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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작가: 일설연우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31 18:57:15
독에 당한 상대가 모용선이라는 말을 듣고 소욱은 급급히 방비전으로 달려갔다.

태의가 제 시간에 구토를 유발하는 약을 처방했기에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황후인 봉구안도 방비전에 도착했다.

소욱은 잔뜩 분노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궁중에서 비빈이 독에 당하다니! 황후, 무슨 일이 있어도 배후를 찾아내거라!”

“예, 폐하.”

봉구안은 침상에 누운 여인을 힐끗 보고는 담담히 답했다.

한참 구토를 했기에 모용선은 무척 허약한 상태였다.

소욱은 그녀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자진궁으로 돌아갔다.

자녕궁.

“정 귀인이 독에 당했다고?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

태후가 놀라며 물었다.

모용선의 안위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정 귀인을 잘 부탁한다는 태황태후의 서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궁에서 정 귀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태황태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계 상궁이 공손히 말했다.

“태의가 약을 처방해서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폐하께서 잠시 머무르다 돌아가셨답니다. 아직 승은을 입지도 않았는데 이번 일이 오히려 정 귀인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었겠네요.”

곧이어 계 상궁이 말을 이었다.

“폐하께서는 황후마마께 철저한 조사를 명하셨습니다. 그만큼 황후마마를 신뢰하시나 봅니다.”

태후가 정색하며 말했다.

“계 상궁,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설마 범인이 황후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계 상궁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소인이 어찌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하겠나이까. 단지… 이런 일는 태후께서 조사하는 게 더 합당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태후가 정색해서 말했다.

“계 상궁 요즘 말이 너무 많군. 황후는 후궁의 주인인데 내 어찌 황후의 권한을 가로채겠느냐. 황상이 황후를 신뢰한다면 황후가 알아서 잘하겠지.”

현흥궁.

동하는 현비의 약시중을 들며 조용히 말했다.

“마마, 모용선이 입궁하면 바로 총비가 될 줄 알았는데 승은을 입기도 전에 독에 당할 줄은 몰랐네요. 황궁은 정말 무서운 곳 같아요.”

현비가 담담히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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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2. 31. AM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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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51화

    그날 저녁 소욱 일행은 객잔에 입주했다. 봉구안은 소군주의 방 지붕 위를 지켰다.밤바람이 차가워서 추위가 느껴지자 그녀는 허리춤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그녀가 보이지 않는 곳, 객잔에서 소욱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폐하, 서왕 전하의 밀서입니다.”진한길이 다가와서 아뢰었다.그는 황제와 지붕 위의 검은 인영을 보고 당황스러웠다.‘폐하께서 지나치게 소환을 신경 쓰는 것 같은데.’그는 소환이 사내를 좋아한다던 술 취한 동방세의 말이 떠올랐다.진한길은 신속히 고개를 저었다.소환이 그런 취향이 있다고 해도 황제는 아니었다.두 사람 사이에 뭔가 복잡한 감정이 싹틀 리 없었다.소욱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진한길의 손에서 밀서를 받아들었다.서왕은 서신에서 천용회를 언급했다.감옥에서 천용회의 기호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그렇다는 건 흑포가 감옥을 탈출할 수 있었던 건 천용회의 도움이 있었다는 얘기였다.소욱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었다.“일정을 앞당겨야겠군. 속히 황성으로 복귀한다.”“예!”진한길은 공손히 답했다.진작에 이랬어야 할 일이었다.하지만 상황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는 않았다.소군주가 갑자기 앓기 시작한 것이다.그녀는 그날 밤부터 고열에 시달리며 의식을 잃었다.진한길은 현지 의원을 불러왔다.의원은 그녀의 맥박을 확인하고는 아연실색했다.“이건 극한의 병입니다!”밖에서 기다리던 소욱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소군주의 병증에 대해 그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사정을 아는 진한길은 의원을 보낸 후에 조심스레 말했다.“폐하, 군주의 병을 일반 의원은 치료가 힘든 것 같습니다.”소욱은 침상으로 다가가 파리하게 질린 소군주의 입술과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소환을 불러오거라!”“예!”잠시 후, 봉구안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어두운 곳에 숨어 있었기에 의원이 소군주의 방으로 들어오는 것은 보았지만 그냥 일반 병증이라고만 생각했다.하지만 소녀의 창백하게 질린 안색을 보자 그녀는 불길한 느낌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50화

    소욱은 어두운 얼굴로 앞으로 나아갔다.마음속은 온갖 생각들로 가득했다.마치 그가 무엇을 하든, 저 여인은 결코 만족하지 않는 듯했다.단회욱이 구운 생선이 자신이 구운 것보다 맛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그녀는 그것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갑자기, 그는 뒤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폐하!”걸음을 멈추며 등을 돌리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무슨 일이냐.”“황제 오라버니! 소환 오라버니가 폐하께 사과드리러 왔답니다!”뒤돌아보니 소군주도 함께 있었다.그녀는 봉구안의 곁에 서서 한 손에는 구운 생선을 들고 있었는데, 입가에는 검은 그을음이 한 바퀴 둘러져 있었다.또 다른 손으로 봉구안의 팔을 흔들며 말했다.“맞죠? 오라버니? 황제 오라버니가 생선을 굽느라 얼마나 힘드셨는데요. 그런데 안 드시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그렇죠? 맞죠?”봉구안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소욱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가 곧 표정을 풀며 태연하게 말했다.“짐이 그 정도로 유치한 줄 아느냐. 짐은 정말 배가 고프지 않았다.”소군주는 황제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황제 오라버니, 적당히 하셔야죠! 소환 오라버니가 이렇게 와서 사과까지 하시는데, 왜 자꾸 빼고 그러세요? 어서 가서 구운 생선을 먹으러 가요!”소욱은 여덟 살짜리 꼬마에게 훈계를 받을 줄은 몰랐다.그렇지만,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그러나 셋이 다시 불가로 돌아왔을 때, 그들이 본 것은 생선뼈 더미와 배부른 표정을 짓고 있는 진한길이었다.진한길은 무덤덤하게 말했다.“폐하, 부맹주... 두 분이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셨으니, 신하가 보기에 이 구운 생선을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먹었습니다.”소군주는 화가 나서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너는 정말 큰 식충이구나! 흥!”소욱 역시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그러나 봉구안은 태연히 말했다.“제가 가서 마른 양식을 가져오겠습니다.”그녀가 돌아서자, 소욱은 차갑게 진한길을 바라보며 물었다.“맛있더냐.”진한길은 진심으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49화

    앞쪽 산체가 무너져 더는 길을 갈 수 없게 되었다.관아에서 사람을 보내 돌멩이와 나무더미를 치우고 있었으나, 시간이 걸릴 터라, 봉구안과 일행은 근처에서 잠시 쉬기로 하였다.소군주는 마음이 큰 아이인지라, 잠시 후에는 다시 활짝 웃으며 “황제 오라버니!”를 연발하였다.“황제 오라버니, 여기서 쉬어가는 건가요? 오늘 밤엔 소환 오라버니랑 함께 잘 수 있나요?”비록 소욱이 허락한다 하여도, 봉구안은 결코 허락하지 않을 터였다.근처에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어, 소군주가 물고기가 먹고 싶다 하자, 소욱은 진즉 진한길에게 가서 물고기를 잡아오라 명하였다.진한길은 솜씨가 제법 있어, 잠시 뒤 크고 싱싱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왔다.봉구안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불을 피워 간단한 나뭇가지로 만든 구이 틀을 설치하였다.소욱은 조금 떨어진 바위에 앉아 그녀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소군주는 그의 곁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소환 오라버니는 참 좋으십니다. 황후마마가 되신다면 더 좋을 텐데요!”소욱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그녀의 마음엔 이미 자신이 없을뿐더러, 그녀는 황궁의 삶 또한 좋아하지 않았다.그와 그녀는 함께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그는 이미 그녀를 자유롭게 놓아주었으며, 더는 억지로 붙잡지 않을 터였다.다만 지금은 그녀를 몇 번 더 보고 싶었을 뿐이다. 단지 몇 번만이라도...마치 꿈처럼, 황궁으로 돌아가면 이 꿈은 깨어나고 말리라.소욱은 그런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만이라도 그 꿈 속에 머물고 싶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봉구안의 곁으로 가, 함께 준비를 거들기 시작했다.그는 능숙한 손길로 나뭇가지를 물고기 몸에 꿰었다.“부맹주는 아마 물고기를 구워보신 적이 없을 터, 이 일은 짐이 하겠소.”봉구안은 실로 물고기를 구워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번거로운 일을 싫어하였고, 물고기 구이는 너무 번거로운 일이었다.차라리 마른 빵을 먹거나 들에서 과일을 따먹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48화

    정말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입술, 그녀의 손, 술을 마시는 그 동작, 무심코 드러내는 모든 자세, 말투의 습관까지... 그 모든 것이 익숙한 법이다.소장군… 그는 그의 황후 봉구안이었다. 그는 확신하였다.달빛 아래, 소욱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녀는 그를 철저히 속였다.그녀는 전장에서 적을 물리치는 맹 소장군일 뿐만 아니라, 무림을 평정한 부맹주 소환이기도 했다.그 면죄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자신을 위해 구한 것이었다.그러니 어찌 궁에 머무르길 좋아했겠는가?그녀가 보아온 세상은 광활한 북방뿐만 아니라, 끝없는 강호이기도 했다.그녀는 열세 살에 이미 강호를 누볐다.황궁은 그런 그녀에게 너무도 작았다.마치 강과 바다를 헤엄치던 물고기를 작은 수조에 가두는 것과 같으니, 답답해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어젯밤 그녀가 심가오의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녀가 어떤 삶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가까이에 그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욱은 점점 더 혼란스럽고 괴로웠다.그는 그녀의 정체를 폭로할 수 없었다. 그녀가 다시 떠나버릴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녀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는 모르는 척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다시는 자신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터였다.다음 날 아침.소군주는 새벽 일찍 일어났다.그녀는 봉구안의 방 문을 두드리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라버니, 우리 이제 황성으로 가요!”봉구안이 문을 열고 나왔다. 머리가 지끈거렸다.어젯밤, 아마 술을 마신 탓인지 쉽게 잠들지 못했다.눈을 감으면 소욱의 그 아련한 눈빛과 자신이 그립다는 말이 떠올랐다.동방세는 숙취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봉구안은 그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떠났다.그리하여 일행은 심가오를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봉구안은 선성의 난 이후, 천룡회가 반드시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았을 것이라 직감했다.그래서 더 평범한 가면을 쓰고, 말을 타는 대신 가마에 올랐다. 황제와 소군주에게 화를 불러올 위험을 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47화

    봉구안은 소녀들로부터 깊은 인기를 얻어 이미 술을 몇 잔이나 마신 상태였다.또 한 명의 소녀가 술잔을 건네자, 동방세가 대신 받았다.“여러분, 우리 부맹주는 아주 훌륭하지만, 우리 무림맹 안에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분이 많답니다!”사람들 사이에서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졌다.“맞아요! 맹주님도 아직 장가가지 않으셨잖아요! 아가씨들, 맹주님께도 술 한잔씩 드리는 게 좋겠습니다.”아름다운 이성의 호의를 거절하기란 어려운 법이다.동방세는 차라리 자기가 먼저 몇 잔을 자책하며 마셨다.그는 곧 봉구안 옆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일 길을 떠나야 하니, 일찍 쉬는 것도 나쁘지 않지.”봉구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보였다.오랜만에 이렇게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심가오, 이곳은 무림맹의 보호 아래 존재하는 무릉도원처럼 느껴졌다.이곳에 온 후로 그녀는 전쟁의 살벌함을 잠시나마 씻어낼 수 있었다.그때 누군가 장난스럽게 외쳤다.“맹주님, 부맹주님과 춤 한 번 춰주세요!”“맞아요, 춤 한 번 춰주세요! 어차피 두 분 다 사내지 않습니까!”동방세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벌떡 일어섰다.“좋습니다! 오늘은 좋은 날이니, 내 특별히…”놀이에는 경계가 있지만, 봉구안은 스스로의 선을 넘지 않았다.그녀는 동방세를 거절하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거대한 그림자가 앞을 가렸다.고개를 들어 보니,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소욱이었다.소욱은 봉구안 앞에 서서 동방세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했다.“맹주는 결혼하지 않은 이유가 좋아하는 여자가 없어서인가?”동방세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저... 저...”그러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터뜨렸다.그 큰 남자가 그렇게 울면서 뛰쳐나가다니 소욱은 동방세의 예상 밖의 행동에 적지 않게 당황한 듯했다.그는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 모든 사람이 책임을 묻는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봉구안은 북을 내려놓고 일어서며 말했다.“맹주는 젊었을 적 아내를 잃은 적이 있습니다. 폐하께서 맹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46화

    황성에서와 달리, 무림맹에 도착한 후로 오백은 줄곧 가면을 쓰고 다녔다.진짜 얼굴을 드러내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오늘 황제가 무림맹에 온다는 소식에 그는 더욱 모습을 숨겼다.게다가 소장군이 황제와 소군주를 호송해 황성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그는 어쩐지 난스러웠다.봉구안은 차분히 말했다.“너는 더 이상 나를 따라다니지 않는 게 좋겠다. 먼저 방성으로 가라.”오백은 명령을 받들며 말했다.“알겠습니다!”…남제의 외진 곳.부하의 보고를 듣고 나서 방 안의 법사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왕수인이 감히 황제를 죽이려고 한다니? 누가 그렇게 몰아가라 하였는가?”이때, 하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인물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장막 안쪽의 사람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왕수인을 만났을 때 그는 황제를 죽일 계획 따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궁지에 몰린 탓일 것입니다.”장막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분명히 말했을 텐데. 군량을 요구한다는 명목은 핑계일 뿐, 진짜 목적은 선성의 보물이다. 왕수인이 그런 짓을 벌이다니, 제멋대로 일을 그르쳤구나.”흰옷을 입은 이는 냉정하게 말했다.“왕수인은 믿을 수 없는 자입니다. 법사님, 이제 어떻게 교주님께 보고할지 생각해 보셔야겠군요.”“조정이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천룡회를 조사하게 된다면, 교주께서도 불쾌해하실 겁니다.”“교주께서는 아직 조정과의 정면 충돌을 원치 않으십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죠.”그 말을 남기고 흰옷을 입은 이는 방을 나갔다.장막 안쪽의 좌호법사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부하에게 물었다.“보물 지도를 찾지 못했나?”부하가 대답했다.“법사님,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소문에 따르면, 보물 지도는 이미 황제의 손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법사님, 황제를 노릴 계획을 세울까요? 지금 황제 곁에는 호위병도 얼마 없습니다.”쾅!장막 안쪽에서 좌호법사가 손을 내려치자 부하는 깜짝 놀랐다.좌호법사는 냉소를 띠며 말했다.“백룡왕의 말을 못 들었느냐? 지금은 조정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45화

    “나더러 그들을 황성까지 호송하라니?”봉구안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동방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방에 우리 둘뿐이니 솔직히 말해보시오. 폐비 봉씨가 그렇게 떠들썩하게 이혼한 것이 그대와 관련이 있으시오?”소환과 오랜 세월 함께한 동방세는, 그가 어린 혈기왕성한 소년에서 풍채 좋은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소환은 언제나 많은 여인의 사랑을 받았고, 특히 규방에 갇혀 자란 아가씨들에게는 그의 자유로운 성격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동방세는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황제가 소환에게 보여주는 특별한 관심을 간파했다.더구나 황제가 굳이 폐비 봉씨 이야기를 꺼낸 것을 보니, 황제가 소환을 견제하는 이유가 폐비 봉씨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봉구안은 그 모든 것이 터무니없게 느껴졌다.“아니. 나와 폐비 봉씨는 그 어떤 사사로운 관계도 없소.”동방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에 다가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연민 어린 표정을 지었다.“그렇다면 황제와 잘 이야기해보시오.”“남자라면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 자네도 잘 알겠지...”“만약 황제가 네가 폐비 봉씨와 엮였다고 의심한다면, 아마 널 죽이려할 지도 모르니 말이오.”“겉으로는 호위를 명하지만, 가는 길에 자네를 묻어버릴지도 모르는 일 아니오.”봉구안이 눈을 들어 올리자 동방세의 얼굴에는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그는 어쩐지 그녀가 황제에게 미움받는 것을 즐기는 듯했다.봉구안은 그의 손길을 밀치고 나지막이 말했다.“알겠소. 내 직접 황제와 이야기하겠소.”어쩌면 동방세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그래서인지 황제가 자신을 보는 눈빛이 날카롭고 의심스러운 것 같았다.…황제와 군주는 간이 농가에 머물고 있었다.마당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소욱은 방 안에서 황성에서 온 밀서를 읽고 있었고, 진한길은 그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적막 속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똑똑.“폐하, 신 소환입니다. 안에 계십니까?”소욱은 서신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44화

    다음 날.역관 밖.일행은 짐을 정리하고 출발 준비를 마쳤다.가마는 하나뿐이었고, 이는 당연히 황제의 것이었다.봉구안과 동방세는 말을 타고 이동했다.주국공은 배웅하러 나와 있었고, 소욱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봉구안은 가마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아 가까이 다가가려 했는데, 갑자기 가마 커튼 사이로 머리가 하나 튀어나왔다.소군주가 가마 안에 앉아있던 것이다.그녀는 분홍빛 보따리를 안고 있었고, 봉구안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오라버니! 나 황제 오라버니랑 황성에 잠시 머물기로 했어요! 같이 가마에 타요!”봉구안은 즉시 뒤로 물러섰다.“소군주, 자고로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그녀가 물러서자, 바로 뒤에 서 있던 소욱과 부딪힐 뻔했다.그의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괜찮다. 소군주가 자넬 벗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야. 소군주의 명이니 거절할 이유는 없지.”소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봉구안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었다.“오라버니…”그러나 봉구안은 태연히 손을 빼내어 뒤로 감췄다.“저는 말을 타는 것이 더 편합니다.”“알겠어요…”소군주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아 얌전히 물러섰다.이때, 주국공이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었다.“소소야, 정말 나도 없이 괜찮겠느냐? 길이 멀고 험한데 시녀가 없으면 어찌하겠느냐.”소군주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답했다.“저 벌써 여덟 살이에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사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오라버니처럼 협객이 되고 싶었다.협객 곁에 시녀가 있다니, 그것만큼 창피한 일은 없었다.주국공은 그녀를 설득하지 못하고 결국 말했다.“간간히 편지 쓰는 것 잊지 말거라.”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문을 닫았다.그의 잔소리를 듣기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그와 동시에, 소욱은 봉구안을 스치듯 흘겨본 뒤 가마에 올라탔다.그 곁에는 진한길 한 명의 호위무사만 있었다.선성을 떠난 뒤, 앞에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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