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욱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의 눈에는 마치 사냥꾼의 어두운 빛이 어렸다."네가 참으로… 내게 뱉은 말들이 모두 진심이더냐!"그가 그녀를 꾸짖는 것 같았으나, 분노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봉구안은 그가 이미 자신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 손을 비비며 전의를 다지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북방군은 가는 곳마다 승리하니, 군령을 내리시면 반드시 크나큰 번국을 얻으실 것입니다!""잘 말했도다!"소욱은 크게 만족해했다.그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장수 몇을 불러 회의를 열게 하라!"무장들만 부른 것을 보니,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논할 것이 아니라 이미 결단을 내리고 실행만 남은 것이었다.이로써 봉구안은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물러날 수도 있었으나, 그녀에겐 아직 남은 할 말이 있었다."폐하, 이번 전쟁은 매우 중대하오니, 신첩이 대소사에 가서 우리 남제의 장병들을 위해 기도하겠나이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기도드릴 것입니다."소욱은 그녀를 두어 번 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가 그러한 뜻을 가졌다면, 허락하마."황후가 기도에 나서는 일은 변경의 장병들에게도 큰 위로와 격려가 될 터였다.이후, 봉구안은 공손히 예를 표하고 물러났다.그녀가 어전을 나서자, 햇살이 그녀 얼굴을 비추며 마치 금빛을 덧씌운 듯했고, 그 얼굴은 더욱 고요하고 맑았으며, 살기를 감춘 채 빛났다.……영화궁.연상은 짐을 정리한 뒤, 봉구안 앞에 다가와 물었다."마마, 정말로 기도하러 가시는 것이옵니까?"봉구안은 내무부의 마지막 장부를 확인하고 장부를 덮으며 간결하게 답했다."무엇을 하든, 모두 남제의 승리를 위해서이다."그날, 황제께서는 양국과의 전쟁을 결심하는 칙령을 정식으로 내렸다.십만 대군이 북방에 증원될 것이었다.조정의 주화파는 황제에게 신중히 생각하실 것을 간언했으나, 소욱은 군심을 동요시킨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중벌을 내렸다.그중에서도 특히 고집스러운 노신들은 피투성이가 되도록 매질당하면서도 계속 외쳤다."무
봉구안의 표정이 굳어졌다.봉구안은 이번에 도성으로 돌아오면서 무기를 많이 갖고 오지는 않았다. 비수, 분해할 수 있는 장총, 9단 채찍 등을 갖고 왔는데 다 그 상자 안에 넣어 두었다.그러나 봉구안에게 사용할 수 있는 무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은침과 암기들이 있었다.그래서 연상이 그 상자를 잊은 것도 별로 큰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궁에는 사단이 많았다.만약 흑심을 품은 사람에게 들키면 곤란해진다.봉구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 상자를 어디에 두었니?”연상은 생각 후 대답했다.“노비가 깜빡 잊고 안 가져왔으니 원래 자리에 있을 겁니다.”연상의 대답을 들은 봉구안은 긴장을 풀었다.봉구안은 찻잔을 들며 말했다.“그럼 괜찮다.”봉구안은 상자를 은밀한 곳에 두었다. 그래서 발각될 위험이 없었다.대소사는 향을 올리러 오는 사람이 많다.하지만 대소사도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통금이 있다.밤이 되면 문을 닫고 참배객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밤이면 밖에 아무도 없었다.봉구안의 상선실은 평소에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저녁 식사 후.봉구안은 감쪽같이 담을 넘어 절을 나섰다.홀로 남겨진 연상은 근심 어린 얼굴로 마마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옷자락을 움켜쥐었다.마마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기도하고 있었다.…성문 부근의 역참 밖.봉구안과 오백이 여기서 만났다.오백은 한참이나 기다렸다. 그는 새로 산 말을 봉구안에게 건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봉구안은 그의 뒤를 보며 물었다. “왜 말이 한 필밖에 없는가? 넌 뭘 타려고?”순간 오백의 눈이 밝아졌다.그는 자신을 가리켰다.“소장군, 저… 저도 같이 갑니까?”오백은 소장군이 그에게 신비한 사람을 계속 조사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봉구안이 되물었다.“아니면?”“그런데… 제가 말을 잘 타지 못해서 누가 될까 봐…”봉구안이 오백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오백, 돌아가 복수하자!”그러자 오백은 주먹을 불끈 쥐며 눈시울을 붉혔다
맹 부인은 미처 정리도 하지 못한 채 일어나 급히 시녀에게 물었다.“무슨 일이냐?”“대군이 갇혀서 절반밖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장군님… 장군님이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맹 부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어렵게 장군 부인의 침착한 자태를 유지했다. 맹 부인은 서둘러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가 상황을 확인했다.맹 부인이 막 나가려고 할 때, 교먹이 들어왔다.후자는 시녀를 내보내고 가면을 벗은 후 어쩔 줄 몰라 하며 맹 부인의 품에 안겼다.“사모님… 사부님은 저를 내보내려고 대열의 맨 뒤에서 적과 싸우다가… 아직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적의 포위권에 갇혔습니다.”“비열한 양나라 놈들이 함정을 설치해 두었습니다.”“사모님, 우리는 이제 어떡해야 합니까?”교먹은 겁이 많았다. 예전에는 봉구안이 그녀를 보호했는데 지금은 혼자 이런 일을 당하니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맹 부인은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울지 말고 사건의 경과부터 말해 다오. 그래야 어떻게 사람을 구할지 방법이라도 세우지…”맹 부인은 인간관계에 있어 선이 분명한 사람이다.맹 부인은 봉구안의 스승이자 양모여서 봉구안을 자식처럼 여겼다.그러나 교먹은 맹 장군의 제자일 뿐, 맹 부인은 그녀를 가까이할 생각이 없었다.교먹이 갑자기 맹 부인의 품에 안겨 위로를 청하는 행동은 맹 부인을 불편하게 했다.게다가 이렇게 큰일을 앞두고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지 우는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교먹은 맹 부인의 품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고 입을 열었다.“사모님, 한산비탈 건너편은 함정으로…”“양나라 군은 남제 백성들을 잡아 진두에 세워 우리의 행진을 막았습니다.”“그리고 옆에서 연무, 구덩이…”맹 부인의 표정은 점점 더 엄숙해졌다.“병력은 얼마나 남았는가?”“4만 명 정도 남았습니다. 사모님, 꼭 사부님을 구하셔야 합니다. 4만 명의 병력이 충분하기는 하지만 양나라 군이 지키고 있을 수도 있어서 사람을 구해내기가 쉽지가 않을 겁니다. 차라리 10만 원군을 기다리는 게…”교
양나라 사신의 태도는 오만했다.“소장군, 만약 철수하지 않으면 맹 장군을 죽여버리겠소.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아버지를 잃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소?”“귀에 거슬릴지는 모르겠지만, 전쟁에서 이겨도 이 강산은 소장군의 것이 아니오.”가면을 쓴 교먹에게서 봉구안의 옛날 기세를 볼 수 있었다.교먹이 일어섰다. 가면 뒤에 있는 눈은 살기가 가득했다.“끝까지 싸우라는 폐하가 명하셨소. 사신, 돌아가서 전하시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오.”장병들은 교먹의 패기에 감탄했다. 그러나 한편 맹 장군과 붙잡힌 장병들이 희생하는 걸 참아 볼 수 없었다.그러나 양나라 사신들 앞에서 모두 교먹을 옹호했다.“결사적으로 싸우자! 철병은 없다!”“철병은 없다.”사신은 장병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웃었다.사신은 교먹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비아냥거리며 비꼬았다.“소장군, 참 효자요.”이 말을 내던진 사신은 밖으로 나갔다.사신이 지나간 곳마다 양쪽의 병사들은 그들을 산산조각 낼 듯한 기세로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사신은 재빨리 군영 출구까지 와서 땅에 침을 내뱉고 외쳤다.“맹 장군의 시신이나 기다리거라.”사신이 떠난 후 교먹은 사모님의 장막 밖에서 무릎을 꿇었다.“어머니, 불효한 자식이 아버지를 구할 수 없습니다.”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맹성주는 두 사람의 친아들이었다.장병들도 따라 밖에서 무릎을 꿇었다.한 시진 후에 맹 부인이 나왔다.맹 부인은 흰옷을 입고 있었는데 도도하고 고귀했다.맹 부인의 시선을 제일 앞에 있는 교먹에게 두고 입꼬리를 가볍게 움직였다.“그래! 결사적으로 싸워야 우리 남제의 좋은 장병들이지!”“맹 장군은 자네들이 이런 결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면,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칠 것이오.”교먹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들었다.“어머니…”맹 부인은 더 이상 교먹을 쳐다보지 않고 돌아서서 장막으로 들어갔다.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부장이 교먹을 일으켜 세웠다.
맹 부인은 고개를 들고 단호하게 말했다.“그들이 가든 말든, 나는 여기 남을 것이오.”이화는 무릎을 꿇었다.“부인, 부인이 남으면 노비도 남겠습니다.”“어머니.”교먹이 갑자기 들어와 이화를 내보냈다.교먹은 맹 부인 앞으로 가서 한쪽 무릎을 꿇고 군대의 절을 했다.“어머니, 대국을 교려하십시오. 이곳은 오래 머물 곳이 아닙니다. 대군을 따라 영지를 떠나시지요.”맹 부인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었다. 의연하고 부드러웠다. “다 가버리면 누가 장군님의 뒤처리를 하겠는가?”교먹의 요동치는 눈동자에서 고통이 드러났다.“사모님…”맹 부인은 여장부이다. 맹 부인의 결정은 아무도 좌지우지할 수 없다.교먹은 맹 부인을 보호할 십여 명의 경기병만 남겨 두고 대군을 이끌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떠나기 전에 교먹은 말 위에 앉아 부하들에게 분부했다.“부인을 잘 보호하 거라. 아님 너희들을 목숨을 앗을 것이다.”“예, 소장군!”다들 떠나고 떠들썩했던 영지에는 타다 남은 숯불만 남았다.맹 부인은 먼 곳을 바라보다가 장막으로 돌아왔다.이화는 슬픔이 가득했다.소장군마저 떠나면 누가 장군을 구할 수 있겠는가?교먹은 10여만 대군을 거느리고 기세당당하게 행군했다.양나라의 도시들은 계엄령을 내렸다. 다들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군영 내.주장은 남제 대군이 동쪽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장들과 마주 보며 폭소를 하였다.“하하! 장군과 승상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남제가 정말 예상대로 동쪽으로 오네요.”“그들은 우리가 여기에 10만 복병을 두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오. 그들이 한산비탈을 떠나면 우리는 그들의 후방 진공하여 그들을 일거에 해결해 버릴 수 있지요.”주장님은 벽에 있는 지도를 가리키며 다음 단계의 작전을 세웠다.“남제의 북경에는 방어선이 세 개 있는데, 첫 번째 방어선은 북경군이 지키고 있소. 그중 맹씨 부자의 북대영이 주력이고.”“그들이 한산비탈을 포기하고 동쪽으로 갔으니, 우리는 두 번째 방어선인 택
“장군? 맹성주다. 정말 맹성주 그가 돌아왔다.”양나라 주장은 크게 놀랐다.맹성주?그럴 리가!맹성주는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동쪽으로 가지 않았나? 왜 갑자기 여기로 돌아왔지?양나라 주장이 반응하기도 전에 군영 입구에서 비명 소리가 잇달아 들렸다.상대방은 열몇 명의 정예 기병일 뿐이었는데 기세등등하였다.주장이 소리쳤다.“멍하니 뭣들 하는 거야! 진을 쳐서 그들을 막아라!”남제의 포로들은 구원병이 온 것을 보고 모두 전투에 참여하여 봉구안의 뒤를 따라 목숨 걸고 싸웠다.봉구안의 붉은 술 은총은 수많은 사람을 베었다.주장과 몇몇 부장은 이 상황을 보고 술이 깨었다.전에 택천궐에 쳐들어가겠다는 호언장담은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맹성주는 너무 무서운 사람이었다.봉구안은 현란하게 사람을 죽였다.그는 정말 사람이 아니었다!양나라 병사들은 맹성주가 왔다는 말을 듣고 싸우기도 전에 사기를 잃었다. 그들은 무기를 버리고 머리를 싸안고 주저앉았다.이것은 그들의 뼛속까지 파고든 두려움이었다.맹성주의 북영군과 대전할 때, 무기를 버리고 주저앉으면 살 수 있다.양나라 주장은 이들의 행동을 보고 무척 화를 냈다.그는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모두 일어나서 그들을 죽여라!“맹성주를 죽인 자에게 황금 천 냥을 주고 대장군으로 봉한다! 일어나 적을 죽여라!”그가 이 말을 다 했을 때, 갑자기 붉은 술이 달린 은총이 날아와 그의 발 앞에 매섭게 꽂혔다.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고개를 들자 먼 곳 말 등에 앉아 있는 소장군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했다.상대방의 눈빛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봉구안은 한 손으로 말 등을 받치고 몸을 날려 주변의 양나라 병사들을 걷어찼다.전쟁터의 사람들은 자동으로 두 무리로 나뉘었다.한쪽은 양나라 병사들인데 적어도 12만 명은 되었다.다른 한쪽은 봉구안이 거느린 십여 명의 정예 기병과 방금 속박에서 벗어난 남제의 병사들인데 약 만 명 정도 되었다.양나라 주장은 인간 장벽
장군들은 사람을 보내 맹성주를 청해오라고 하였으나 맹성주의 장막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그들은 놀라 탄복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맹성주가 군사를 거느리고 갔다고?”같은 시각.장막에 있던 교먹은 이미 주둔지를 떠나 경공을 이용하여 최대한 빨리 한산비탈로 달려갔다.척후병이 “이겼다”라고 말했을 때, 교먹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또 소장군이라는 말을 듣고 사저가 돌아왔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교먹이 계속 여기 있으면 바로 들통날 것이다.그래서 교먹은 바로 돌아가야 했다.주둔지.장군들은 놀라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모여 있는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맹성주의 이번 작전은 너무 훌륭하오. 그런대 우리까지 속이는 것은 너무하오.”“그러니까… 이렇게 떠들썩하게 한산비탈을 떠난 후 자신이 십여 명의 장병을 데리고 양나라 군영을 공격하다니… 그런데 날이 밝으면 우린 계속 행군해야 합니까? 아니면 제자리에서 기다려야 합니까?”“그래도 한산비탈 일대를 통째로 점령한다는 것은 뜻밖의 수확이오. 난 맹씨 녀석을 탄복하오.”…양나라 군영.양나라의 12만 병사들이 항복하거나 죽었다. 그저 몇몇 가치가 있는 장령들만 생포되었다.장막 안, 부장들은 짓눌려 땅에 무릎 꿇고 있었다. 봉구안은 주장의 목 뒷덜미를 잡고 그의 얼굴을 모래판에 밀어 넣으며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우리 아버지는 어디 계시지?”양나라의 주장은 죽을지언정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부장 중 한 명이 고통을 견디지 못했다.“맹 소장군님, 제가 맹장군님이 어디 계신지 알려드리지요. 맹 장군님은 바로 뒤에 있는 웅덩이에 있습니다. 제가 데려다 드릴 테니 제발 저를 살려주시오!”양나라 주장이 화를 내며 호통쳤다.“개자식! 나라를 배반하고, 적에게 투항하고도 네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그 부장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12만 대군이 전멸했다!다른 지역의 양나라 장병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앞으로 맹성주와 북영군에 더 두려워할 것이다. 싸우기도 전에 먼저 패배
교먹은 가면을 벗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무거운 짐을 풀은 듯 한 홀가분한 표정이었다.“사저, 드디어 돌아왔어!”봉구안은 엄숙한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사부님, 사모님, 그리고 장병 2만 명을 버리고 십만 대군을 거닐고 동쪽으로 가다니… 어떻게 생각한 건가?”교먹은 울먹거리며 급히 해명했다.“그들을 버릴 생각은 없었어. 특히 사부님.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이것 다 여러 장군들이 의논한 결과야!”“나… 난 사저가 아니야. 난 잠시 군심을 안정시키려고 사저인 척 했을 뿐이야.”“난 아무것도 할 줄 몰라.”봉구안은 자신의 사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겁 많고 자기 주견이 없었다.교먹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겨우 예닐곱 살이었다. 배가 고파 맹 부인 앞에 쓰러졌었다.사부님과 사모님은 교먹을 살린 후, 그녀를 보내려 했다.그런데 봉구안의 부탁에 그들은 교먹을 남겨두고 제자로 받아들였다.교먹은 낯가림이 심하고 안정감이 없었다. 그래서 사저인 봉구안 뒤에만 붙어 다녔다.후에 그들은 사부님과 사모님을 따라 군영에 왔다.그들 사이의 정이 매우 깊다. 둘이 같이 있는 사간은 봉구안과 친동생 장미와 같이 있는 시간보다 더 길었다.2년 전, 교먹이 자신을 단련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 둘은 갈라졌다.봉구안은 계속 교먹을 보호해왔다. 교먹에게 거의 심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 교먹의 행동은 그녀를 실망하게 했다.“최선은 다하고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는 건가?”교먹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사저, 내가 잘못했어… 난 태어날 때부터 쓸모없는 사람이야. 부모에게 버림받고, 사저와 사부님, 사모님이 나를 구하고 나에게 가족이 되어 주었는데… 내… 내가 목숨을 걸고 사부님을 구했어야 하는데…”봉구안이 정정했다.“사부님뿐만이 아니다. 양나라 군영에서 얼마나 많은 장병이 죽었는지 아니?”교먹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것처럼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나도 이러기 싫어! 사저, 나 정말 그들이 죽는 걸 원하지 않았
소욱은 봉구안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그는 그녀가 자신을 만나려 하는 이유가 단순히 단회욱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그녀 쪽의 단서가 끊겨, 이제 그가 도와주길 바라는 것이다.소욱의 눈빛은 어두웠다.사람의 마음은 살과 같아서, 상처를 입으면 상하기 마련이다.어젯밤, 그녀가 황성의 안위를 뒤로하고 단회욱을 구하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그는 그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놓아주는 것만으로도 그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다니… 그는 도저히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소환에게 전하라. 짐은 시간이 없다고…”소욱은 그녀를 만나지 않기로 했다.그녀가 스스로 포기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이제 그녀와 단회욱이 어떻게 되든,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지금 그에게는 훨씬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었다.천룡회도 그렇고, 소탁도 그렇다.그 어느 것 하나, 단회욱을 찾는 것보다 덜 중요한 게 아니었다.밤이 되자, 소욱은 황궁으로 소탁을 불렀다.그 역시 부상을 입었지만, 예를 다하며 입궐했다.“폐하를 뵙습니다.”소욱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왜 그런 일을 벌였느냐?”겉으로는 천룡회와 손을 잡은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꾀를 써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그러나 그의 계책은 적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동시에, 아군에게도 큰 희생을 강요했다.황백 대군은 어젯밤 절반 이상이 전사했다.“천룡회를 제거하고 싶다면 짐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그랬느냐!”“짐이 군을 보내 포위 섬멸했다면 훨씬 빨랐을 것이다!”“혼자서 영웅이라도 되려 한 것이냐?”소탁은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폐하, 제가 태자였던 시절, 천룡회가 저를 찾아왔었습니다.”“저는 그들의 친선을 거절했죠. 얼마 지나지 않아, 진 대인이 변을 당했습니다.”“그리고 곧이어, 제가 누명을 쓰고 태자 자리에서 폐위당했죠.”“이 모든 일이 천룡회가 배후에서 저지른 짓이었습니다.”소욱의 눈동자가 번뜩였다.그는 천룡회가 그렇게 일찍 소
먼지가 걷히자, 한 여인이 얼굴을 가린 채 그 뒤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천룡회 교주에게 치명적인 한 방을 가한 상태였다.봉구안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 여인은 그날 밤 도관에서 도움을 주고 자신을 ‘장설’이라 칭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염 낭자! 너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멀리서 천룡회 제자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칼에 찔린 교주는 즉각 염추의 목을 움켜쥐었다.자신의 심복 제자가 이런 배신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의 진기가 모이고 있어 외부의 힘을 받을 수 없는 중요한 순간에 그를 기습하다니, 이건 그의 목숨을 노리는 행위였다!교주는 이 배신자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결심이었다.그러나 소욱이 더 빨랐다. 그의 등 뒤에 강렬한 한 방을 가했다.퍽…붉은 피가 염추의 면사포에 튀었다. 그녀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 찼고, 이어서 또 한 번 칼을 들어 교주의 가슴에 깊숙이 꽂았다.상상도 못 했겠지.그렇게 높이 올라 무공으로 세상을 압도하던 교주가 결국 그녀 손에 죽을 줄이야.왕개미도 큰 나무를 흔들 수 있는 법.염추는 단칼로 교주의 시체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교주는 힘을 잃고 쓰러지며 더는 진기를 모을 수 없게 되었다.그는 염추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염아... 염아!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냐!”염추는 정의로운 태도로 말했다.“교주님, 어찌 반역을 꾸밀 수 있습니까?”“이것이야말로 하늘의 뜻을 대신하는 것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칼을 버리고 소욱을 향해 절을 올렸다.“폐하, 이 악인은 천룡회를 이용하여 반역을 꾸몄습니다. 제가 굴욕을 참으며 견뎌온 결과 마침내 이 자를 처치했습니다!”소욱은 냉정한 표정으로 반란군들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바로 그때 봉구안이 앞으로 나섰다.그녀의 가면이 약간 풀어진 상태였고, 그녀는 교주의 상처를 망설임 없이 눌렀다.“내 오라버니... 내 오라버니는 어디 있어!” 멀지 않은 곳에서 몸을 일으킨 단정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성문에 틈이 생기자 약쟁이들이 기세를 몰아 몰려들었다.그들은 끊임없이 밀려왔고, 성을 지키는 장수들이 성문 뒤를 버티며 양쪽이 팽팽히 대치하고 있었다.서왕은 성루에 서서 황제가 위험에 빠진 것을 보고 크게 외쳤다.“폐하를 호위하라!”소욱은 약쟁이들을 피해 몸을 날려 뛰어오르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그리고 정면에서 천룡회 교주와 마주쳤다.거기에는 봉구안도 있었다.그는 약간 놀랐다. 그녀가 돌아올 줄은 몰랐다.혹시 단회욱을 구출하고도 맹 소장군으로서의 임무를 놓지 못해 성을 구하러 온 것일까?결코 자신을 위해 온 것은 아닐 터였다.천룡회는 약쟁이들 외에도 아직 제자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그들은 교주의 뒤에 서서 소욱 쪽 사람들과 마치 두 군대가 대치하는 것처럼 서 있었다.교주는 소욱을 향해 외쳤다.“폭군이 무도하니, 우리는 새로운 군주를 세울 것이다!”그 말이 끝나자 그는 즉시 살기를 띤 공격을 펼쳤다.소욱은 그 강력한 내력을 느끼고 곧바로 진기를 모아 보이지 않는 기의 막을 형성해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봉구안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소욱의 뒤로 돌아가 손바닥을 그의 등에 붙이고 힘을 보탰다.둘의 내력이 모였으나, 겨우 교주와 비등하게 맞설 정도였다.그들은 점점 교주의 힘에 밀려 뒤로 물러났다.이때 섣불리 내력을 거두었다간 두 배로 반격을 받을 것이 뻔했다.소욱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가라!”하지만 봉구안은 가지 않았다.그녀는 다른 한 손까지 그의 등에 올려 거의 모든 내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뒤따라오던 초록 두루마기의 남자는 봉구안을 죽이려 했지만, 동방세가 그를 막아섰다.동방세는 칼날 같은 검기를 뿜으며 그의 앞에 서 있었다.검은 그의 얼굴을 두 부분으로 나누었고, 절반은 검 뒤에 가려졌다.평소 눈을 가늘게 뜨고 웃던 그가 이 순간만큼은 미소를 지우고 살기로 가득했다.“그때 천룡회를 공격하며 다 없애지 못했던 게 아쉽더니…”“오늘, 드디어 마음껏 끝장을 보겠구나.”초록 두루마기는 황제에게 내력을 전달하
목이 졸리는 감각은 정말로 견디기 어려웠다.그 답답한 느낌은 본능적으로 몸부림치게 만들지만, 봉구안은 그러지 않았다.그녀는 갑자기 팔을 뻗어 소매 속에 숨겨둔 암기를 꺼내들었다.이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라면, 교주는 틀림없이 죽었어야 했다.그런데 갑자기...쾅!남자의 몸에서 진기가 폭발하며 봉구안과 함께 그 암기가 모두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퍽!봉구안은 등을 아래로 한 채 땅에 떨어졌다.고개를 들어 올리자 마차의 천막이 무너져 내려 마치 연꽃이 피어나듯 드러났고, 그 안에 있던 남자가 모든 이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이 남자가 바로 천룡회의 교주, 늘 뒤에 숨어있던 사건의 주범이었다.그는 봉구안을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내게 거스르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을 내뻗자 강력한 내력이 다시 한번 쏟아져 나와 봉구안에게 몰아쳤다.봉구안은 냉정하게 눈을 반짝이며 즉시 강렬한 ‘항마퇴도식'으로 근처에 있는 한 시체를 차 날렸다.그 시체를 방패 삼아 내력을 막는 동시에 몸을 숙여 땅에 떨어져 있던 검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발끝을 세워 가볍게 뛰어오르며 검날을 번개같이 휘둘러 교주의 손바닥을 정통으로 찔렀다.“교주님!”천룡회 무리들이 놀라 외쳤다.피가 흐르며 남자의 손바닥을 붉게 물들였고, 그는 재빨리 힘을 주어 검과 봉구안을 함께 쳐냈다.그와 동시에 단정이 등에 맨 활과 화살을 뽑아들어 빠르게 쏘아냈지만, 그 화살은 남자의 내력에 의해 공중에 멈춰 섰다.이어 그는 손을 휘둘러 그 화살을 다시 단정을 향해 되돌려 쏘았다.화살은 단정의 오른쪽 어깨를 꿰뚫었고, 그를 나무에 고정시켰다.살갗이 찢기는 고통에 단정은 이를 악물었지만, 여전히 봉구안에게 외쳤다.“뒤를 조심하세요!”봉구안의 뒤에서 초록색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그는 손에 악비자를 들고 있었으며, 그 공격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단정의 경고섞인 외침 덕분에 봉구안은 재빨리 몸을 비켜 그 공격을 피하였다.악비자가 그녀의 눈앞을
차장에서, 천룡회의 교주는 느긋하게 웃으며 오히려 자애로운 표정으로 봉구안을 바라보았다.“소공자, 오래간만이군. 그동안 잘 지냈나?”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명의 암살자가 봉구안의 뒤에 나타났다.그들은 쌍둥이 형제로, 한 명은 수비에, 다른 한 명은 공격에 치중하여 날카로운 솜씨를 뽐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봉구안을 밀어내고 차장을 방어했다.차장에 앉아 있던 교주는 봉구안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보다도 그는 성문을 돌파했다는 상황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었다.황백의 군대가 배신해 그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하지만 그는 이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둔 듯 보였다.그가 손을 살짝 들자 옆에 있던 사람이 즉시 알아챘다.곧이어 휘파람 소리가 울리자, 밤하늘에는 수많은 거대 새들이 날아들었다.그 새들의 날카로운 발톱은 매우 위험해 보였고, 강력한 날갯짓으로 성벽 위의 병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다시 한 번 휘파람 소리가 울리자, 이번에는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멀리서 거대한 야수가 모습을 드러냈다.그 야수는 뿔이 달렸고, 갑옷처럼 단단한 피부에 잔인한 눈빛을 띠며, 강력한 네 발로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야수가 성문을 한 번 들이받을 때마다 성문은 점점 더 흔들렸다.이 거대한 야수는 이전에 누구도 본 적 없는 생물이었고, 병사들의 칼과 창으로는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죽화총으로 간신히 상처를 입힐 수 있었지만, 죽화총조차 야수를 죽이지는 못했다.오히려 야수를 더욱 광포하게 만들어 성문을 들이받는 힘이 더 강해졌다.성벽 위에서, 서왕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폐하, 부디 철수하시지요!”소욱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검을 내게 주어라.”서왕이 반응하기도 전에 소욱은 그의 허리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그리고는 성벽 아래로 단숨에 뛰어내려 거대한 야수를 향해 달려갔다.“폐하!”서왕은 크게 놀라 평소 침착하고 온화했던 얼굴에 당황과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진한길에게 즉시 명령을 내렸다.“너희
암문 뒤에는 거대한 약재 탕이 눈앞에 펼쳐졌다.그 안에는 각종 독물과 신체의 잔해들이 떠다니고 있었으며,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이곳에 갇힌 이들이 죽기 전에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주변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이전에 보았던 것보다 더 끔찍하고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었다.봉구안은 그 벽화 속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그것은 ‘접생…이라는 제목의 벽화였다.접생은 하나의 신약으로, 죽었으나 혼이 떠나지 않은 자에게 사용하는 약이었다.대부분 심한 부상으로 인해 의식이 끊겼지만 미약하게 숨이 붙어 있는 자에게 접생으로 생명을 되살릴 수 있었다.이 약을 완성하려면 살아 있는 사람을 약재로 삼아야 했는데, 그 사람의 피는 죽음에 가까운 자의 혈액과 융합되어 매달 혈액을 교체하는 데 사용되었다.가장 잔인한 점은, 이 약재로 쓰일 사람의 몸에 수많은 상처를 내고, 그 틈으로 수백, 수천 마리의 독충이 들어가 피를 빨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쾅!단정은 무엇인가를 부딪쳐 넘어뜨렸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방 한쪽 구석에 놓인 책상으로 다가가 손을 떨며 약쟁이에 관한 손기록을 한 권씩 뒤적였다.그리고 곧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자, 그는 크게 소리쳤다.“죽일 놈들…!”그들은 어떻게 자신의 형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었단 말인가!봉구안은 손기록에 어떤 내용이 있을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하지만 실제로 그 내용을 보자 그녀 역시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10월 초사흗날, 첫 시험 투약. 오직 단회욱만 생존. 한 시간 동안 네 번 의식을 잃었고, 독충의 반작용으로 한쪽 팔이 절단됨.][10월 스무날, 단회욱은 몇 번이나 살고 싶지 않은 고통을 겪었으나, 다행히 독충이 몸에 모두 자리 잡아 피를 얻을 수 있었음.][11월 초하루, 정식으로 혈액 교체를 시도하였으나, 도중에 죽을 뻔함. 입으로 ‘정이…와‘안이…이라는 두 이름을 불렀으니, 이는 단회욱의 의식 속 깊은 곳에서 나온 것일지도…]봉구안은 더 이상
오양산.봉구안은 청룡왕과 수십 차례 교전을 벌이며 거의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단정은 청룡왕의 부하들을 묶어두는 역할을 맡았다.산바람은 매섭게 휘몰아치며 울부짖었다.봉구안은 장검을 손에 들고, 검기는 무지개처럼 찬란하며, 검법은 맹렬하고 빠르게 휘몰아쳤다.청룡왕은 나뭇잎을 무기로 삼아, 그의 앞에는 나뭇잎들로 이루어진 법진이 펼쳐졌다.그는 내력을 다루며 나뭇잎을 겹겹이 중첩하여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냈다.곧이어, 그는 두 손으로 내력을 밀어내며 그 나뭇잎들이 얇은 칼날처럼 변해 봉구안에게 일제히 날아들었다.봉구안은 재빨리 검을 휘둘러 방어막을 형성했으나, 이 방어막은 일부의 나뭇잎만을 막아낼 수 있었다.남은 나뭇잎들이 방어막을 뚫고 지나가 그녀의 옷에 가늘고 섬세한 균열을 만들어냈다.심지어 그녀의 관자놀이를 스치는 잔머리까지 나뭇잎에 잘려 떨어지며 발아래로 흩날렸다.얼굴은 은제 가면으로 가려져 있어 다행히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상황은 긴박했다.청룡왕은 다시 내력을 자극하자 나뭇가지들이 거칠게 흔들렸다.가지에 달린 나뭇잎들은 그의 강력한 내력에 빨려 들어가며, 그의 주위를 감싸며 생명력을 지닌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나뭇잎들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청룡왕은 미동도 없이 서 있었지만, 살의는 가득 차 있었다.청룡왕의 진법이 또 한 번 완성되어 그의 앞에 나뭇잎으로 된 고리가 형성되자, 봉구안은 곧바로 검을 들고 돌진했다.검끝으로 고리를 가로로 휩쓸어 진법을 두 동강 내버렸다.진법이 파괴되자 나뭇잎들은 마치 영혼을 잃은 육체처럼 허공에서 흩어져 버렸다.그 순간, 청룡왕은 손에 쇠사슬을 꺼내 들었고, 봉구안이 그의 얼굴을 향해 돌진하자 그의 검을 순식간에 쇠사슬로 감아버렸다.그는 힘을 주어 검을 빼앗아냈고, 봉구안의 손에 쥐어진 무기는 사라졌다.단정은 이 모습을 보고 봉구안을 걱정하며 외쳤다.“조심하세요!”청룡왕은 쇠사슬을 풀어내 검을 던져버린 후, 곧장 봉구안의 목에 쇠사슬을 감아올렸다.그가 힘만 준다면 봉구안을 질식시켜
반란군이 습격하자, 황성은 즉각 공포와 혼란에 휩싸였다.백성들은 놀라 두려워하면서도, 황성이 함락될 리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이번에 나타난 반란군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성벽 아래서 반란군의 수장 황백이 소리치며 외쳤다.“폭군이 무도하니, 우리들은 하늘의 뜻에 따를 뿐이다! 성 안의 백성들이여, 만약 폭군의 무도함에 반기를 들고자 한다면, 모두 일어나 이 장군과 함께 싸워라!”성문을 지키던 장수들이 크게 꾸짖었다.“황백이여! 난신적자 주제에 감히 이런 그럴듯한 핑계를 댈 셈인가! 너는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어서 항복하고 물러가라! 그렇지 않으면 오늘이 네 제삿 날이 될 것이다!”황백이 뒤로 물러서자, 수문장들은 그가 두려워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이내, 은빛 갑옷을 입고 위엄 있는 기운을 내뿜는 한 남자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섰다.“나는 폐태자 소탁이다. 선황이 어리석고 간신배들이 나라를 어지럽혔기에, 나를 무고하게 모함해 동궁의 자리를 빼앗았다.”“현 황제는 더욱 어리석어 나라의 기강을 문란하게 하고, 황후를 버리는 바람에 풍속까지 어지럽혔다.”“그리하여 우리는 하늘의 명을 받아 폭군을 폐하고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지금 나는 많은 강호의 의사들의 협력을 얻어, 천명이 나에게 돌아왔으니, 그대들은 내 말을 믿고 무기를 내려놓는다면, 생명을 보장할 것을 약속하겠다!”성문을 지키던 장수들은 그가 폐태자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황백은 그 말을 덧붙이며 거들었다.“소탁 태자는 어질고 선량하다는 것이 만인의 공인된 사실이다!”“이런 인군을 얻게 되는 것이 어찌 우리 같은 자들의 축복이 아니겠는가?”“어서 성문을 열어라! 그렇지 않으면 피바다가 펼쳐질 것이다!”성문 앞은 이미 병력이 몰려와 위태로웠다.황궁에서는 소욱 황제도 이 소식을 들었다.이 특별한 밤에 그는 본래부터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성문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즉각 말을 준비하라고 명했다.궁문 밖, 서왕이
연단로가 밤새도록 타오르고 있었다. 천룡회 사람들은 둘러앉아 신비한 약환이 완성되길 기다리고 있었다.단정은 이 광경을 보고 속으로 냉소를 보냈다.‘내일이면 황성을 공격할 날이다. 그리고 봉구안과 약속한 날이기도 하지... 오늘은 반드시 산을 내려가야만 해.’하지만 산 아래로 가는 길목에서 면사포를 쓴 여자가 그의 길을 막아섰다.“단정, 어디로 가려는 거야? 우리는 네가 몰래 회욱 오라버니를 구하기로 약속했잖아!”단정은 냉랭한 표정으로 답했다.“염추, 형님을 구하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네가 형님을 걱정하는 것보다 내가 형님을 더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잊은 거야?”염추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그렇게만 하면 돼. 이번에는 물러설 길이 없어.”내일 밤, 모든 천룡회 사람들이 황성을 공격하러 떠날 때가 바로 그들의 행동을 개시할 절호의 기회였다.염추는 생각했다.‘내 사랑하는 회욱 오라버니가 마침내 빛을 다시 보게 될 거야.’그녀의 눈에는 흥분의 눈물이 고였다.…단회욱을 구하기 위해 봉구안은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그녀의 몸에는 은밀한 암기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똑똑!문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누구십니까?”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소욱이었다.그의 뜻밖의 등장에 봉구안은 놀라며 물었다.“어인 일이십니까?”소욱은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 그녀가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는 이를 드러내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남성용 비녀를 건넸다.그 비녀는 겉보기에는 평범했지만, 속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친구로서 아직 너에게 아무것도 선물하지 못했구나. 이 비녀는 머리를 묶을 수도 있고, 너를 지킬 수도 있다.”그는 비녀를 한 번 분리하더니, 그것이 날카로운 얇은 칼로 변했다.봉구안이 이를 거절하려 하자, 소욱은 말했다.“천룡회의 자객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네가 또 무슨 사고를 당하면 폐비가 걱정하지 않겠느냐? 이 무기를 받지 않겠다면 내가 더 많은 사람을 보내 널 보호하도록 하겠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