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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691 챕터

제161화

연상은 봉장미 납치 사건의 진실을 알고 한참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마마, 정말 무섭네요. 범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거잖아요.”“요랑으로 변장하고 장미 아가씨의 신변에 숨어 있었다니. 너무 무서운 자예요! 어떻게 하면 놈을 잡을 수 있을까요? 하물며 마마는 황성을 떠나 북경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잖아요?”연상은 황후가 이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봉구안이 담담히 말했다.“가지 않기로 했어.”배후에서 이 판을 짠 자를 무조건 찾아낼 것이다.어차피 봉장미는 지금 여정을 떠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 급할 건 없었다. 걱정되는 점이라면 북경의 안녕이었다.황후는 한가한 비빈들과는 달리 할 일이 무척 많았다.이어지는 며칠동안 봉구안은 영소전에서 받은 뇌물을 일일이 기록하고 국고로 보냈다.영소전 소속 궁인들 중 죄질이 심각한 자들은 춘화처럼 행자사에 보내졌고 좀 덜한 자들은 신행사에 노역을 보냈다.나머지 무고한 궁인들은 각 궁에 충원을 보냈다.대대적인 정돈을 통해 영소전은 예전의 부패함을 씻어버리고 광명을 되찾았다.그러나 후궁의 비빈들은 영소전을 지나갈 때마다 한마디씩 불만을 터뜨리고는 했다.“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네. 과거에 감히 쳐다도 볼 수 없었던 곳인데 지금은 아무도 없는 냉궁이 되어버리다니. 어휴, 재수없어.”“돌 들어 제 발등을 깐 거지! 능연이는 폐하의 총애를 등에 업고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데! 황후께서 후궁을 정돈하려고 나섰으면 능연이부터 처치하는 게 당연하지.”비빈들은 능소전 앞에서 한바탕 불만을 토로한 뒤에 영화궁에 문안을 올리러 갔다.처음에 황후를 그토록 무시하던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바뀌었다.아무리 이 사건이 비밀에 부쳐졌다고 해도 능연이의 죄증을 지목한 사람이 황후라는 사실은 궁 안에서 조용히 퍼져나갔다.황후는 보기에 아무런 욕심이 없어 보이지만 절대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태후는 요즘 갈수록 봉구안이 마음에 들었다.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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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모용선이 하루가 멀다하게 태후궁에 드나들 수 있다는 건 태후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을 뜻이고 이는 모용선이 다른 수녀들과는 완전히 다른 입지에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조카딸인 녕비마저도 요즘 태후에게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녕비는 불만을 가득 가지고 자녕궁으로 향했다.계 상궁이 대문 앞에서 그녀에게 말했다.“마마, 지금은 모용가의 아가씨께서 태후마마를 위해 불경을 읽어드리고 있어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오후쯤에 다시 오시지요.”녕비는 불만을 참으며 억지미소를 지었다.“고모가 모용가의 아가씨를 무척 마음에 두셨나 보군. 그럼 이만 물러가겠다.”계 상궁은 실망감이 가득한 녕비의 얼굴을 보고는 다가가서 작은 소리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마마, 태후께서 하는 모든 것은 마마와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입니다. 태후마마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마마밖에 없습니다.”녕비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그건 나도 알아. 고모께 건강 잘 챙기라고 전해드리거라.”밖으로 나온 후, 녕비의 시종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모용가의 셋째 아가씨가 수완이 좋나 봐요. 한번 만나본 사람은 다 마음에 들어한다는데 태후마저도 그 아가씨에게 이리도 잘해주시니 나중에 입궁하면 폐하의 총애를 독차지할까 봐 두렵습니다.”녕비가 하찮다는 듯이 코웃음쳤다.“그래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지? 그년의 입궁을 막을 수도 없지 않느냐.”그녀는 영비를 닮지 않은 자신의 얼굴을 탓했다.하지만 그녀가 아는 태후라면 진심으로 모용선을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영화궁.연상은 봉구안의 필묵 시중을 들며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마마, 모용선 아가씨는 좋은 인품에 영비를 똑 닮은 얼굴을 갖고 있다고 다른 비빈마마들이 긴장하고 계신 건 이해하겠는데 마마도 그 아가씨를 신경 쓰고 계신 건가요?”봉구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내가 모용선을 왜 신경 쓰지?”“아닌가요? 그런데 아침부터 마마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셔서….”봉구안은 붓대를 내려놓고 싸늘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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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자진궁.목욕을 마친 소욱은 흑발을 길게 늘어뜨리고 천천히 걸어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그의 싸늘한 시선이 책상 위에 놓인 채찍에 향했다.날짜를 계산해 보니 어제가 몽화독이 발작할 날이었다.예상대로라면 그녀는 해독약을 구하러 와야 했다.그는 약속대로 진길을 시켜 장신궁에 약을 가져가게 했다.하지만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그녀는 약을 가지러 오지 않았고 오늘 아침에 가서 확인했을 때도 약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소욱이 생각에 잠긴 사이, 외출했던 진길이 돌아와서 아뢰었다.“폐하, 장신궁에 다녀왔는데 해독약은 그대로 있었습니다.”진길 역시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몽화독이 발작했다면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릴 것인데 그녀는 무슨 수로 참았을까?소욱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다.”어차피 그녀가 필요하다면 가지러 갔을 것이다.굳이 필요 없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갖다바치고 싶지는 않았다.한편, 봉구안은 봉장미 사건의 배후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였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상대는 아주 치밀한 사람이라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봉구안이 걱정되는 건 동생 봉장미였다.그녀는 최근 마음대로 출궁할 수 없었다. 최근 며칠 사이 영화궁에 그녀를 지켜보는 눈동자가 많아진 느낌이었다. 어쩌면 소욱이 감시하라고 보낸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그리하여 그녀는 오백과의 밀서를 통해서만 봉장미의 상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송려의 치료를 받고 봉장미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다. 더 이상 자해를 하지 않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제정신인 상태도 아니었다.송려는 지금 상황에서 봉장미를 데리고 낯선 곳으로 간다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봉안진은 참장의 관직을 회복한 후에 곧 혼사가 정해졌다.이날 봉 부인이 직접 입궁하여 봉구안에게 희소식을 전했다.“고명부인 자리를 보고 온 거겠지만 주 상서댁 따님은 어여쁘고 현명한 아이이니 안진이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봉구안이 담담히 물었다.“혼례식은 언제로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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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몇 차례의 수녀들이 입장을 하였지만 봉구안이 남긴 수녀는 많지 않았다.뭇 비빈들은 황후가 질투심에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했다.“모용 시랑 댁 모용선 입장!”소리를 들은 비빈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문쪽을 바라보았다.가녀린 몸매에 화려한 비단 예복을 입고 청순한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입장했다.“소인 모용선, 황후마마를 뵈옵니다.”녕비는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그녀의 얼굴이 죽은 영비와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능연이가 영비와 흡사한 외모를 가졌다면 모용선은 영비와 쌍둥이자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똑같게 생겼다.비빈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사촌지간이라고 해도 너무 닮은 거 아니야?”“그러니까. 일거수일투족 말투까지 너무 닮았어. 죽은 영비가 살아 돌아온 줄 알았다니까?”그들은 아무리 닮았다고 해도 가빈처럼 폐하의 총애를 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다.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모용선이 얼굴을 드러낸 순간, 모두는 그녀가 능연이보다 더 총애를 받을 거라고 확신했다.사람들의 시선이 봉구안에게로 쏠렸다. 질투 많은 황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었다.오늘의 후궁 간택은 황후의 말 한 마디에 모든 게 결정되기 때문이었다.봉구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물었다.“북대영에 있던 모용 장군이 나중에 남부로 발령이 났다고 들었는데 아는 사람이더냐?”모용선이 공손히 답했다.“예, 마마. 소인의 오라버니옵니다.”비빈들 중 한 명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북대영이라고? 몇 달 전에 양나라 사신의 초대연에서 북대영에 맹 장군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모용 장군은 대체 누구지?”옆에서 듣고 있던 녕비가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모용 장군도 몰라? 모용걸은 맹성주보다 더 일찍 유명해진 분이야. 맹성주가 장군이 되기 전부터 이름을 날린 대장군이었다고.”“실력으로 따지면 맹성주 장군의 우위에 있는 분이지!”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모용선에게 그렇게 대단한 오라버니가 있었다니!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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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모용가 저택.모용선은 오라버지의 서신을 받고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시종인 유서가 웃으며 물었다.“아가씨, 무슨 일인데 이리 기뻐하시나요?”모용선은 은방울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오라버니께서 승전고를 올리셨다는구나.”유서 역시 환하게 웃으며 환호했다.“너무 잘됐네요!”하지만 곧이어 모용선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왕야께서는 아직도 답신이 없어?”유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아가씨, 괜히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 공무가 다망하시어….”모용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거짓말할 필요 없어. 나도 알아. 상의도 없이 간택에 참여한 일로 왕야께서는 화가 나 계신 거야. 그래서 처음부터 숨기려고 했던 거고.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그래도 후회는 없어.”유서가 말했다.“아가씨는 높이 올라가실 운명이고 사당에만 계시기에는 너무 아까운 분인걸요.”모용선은 거울을 통해 사촌언니와 흡사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결연한 말투로 말했다.“왕야께서는 늘 나한테 사당에 머무르며 평온한 삶을 살라고 당부하셨지. 대체 뭐가 두려워서 그러시는 건지 난 지금도 모르겠어.”“그분과 언니, 그리고 폐하께서는 같은 스승 밑에서 배움을 받고 같이 자라며 우애가 깊다는 거 알아. 그래서 언니와 흡사한 얼굴을 가진 나한테도 그리 잘해주신 거지. 그런 분이니 나쁜 마음으로 내 앞길을 막지는 않았을 거야.”“하지만 나도 내가 가야 할 길이 있어. 오라버니가 남부로 발령난 것은 명백한 좌천이야. 폐하께서는 모든 걸 알고 계신 거라고. 난 모용가의 자식이고 가문의 이름을 빛낼 의무가 있어.”그리고 언니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었다.며칠 후, 간택을 받은 수녀들이 입궁하였다.모용선은 수녀들 중에서 가장 높은 품계를 받고 방비전에 살게 되었다.그날 밤, 황제가 그녀를 서재로 불렀다.같이 입궁한 수녀들은 물론이고 비빈들에게마저 없던 대우였다.황제를 처음 알현하는 자리었기에 모용선은 정성 들여 자신을 꾸몄다.황제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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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소욱은 봉구안이 미동도 없자 짜증스럽게 재촉했다.“짐의 선물이 마음에 안 드는가 보군?”“아닙니다. 단지 궁중에 왜 서신을 나르는 비둘기가 나타났는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봉구안은 태연하게 질문에 답을 했다.소욱은 싸늘한 눈동자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영화궁에서 날아온 비둘기였다. 황후, 정말 모르고 있었던 것이냐?”그녀를 제외하고 궁 안에 이처럼 담대한 인간이 없었다.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그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말했다.“신첩은 모르는 일이옵니다.”비둘기가 영화궁에서 날아왔다고 해서 그녀의 소유라는 근거는 없었다.하물며 날아가다가 잡혔어도 소욱의 손에 밀서가 들어갔을 리도 없었다.소욱도 아마 확실한 증거는 없는 것 같았다.“이 탕을 마시거라.”봉구안은 그릇을 받아 꿀꺽꿀꺽 마셨다.보고 있는 연상은 마음이 쓰렸다.그렇게 귀여운 비둘기를 죽여서 탕으로 만들다니!그것도 모자라 그 탕을 황후에게 억지로 먹이다니!봉구안은 속으로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겉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그릇을 비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폐하의 선물에 감사드립니다.”“이만 물러가거라.”소욱은 더 이상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말했다. 바둑판 승부는 끝나지 않았지만 계속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봉구안이 서재를 나간 뒤, 진길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깨끗이 비워진 국그릇을 보고 황제에게 물었다.“폐하, 그 비둘기는 어떻게 처리할까요?”소욱은 싸늘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황후가 비둘기를 기르는 건 별로 문제가 될 게 없었다.하지만 빈번히 궁밖의 사람과 소식을 주고받는 건 궁중법도에 어긋나는 일이었다.아직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정황에서 적당히 넘어갈 생각이었다.그런데 그녀의 태도가 이렇게까지 침착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비둘기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태연하게 비둘기탕까지 마셔버렸다.이렇듯 침착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인간이니 능연이를 죽음으로 몰아갔을 것이다.“날개를 부러뜨려 궁 밖에 던져버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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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독에 당한 상대가 모용선이라는 말을 듣고 소욱은 급급히 방비전으로 달려갔다.태의가 제 시간에 구토를 유발하는 약을 처방했기에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황후인 봉구안도 방비전에 도착했다.소욱은 잔뜩 분노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궁중에서 비빈이 독에 당하다니! 황후, 무슨 일이 있어도 배후를 찾아내거라!”“예, 폐하.”봉구안은 침상에 누운 여인을 힐끗 보고는 담담히 답했다.한참 구토를 했기에 모용선은 무척 허약한 상태였다.소욱은 그녀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자진궁으로 돌아갔다.자녕궁.“정 귀인이 독에 당했다고?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태후가 놀라며 물었다.모용선의 안위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정 귀인을 잘 부탁한다는 태황태후의 서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만약 궁에서 정 귀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태황태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계 상궁이 공손히 말했다.“태의가 약을 처방해서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폐하께서 잠시 머무르다 돌아가셨답니다. 아직 승은을 입지도 않았는데 이번 일이 오히려 정 귀인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었겠네요.”곧이어 계 상궁이 말을 이었다.“폐하께서는 황후마마께 철저한 조사를 명하셨습니다. 그만큼 황후마마를 신뢰하시나 봅니다.”태후가 정색하며 말했다.“계 상궁,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설마 범인이 황후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계 상궁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소인이 어찌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하겠나이까. 단지… 이런 일는 태후께서 조사하는 게 더 합당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태후가 정색해서 말했다.“계 상궁 요즘 말이 너무 많군. 황후는 후궁의 주인인데 내 어찌 황후의 권한을 가로채겠느냐. 황상이 황후를 신뢰한다면 황후가 알아서 잘하겠지.”현흥궁.동하는 현비의 약시중을 들며 조용히 말했다.“마마, 모용선이 입궁하면 바로 총비가 될 줄 알았는데 승은을 입기도 전에 독에 당할 줄은 몰랐네요. 황궁은 정말 무서운 곳 같아요.”현비가 담담히 말했다.“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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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서재.소욱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증거가 나왔으면 사람을 보내 잡아들일 일이지 여긴 왜 온 거지? 설마 가빈이 평소에 황후랑 가깝게 지낸다고 감싸주려는 것이냐?”봉구안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판단력을 잃을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그녀가 말했다.“가빈은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독약이 무슨 경로로 궁중에 들어왔느냐입니다. 궁밖에서 들어왔다면 신첩은 궁 안에 독극물을 나르는 첩자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그리하여 이 기회를 빌어 그들을 일망타진할 생각이니 허락해 주시지요.”소욱은 그녀의 과감한 일처리가 마음에 들었다.물론 그녀가 능연이를 처단한 사건으로부터 볼 때 그녀는 평범한 안방 여인이 아닌 것 같았다.정조를 잃었지만 황후의 자리에서 내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뜻대로 하거라.”봉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취했다.“예, 폐하.”곧이어 그녀는 미련없이 서재를 나갔다.소욱은 갑자기 그녀의 이런 태도가 황후가 아닌 자신의 부하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두 사람 사이에 있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점점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황후가 이성을 잃은 그날 그의 손을 잡고 이상한 말을 지껄였던 것을 제외하면 황후는 항상 그를 마주할 때 상전을 대하듯이 대했다. 공손하고 충직하지만 부군을 대하는 현모양처의 모습은 아니었다.물론 그것에 불만은 없었다.그녀가 총애만 바라지 않는다면 계속 황후의 자리에 두고 힘을 실어줄 수도 있었다.독극물 사건으로 가빈은 조사를 받았다.영화궁.황후를 제외하고도 녕비와 형비가 조사 현장에 도착했다.가빈은 억울한 표정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황후마마, 신첩은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신첩은 정 귀인과 원한도 없는데….”녕비는 우아하게 찻잔을 들며 싸늘한 목소리로 가빈의 말을 잘랐다.“가빈, 후궁에서 널 제외하고 얼굴로 폐하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이 정 귀인 아니더냐?”“능연이가 유배당한 뒤로 너도 그 자리를 대체하고 싶었겠지? 그래서 정 귀인을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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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모양분이 벌레를 불러온다는 말은 봉구안의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찔리는 게 있는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모용선은 바로 사실을 털어놓았다.“마마, 모두 신첩의 잘못입이다. 신첩이 한 게 맞습니다.”유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상전을 바라보았다.귀인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감싸려 할 줄이야.유서는 바로 절을 올리며 절규했다.“마마,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 일은 귀인과 무관합니다. 모두 소인이 한 짓이옵니다! 소인이 귀인을 대신해 경쟁자를 제거하려고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습니다. 귀인은 전혀 모르고 당한 것입니다!”정 귀인은 고개를 돌려 유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아니다, 유서야….”“소인이 했습니다! 황후마마, 벌을 하실 거면 소인을 벌하십시오!”참으로 충직한 시종이었다.봉구안은 묘한 눈으로 모용선의 표정을 주시했다.모용선이 울며 사정했다.“마마, 유서가 잘못을 했지만 이 아니는 신첩과 함께 자란 자매와 같은 아이입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십시오! 신첩이 아랫사람을 잘 가르치지 못하였으니 벌은 신첩이 받겠습니다!”“아니, 아니됩니다! 귀인, 모든 건 소인의 잘못입니다….”정 귀인의 마음에 깊이 감동한 유서는 귀인을 대신해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 없었다.봉구안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정 귀인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차게 식었다.시종이 이런 짓을 저지를 때 상전이 정녕 아무것도 몰랐을 수가 없었다.봉구안은 궁중법도 대로 유서에게 벌을 내렸다.“곤장 30대를 치고 신형사에 보낸다.”유서가 끌려간 뒤, 모용선은 울며 말했다.“마마, 아랫것들이 허락도 없이 한 일이고 신첩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하마터면 가빈을 해할 뻔하였습니다.”“그러니 신첩도 같이 벌하여 주십시오!”그리고 이때, 태후 신변의 계 상궁이 도착했다.“황후마마를 뵈옵니다.”계 상궁은 봉구안을 단독으로 불러 말을 전했다.“마마는 모르시겠지만 정 귀인은 태황태후의 조카손녀랍니다. 태황태후께서는 일찍이 태후께 정 귀인을 잘 부탁한다고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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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봉구안이 말했다.“한번에 둘을 제거하려 했으니 두 사람 사이에 공통점이 있었을 것이다.”“그게 뭐죠?”연상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충격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마마, 설마 그 배후의 범인은 황후의 자리를 노리는 걸까요?”봉장미는 어릴 때부터 황후로 길러진 귀한 몸이었다.능연이는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황후와 동등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민간에는 황제가 그녀를 황후로 봉하려 한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나돌았다.그러니 틀림없었다.“마마, 배후의 인물이 정 귀인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만약 장미 아가씨와 능연이가 사라진다면 정 귀인의 외모와 가문의 힘으로 분명 황후의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었을 거니깐요!”봉구안은 대답 대신 담담히 말했다.“서왕한테 가서 전하거라. 내가 한번 보자고 한다고.”“예, 마마.”고개를 든 연상은 황후가 들고 있는 비수를 보고 흠칫 어깨를 떨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어마장.두 사람은 우연을 가장해서 만났다.주변이 조용한 가운데 서왕이 말에서 내렸다.“황후마마를 뵈옵니다.”봉구안도 말에서 내렸다.“정 귀인과 아는 사이입니까.”서왕은 겸손한 태도로 답했다.“예. 이미 고인이 된 영비의 사촌동생입니다.”봉구안은 말고삐를 잡고 심드렁하게 말을 이었다.“영비와는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란 사이였으니 영비를 아끼는 마음으로 정 귀인을 지켜주려 했을 수도 있겠군요.”곧이어 그는 굳은 표정으로 말을 바꾸었다.“만약 정 귀인이 더 많은 것을 바란다면 서왕은 뒤에서 도움을 주겠지요. 맞나요?”서왕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서글픔이 느껴지는 미소였다.“마마, 지금 저를 비웃으시는 겁니까? 저에게 그럴 능력이 있었다면 돌아가신 영비는 황후가 되었을 겁니다.”“하물며 황후의 자리는 선제께서 이미 정해주신 것이니 제가 아니라 폐하마저도 거역할 수 없습니다. 그게 가능했다면….”“내가 죽었다면 가능해지겠지요.”봉구안의 말에 서왕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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