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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201 - 챕터 210

855 챕터

제201화

막사 안, 봉구안은 모래판 앞에 서서 양나라의 지형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이때, 오백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장군, 진성이 죽었습니다.”예상했던 일이었기에 봉구안은 고개도 들지도 않고 심드렁하게 물었다.“그 여인의 가족들은?”“조용히 군영을 내보냈습니다. 그들이 한 일은 이제 아무도 모를 겁니다.”봉구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되었다.”오백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장군, 조카가 죽었는데 손 장군이 전장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봉구안은 싸늘한 어조로 답했다.“남부군 중에 장군의 자리를 대체할 사람은 많아. 전장에 나갈 마음이 없다면 교체하면 된다. 군대가 싸울 의지가 있다면 문제가 될 건 하나도 없어.”“예, 장군!”밖으로 나가던 오백은 마침 씩씩거리며 다가오는 손 장군과 마주쳤다.오백은 재빨리 상대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소장군을 보러 오신 겁니까?”손 장군은 그런 오백을 가볍게 밀치고는 막사를 향해 소리쳤다.“맹성주! 진성이 죽었어! 살해를 당했다고! 주장으로서 무조건 진범부터 찾아! 안 그럼 이대로 안 넘어갈 테다!”오백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진성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닐 때는 이런 날이 올 줄을 예상하지 못했단 말인가.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하기 마련이고 그게 목숨빚이라면 더더욱 피해갈 수가 없다.그래서 노발대발하며 날뛰는 손 장군의 처사를 오백은 이해할 수 없었다.봉구안은 그러거나 말거나 부하를 불러 말을 전하게 했다.“대군이 곧 양나라의 도성을 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범을 찾을 시간이 없다고 손 장군께 전하거라.”“그래도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소란을 피운다면 남부군 중에 그 자리를 대체할 사람은 많고도 많아!”병사는 그녀의 말을 그대로 손 장군에게 전했고 그 말을 들은 손 장군은 크게 대노하며 소리를 질렀다.“맹성주! 어떻게 이렇게 매정할 수가 있어! 네가 관할하는 군영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주장으로서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장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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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남제의 대군은 이르는 곳마다 용맹하게 양나라 군사를 무찔렀고 곧장 기세등등하게 양나라 황성 앞까지 당도했다.양나라 대군은 완강히 반항했지만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전우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을 보고 깊은 절망만 느꼈다.쾅!견고하던 성문은 끝끝내 남제 대군의 맹렬한 공세에 열리고 말았다.남제의 선봉부대가 맨 먼저 안으로 쳐들어가며 높게 소리쳤다.“양 나라를 멸하고 양황의 목을 칠 것이다!”성루.양나라 승상은 친히 군대를 이끌고 남제와 대적했다.파도처럼 밀려오는 적군과, 가면을 쓴 채로 말을 타고 전장을 호령하는 맹성주 장군을 보고 그는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드디어 그가 온 것이다!전장의 악귀, 맹성주!어느 순간, 그들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곧이어 승상은 온몸에 전율이 일며 눈앞이 캄캄해졌다.“승상 나리!”한 사병이 달려와서 그를 대신해 치명의 일격을 막아냈다.바닥에 쓰러진 승상은 양나라의 군기가 쓰러지고 그 자리에 남제의 깃발이 꽂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남제의 병사가 몰려와서 그를 포박해 봉구안의 앞으로 끌고 갔다.“맹성주,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전공을 원하는 것도 결국에는 출세하려는 것 아니냐! 우리 양나라에서 너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봉구안은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로 전방을 주시하며 차게 말했다.“용호군 324명, 그리고 만 명이 넘는 북대영 사병들. 나는 단지 넓고 풍수 좋은 곳을 찾아 그들의 시신을 묻어주고 싶었을 뿐이다.”양나라 승상은 순간 할 말을 잊었다.그러니까 묘지가 필요해서 남의 나라를 침공한다는 말이 아닌가!이보다 더 황당무계한 이유가 있을까!대군은 승승장구하며 결국 양나라 황궁까지 침공했다.늙은 황제는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옥새를 봉구안에게 공손히 건넸다.“소장군, 짐을 죽이지는 말아주시오…”그는 아부 섞인 미소를 지으며 애원했고 그 미소는 웃는 것보다 더 처량했다.오백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한 나라의 황제가 이리도 무능하다니!궁 안에서 목숨을 걸고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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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쾅!절간 문이 열리고 유사양의 눈앞에 누군가가 나타나더니 그의 시선을 가리고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뒤돌아선 사람은 드름이 아닌 대소사의 주지스님인 료공(了空)스님이었다.그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유사양에게 말했다.“기도란 무릇 시작을 했으면 마무리도 잘해야 하는 법입니다. 황후께서 폐관기도를 시작하시기 전에 저에게 아무도 안으로 들게 하지 말라는 부탁을 하셨습니다.”유사양은 료공스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선제시기, 료공은 만천하에 이름을 떨친 대장군이었다가 살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스스로 출가하여 불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대소사의 근처에는 자제사라는 절간이 있었는데 료공이 지어서 고아와 방랑자들을 보살피는 곳이었다.그는 그 외에도 수많은 선행을 했고 백성들 사이에서 성망도 매우 높았다.그런 사람이 문을 지키고 있으니 유사양도 강제로 침입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황후가 안에 있는지가 유사양은 확실하지 않았다.그는 떠나기 전, 연상을 다시 뒤돌아보았다.‘저 아이를 보니 분명 뭔가가 있는데…’유사양이 떠난 후, 연상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스님.”료공은 평온한 어조로 답했다.“남제가 대승을 거둔데에는 황후마마의 기도가 빠질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최선을 다해 지켜드려야지요.”연상은 그의 말에서 어쩐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료공스님은 뭔가를 아는 눈치인데….’궁으로 돌아온 후, 유사양은 절에서 있었던 일을 곧이곧대로 소욱에게 전했다.소욱은 싸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리고 진길을 호출했다.“대소사와 료공에 대해 알아오너라. 그자가 최근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낱낱이 조사하거라.”주지스님이 친히 나서서 문을 지킨다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황후가 꼭 대소사에 가서 기도를 올리겠다고 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그 시각.료공은 유사양이 이번에 그냥 돌아갔지만 의심하기 시작한 건 분명하니 황제의 추적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미리 예상했다.그리하여 봉가 저택과 북부에 서신을 보냈다.봉가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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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두 시진 후, 대소사.소욱은 말을 타고 어두운 밤길을 헤치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 그의 뒤로 진길이 묵묵히 뒤따랐다.달밤의 대소사는 무척이나 고요했다.황제가 친림한다는 소식을 들은 료공은 문 앞으로 마중을 나갔다.황제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아주 침착하고 평온했다.“폐하, 황후마마께서는 밤낮을 기도를 올리고 계십니다.”소욱은 유사양처럼 쉽게 물러날 상대가 아니었다.그는 료공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짐이 기도를 방해했단 말인가?”“소인은 그런 뜻이 아니옵니다.”료공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소욱은 곧장 그를 지나쳐 사당 안으로 걸어들어갔다.료공은 제자리에서 굳은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절간 앞에 당도하자 밖을 지키고 있던 시위들이 바짝 긴장해서 예를 취했다.소욱은 손짓으로 그들을 물렸다.문밖을 지키고 있던 연상이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그에게 문안을 올렸다.“소인, 폐하를 뵈옵니다. 폐하, 마마께오서는….”소욱은 그런 연상을 지나쳐서 바로 문을 열었다.황후는 불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엄숙하고도 간절한 표정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그제야 소욱은 꽉 잡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싸늘했다.“전장은 이미 마무리가 되었는데 어찌하여 아직도 궁으로 돌아오지 않는 거지?”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봉구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기도문이 아직 끝나지 않았사옵니다.”대찬 거절에 짜증이 난 소욱은 성큼성큼 다가가서 그녀의 팔목을 낚아채고는 힘껏 잡아당겨 일으켰다.“료공과 둘은 대체….”하지만 그녀의 안색을 본 그는 하던 말을 멈추고 말았다.그의 눈앞에 펼쳐진 그녀의 안색은 놀랄 정도로 창백했고 핏기를 잃은 입술에는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폐관 기도가 힘들고 굳센 의지가 필요한 일이라는 건 알고는 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어쩐지 죄책감이 몰려왔다.‘내가 괜한 오해를 한 것인가?’그녀가 기도를 위해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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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황제와 황후가 마차에 오르고 연상은 마차머리에 올랐다.대소사 대문 앞.멀어지는 마차를 눈빛으로 배웅하는 료공에게 어린 스님이 걱정스레 물었다.“사부님, 황후마마께서는 기도가 끝나기 전에 떠나셨는데 별 문제없겠지요?”료공은 두 손을 합장하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니, 기도는 원만히 끝났다.”황성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마차에 올라 얼마 가지 않아 봉구안은 의식을 회복했다.하지만 의식이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그녀는 뭔가 고통스러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의원은 그녀가 몸살 기운이 있다고 했지만 사실 상 급하게 사당으로 돌아오느라 제대로 처치하지 못한 상처에 염증이 생긴 것이었다.마차 안은 너무 덥고 갑갑해서 그녀는 본능적으로 창문 가까이로 다가갔다.그런데 이때 커다란 손이 다가와서 그녀를 안쪽으로 잡아당겼다.귓가에 남자의 경고 섞인 목소리가 전해졌다.“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 움직여?”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봉구안은 힘없이 소욱의 어깨에 축 늘어졌다.소욱은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녀를 밀쳐내지는 않았다.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그의 코끝을 간지럽히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목덜미에 닿았다.마치 부드럽고 말캉한 무언가가 그를 감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런데 그녀의 몸에서 이상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 소욱은 곧장 그녀를 밀치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불덩이처럼 뜨거웠다.“돌아가야 해…”봉구안은 고열에 횡설수설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몽롱한 의식 속에 그녀는 아직도 말을 타고 황성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소욱은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대소사에 돌아간다고?’그곳은 황후처럼 귀족가에서 곱게 자란 아가씨가 오래 있을 곳이 아니었다.고작 두 달 있었을 뿐인데 다 죽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거기에 더 두었다가는 황후를 다시 간택해야 할 판이었다.“기도를…”그녀가 의식불명의 상태로 중얼거렸다.그 말을 들은 소욱은 마음이 착잡했다.이 상황에서도 기도를 놓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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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연상은 급한 마음에 적당한 핑계를 둘러댔다.“폐하, 마마께서 땀을 많이 흘리신 것 같으니 소인이 몸을 좀 닦아드리겠나이다.”곧이어 소욱은 침전을 떠났다.연상은 살며시 봉구안의 허리띠를 풀고 겉옷을 벗겼다.역시나 상처가 벌어져 있었다.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피가 스며나왔을 것이다.연상은 늦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바삐 움직였고 소욱은 밖에 앉아 싸늘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자진궁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러다가 구석진 곳에 있는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황후의 혼수품이 든 상자였는데 용과 봉황이 같이 하늘을 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궁에서조차 흔히 볼 수 없는 정교한 공예였다.그는 저도 모르게 그것에 이끌려 다가갔다가 발 밑에서 이상한 느낌을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바닥에 깔린 벽돌 하나가 느슨해져 있었다.그는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봉구안의 상처는 그리 심각한 게 아니었지만 독을 해독하는 것은 아주 힘든 작업이었다.며칠 동안 매일 피를 쏟아내야 완전히 독을 제거할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의 안색은 유난히 창백했다.게다가 밤낮을 쉬지 않고 말을 타고 달렸으니 몸에 무리가 온 것은 당연했다.그래도 회복력은 빨랐다.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침상 옆에서 지키고 있던 연상은 그녀가 눈을 뜬 것을 보고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마마!”눈을 뜬 봉구안이 갈린 목소리로 물었다.“여긴… 영화궁이냐?”연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영화궁이에요! 마마께서 어제 의식을 잃고 고열에 시달리셨는데 민간 의원들이 이렇다 할 방도를 찾지 못해서 폐하께서 마마를 모시고 궁에 돌아왔어요. 그래도 태의의 약이 잘 듣네요. 적어도 열은 내렸으니까요.”봉구안은 애써 어젯밤 기억을 떠올렸지만 기억은 그녀가 쓰러지기 전에 머물러 있었다.“마마, 이따가 약이 다 달여지면 가져올 거예요. 며칠 더 드셔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상처는… 간단히 붕대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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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아침 조회가 끝난 후, 소욱은 곧장 영화궁으로 왔다.연상은 급급히 약을 달여 침전으로 가져가다가 황제의 대오를 보고 놀라서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폐… 폐하를 뵈옵니다!”소욱은 조용히 그녀를 지나쳐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황제가 영화궁을 방문해서 가장 기쁜 사람은 최 상궁이었다.연상은 다시 약을 가지러 가고 최 상궁은 남아서 황제의 시중을 들었다.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다과를 들고 나왔다.그런데 내전에 들어서자마자 문밖을 지키고 있던 유사양이 그녀를 저지했다.최 상궁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자 유사양이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듯 말했다.“폐하께서는 마마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아무도 들지 말라 하였습니다.”최 상궁 입가에 걸렸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연상도 자신을 말리며 황후의 주변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이제는 유 태감마저 자신을 막아서자 영화궁의 최고 상궁으로서 너무 서럽고 억울했다.한편, 침전 안.소욱은 봉구안이 앉아 있는 침대에 다가가서 앉았다.“몸은 좀 어떠하냐.”그의 질문에 봉구안은 담담히 답했다.“많이 좋아졌습니다.”곧이어 소욱은 사무적으로 말했다.“맹성주가 황성으로 돌아올 것이다. 전공이 혁혁한 개선장군이니 환영연회는 황후가 맡아서 하는 게 마땅하나…”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계속했다.“몸이 많이 안 좋아보여서 녕비한테 주관하라고 하였다.”누가 장군 환영연회를 주관하는지 봉구안은 관심이 없었다.단지 곤혹스러운 게 있었다.“맹 소장군은 많이 다치셨다 하지 않았습니까?”그녀는 돌아오기 전에 스승에게 부탁해서 이번 일을 핑계로 오래도록 쉴 생각이었다.“아침에 완쾌되었다는 서신을 받았다. 보름 안에 황성에 당도한다는군.”말을 마친 소욱은 무심한 듯, 봉구안의 안색을 살폈다.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생각을 정리하느라 그의 미묘한 눈빛을 인지하지 못했다.분명 그녀 본인은 여기 있는데 보름 후에 황성에 당도할 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황후.”사내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봉구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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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영화궁.북부가 안정되었으니 봉구안은 계속해서 그 배후의 인물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단서는 그 두 통의 서신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마치 막다른 골목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마마, 약 드실 시간입니다.”연상이 약을 들고 들어와서 조용히 아뢰었다.봉구안은 한손으로 약그릇을 들고 단숨에 마셔버렸다.연상은 빈그릇을 보며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나 쓴 약을 한숨에 마셔버리다니!봉구안은 담담히 고개를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영화궁 내부에 그림자 시위가 또 추가된 것이 확인되었다.소욱은 왜 또 의심병이 도진 것일까?다음 날.봉 부인이 입궁했다.그녀는 딸의 창백한 안색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마마, 건강이 우선입니다.”남제에는 수많은 장령들이 있고 굳이 여인인 봉구안이 선봉에 설 이유가 없었다.어머니로서 봉 부인은 자식들이 평온하기만을 바랐다.봉구안은 모친의 걱정 어린 표정을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며칠 쉬면 괜찮아질 것입니다.”봉 부인은 연상을 바라보며 말했다.“마마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 넌 나가서 망 좀 보고 있거라.”“예, 부인.”연상이 나간 후, 봉 부인은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고 약병 하나를 꺼냈다.봉구안은 상처 치료제인 줄 알고 받으려 했지만 봉 부인이 말했다.“나으리께서 거금을 들여 구해온 약입니다. 이걸 드시면… 평범한 여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봉구안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이게 뭔가요?”봉 부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력을 모두 잃게 하는 약입니다.”봉구안은 갑자기 등골에 소름이 돋고 항시 평온하던 얼굴도 균열이 생겼다.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봉 부인을 바라봤다. 채 아물지 못한 상처가 다시 벌어졌지만 아픈 느낌은 들지 않았다.육신의 아픔보다 아버지가 친히 그녀의 내력을 폐하려고 약을 구해왔다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싸늘하게 했다.따라서 자리에서 일어선 봉 부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 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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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소욱은 음침한 눈을 하고 말 등에서 정신을 잃은 여인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밑으로 드리운 손은 뻘건 피가 흥건했다.급급히 어마장으로 달려온 연상은 황제가 황후를 안고 오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예를 취했다.“폐하! 마마!”소욱은 그녀를 영화궁으로 안고 간 후에 태의를 불렀다.연상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침대가에 앉은 소욱의 주변으로 강압적인 기운이 풍기고 있어 감히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태의는 봉구안의 상처를 붕대로 감은 후에 황제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폐하, 큰 상처는 아닙니다. 다만 기력이 회복되기 전에는 말을 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태의를 물린 후, 소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연상을 바라봤다.“황후는 어쩌다 다친 거지?”연상은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답했다.“저… 저는 그냥 봉 부인을 궁 밖으로 배웅하라는 명을 받고 나갔다 오느라 자세한 과정은 보지 못했나이다.”“봉 부인이 황후에게 뭐라고 했느냐?”소욱의 차갑고 준수한 얼굴에 한기가 감돌고 있었다.연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부인께서 나가 있으라고 하셔서 소인도 상세한 건 듣지 못했나이다.”소욱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렸다.“이만 나가보거라!”연상이 밖으로 나간 후, 침전에는 소욱과 혼수상태의 봉구안만 남았다.소욱은 침울한 눈빛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단순히 기혈 부족과 몸살기운이라면 여러 번 혼수상태에 빠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몸에 다른 부상이 있지 않는 한은...’소욱은 침전에 고이 숨겨져 있던 채찍이 생각 나서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띠를 잡았다.허리띠가 풀리면서 옷섶이 느슨해지고 그녀의 하얀 피부와 가녀린 쇄골이 드러났다.소욱은 천천히 상의 옷섶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살짝만 잡아당기면 몸 어디에 상처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그때, 그는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날 밤 마차에서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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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성격 온화한 맹 장군마저도 이번에는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서신을 구겼다가 그래도 분이 안 풀려 불에 태워버렸다.“부인, 신경 쓰지 마시오. 구안이는 우리 딸이고 그 아이가 우릴 버리지 않는 한, 우린 평생 그 아이의 부모요!”맹 부인은 그런 그를 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약간 기분이 풀린 그녀가 물었다.“교먹이 구안이를 대신하여 황성에 복귀하기로 하였으니 곧 돌아오겠네요?”맹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며칠 안에 당도할 것이오.”맹 부인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사실 난 동의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기도해야겠네요.”맹 장군은 부드러운 어조로 부인을 달랬다.“폐하께서 매번 구안이를 황성에 부를 때마다 변방이 안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는데 그것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우릴 공훈을 믿고 교만하다고 탄핵 상서를 올렸지 않소.”“이번에 양나라와의 전장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변방은 이미 안정되었다고 폐하께서 환영연회를 베푸셨으니 다른 장령들이 다 가는데 우리만 안 가면 더 많은 비하 발언들이 쏟아질 거요.”“하물며, 안 그래도 북대영에 불만을 품은 장령들이 많은데 이번에도 거절하면 구안이의 명성에 좋지 않소. 특히나 조카를 잃은 손덕방 장군은 호시탐탐 구안이의 공훈을 빼앗을 기회만 노리고 있으니!”“북대영의 전사들이 피 흘려 세운 공훈을 그런 간신배한테 빼앗길 수는 없지 않겠소.”맹 부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하긴, 꾀병을 부리는 것도 방법은 아니지요.”“다른 건 다 괜찮아도 수십 년만에 드디어 장령들 사이에서 후작이 탄생하는데 일을 그르칠까 걱정되오.”맹 장군의 진지한 말에 맹 부인은 미소를 지었다.“부군께서는 언제면 후작 자리 하나 꿰차서 저에게 귀부인 자리를 누리게 해주실 건가요?”그렇게 농담하듯 말하고 있었지만 맹 부인은 여전히 불안했다.맹 장군도 그녀의 초조함을 눈치채고 부드럽게 위로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교먹이 나이는 어려도 똑똑한 아이이니 실수하지 않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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