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극 로맨스 / 폭군의 장군 황후 / Chapter 221 - Chapter 230

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221 - Chapter 230

696 Chapters

제221화

봉구안은 한점 동요 없는 눈빛을 하고 생각에 잠겼다.줄곧 온순하고 자신을 따르던 동생이 이렇게 원대한 계획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직은 믿기 힘들었다.“황후.”소욱의 부름이 그녀를 사색에서 깨어나게 했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미처 표정을 수습하지 못하고 정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어인 일이십니까?”소욱은 바짝 경직된 그녀의 태도를 보고 인상을 썼다.갑자기 방문해서 긴장한 것인가? 오늘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무척이나 이상했다.소욱은 장부를 내려놓고 정색해서 말했다.“후대 일은…”봉구안은 공손히 고개를 떨어뜨리며 표정을 감추었다.“말씀하시지요.”“종친 중에 괜찮은 인재가 있으면…”종친 중에서 아이를 간택해서 후계로 봉하겠다는 뜻일까?봉구안은 묘한 표정으로 그를 아래위로 훑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후궁을 거의 없는 존재 취급하고 있었다. 능연이를 방패막이로 세운 일부터가 이상했다.하지만 서 귀인의 약에 당한 날 보였던 행동을 보면 그 방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물론, 약물 작용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소욱은 탐구에 가까운 그녀의 시선을 보고 불쾌하게 물었다.“왜 그런 눈으로 짐을 보는 거지?”봉구안은 정색해서 그에게 물었다.“폐하, 아주 외람된 말씀이지만… 혹시 건강에 문제가 있으신 겁니까?”소욱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감히 그의 능력을 의심하다니!순식간에 체내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봉구안은 그의 음침한 표정을 보고도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황실에서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었다.소욱은 여태 자식을 보지 못했고 만약 어느 날 갑자기 그가 급사한다면 뒤를 이을 후대가 없게 된다.조정은 혼돈의 도가니가 될 것이고 외적은 이 틈을 타서 남제를 침공할 것이다.그녀는 충직한 신하처럼 그에게 대놓고 말했다.“폐하, 건강 문제는 치료를 거부하면 안 되옵니다. 말 못할 질병을 앓고 계신다면 숨기는 것만이 방법은 아닐 겁니다. 일찌감치 치료하는 것이…”소욱은 그녀의 말을 더 이상 듣
Read more

제222화

봉씨 저택.봉 대인은 오늘 기분이 무척 좋았다.옷시중을 들던 봉 부인이 물었다.봉 대인은 밖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작은 소리로 부인에게 말했다.“구안이는 앞으로 북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소.”봉 부인이 놀라며 물었다.“왜죠?”봉 대인은 오늘 장군 환영연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히 부인에게 들려주었다.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이제 우리도 안심할 수 있게 되었소!”하지만 봉 부인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그녀는 먼저 걱정이 앞섰다.지금쯤 가장 속상할 사람은 아마 봉구안일 것이다.다음 날.아침 일찍 강빈은 영화궁을 찾았다.“황후마마, 어제 신첩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마가 아니었더라면 신첩은 후궁의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신첩은 가진 게 별로 없어서 폐하께 받은 포상으로 마마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능연이가 유배를 간 후로 강빈의 입지는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었다. 후궁들은 그녀를 고립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능연이에게 당한 수모를 그녀에게 앙갚음을 하려는 후궁들도 많았다.그리하여 오늘 감사의 마음을 안고 황후를 찾아온데는 황후의 비호를 청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하지만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 망설여졌다.어쨌든 강빈은 능연이와 가장 가까웠던 후궁이었고 능연이는 황후의 손에 제거당한 인물이었다.강빈은 안절부절 못하며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그녀에게는 아무런 원한이 없는 봉구안이었기에 당연히 무고한 자를 괴롭힐 이유가 없었다.“감사 선물은 되었다. 난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강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황후마마, 소첩도 가빈처럼 자주 찾아뵈어도 될까요?”봉구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마음대로 하거라.”냉담한 반응이었지만 강빈은 마치 살 길을 찾을 것처럼 숨통이 트였다.“감사합니다, 황후마마!”‘마마는 그냥 겉보기만 싸늘한 분이었어!’한편, 녕비는 아침 일찍 자녕궁으로 갔다.태후가 유유히 말했다.“장군 연회를 준비하며 네가 그렇게 많은 고생을 했는데 강빈조차 포상을 받
Read more

제223화

서신을 읽은 맹 장군은 큰 충격을 받았다.변방을 지키느라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게 한스러울 뿐이었다.“어머니께서 이 일을 아시면…”맹 부인은 부드럽게 부군의 손을 잡아주었다.“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싸늘하게 표정을 바꾸었다.“다만 교먹 그 아이가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하였다고 생각하십니까?”맹 장군이 물었다.“부인은 그 아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는 것이오?”곧이어 그는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그건 아닐 것이오. 그럴 이유가 없지 않소?”교먹을 제자로 들일 때부터 자식처럼 아끼며 키웠던 아이였다.진심은 통한다고, 그는 교먹이 그렇게 배은망덕한 짓을 저질렀다고 믿을 수 없었다.맹 부인은 부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부군, 저도 그 아이를 의심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지요.”“생각을 해보세요. 용호군이 습격을 당하고 교먹이 무림맹을 이끌고 지원을 나갔죠. 그리고 구안이를 사칭하여 병사를 이끌었고요. 겉보기에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지만 어딘가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그 말을 들은 맹 장군의 안색이 진지해졌다.맹 부인이 계속해서 말했다.“전쟁이 끝난 후에 저는 용호군 사건을 몰래 조사하였습니다. 지금 당장은 부군께 확실한 증거를 보여드릴 순 없지만 했다면 흔적을 남겼을 거라고 믿습니다.”맹 장군은 부인의 신중함을 믿기에 그녀가 근거 없는 의심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부인, 일찍부터 교먹 그 아이를 의심하고 있었던 거요?”맹 부인은 부인하지 않았다.“예, 일찍부터 이상함을 느꼈지요. 이제 그 아이가 맹성주의 신분을 대체하고 나섰으니 의심에 확신이 선 것입니다.”맹 장군의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해졌다.그는 주먹으로 목탁을 치며 정색해서 말했다.“이 모든 것이 그 아이의 계략이라면 내 친히 문호를 청소할 것이오!”맹 부인은 부군의 가슴을 다독이며 위로의 말을 했다.“어머님께는 제가 사람을 보내 모든 소식
Read more

제224화

소욱은 몰래 자객을 쫓아 영화궁까지 쫓아왔다. 그리고 그 여자객이 침전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바닥에 흐른 피가 욕실까지 이어졌다.사내의 눈빛이 서슬퍼렇게 빛이 났다.욕실 문이 열리고 황후가 나왔다.“폐하께서 납시셨는데 왜 아무도 알리지 않은 것이냐?”여인은 얇은 잠옷에 금방 목욕을 마치고 나온 것처럼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고 머리에도 물기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맨발로 걸어 소욱의 앞으로 다가왔다. 서늘한 바람이 불자 그녀의 치맛자락이 하늘하늘 휘날리며 그녀의 가녀린 종아리가 시야에 언뜰거렸다.소욱의 평온한 얼굴에 살짝 금이 가기 시작했다.그가 황후를 지나쳐 욕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황후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폐하, 안에 정리가 아직 되지 않았습니다.”휘릭!소욱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밀쳐서 벽에 밀착시켰다.그리고 매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줄곧 목욕을 하고 있었나?”봉구안은 평온한 표정을 유지한 채 답했다.“예.”“조금 전 자객이 안으로 들어왔는데 보았느냐?”봉구안은 시선을 떨구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소욱은 그녀의 턱을 치켜올리고 대답을 재촉했다.“짐의 수색을 거부하는 것이냐? 황후, 짐이 그 여인을 찾아내길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찾아내지 못한다면…”그는 잠깐 숨을 고르고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계속해서 말했다.“찾아내지 못한다면 네가 바로 그 자객인 것이다.”봉구안은 침착하게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폐하의 목숨을 살린 아이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소욱은 그녀의 저지를 무시하고 욕실로 들어갔다.그와 동시에 밖에서 진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잡아!”소욱의 싸늘한 시선이 봉구안에게 닿았다.봉구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그의 입에서 천수독의 단서를 듣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일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다.채찍을 발견한 후로 그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기에 당연히 오늘 밤도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단서의 중요성과 이번 외
Read more

제225화

장군연이 끝난 후, 소욱은 각 지방 장령들과 양나라 항복에 관한 문제를 상의했다.교먹은 황성에 있는 동안 수시로 입궁했다.그녀가 자주 서재를 출입하는 바람에 후궁의 비빈들은 질투에 휩싸였다.아침 문안을 할 때, 그들은 봉구안에게 불만을 표했다.“아무리 장군이라지만 여인에 불과한데 어째 그리 분수를 모르는지 모르겠습니다!”“맹 소장군은 폐하가 가장 아끼는 장령이니 저희와 비할 바가 못 되지요.”“후궁에 거의 출입하지 않는 폐하께서 맹 소장군이랑은 수시로 붙어다닙니다. 오늘도 어마장에서 사냥을 하시더라니깐요. 황후마마, 후궁에 또 여인이 추가될지도 모르겠습니다.”봉구안은 평온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소욱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교먹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여장군이 되었으니 후궁의 일원이 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궁중법도나 좀 베끼거라.”그 말을 들은 비빈들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그들이 모두 떠난 후, 강빈은 남아 봉구안에게 조심스레 건의했다.“마마, 외람된 말씀이지만 자고로 여장군이 황후가 된 선례가 적지 않습니다. 맹 소장군은 확실히 보통 여자들과는 다르지요. 민심도 그녀를 향하고 있고 폐하의 찬사도 받는 몸이니 경계를 늦추시면 안 됩니다.”봉구안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소욱이 누굴 후궁에 들이든, 누굴 황후의 자리에 앉히든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봉구안이 말이 없자, 강빈은 자신이 너무 직설적으로 말한 것 같아 우회해서 말했다.“다만 맹 소장군의 용모가 남자처럼 거칠게 생겼으니 아마 폐하께서 남녀의 감정을 느끼긴 힘들 것 같네요.”“마마의 입지가 더 단단해지고 황자를 잉태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 누구도 마마의 지위를 흔들지는 못할 겁니다.”봉구안은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강빈, 난 널 영원히 보호해 줄 순 없어. 그러니 내 책사가 될 필요도 없고 내 앞에서 아양을 떨 필요도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거라. 폐하의 총애를 위해 움직이든가. 이런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Read more

제226화

황제가 옆에 있는지라 교먹은 많은 것을 말할 수 없었다.그녀는 봉구안에게 공손히 예를 행하였다.“전장에 나간 병사들을 위해 마마께서 기도를 올려주셨다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꼭 찾아뵙고 직접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그리하여 조금 전 폐하와 어마장에 있을 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입니다. 마마, 차로 술을 대신하여 마마께 한잔 올리겠습니다.”봉구안은 담담히 답했다.“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니 그리 감사할 것은 없네.”소욱이 말했다.“기도는 쉽지만 피 흘려 전장에서 싸운 전사들의 공로는 쉬운 것이 아니지. 그러니 황후가 공로를 세웠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다.”연상은 당장 반박하고 싶었다.전장에 나가 피 흘려 싸운 사람은 봉구안이었다.그런데 모든 공로가 교먹에게 돌아갔으니 괘씸하기 그지없었다.교먹이 진지하게 말했다.“폐하, 마마의 백일기도가 없었더라면 저희도 이리 쉽게 대승을 거둘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황제의 말을 바로 반박하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하물며 그 상대가 한낱 여인이라면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소욱은 책망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맹 장군이 황후에게 공로가 있다면 그런 것이지.”황제가 맹 소장군을 얼마나 신뢰하고 아끼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봉구안이 물었다.“교… 아니, 맹 소장군, 언제 북부로 돌아갈 생각인가?”“여기에서의 일을 마쳤으니 이틀 후에 출발할 생각입니다.”봉구안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북부의 안녕은 이제 장군께 맡기겠네.”교먹은 자리에서 일어서 공손히 예를 행했다.“걱정 마십시오. 마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변방을 수호하겠습니다. 소신도 마마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남제를 위해 하루빨리 귀한 황태자를 잉태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봉구안은 순간 가슴이 철렁해서 고개를 들고 교먹을 바라봤다.두 사람 사이에 타인은 알아볼 수 없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곧이어 봉구안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중생을 뒤흔들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교먹은 오싹한 소름이 돋았
Read more

제227화

봉장미가 정신을 차린 것은 특대 희소식이었다.사실을 전해들은 봉구안은 그날 밤 궁을 나갔다.깊은 밤, 채월은 찾아온 봉구안에게 문을 열어주었다.그리고 그녀를 안으로 들어보낸 후, 문밖을 지켰다.방 안.봉장미는 가면을 쓰고 들어온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봉구안이 가면을 벗은 후에야 봉장미의 눈에서 눈물이 솟구쳤다.“언니…”봉구안은 재빨리 그녀에게로 다가갔다.봉장미는 언니의 허리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언니! 언니 맞아? 언니야?”봉구안은 치솟는 감정을 억제하며 손을 들어 동생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그래. 언니가 돌아왔어.”막 정신을 차린 봉장미는 아직 의식이 몽롱한 상태였고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대부분 시간을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채월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언니를 만난 후에야 그녀의 영혼이 돌아온 것 같았다.봉구안은 자리에 앉아 손으로 동생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봉장미는 극도로 야위어 있었다.“황성을 떠나 언니랑 북부로 갈래?”봉장미 앞에서 봉구안은 한없이 부드러웠다.그녀는 혹시라도 동생이 잔혹한 기억을 떠올릴까, 그 사건에 대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오히려 먼저 입을 연 것은 봉장미였다.“언니, 산적들이… 그들이 나한테…”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마치 무서웠던 그날로 돌아간 것처럼 불안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봉구안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겁내지 마, 장미야. 더 이상 말하지도 마.”“다 지나간 일이야. 언니랑 북부로 가자. 언니가 영원히 곁에 있어줄게.”모든 안 좋은 기억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라질 것이다.봉장미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지나가지 않을 거야.”“언니, 나한테 그들이 보여. 아직도 그들이 보인다고…”그녀는 갑자기 봉구안의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들이 거기 서 있어. 그리고 황귀비까지… 그들이 날 잡으러 왔어… 언니, 빨리 저들을 쫓아내 줘!”그녀는 불안에 떨며 봉구안의 품
Read more

제228화

밤중의 역관 주변은 무척이나 고요했다.교먹은 봉구안에게 다가가서 반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언니, 어떻게 온 거야?”봉구안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교먹은 애써 침착한 척, 피하지 않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봉구안을 바라봤다.봉구안은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은 낙엽을 떼버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배웅하러 왔어.”교먹은 그제야 큰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눈물을 글썽였다.“언니, 난 또… 장군연에 있었던 일 때문에 다시는 날 보러 안 올 줄 알았어…”그녀는 감동한 얼굴로 봉구안을 끌어안았다.“언니!”봉구안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잠시 후, 그녀는 교먹을 밀어내고 상대의 눈동자를 주시하며 물었다.“정말 날 속인 적 없니?”교먹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나 항상 언니한테는 숨기는 게 없었잖아! 걱정 마, 내가 지금 맹 소장군이긴 하지만 이 자리는 언제나 언니의 것이야. 사부, 사모님과 함께 언니를 기다리고 있을게.”“난 언니의 신분과 공훈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 거야.”봉구안은 교먹의 볼을 매만지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기다리고 있어. 곧 돌아갈 것 같으니까.”순간 교먹의 얼굴 근육이 눈에 띄게 굳었다.입으론 웃고 있었지만 그 잠깐의 반응을 봉구안은 놓치지 않았다.잠시 후.봉구안은 제 자리에 서서 교먹이 역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배웅했다.교먹은 많이 아쉬운 듯,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문이 닫히고 구름이 달빛을 가리자, 봉구안은 어둠속에서 음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평생 황궁에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지키며 살아.”봉장미의 기억 속에 황귀비가 했던 말이었다.봉장미를 그렇게 유린해 놓고 그녀가 황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어떻게 확신했을까?채월은 봉장미가 아무에게도 황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그건 그만큼 불경한 발언이었다.그런데 배후의 인물은 어떻게 봉장미가 평생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의 곁을 지킬 거라고 확신했을까?어쩜 그
Read more

제229화

서재로 들어선 봉구안은 태연한 얼굴로 예를 행했다.“폐하를 뵙습니다.”유사양은 황후의 얼굴을 살짝 살폈다. 안색으로 보아 어디 아파 보이지는 않은데 눈빛은 더욱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소욱은 상서더미에서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지?”“폐하, 신첩은 부모님을 뵈러 친정에 한번 다녀오고 싶습니다.”교먹이 그 배후라면 증거를 찾아내야 했다.아직 실질적 증거가 없으니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고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무고하게 애먼 사람을 모함하고 싶진 않았다.계속 황궁에 있는 것은 무의미했다.봉구안은 고개를 숙이고 황제의 답을 기다렸다.사내는 한참 그녀를 빤히 바라보더니 위압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황후가 함부로 황궁을 떠날 순 없지. 부모님이 그리우면 궁으로 부르면 될 일이다.”봉구안은 가슴이 갑갑했다.이 기회에 출궁하였다가 다신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런데 소욱의 경계심이 이토록 강할 줄이야.계속 간청을 드린다면 오히려 의심만 살 뿐이었다.정당한 방법으로 궁을 나갈 수 없다면 위험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 옳았다.“알겠습니다. 그럼 신첩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유사양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참으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황후였다.간만에 폐하를 알현하러 온 건데 왜 제대로 대화조차 나누려 하지 않은 걸까?소욱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진길에게 분부했다.“영화궁을 잘 감시하고 있거라.”갑자기 친정에 가고 싶다니, 황후에게 뭔가 있음이 틀림없었다.효현궁.녕비는 모용선의 그림에 글을 써주었고 후자는 그녀의 글이 훌륭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강가에 무성히 자라난 들풀을 갈망하는 궁궐에 자란 버드나무. 누각에 서 있는 가녀린 여인은 아련한 눈으로 창가를 바라보네. 모두가 서로 아끼고 사랑을 주는 부부관계를 희망하지만 그것을 바랄 수 없는 궁중의 여인들은 시에 소망을 담을 수밖에 없지요.”“이 궁에서 폐하의 정실은 황후뿐이니까요.”말
Read more

제230화

폐태자는 형제를 모해했다가 선제에 의해 서인으로 강등당한 인물이었다. 원칙대로라면 이번 추석연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었다.태황태후는 처음 모용선의 제안을 들었을 때,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모용선은 부드럽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태황태후에게 말했다.“마마께선 신첩에게 이런 말을 하셨지요. 페하께서는 자식을 하나만 둘지언정, 아들들이 황위를 두고 다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요.”“마마께서 이 일 때문에 근심이시니 저도 마마의 근심을 풀어드리고 싶었습니다.”“어쩜 폐태자를 불러온다면 폐하의 형제애를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게 된다면 폐하가 마음을 바꾸실 수도 있고 자식은 많은 게 복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요. 황궁에 황자가 한 명만 존재한다면 많이 외로울 것 같아요.”태황태후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황제가 한 말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만약 소욱이 정말 자식을 한 명만 낳을 계획이라면 그 아이는 황후의 아이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모용선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좀 더 생각을 해보마.”태황태후가 폐태자의 입궁을 동의한다고 해도 그의 신분은 골칫거리였다.모용선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예를 취했다.“예.”불과 이틀 후, 만수궁 궁인이 영화궁으로 오더니 폐태자를 명단에 넣으라는 태황태후의 뜻을 전했다.봉구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반면 연상은 얼굴에 근심을 드러냈다.만수궁 궁인들이 돌아간 후,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태황태후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폐태자라면 본디 마마와 혼약이 있었던 분 아닌가요?”정확히 말하면 봉장미와 혼약이 있었던 사람이었다.봉구안은 잠깐 붓놀림을 멈추었다.그녀도 알고 있는 일이었으나, 그쪽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봉장미는 선황이 선택한 황가의 며느리로 성년 후에 태자와 결혼할 운명이었다.하지만 세상 일이 변화무쌍하여 혼약이 정해지자마자 일년도 안 되어 태자는 죄를 짓고 태자의 자리를 박탈당하면서 혼사도 흐지부지 되었다.그러나 선황의 뜻에 따라
Read more
PREV
1
...
2122232425
...
7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