쟁터의 사람들은 자동으로 두 무리로 나뉘었다.한쪽은 양나라 병사들인데 적어도 12만 명은 되었다.다른 한쪽은 봉구안이 거느린 십여 명의 정예 기병과 방금 속박에서 벗어난 남제의 병사들인데 약 만 명 정도 되었다.양나라 주장은 인간 장벽
장군들은 사람을 보내 맹성주를 청해오라고 하였으나 맹성주의 장막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그들은 놀라 탄복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맹성주가 군사를 거느리고 갔다고?”같은 시각.장막에 있던 교먹은 이미 주둔지를 떠나 경공을 이용하여 최대한 빨리 한산비탈로 달려갔다.척후병이 “이겼다”라고 말했을 때, 교먹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또 소장군이라는 말을 듣고 사저가 돌아왔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교먹이 계속 여기 있으면 바로 들통날 것이다.그래서 교먹은 바로 돌아가야 했다.주둔지.장군들은 놀라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모여 있는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맹성주의 이번 작전은 너무 훌륭하오. 그런대 우리까지 속이는 것은 너무하오.”“그러니까… 이렇게 떠들썩하게 한산비탈을 떠난 후 자신이 십여 명의 장병을 데리고 양나라 군영을 공격하다니… 그런데 날이 밝으면 우린 계속 행군해야 합니까? 아니면 제자리에서 기다려야 합니까?”“그래도 한산비탈 일대를 통째로 점령한다는 것은 뜻밖의 수확이오. 난 맹씨 녀석을 탄복하오.”…양나라 군영.양나라의 12만 병사들이 항복하거나 죽었다. 그저 몇몇 가치가 있는 장령들만 생포되었다.장막 안, 부장들은 짓눌려 땅에 무릎 꿇고 있었다. 봉구안은 주장의 목 뒷덜미를 잡고 그의 얼굴을 모래판에 밀어 넣으며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우리 아버지는 어디 계시지?”양나라의 주장은 죽을지언정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부장 중 한 명이 고통을 견디지 못했다.“맹 소장군님, 제가 맹장군님이 어디 계신지 알려드리지요. 맹 장군님은 바로 뒤에 있는 웅덩이에 있습니다. 제가 데려다 드릴 테니 제발 저를 살려주시오!”양나라 주장이 화를 내며 호통쳤다.“개자식! 나라를 배반하고, 적에게 투항하고도 네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그 부장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12만 대군이 전멸했다!다른 지역의 양나라 장병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앞으로 맹성주와 북영군에 더 두려워할 것이다. 싸우기도 전에 먼저 패배
교먹은 가면을 벗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무거운 짐을 풀은 듯 한 홀가분한 표정이었다.“사저, 드디어 돌아왔어!”봉구안은 엄숙한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사부님, 사모님, 그리고 장병 2만 명을 버리고 십만 대군을 거닐고 동쪽으로 가다니… 어떻게 생각한 건가?”교먹은 울먹거리며 급히 해명했다.“그들을 버릴 생각은 없었어. 특히 사부님.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이것 다 여러 장군들이 의논한 결과야!”“나… 난 사저가 아니야. 난 잠시 군심을 안정시키려고 사저인 척 했을 뿐이야.”“난 아무것도 할 줄 몰라.”봉구안은 자신의 사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겁 많고 자기 주견이 없었다.교먹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겨우 예닐곱 살이었다. 배가 고파 맹 부인 앞에 쓰러졌었다.사부님과 사모님은 교먹을 살린 후, 그녀를 보내려 했다.그런데 봉구안의 부탁에 그들은 교먹을 남겨두고 제자로 받아들였다.교먹은 낯가림이 심하고 안정감이 없었다. 그래서 사저인 봉구안 뒤에만 붙어 다녔다.후에 그들은 사부님과 사모님을 따라 군영에 왔다.그들 사이의 정이 매우 깊다. 둘이 같이 있는 사간은 봉구안과 친동생 장미와 같이 있는 시간보다 더 길었다.2년 전, 교먹이 자신을 단련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 둘은 갈라졌다.봉구안은 계속 교먹을 보호해왔다. 교먹에게 거의 심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 교먹의 행동은 그녀를 실망하게 했다.“최선은 다하고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는 건가?”교먹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사저, 내가 잘못했어… 난 태어날 때부터 쓸모없는 사람이야. 부모에게 버림받고, 사저와 사부님, 사모님이 나를 구하고 나에게 가족이 되어 주었는데… 내… 내가 목숨을 걸고 사부님을 구했어야 하는데…”봉구안이 정정했다.“사부님뿐만이 아니다. 양나라 군영에서 얼마나 많은 장병이 죽었는지 아니?”교먹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것처럼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나도 이러기 싫어! 사저, 나 정말 그들이 죽는 걸 원하지 않았
십여 만 대군은 십 리 밖에 주둔하고 있었다.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았다.“그들도 틀림없이 양나라 군영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오. 늦어도 내일 날이 밝으면 사람을 보내서 물어볼 것이오.”“구안아,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양나라 공격 전략에 대해 너의 생각은 어떠한가?”“십여 만 대군은 계속 동쪽으로 행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아니면 되돌아와서 한산비탈을 일대로 북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봉구안은 모래판 지형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한참 후, 봉구안 머릿속에 방법이 생각났다.“오늘 밤의 전투에서 양나라 군은 큰 패전을 당했습니다.”“그러니 우리는 속전속결해야 합니다.”“비영군이 앞장서서 양나라의 남대문을 열고 십여 만 대군이 뒤를 이어 쳐들어 가는 겁니다. 이번 목표는 양나라 도성입니다.”봉구안은 양나라 도성에 꽂힌 깃발을 뽑았다. 봉구안의 눈빛에서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빛을 내비쳤다.맹 장군은 수염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처음의 전술과 똑같네.”“그때 양나라가 갑자기 전쟁을 멈추고 화해를 구하는 바람에 지체되었지. 그때 아군은 승리는 취산골에서 멈추었지. 그리고 한산비탈로 후퇴했고.”“만약 네가 이번에 제때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이 한산비탈마저 빼앗겼을 것이다.”옆에 있던 교먹은 머리를 빨리 돌렸다.“다 제 탓입니다. 제가 한산비탈을 지키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부님이 양나라 사람들에게 붙잡혔습니다.”맹 장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일은 여기서 그만하자. 앞으로 누구도 다시는 언급하지 말거라.”“다음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봉구안이 덤덤히 말했다.“예. 사부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교먹은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대답했다.“저도 사부님의 말씀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이때 맹 장군이 취산골을 가리키며 말했다.“빙빙 돌아서 다시 여기로 올 줄이야…”“지난번에도 여기를 쉽게 공략하지 못했는데…”“이번에 같은 방법으로는 안 될 것이다. 양나라 군도 멍청하지는 않으니,
조정에서 관리들이 소곤소곤 얘기하고 있었다.“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요? 정말 남제가 이긴 겁니까? 양나라가 아니고?”“12만 양나라 군이 지다니요?”“허위보고는 아니지요? 맹성주가 정말 장병 만 명으로?”다들 별로 믿지 않는 눈치였다.용상 위에 앉아 있는 소욱의 얼굴은 냉엄해 보였다. 한산비탈의 전쟁으로 마냥 기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소욱이 명령을 내렸다.“맹성주를 이번 전쟁에서 주장으로 발탁한다. 또한 이번에 양나라를 함락시키면 제후로 봉하고, 식읍 만호를 포상한다.”관원들은 부러우면서 질투가 났다.누군가가 나서서 간언을 했다.“폐하! 안 됩니다! 맹성주는 원래부터 공로를 믿고 자부했습니다. 만약 정말로 만호후로 봉한다면 나중에 통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옵니다.”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폐하, 맹성주를 주장으로 발탁하면 위에 그를 통제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 제멋대로 행동할 것입니다. 맹성주가 용맹하기는 하지만 대국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다른 장군들보다 믿음직스럽지 못합니다. 폐하 재고하여 주십시오.”“폐하, 맹성주의 공은 천자보다…”소욱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더 말하는 자는 군심을 동요하는 죄로 처할 것이다.”후궁.태황태후의 만수궁.편전 안, 모용선은 이곳에 머물러 병 수발을 들었다.시녀 추홍이 분개해 하며 말했다.“귀인, 맹성주가 공로를 다 차지했습니다.”“맹성주가 용감하다고는 하지만 모용 장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장군은 남경에 있어서… 그렇지 않으면 맹성주가 만호후가 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모용선이 꽃 한 송이를 꺾으며 웃었다.“공로가 너무 크면 주인의 노여움을 살 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질투도 사는 법이지. 중간에서 방해할 사람도 많을 것이고… 그들은 남제의 실패를 볼지언정 맹 소장군만 공을 세우는 꼴은 참지 못할 것이다.”추홍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역시 귀인은 생각이 깊습니다.”모용선은 잘 다듬은 꽃을 묶었
황궁에서 대소사까지는 두 시진 거리이다.유사양은 바로 돌아왔다.“폐하, 황후마마께서 폐관하여 기복하셔서 마마를 뵙지 못하고 시녀 연상만 만났습니다. 연상은 마마께서 부족한 것 없이 잘 계신다고 하셨습니다.”소욱은 미간이 찌푸렸다.“기복하는데 폐관이 왜 필요한 것이냐?”‘황후 뭐 하고 있는 거야?’대소사.연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연상은 마마가 없다는 것이 들킬까 봐 선실의 문과 창문을 꼭 닫아걸었다. “마마, 제발 일찍 돌아오십시오…”‘폐하도 이상하게 괜히 사람을 보내고… 뭔가 의심하고 있는 건가?’…남제와 양나라의 전쟁이 한창이다.며칠 후, 또 다른 승전보가 남제 도성에 전해졌다.“폐하, 맹 소장군께서 30명의 병력으로 취산골을 공략해냈습니다.”이 소식은 백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30명? !!“폐하, 이것은 틀림없이 거짓입니다. 30명이 어떻게 취산골 그 험지를 공략해낼 수 있겠습니까?”3만 명이면 몰라도…소욱을 탄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중 맹성주가 한 사람이다.젊은 나이에 이런 전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남제를 보우하여 이렇게 훌륭한 장수를 하사한 것이다.한 쪽의 희열과 한 쪽의 수심이 비교가 되었다.양나라 조정은 난장판이 되었다.양나라 황제는 나이가 많고 성질도 나날이 나빠지고 있었다.그는 용의의 팔걸이를 치며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병사를 달라고 해서 줬다. 황금으로 자객을 고용한다고 해서 황금도 줬다.”“말해 보거라. 그 큰 취산골에 그렇게 많은 수비군이 있었는데 맹성주가 어떻게 고작 30명의 병사를 데리고 공략할 수 있는가?”“짐이 늙어서 멍청하다고 생각하냐? 그래서 거짓 소식으로 짐을 화내게 하고… 짐이 화나서 죽으면 짐의 황위를 차지하려고… 그런 건가?”문무백관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폐하, 노여움을 푸십시오.”가장 앞에 선 승상의 얼굴은 창백했고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눈동자에는 놀라움이 가득 차 있었고, 벌린 입은 오랫동안 다물지 못했다.“승상, 말해보
봉구안 지도 하의 남제 대군은 기세가 등등했다.한 달 만에 양나라의 두 도시를 함락시켰다.이 속도는 양나라 사람들을 놀래고 불안하게 했다.양나라 황제는 수년 동안 주색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 금욕하고 금주하였으며 분향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조상님의 제사 때 눈물까지 보였다.“만약 양나라가 이번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짐은 앞으로 반드시 분발하여 나라를 다스리겠습니다.”조상님의 제사를 지내는 행사가 끝나자, 척후가 말을 타고 와서 소식을 전했다.“폐하, 천성이 함락되었습니다!”양나라 황제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였다.“백 년 천성도… 못 지켜냈단 말인가?”황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격렬하게 질문했다.“정녕 양나라를 멸하시려는 겁니까? 짐이 무슨 잘못을 하였습니까?”천성은 양나라의 마지막 방어선이다.양나라 도성이 위태롭다.전쟁도 치열하고 조정의 싸움도 마찬가지였다.취산골 전쟁 후, 조정에서 맹성주에 대한 잡담이 점점 많아졌다.소욱이 엄격한 수단을 사용하여 제지하였지만 잡담은 계속 되었다.봉구안이 양나라 도성을 공략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유언비어가 심해졌다.심지어 그녀와 요비 능연을 엮어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녀가 능연에게 뇌물을 선사했다는 말이 나왔다.소욱은 이런 상주서를 볼 때마다 무시했다.황제로서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않고,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않았다.하물며 지금 이 중요한 시기에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가 일부러 맹성주를 노린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황제로서 뭔가를 해야 했다.소욱은 서왕을 불렀다.“도성에 양나라의 첩자가 있다. 가서 조사해 보거라.”그가 가장 믿는 사람은 서왕이다.서왕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닷새도 안 되어 양나라의 첩자 몇 명과 양나라 관원 한 명을 잡았다.소욱은 그들을 성문 앞에서 참수하라고 명령했다.그 관원은 보통 첩자와는 달리 죽기 직전까지 소리를 질렀다.“제황, 이 강산의 주인이 곧 바뀔 것이다!”“다들 맹성주만 알고 제황은 모른
소욱은 단정과 단회욱의 일행들을 알아보았다. 특히 단정이 단회욱의 친동생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로 인해 소욱은 이번 여정 내내 단정에게 차갑게 대했으며, 단정 또한 그를 반기지 않았다.단정은 생각했다. 형님은 이 패군보다 열 배, 백 배는 나은 사람이라고…그리고 봉구안, 그 독한 여자는 결국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거라고 믿었다.이틀 후, 일행은 드디어 옥령산 기슭에 도착했다.옥령산은 웅장하고 장엄했으며, 산 정상은 구름과 안개로 뒤덮여 마치 신선이 사는 곳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곳은 신선과 악의 기운들이 공존하는 장소였다.단정은 강렬한 살기를 감지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이 말을 내리자마자 수백 명의 암위들이 모습을 드러내 길목을 막아섰다.“어디서 온 자들이냐!” 암위 중 하나가 크게 외쳤다.단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쳤다.“뒤에 계신 분은 황제 폐하이시다!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까!”단정은 이 구중탑이 조정의 소유임을 믿고 있었다. 황제가 직접 명하면 남산왕에게 구중탑의 입구를 열라고 하는 것이 쉬울 거라 여겼다.그러나 암위들은 확고한 태도를 보였다.“이곳은 남산왕께서 관할하시는 중대한 장소다. 폐하께서 친히 오셨다 하더라도 들일 수 없다. 그러니 이만 돌아가는 게 좋을 것이다!”단정은 비웃었다.“참으로 거만하군.”소욱은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견한 듯 봉구안의 허리에 걸린 옥패를 보았다. 봉구안은 그의 시선을 읽고는 아무 말 없이 옥패를 그에게 건넸다.소욱은 옥패를 높이 들며 명령했다.“남산왕을 데려오거라.”“예!”얼마 지나지 않아 남산왕이 산에서 내려왔다.그의 나이는 4~50대쯤 되어 보였으며, 복장은 평민들과 같았다. 옷 곳곳에 크고 작은 얼룩들이 있어, 군사들을 지휘하는 왕의 모습이라 보기 어려웠다.“신, 폐하께 문안드립니다.” 남산왕은 겉으로는 공손한 태도를 취했으나, 그 눈빛과 표정에는 고집스러운 기질이 드러났다.황제가 이번 행차에서 구중탑을 허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남산왕의 그 얄팍
그녀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소욱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입을 맞췄다.봉구안은 즉시 그를 밀어내며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무슨 짓이십니까.”소욱은 얕은 미소를 지었다.“남녀 간의 정,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니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을 뿐이다.”이 모든 말은 그녀가 예전에 했던 말을 그대로 흉내 낸 것이었다.봉구안의 얼굴에는 미묘한 불편함이 떠올랐다.그때 그녀는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줄 알고, 다시는 그를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감정에 이끌리는 대로 그에게 입을 맞췄던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은...봉구안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제 시간이 늦었습니다. 방으로 가서 쉬십시오.”소욱은 문 밖을 향해 물었다.“진한길, 지금 이곳에 빈방이 있느냐.”밖에서 대답이 들려왔다.“폐하, 호위병들이 방을 전부 차지하여 남은 방이 없습니다.”소욱은 다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너와 방을 함께 써야겠구나.”봉구안은 그가 일부러 그러는 것을 알면서도 차분히 말했다.“아마도 저를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그날 밤의 일은…”소욱은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알고 있다. 그대가 변덕스럽고 정 없는 여자라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너를 끝까지 사랑할 것이다.”봉구안은 어쩔 수 없는 듯 난감해졌다.“폐하, 제가 다시는 폐하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모르십니까!”소욱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으나, 곧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괜찮다. 내가 먼저 다가가면 되는 일이니.”봉구안은 그를 피하려고만 했다.그때, 밖에서 단정의 외침이 들려왔다.“방이 부족하면 저와 같이 써도 됩니다! 제 침대는 넓으니!”도대체 어디서 굴러온 망나니인가.그날 밤, 소욱은 더이상 봉구안과 같은 방을 고집하지 않았다.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은 큰 적 앞에서 여성에게 탐닉할 때가 아니었다.더구나 그녀가 지금 사랑을 논할 마음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공격’은 자
단정은 참을 수 없었다.그가 문을 두드리는 기세라면 문짝이라도 뜯어낼 기세였다.아까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내려와 보니 식사하던 봉구안이 사라지고 없었다.그는 주인장에게 물어봤고, 한 남자가 와서 봉구안과 함께 방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단정이 문을 몇 번 두드리자 갑자기 몇 명의 남자들이 나타나 그를 위협적인 눈빛으로 쳐다봤다.그들은 마치 단정이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그의 목숨을 앗아가겠다는 태도였다.이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단정은 안에 있는 남자가 황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문이 갑자기 열렸다.봉구안은 가면 뒤에서 차갑게 단정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니?”단정은 주먹을 꽉 쥔 채 물었다.“두 분 안에서 뭘 하고 계시는 겁니까?”단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봉구안은 그의 옷자락을 잡아채 그를 끌고 가버렸다봉구안은 단정을 그의 방으로 데려가 단호히 말했다.“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말거라. 한번만 더 이런 소란을 피운다면, 우리는 이제 이곳에서 각자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알겠느냐?”단정은 분한 듯 말했다.“저는 누구와 어울리시든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그 남자들 때문에 형님을 구하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저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봉구안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사람은 반드시 구할 것이다.”최악의 경우, 그녀는 구중탑에서 함께 죽을 각오도 되어 있었다.봉구안은 후회한 적도, 두려운 적도 없었다.하지만 소욱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그녀를 어지럽혔다.그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두 시진 후, 소욱이 잠에서 깨어났다.눈을 뜨자마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봉구안을 찾았다.그녀가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제 생각엔, 폐하께서는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봉구안은 서두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소욱은 그녀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푹 잠을 자고 나니 그의 안색은 훨씬 좋아 보였다.그는 천천히 설명을
우성은 황성 남쪽에 위치해 있었다.나흘 후, 봉구안은 우성에 도착했다.그녀를 따라온 단정은 여전히 음침한 표정을 지었다.한편으로는 그녀가 자신의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중탑에 간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결국 염추는 입으로만 형님을 구하겠다 떠들다가, 형님이 구중탑에 갇혔다는 말을 듣고 바로 물러섰으니 말이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봉구안이 그 황제와 얽혀 있는 모습이 그의 속을 뒤틀리게 했다.결국 그날, 둘이 여관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단정은 참다못해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물었다.“대체 무슨 속셈이십니까? 아직도 저희 형님을 마음에 품고 계신 건가요? 저 형님과 이어질 생각은 있으십니까?”있다면 왜 황제랑 그런 일을 했고, 없다면 왜 목숨 걸고 형님을 구하려 했냐는 것이다.봉구안은 담담히 반찬을 집으며 말했다.“밥이나 먹거라.”그녀의 눈에 단정은 아직 철부지 아이에 불과했다.그러니 굳이 설명해 줄 필요도 없었다.이번에 구중탑에 간 건 오로지 타오르는 혈기만 믿고 움직였을 뿐, 별다른 계획도 없었다.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괜히 쓸데없는 걸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소욱에 대한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그와 잠시라도 연을 맺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단회욱을 위해서도 목숨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단정은 속에서 치미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전 안 먹겠습니다!”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봉구안은 그를 달래줄 생각이 없었다.안 먹으면 말지, 이 정도 밥이야 그녀 혼자 다 먹고도 남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편에 또 다른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봉구안은 단정이 돌아온 줄 알고 말했다.“아까는 안 먹는다더니…”말을 하다 말고 목소리가 뚝 끊겼다.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단정이 아니었다.위풍당당하게 앉은 그는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왜, 못 알아보겠느냐?”봉구안은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깊은 밤, 고요한 가운데 태황태후가 갑자기 위통을 일으켜 끊임없이 신음하며 아파했다.어의는 서둘러 황제에게도 이 소식을 전해야 했다.사태가 급박해지자, 유사양은 마지못해 내전에 들어가 보고했다.내전의 장자문이 닫혀 있었고, 그는 문을 밀어 열려는 순간,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게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아니…’‘안에 있는 것은…’유사양은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곧바로 뛰어갔다.황제의 침전에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체 어디서 온 여인이란 말인가?!그는 급히 밖으로 달려나갔다.마침 내전 밖에서 진한길과 우연히 마주쳤다.진한길의 손에 들고 있는 의복을 보고 유사양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이건… 남자의 옷이 아닌가!방금 전, 그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이는 분명 사람의 신음 소리였다…혹시 안에서 황제에게 시중드는 사람이 여자도 아닌 남자였던 것일까?!끝장이다!한 나라의 군주가 어찌 이렇게 방탕할 수 있는가!진한길은는 유사양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그저 오늘 밤이 평범하지 않다는 직감만을 느꼈다.내전.탕 안.소욱의 원하는 바는 모두 이루어졌다.남방에서 그가 그녀를 위해 화살을 막아주었을 때, 그는 지금처럼 그녀와 함께 탕 안에서 시간을 보내길 바랐었다.물결이 심하게 일렁이며, 잔물결이 일었다.그는 본능에 충실했다.이 일로 인해, 봉구안은 매우 피곤해졌다.하지만, 확실히 자진궁 탕은 매우 편안했다.그녀는 어느새 그 안에 깊이 빠져들었다.눈앞이 점차 흐려졌다.소욱이 그녀를 물에서 끌어 안았을 때, 그녀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후, 그녀는 서서히 깊은 잠에 들고 말았다…그녀는 소욱이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세심하게 그녀의 몸과 머리를 닦아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그런 그녀를 소욱은 매우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봉구안은 빠르게 잠에 들었고, 또한 빠르게 깨어났다.한 시진 후, 그녀는 눈을 떴다.침전에는 아무도 없고, 그녀 혼자만 있었다
소욱은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었고, 몸에는 외투만 걸쳐 있었으며, 느슨하게 드리워져 있어 그의 단단하고 탄탄한 몸이 드러났다. 땀기가 살짝 맺힌 모습이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여유가 느껴졌고, 눈꼬리에는 미세한 홍조가 돌며, 머리는 다듬어 놓은 용모가 이미 흐트러져 있었다. 그는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침대 옆에 앉아 있는 봉구안을 응시했다.봉구안은 하나씩 옷을 입어가며, 다시 머리를 묶었다. 그녀의 모든 행동은 그의 마음을 불태우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방금 전 있었던 일은 마치 꿈 같았다.봉구안이 일어나려 할 때, 갑자기 그가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가지 마라. 내가 너를 돕겠다…”그는 그녀가 죽음으로 향하는 걸 볼 수 없었다.봉구안은 조용히 그의 말을 끊었다.“이건 제 일입니다.”소욱은 그녀를 놓지 않으며, 턱을 그녀의 어깨에 기대고 말했다.“구안아, 너도 내게 마음이 있는 거지? 이제 너는 내게 몸을 맡겼으니, 너는 내 여자가 된 것이다…”봉구안은 단호하게 말했다.“서로가 원해서 이렇게 되었을 뿐입니다. 이 일은 영원히 서로를 속박할 일이 아니죠. 다른 일에 이끌려서는 더더욱 안됩니다.”소욱은 마음이 얼어붙은 듯 했다.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이렇게 생각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서 자신을 바라보게 하며 물었다.“무슨 뜻이냐? 우리 둘은 이미 부부와 같은 관계이지 않느냐? 너는 방금 전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인 것이냐? 도대체, 도대체 너는 단회욱과 계속 연결되고 싶은 것이냐?”그는 화가 났다.이 여자,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냐!봉구안은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누구와도 혼인하지 않았죠. 누구에게도 순결을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남녀의 감정, 자연스럽고 어쩔 수 없는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그건 부부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소욱의 눈은 붉어졌다.그는 그
순간, 소욱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했다.그녀가 무슨 짓을 하는 것인가!온몸이 굳었다가, 방금 전까지 찌푸렸던 눈썹이 마치 설산이 따스한 햇살을 만난 듯 순간 부드러워졌다.마치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듯, 메마른 나무가 다시 봄을 만난 듯했다.마음속의 메마른 땅에 갑자기 고운 꽃들이 피어나고, 꽃잎이 떨리며, 달콤쌉싸래한 감정이 가슴 전체로 퍼져나가 뜨거운 불길이 되었다.이번에는 그녀가 스스로 가면을 벗은 것이다.드디어 그녀가 진심으로 그와 마주하려 하는 것인가!소욱은 그녀의 뒷머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 키스를 깊게 했다.그녀가 밀어내지 않자 그는 용기를 얻은 듯했다.가슴이 불타오르는 순간,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안아 책상 위에 앉혔다. 팔로 그녀를 감싸며 계속해서 입을 맞추었고, 그녀가 조금도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뜻밖에도 그녀는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애틋한 키스를, 소욱은 마지막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그는 자신이 미칠 것 같다고 느꼈다.그녀는 본래 그의 황후였으니, 어찌 다른 이에게 넘겨줄 수 있단 말인가!후발주자라 한들 어떠하랴!각자의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을…그의 키스는 강렬하고 거칠었다.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자, 그녀를 바로 안아 들고 내전으로 들어갔다.내전의 휘장이 바닥까지 늘어져 있고, 은은한 향기가 떠돌았으며, 방 안은 따뜻했고 그 온기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소욱은 그녀를 침상에 눕히고 그 위에 엎드렸다. 차갑고 냉담했던 눈빛은 이제 뜨거운 불길로 가득 차 있었고, 두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는 봉구안의 가까이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눈썹과 곧은 콧날, 붉은 입술을…망설임 없이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입술을 맞추다가 아래로 내려가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 옷을 벗기고, 방해되는 옷깃을 풀어 목덜미에서 가슴까지 입 맞추었다...봉구안은 손을 그의 어깨에 올렸다가 밀어내려 했지만, 시선이 흐려지면서 힘이 빠져 팔을 길게 늘어뜨렸다.소욱의
소욱은 봉구안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그는 그녀가 자신을 만나려 하는 이유가 단순히 단회욱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그녀 쪽의 단서가 끊겨, 이제 그가 도와주길 바라는 것이다.소욱의 눈빛은 어두웠다.사람의 마음은 살과 같아서, 상처를 입으면 상하기 마련이다.어젯밤, 그녀가 황성의 안위를 뒤로하고 단회욱을 구하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그는 그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놓아주는 것만으로도 그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다니… 그는 도저히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소환에게 전하라. 짐은 시간이 없다고…”소욱은 그녀를 만나지 않기로 했다.그녀가 스스로 포기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이제 그녀와 단회욱이 어떻게 되든,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지금 그에게는 훨씬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었다.천룡회도 그렇고, 소탁도 그렇다.그 어느 것 하나, 단회욱을 찾는 것보다 덜 중요한 게 아니었다.밤이 되자, 소욱은 황궁으로 소탁을 불렀다.그 역시 부상을 입었지만, 예를 다하며 입궐했다.“폐하를 뵙습니다.”소욱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왜 그런 일을 벌였느냐?”겉으로는 천룡회와 손을 잡은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꾀를 써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그러나 그의 계책은 적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동시에, 아군에게도 큰 희생을 강요했다.황백 대군은 어젯밤 절반 이상이 전사했다.“천룡회를 제거하고 싶다면 짐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그랬느냐!”“짐이 군을 보내 포위 섬멸했다면 훨씬 빨랐을 것이다!”“혼자서 영웅이라도 되려 한 것이냐?”소탁은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폐하, 제가 태자였던 시절, 천룡회가 저를 찾아왔었습니다.”“저는 그들의 친선을 거절했죠. 얼마 지나지 않아, 진 대인이 변을 당했습니다.”“그리고 곧이어, 제가 누명을 쓰고 태자 자리에서 폐위당했죠.”“이 모든 일이 천룡회가 배후에서 저지른 짓이었습니다.”소욱의 눈동자가 번뜩였다.그는 천룡회가 그렇게 일찍 소
먼지가 걷히자, 한 여인이 얼굴을 가린 채 그 뒤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천룡회 교주에게 치명적인 한 방을 가한 상태였다.봉구안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 여인은 그날 밤 도관에서 도움을 주고 자신을 ‘장설’이라 칭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염 낭자! 너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멀리서 천룡회 제자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칼에 찔린 교주는 즉각 염추의 목을 움켜쥐었다.자신의 심복 제자가 이런 배신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의 진기가 모이고 있어 외부의 힘을 받을 수 없는 중요한 순간에 그를 기습하다니, 이건 그의 목숨을 노리는 행위였다!교주는 이 배신자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결심이었다.그러나 소욱이 더 빨랐다. 그의 등 뒤에 강렬한 한 방을 가했다.퍽…붉은 피가 염추의 면사포에 튀었다. 그녀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 찼고, 이어서 또 한 번 칼을 들어 교주의 가슴에 깊숙이 꽂았다.상상도 못 했겠지.그렇게 높이 올라 무공으로 세상을 압도하던 교주가 결국 그녀 손에 죽을 줄이야.왕개미도 큰 나무를 흔들 수 있는 법.염추는 단칼로 교주의 시체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교주는 힘을 잃고 쓰러지며 더는 진기를 모을 수 없게 되었다.그는 염추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염아... 염아!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냐!”염추는 정의로운 태도로 말했다.“교주님, 어찌 반역을 꾸밀 수 있습니까?”“이것이야말로 하늘의 뜻을 대신하는 것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칼을 버리고 소욱을 향해 절을 올렸다.“폐하, 이 악인은 천룡회를 이용하여 반역을 꾸몄습니다. 제가 굴욕을 참으며 견뎌온 결과 마침내 이 자를 처치했습니다!”소욱은 냉정한 표정으로 반란군들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바로 그때 봉구안이 앞으로 나섰다.그녀의 가면이 약간 풀어진 상태였고, 그녀는 교주의 상처를 망설임 없이 눌렀다.“내 오라버니... 내 오라버니는 어디 있어!” 멀지 않은 곳에서 몸을 일으킨 단정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